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하며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이번 CSP 수립은 단순히 명칭만 격상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열리며, 특히 CSP 수립이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상대국과 맺는 파트너십 중 가장 높은 단계로, 주로 대화상대국의 제안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은 2022년 CSP 수립을 공식 제안한 지 2년 만에 호주,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아세안과 CSP를 수립하는 6번째 국가가 된다. 이러한 지위 격상은 아세안이 한국을 단순한 협력 대상이 아닌, 지역 내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9월 필자가 자카르타에서 만난 아세안 현지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이 공급망 및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세안은 대화상대국과의 관계 관리에 있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며, 단순히 제안만으로 CSP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가장 먼저 호주와 CSP를 체결했던 아세안의 전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CSP 수립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한-아세안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은 CSP를 맺는 대화상대국과의 관계에서 기존보다 더욱 ‘의미 있고 실질적이며 상호호혜적인’ 협력을 요구해 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CSP 수립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120대 협력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120대 과제는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통해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과 아세안의 요청을 반영한 신규 사업들로 구성된다.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촉진하는 과제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세안이 현재 직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와 한국의 역량이 맞물린 결과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아세안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진 아세안과의 인적 교류 확대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아세안과의 안보협력 강화는 지역 내 안정을 유지하고 다양한 비전통·신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다.
향후 과제는 이번 CSP 수립을 계기로 한-아세안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2025년은 아세안이 ‘공동체 청사진 2025’의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하는 중요한 해이며, 한국과 아세안 역시 CSP 추진을 위한 새로운 행동계획(Plan of Action 2026-2030)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러한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양측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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