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 중국 상무부, 공업정보화부와 장관급 회의를 열고 양국 간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최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경제 협력 의제를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 안보를 확보하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그간 양국 교역은 상호 의존도가 높았지만, 특정 품목의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 국내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양국 교역액의 26%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희토류, 배터리 핵심 광물 등은 중국발 공급 리스크에 상시 노출되어 있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는 데 있다. 양국은 물류 지연이나 원자재 수급 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가동하는 장관급 소통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희토류, 영구자석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통제대화를 활용해 공급망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과거 요소수 대란처럼 일방적인 수출 통제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통상 분야에서는 상반기 중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서비스·투자 부문 협상을 진전시키고, 지식재산권 이행위원회를 재개해 중국 내 K-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배터리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협의하고, 중국 내 우리 반도체 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정책적 소통을 강화한다.
이번 합의는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양국은 기후변화와 인구 고령화라는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의 녹색 전환과 실버산업 분야에서 기술 교류 및 공동 연구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는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호혜적 산업 협력으로 관계를 전환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