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 산업의 안전 관리 방식이 규제 중심에서 기업의 자율적 참여로 전환될 전망이다. 인체와 환경에 대한 화학물질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국형 녹색화학 자율진단 안내서(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시범사업이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환경부 주도로 진행된다. 이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강화하고 있는 화학물질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녹색화학 정책 흐름에 발맞춘 조치다.
기존의 규제 기반 화학물질 안전 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 스스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환경부는 2025년 4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녹색화학 활동 전반을 점검하고 진단할 수 있는 ‘안내서(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이 안내서에는 기업별 유해물질 사용량 진단, 내부 관리체계 점검, 대체물질 적용 사례 검토 등의 을 담은 ‘녹색화학 자율진단 평가체계’와 신규 화학물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녹색화학물질 평가방법론’이 포함된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엘지(LG)화학, 롯데케미칼, 국도화학 등 대기업과 더불어 11개의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석유화학, 합성수지, 철강, 도료 등 다양한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여 안내서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게 된다. 특히 취급물질 목록 구축부터 저감 목표 수립, 관리정책 체계화 등 기본적인 진단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시범사업 결과는 2026년 하반기에 최종 확정되어 안내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환경부는 시범사업과 병행하여 9월 9일 서울비즈센터에서 첫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정례적인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 추진 방향과 운영 방식을 참가 기업들과 함께 논의하며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녹색화학 자율진단 안내서(가이드라인)’가 최종 확정되면,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유해물질 관리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 전반의 녹색화학 전환 수준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공시제도와 연계될 경우,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연재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녹색화학의 핵심”이라며, “안내서를 통해 국내 화학 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