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개월간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 회복과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힘입은 초기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심리 회복과 GDP 성장률 반등은 고무적이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 처방으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GDP의 8%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쳐 높은 성장률과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동시에 달성한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심각성을 ‘전례 없는 4중고’로 진단한다. 2020년, GDP의 0.7%에 불과한 14.2조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는 가계 소비지출 감소를 막지 못했고, 이는 GDP 대비 3.9%에 달하는 79조 3394억 원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가계 대출, 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하는 등 심각한 재정 악화를 겪고 있다.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으며, 정부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가계부채는 같은 기간 89.6%에서 99.2%로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2021년 1월, ‘미국 구조 계획법(the American Rescue Plan Act)’에 서명하며 GDP의 8%에 해당하는 1.9조 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2021년 2분기부터 소비지출을 완전히 회복시키고 장기 추세까지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연평균 3.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높은 성장률은 정부채무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GDP 대비 99.5%였던 미국 정부채무는 2021년 1분기 121.4%까지 상승했으나, 추경 집행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GDP 증가로 2023년 1분기에는 109.5%로 하락했다. 가계 구제 지원으로 가계부채 또한 2019년 말 74.6%에서 2023년 3월 73.2%로 오히려 감소하며, 소비 부양, 경제 성장, 정부 및 가계 채무 안정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한국 경제는 현재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는 1분기 가계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12.1조 원 규모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제2 IMF’에 비견될 정도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가계 소득 강화를 통한 실질적인 소비 부양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식료품 및 에너지 등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 총동원이 시급하며, 궁극적으로는 재정 부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 지급 제도화와 같은 근본적인 민생 회복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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