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사라진 고래 산업의 흔적,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과거를 애도하고 미래를 준비하다

    울산 장생포는 한때 거대한 고래 산업으로 번성했던 역사의 현장이었으나, 이제는 그 산업의 쇠퇴와 함께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과거 장생포는 깊은 수심과 풍부한 먹거리, 그리고 강 하구에서의 플랑크톤 유입 덕분에 고래들의 안식처이자 황금 어장이었다. 이러한 자연적 이점은 장생포를 대한민국 근대 고래잡이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도시의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금지 결정으로 인해 장생포의 고래 산업은 급격히 쇠퇴하게 되었다. 수출입 상품을 나르던 대형 선박과 6~7층 규모의 냉동 창고들은 점차 쇠락하며 폐허가 되어갔고, 번성했던 어업 활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급격한 산업 변화와 함께 도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장생포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자 했다. 2016년 울산 남구청은 과거 냉동 창고로 사용되던 폐허를 매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021년 ‘장생포문화창고’를 개관했다. 이곳은 과거 산업의 잔재를 업사이클링하여 총 6층 규모의 복합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 등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활동 거점이 될 뿐만 아니라, 특별 전시관, 갤러리, 미디어 아트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에어장생’ 체험부터 시작해,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또한, 과거 울산석유화학단지의 역사와 중화학 공업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은 부모 세대에게는 격동의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는 도시의 근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장생포문화창고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을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 그리고 포경선의 향수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장생포 고래고기 식당들은 이제 혼획된 밍크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고래고기는 장생포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말처럼, ‘희소성과 금지의 역설’은 고래고기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12만 원짜리 ‘모둠수육’은 육고기와 흡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살코기, 껍질, 혀, 염통 등 다채로운 부위에서 나는 12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며 과거의 풍미를 느끼게 한다. ‘우네’와 ‘오배기’와 같은 고급 부위들은 고래 특유의 맛과 식감을 극대화하며, 소금, 초고추장, 고추냉이 간장 등 다양한 소스와 어우러져 풍성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고래로 꿈꿨던 어부들, 고래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던 이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을 담고 있다. 결국 장생포의 고래는 식탁 위에만 남아있지만, 그 기억은 도시의 정체성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사라진 고래의 시대를 씹고, 도시의 역사를 삼키며, 장생포는 새로운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 서울 도심 속 K-컬처 복합문화공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다

    서울의 중심부, 청계천 옆에 자리한 하이커 그라운드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국 관광 홍보관으로서 K-POP 체험과 미디어 아트를 동시에 제공하는 이 공간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며,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최근에는 K-POP 팬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Hi Korea’와 ‘놀이터’를 뜻하는 ‘GROUND’가 결합된 이름처럼, 하이커 그라운드는 한국의 매력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하이커 그라운드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최근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다양한 문화적 경험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한국 방문객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한국의 현재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한다. 하이커 그라운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차별화된 테마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1층 ‘하이커 월’에서는 초대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한국 문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며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안내서와 도슨트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방문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정기 및 비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은 하이커 그라운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소요 시간 40분과 함께 02-729-9497~9, hikr_docent@knto.or.kr로 문의 가능하다.

    하이커 그라운드의 핵심 콘텐츠는 2층 ‘케이팝 그라운드’와 3층 ‘하이커 스트리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2층에서는 K-POP 뮤직비디오와 무대 콘셉트를 재현한 공간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하철, 코인세탁소, 우주선 등을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K-POP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높아진 K-POP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3층 ‘하이커 스트리트’는 노래연습장, 스트리밍 스튜디오, 편의점 등 한국인의 일상 속 문화를 ‘데일리케이션(Daily + Vacation)’이라는 개념으로 구현했다. 이는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그대로 경험하고 이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다. 한국인 방문객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재현으로, 외국인 방문객에게는 한국의 생생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갓 등 다양한 사진 소품을 통해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체험 요소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4층 ‘로컬 그라운드’는 지역 관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국내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를 ‘Station’으로 표현했으며, ‘뉴트로 파인더’와 같은 레트로 음악 감상실, ‘차향 유랑자’와 같은 다실 등은 각 지역의 물품과 특산물을 함께 전시하여 구체적인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보성, 제주, 하동 등 차(茶)의 본고장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며 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국내 여름 여행지를 추천해 주세요’라는 안내와 함께 포스트잇을 부착하는 공간은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하며 국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5층 ‘하이커 라운지’는 카페와 테라스 공간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청계천을 조망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1층부터 4층까지의 다채로운 체험 후 잠시 숨을 고르며 한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하이커 그라운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하이커 그라운드는 단순한 관광 홍보관을 넘어,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라는 현안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국내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4층을 잇는 ‘하이커 타워’ 등 더욱 많은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주소는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40 한국관광공사 1-5층이다. 운영 시간은 1, 5층이 월~일 10:00~19:00, 2, 3, 4층은 화~일 10:00~19:00(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운영 종료 20분 전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는 전화 02-729-9497~9 또는 이메일 hikr@knto.or.kr로 가능하다.

  • 쓰레기 소각장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도시의 ‘낡은 문제’가 ‘새로운 가치’를 품는 법

    과거 가난과 허기 속에서 탄생한 지혜의 음식이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듯, 도시의 낡은 문제 역시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의 버려진 쓰레기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탈바꿈한 사례는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공간의 변화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재활용을 넘어, 과거의 문제점을 어떻게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부천시의 환경 문제라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이 설치되면서, 199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 소각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러나 1997년, 환경부의 조사 결과 부천 삼정동 소각장에서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 소각장의 폐쇄와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고, 결국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폐기물 소각 기능이 이전 및 통합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쓰레기를 소각하던 기능마저 다한 채 쓸쓸히 폐건물로 남게 된 이 시설은 도시의 잊혀진 문제점으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도시에도 운명이 있고 건물에도 명운이 있듯, 이 삼정동 폐소각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의 환경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자, 버려진 시설을 문화적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이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약 33년 전 쓰레기 소각장으로 시작했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여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는 ‘에어 갤러리’로 변신했다. 쓰레기 저장조였던 지하 깊숙한 공간은 ‘벙커(BANKER)’라는 이름으로 남았으며,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활용되어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거대한 설비 공간들은 아카이빙실로 재단장되어,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소각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다. 이처럼 부천아트벙커B39는 단순한 재건축을 넘어, 과거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러한 공간의 재탄생은 과거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이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며, ‘아무튼 오래 견디고 볼 일이다’라는 말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EGOT 완성 조짐,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로 점화된 한류의 뿌리를 묻다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한국 문화의 세계적 성공 신화를 열었던 ‘한류’의 시작점을 되짚어보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GOT(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그랜드슬램을 한국 작품들이 완성해가는 흐름 속에서, 28년 전 중국에서 방영된 한 편의 드라마가 한류의 진정한 시작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현재의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류의 역사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류의 원년(元年)을 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중국 방영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관련 슬로건 등장설, 1995년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및 CJ 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설, 그리고 중국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99년 11월 19일 설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 모든 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을 꼽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왜 1997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의 결정적인 기원으로 평가받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에서 방영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로, 당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단순히 국내에서의 높은 인기를 넘어 한류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1997년 6월 15일, 이 드라마가 중국 CCTV에서 ‘아이칭스션머(爱请是什? ài qíng shì shén me)’라는 으로 처음 방영되었을 때, 중국 사회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기준 2위로,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며, 방영 이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CCTV는 2차 방영권까지 구매해 1998년 저녁 시간대에 다시 편성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내 파급력은 이전까지의 그 어떤 한국 드라마도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이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팔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당시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문화를 대안으로 선택했으며, 이는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대체재로 소비’하는 전략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비록 이후 사드(THAAD) 배치 등을 빌미로 ‘한한령’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으나,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확인된 한류의 잠재력은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이후 등장하는 킬러 콘텐츠들이 중국 시장의 제약을 넘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밑거름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은 단순한 해외 수출 성공 사례를 넘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독창성과 완성도, 보편적인 소구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는 이러한 한류의 긴 여정이 이룩한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8년 전, 중국 가정의 TV 화면을 점령했던 한 편의 드라마는 이제 세계 무대를 석권하는 K-콘텐츠의 거대한 흐름으로 발전했으며, 이는 ‘한류 30년’을 앞두고 한국 문화의 저력을 재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 청년의 고민과 취향, 문화로 연결하는 ‘네 개의 방’

    바쁜 일상에 지친 청년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탐색하고 이를 문화로 연결하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두고 지난 8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30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되어, 청년들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가 기획된 배경에는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정체성 탐색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문화적 경험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다. 1층 ‘탐색의 방’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오래된 취미와 최근 관심사를 되돌아보며 다양한 문화 성향을 찾아내는 시간을 가졌다. ‘MBTI 성격 유형 검사처럼 흥미롭게’ 구성된 질문과 선택지는 청년들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문화 취향을 수집하도록 유도했다.

    이어서 ‘고민 전당포’ 코너는 청년들이 마음 편히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타인의 경험에서 위안을 얻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익명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고민에 대한 답변을 통해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낯선 이의 조언이 곧 나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격려가 되었다. 이는 청년들이 겪는 고립감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작용했다.

    2층 ‘연결의 방’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을 직접 활동으로 연결하는 현장이 펼쳐졌다. 독서 모임, 잡지 커뮤니티, 체육 기반 협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부스를 마련해 자신의 취미를 타인과 공유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청년소리의 정원’ 부스에서는 청년들이 ‘청년 재테크 교육’과 같은 정책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제안하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회를 제공했다.

    3층 ‘영감의 방’에서는 취향이 직업이 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강연이 진행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청년들은 민음사 마케팅팀 조아란 부장과 김겨울, 정용문 작가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작가의 문장이 세상에 닿기까지’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영감을 얻었다. 이러한 현직자와의 만남은 청년들의 진로 탐색과 동기 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 행사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개성 넘치는 취향이 어떻게 문화로 연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두고 이러한 경험은 청년 정책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청년의 문화적 욕구와 정체성 탐구까지 아우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청년의 날을 전후하여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행사와 정책 소통의 장이 지속된다면, 청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진정한 힘을 얻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고독한 가을, 실버마이크로 채워지는 도심의 선율

    깊어가는 가을, 우리 사회의 많은 어르신들이 느끼는 고독감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계층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는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2025 문화가 있는 날 실버마이크 수도·강원권’이 10월에도 어김없이 도심 곳곳을 음악으로 물들이며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이번 달 ‘실버마이크’는 ‘가을의 향기’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계절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가을의 깊이와 감성을 담아내는 무대를 통해 어르신들의 정서적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실버마이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포함된 주간에 열리는 거리 공연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실버마이크’ 프로그램은 도시 공간을 문화 향유의 장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어르신들이 겪을 수 있는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을의 향기’를 주제로 펼쳐질 이번 공연들은 시민들에게도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가 있는 날은 단순한 휴일을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화적으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10월 단풍철, 연중 최다 등산사고 발생… ‘실족·조난’ 위험 비상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산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연중 가장 많은 등산사고가 발생하는 시기를 맞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10일, 가을 단풍철을 맞아 산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실족이나 조난 등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달 초 설악산을 시작으로 단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이 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3년간의 등산사고 통계는 10월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10월에는 총 3,445건의 등산사고가 발생하여 1,370명의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이는 연중 가장 높은 수치로, 특히 ‘실족’이 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이어 ‘조난’이 26%, ‘지병 등으로 인한 신체 질환’이 18%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통계는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방심하거나, 평소 산행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무리한 산행을 감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안전한 산행을 위한 구체적인 수칙들을 제시했다. 첫째, 산행 전에는 반드시 예상 소요 시간, 대피소 위치, 날씨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등산로를 선택해야 한다. 산행 중 몸에 이상 신호가 느껴지면 즉시 하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산행 경험이 적다면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출입이 통제된 위험·금지구역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셋째,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샛길로 이탈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며, 가능하다면 혼자보다는 일행과 함께 산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않고 왔던 길을 되짚어 아는 지점까지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구조가 필요하다면, 산악위치표지판이나 국가지점번호 등 산행로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리는 것이 신속한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을철에는 해가 일찍 저물어 조난 등 사고 위험이 높아지므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해가 지기 1~2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기연 행정안전부 예방정책국장은 “10월 단풍철은 평소 산을 즐겨 찾지 않던 사람들도 많이 찾는 시기인 만큼, 사고 예방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까운 산을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주변에 행선지를 알리고, 제시된 안전수칙을 철저히 숙지하여 안전하게 가을 단풍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준비와 안전 수칙 준수를 통해 아름다운 가을 산행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사라진 산업의 향수, 장생포 고래고기를 통해 과거를 애도하다

    장생포는 단순히 과거 포경 산업의 중심지였던 과거를 넘어, 이제는 사라진 산업과 생업, 그리고 포경선의 향수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 울산 앞바다가 신출귀몰한 귀신고래의 보금자리이자 풍요로운 어장이었던 시절, 장생포는 그 번영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장생포는 개가 만 원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누렸으며, 수출입품을 실어 나르는 대형 선박과 6~7층 규모의 냉동창고가 즐비했다. 이러한 번영의 이면에는 급격한 산업화의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1980년대 조성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제련소, 석유화학공장 등 중화학 기업들이 집중되면서 구리·아연 제련소에서 배출된 중금속으로 인해 주민들이 카드뮴과 납에 노출되는 ‘온산병’을 앓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전면 금지 결정으로 장생포의 고래잡이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십 년 된 냉동창고는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폐허로 남았지만, 이 버려진 공간은 울산 남구청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2021년 ‘장생포문화창고’라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폐허가 된 냉동창고를 문화 예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의 결정체인 이곳은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 전시실, 미디어아트 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에어장생’ 항공 체험,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미디어아트 전시, 그리고 울산 공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등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장생포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래 산업은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만큼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혼획된 밍크고래 등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장생포의 고래요릿집들은 ‘희소성과 금지의 역설’ 속에서 고래고기를 더욱 욕망의 대상으로 만든다. ‘일두백미(한 마리에서 나는 백가지 맛)’라는 말처럼, 고래 한 마리에서도 최소 12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기름진 ‘우네’, 쫄깃한 ‘오배기’ 등 부위마다 고유의 풍미와 식감을 자랑하는 고래고기는 때로는 부드러운 보쌈처럼, 때로는 꼬들꼬들한 생 조갯살처럼 다채로운 식감으로 미각을 즐겁게 한다.

    결론적으로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선다. 이곳은 사라진 산업, 사라진 생업, 그리고 포경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애도와 향수의 공간’이다. 고래고기 한 점을 음미하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과거를 애도하고 회상하는 하나의 의례가 된다. 이는 고래로 꿈꿨던 어부들의 삶, 6.25 전쟁 피란민들의 단백질원,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의 노력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기도 하다. 장생포의 고래는 이제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고래고기를 통해 과거의 시간을 씹고, 도시의 기억을 삼키며,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길어진 연휴,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위한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의 배경과 전략

    긴 연휴를 맞아 문화생활을 알차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으나, 이는 단순히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문화 소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움직임을 반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9월 25일부터 2차 공연·전시 할인권을 배포하며, 이는 국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번 2차 할인권 배포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1차 발행 시 실사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1차 할인권은 36만 장의 공연 할인권과 137만 장의 전시 할인권이 배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주의 사용 유효기간 설정으로 인해 발급 후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실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2차 할인권은 사용 유효기간을 1주일로 단축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남은 할인권을 재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할인권 미사용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이 시기적절하게 할인 혜택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2차 할인권은 9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관람 예정인 공연 및 전시에 적용 가능하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발급된다. 발급받은 할인권은 해당 주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하며, 미사용 시 자동 소멸된다. 이는 짧은 유효기간 내에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실질적인 문화 소비로 이어지게 하려는 정책적 장치이다.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에서 수령할 수 있으며, 공연은 1만 원, 전시는 3천 원 할인권이 매주 인당 2매씩 발급된다. 결제 1건당 할인권 1매가 적용되며,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이 적용되므로 여러 장의 티켓을 구매하여 할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번 2차 배포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도 고려되었다.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권은 공연 1만 5천 원, 전시 5천 원으로, 수도권보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여 지역 문화 예술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다만, 할인 적용 대상은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되며, 대중음악, 대중무용, 산업 박람회 등은 제외된다.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이 할인 대상에 포함되어 폭넓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2차 공연·전시 할인권 배포는 단순한 할인 혜택 제공을 넘어, 문화 소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다층적인 고민이 담긴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유효기간 내 사용을 유도하고 비수도권 할인율을 높이는 전략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리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 ‘케데헌’이 열어젖힌 글로벌 문화 로컬 전용의 가능성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기존의 한류 현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며 주목받고 있다.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작품은 글로벌 문화가 로컬 문화를 성공적으로 전용하는 사례로서, 향후 K-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한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데헌’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그 개방된 구조에 있다. 이는 수많은 로컬 버전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형식적, 서사적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원문 자료에 따르면, ‘케데헌’은 단순한 해외 인기 작품을 넘어, 한국 문화산업의 제작 역량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을 극강의 소통 능력을 보여준다. 그 예로, 영화 초반 등장하는 ‘무당 헌터스’ 영상의 독특함과 넘어뜨린 화분을 일으키느라 임무를 잊어버린 캐릭터 ‘더피’의 매력은 이러한 소통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은 한국 문화산업이 제작했을 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며, 로컬의 을 어떻게 글로벌로 소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교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케데헌’은 북미의 한인 2세 원작자 및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애플 TV의 ‘파친코’와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파친코’가 3대에 걸친 가족 스토리를 실사 드라마로 구현했다면, ‘케데헌’은 한국 문화의 오랜 무당 서사와 현재의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를 결합하여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냈다. 특히, ‘케데헌’에서 그려지는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들은 단순히 세트에서 재현된 공간을 넘어, 노스텔지어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실제 서울로의 여행을 유도하는 힘을 가진다. 이는 실사 드라마가 한국으로의 여행객을 이끌지 못한 과거의 경험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케데헌’의 성공 요인으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하여 역동적인 액션을 구현했으며, 제작진은 시청자의 적극적인 수용을 유도하는 텍스트 전략과 디테일에 강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케이팝의 강력한 파급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양식은 비서구인이 겪는 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동안 케이팝이 가진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을 애니메이션은 인종주의적 복잡함 없이 전 세계 시청자가 공감하고 코스프레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는 플레이브나 이세계 아이돌 같은 가상 아이돌 그룹이 해외 투어를 할 정도로 발전한 케이팝 문화 속 캐릭터 문화와 맞물려, ‘케데헌’의 캐릭터들이 세계관을 갖춘 채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케이팝 문화에서 그룹의 서사, 즉 세계관은 그룹 간의 변별성을 부여하고 팬덤 활동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케데헌’은 인간 세계를 보호하려는 이중 정체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을 선보이며, 이는 자아 발견 공주 이야기, 개인 성장형 모험 스토리, 우주 대전쟁 등 기존의 글로벌 문화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독창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 나아가, ‘케데헌’은 수많은 프리퀄과 시퀄로 확장될 수 있는 개방된 서사를 통해 동시대적으로도 ‘헌터스’의 세계 투어 중 로컬 귀신과 싸우는 스토리 라인을 통해 다양한 로컬 버전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케데헌’은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의 독특한 한국 문화 경험과 애정이 녹아들어 글로벌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mediation)’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품은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한국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며, 한류가 ‘케데헌’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