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파주 삼릉, ‘체험형 역사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시민 쉼터 역할 확대

가을의 깊이가 더해지던 날, 파주 삼릉은 오랜 가뭄 끝에 맑게 갠 하늘 아래 많은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추석 연휴 무료 개방 정책은 세계유산인 파주 삼릉이 단순한 역사적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 속 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입구부터 사람들로 이어진 행렬은 가족 단위 방문객과 연인들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가을 햇살 아래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민들의 관심과 방문 증가 배경에는 최근 새롭게 단장한 파주 삼릉 역사문화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내부 정비를 마치고 문을 연 이곳은 기존의 전시 방식을 탈피하여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파주 삼릉 알아보기’ 구역에서는 공릉, 순릉, 영릉의 역사적 배경과 능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선왕릉 알아보기’ 구역에서는 왕실 부장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40기의 조선왕릉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파주 삼릉 실감형 영상’ 구역은 미디어아트 속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석물과 동물들이 어린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며, 부모가 키오스크를 통해 조선왕릉 정보를 살펴보는 동안 아이들은 영상 속 세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역사와 체험, 세대가 함께 배우는 문화공간이라는 역사문화관의 새로운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3차원으로 구현된 숲의 사계절 영상과 VR 화면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능침까지 가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선왕릉이 단순한 역사적 기념물이 아닌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임을 실감하게 했다.

역사문화관을 나서면 10월부터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삼릉 숲길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2025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을 맞아 특별 개방한 9개소의 숲길 중 하나로, 파주 삼릉에서는 ‘영릉~순릉 작은 연못길’과 ‘공릉 능침 북측 숲길’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아직 여름의 푸르름이 남아있는 숲길을 걷는 동안 방문객들은 왕릉의 엄숙함보다는 평화로움을 먼저 느낄 수 있었다. 흙길을 밟는 발소리와 솔향 섞인 바람,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이러한 숲길 개방과 더불어 ‘조선왕릉 모바일 도장 찍기 여행(스탬프투어)’ 프로그램 또한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2025 세계유산 조선왕릉축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40기의 조선왕릉을 방문하며 도장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다른 스탬프투어 앱을 설치해둔 방문객들은 별도의 절차 없이 곧바로 참여할 수 있었으며, 이는 역사문화 탐방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국민 참여형 관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파주 삼릉에서 보낸 하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여행가는 가을’ 정책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10월의 가을을 맞아 국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이 정책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휴식과 문화를 제공하는 파주 삼릉의 현재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새로 단장한 역사문화관과 특별 개방된 숲길,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탬프투어 프로그램은 과거를 보존하면서도 현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파주 삼릉을 변모시키고 있으며, 이는 세계유산과 일상의 휴식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성공적인 정책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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