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세계화 이끈 안무가, 권리 보호로 창작 날개 단다

K-콘텐츠가 전 세계 대중문화의 기준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안무와 같은 ‘보이지 않는 창작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수많은 해외 팬들이 따라 추는 K-팝 안무는 2차, 3차 콘텐츠를 양산해도 정작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무를 하나의 독립적인 창작물로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저작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K-콘텐츠의 핵심 동력인 안무가들이 창작에 몰두하고, 새로운 한국적인 몸짓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K-문화의 지평을 더욱 넓힐 수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K-콘텐츠가 이룬 놀라운 성공을 보여준다. 2025년 공개 이후 석 달 만에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로 기록됐다. 극 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애니메이션 OST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를 달성했다. 이 성공 뒤에는 ‘소다팝’ 안무를 만든 하성진 안무가와 같은 수많은 ‘보이지 않는 창작자’들이 있다.

하성진 안무가는 ‘케데헌’에 등장하는 사자보이즈의 대표곡 ‘소다팝’을 비롯해 여러 곡의 안무를 제작했다. 특히 태권도 품새에서 영감을 받은 동작들을 청량하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춤으로 재해석하여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안무는 ‘태권도지만 태권도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춤 안에 녹아들어, 한국적인 몸짓이 세계 대중문화 속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실제로 2025 서울 헌터스 페스티벌에서는 수백 명이 ‘케데헌’ 안무를 따라 추는 경연대회가 열리며 안무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이처럼 K-콘텐츠의 흥행을 좌우하고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안무에도 별도의 저작권이 없어 창작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안무가 하성진 씨는 자신의 안무가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챌린지 콘텐츠로 재탄생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은 미미하다고 토로한다. 그는 안무가 단순한 ‘춤’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자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춤의 자유로운 확산도 중요하지만, 창작자의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무 저작권의 확립은 K-콘텐츠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무가들은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독창적인 안무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 하성진 안무가가 꿈꾸는 것처럼 태권도 기반 춤이 힙합이나 왁킹처럼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독자적인 춤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린다. 해외 팝 가수들이 한국 안무가를 찾아와 협업을 제안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이는 K-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다양성 증진을 넘어, 한국이 세계 대중문화의 선도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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