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고채, WGBI 편입으로 금융시장 안정 기대 속 구조적 문제 해결 과제 안겨

한국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최종 편입이 확정되면서, 이는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고 한국 금융시장에 안정적인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약 2년 전 WGBI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이후,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은 한국 국고채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이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WGBI 편입은 그동안 한국 국고채 시장이 마주했던 외국인 투자 접근성의 제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결과물이다. WGBI는 영국 FTSE 러셀이 발표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약 2조 5000억~3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추종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이라는 정량적 기준과 더불어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이라는 정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2002년부터 A- 이상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했으며, 2022년 말 국채 잔액 1000조 원 돌파로 정량적 기준은 오래전부터 만족해왔다. 하지만 외국인의 투자 편의성 부족이 오랜 시간 편입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정성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 2023년 1월 외국인 국고채 투자 비과세 조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투자자등록제를 폐지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24년에는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 및 클리어스트림과의 국채종합계좌를 개설했으며,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간 시장 참여 허용, 비거주자 제3자 원화 거래 허용,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개방 조치를 연달아 시행했다. 이러한 정부의 집요한 노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국고채 시장을 더욱 매력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투자처로 만들었고, 이는 WGBI 편입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FTSE Russell은 2024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WGBI 내 편입 비중을 2.22%로 예상하며,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약 75조 원에서 90조 원에 달하는 신규 외국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자금 유입은 한국의 재정 정책 수행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시키고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WGBI 편입은 국채금리를 평균 0.2%~0.6%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시장 전반의 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경험으로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상존했지만, 2014년 이후 한국이 보유한 해외 자산 규모가 외국인 국내 보유 자산 규모를 초과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개선되었다. 2024년 2분기 기준 8585억 달러에 달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은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WGBI 편입은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을 더욱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은 수동적으로 운용되는 특성상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WGBI 편입은 외국인 투자 자금의 평균 만기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외국인의 원화 채권 평균 잔존 만기는 약 6.4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지만, WGBI 추종 자금은 벤치마크 듀레이션에 맞춰 장기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원화 채권 평균 잔존 만기는 한국 국고채의 평균 만기인 약 12.6년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장기화됨을 의미하며, 단기 외채 비중 감소로 이어져 과거와 같은 급격한 외국 자금 유출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WGBI 편입이 한국 국채시장이 직면한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고령 인구에 대한 의무지출 확대는 구조적인 국채 발행 증가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정치 상황 변화로 인한 원화 가치 및 주식 가치 하락 배경에는 단기적 요인과 더불어 인구구조 변화와 내수 부진에 대한 구조적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WGBI 편입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성과를 발판 삼아, 이제는 사회가 마주한 복합적인 문제 해결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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