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 소도시가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산업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500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술 한산소곡주를 생산하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이 그 주인공이다.
한산소곡주는 삼국사기에 백제 다루왕이 빚는 것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전통주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전통주의 명맥이 위협받고 소규모 양조장들의 개별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문화적 자산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산 지역은 70여 개에 달하는 양조장들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는 전략을 택했다. 개별 양조장이 각자의 방식으로 술을 빚고 판매하던 분절된 구조에서 벗어나, ‘한산소곡주갤러리’를 구심점으로 삼아 공동 마케팅과 품질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갤러리는 지역 내 모든 양조장의 술을 한데 모아 전시·판매하고, 방문객에게 시음 기회를 제공하며 공동의 판로를 개척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핵심적인 변화는 단순 제조업에서 체험형 관광 서비스업으로의 확장이다. 각 양조장과 갤러리는 소곡주 빚기, 칵테일 만들기, 지게미 비누 공예 등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매년 10월 열리는 한산소곡주축제는 이러한 클러스터의 역량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접근은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 관광객 유입 증가는 물론,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청년층의 관심을 유도해 후계자 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우희열 명인이 소곡주를 증류한 ‘불소곡주’나 오크통 숙성 제품을 개발하는 등 전통에 기반한 혁신도 계속되고 있다. 한산소곡주의 사례는 전통문화가 어떻게 현대적 산업 모델과 결합해 지역 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중요한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