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침묵이 흐르던 병원 공간이 따뜻한 화음으로 채워진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환자와 보호자, 격무에 지친 의료진을 위해 예술 단체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문화 복지’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문화 향유 기회가 차단된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제공하는 구조적 해법이다.
환자와 의료진에게 병원은 치열한 투병과 노동의 공간이다. 높은 수준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며 정서적 고갈을 겪기 쉽지만, 이들을 위한 문화적 돌봄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대부분의 공연은 특정 장소를 찾아가야만 누릴 수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이러한 문화 소외 문제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포항 지역 여성 합창단 ‘조이아 레이디스 콰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포항 성모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형식을 통해 문화 공급자가 수요자를 직접 방문하는 능동적 모델을 제시했다. 단원들은 ‘바람의 노래’ 같은 대중가요부터 첼로 솔로 연주, 캐럴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곡을 선보이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잠시나마 평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공연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선순환 구조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러한 ‘찾아가는 문화 복지’ 모델은 높은 확장성을 가진다. 병원뿐만 아니라 요양원, 장애인 시설, 농어촌 등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모든 곳에 적용 가능하다. 지역 기반 예술 단체들이 자신의 활동 반경 내 소외 계층을 발굴하고 연대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이고 촘촘한 문화 복지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이는 지역 사회의 유대를 강화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 단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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