밥상 물가 비상, 쌀값 급등 이면의 농정 실패 진단

최근 밥상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쌀값 급등의 원인을 두고 정부의 정책적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경 이코노미는 9월 29일 보도를 통해 쌀값 상승의 배경으로 쌀의 만성적인 공급 취약성과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를 꼽았다. 쌀 재배 면적 감소와 기후변화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햇반 등 가공용 소비량을 제외한 밥쌀 소비량만을 고려하여 수요를 과소 예측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문정훈 교수는 정부가 쌀 가공소비량 증가 추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간과한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이 올해 쌀값 급등 사례에서 학습한 듯 햅쌀 출하를 의도적으로 늦추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쌀 수급 전망 시 가공용 쌀 수요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1인당 쌀 소비량’을 토대로 밥쌀 소비량을, ‘사업체 부분 쌀 소비량’을 토대로 가공용 소비량을 전망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가 가공용 수요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가공용 소비량 전망 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구곡’ 물량을 제외하고 전망하는데, 이는 정부 양곡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민간 신곡 소비량을 과다 집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의 사업체 부분 쌀 소비량은 2015년 53만 톤에서 2024년 87만 톤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정부 양곡 공급량 또한 35만 톤에서 56만 톤으로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민간 쌀 소비 확대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통계청의 사업체 부분 쌀 소비량에는 정부 양곡 공급 물량이 포함되어 있어, 정부는 실질적인 신곡 가공용 소비량을 토대로 가공용 수요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계청의 사업체 부분 쌀 소비량은 업종별로 분류되어 발표되며, 정부는 이를 감안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쌀 수급 불안 시 정부가 탄력적으로 수급 조정을 하기 때문에 산지유통업체가 출하를 의도적으로 늦출 요인이 낮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2005년 이후 총 10회의 정부 양곡 공급을 추진해 온 만큼, 산지유통업체가 출하를 늦춰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산지 쌀값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 산지유통업체는 농가에게 높은 가격으로 벼를 지불해야 하므로, 산지유통업체가 쌀값을 의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보도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견만을 인용하여 보도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정부 신뢰 하락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향후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쌀값 급등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시장 상황 분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급 취약성과 기후변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정부의 수요 예측 방식과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명확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한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농정 전략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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