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약관 속 숨은 소비자 불리 조항, 공정위 칼날 피하지 못한다

금융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리스, 할부 금융 등 일상적인 금융 거래에서 겪을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금융 약관에 숨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9개 유형, 총 46개에 달하는 부당 조항을 발견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이는 매년 금융거래 약관을 심사해온 공정위의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달 은행권 약관 시정 요청에 이어 이번에는 여신전문금융 분야의 약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결과다.

이번 점검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소송 관할을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조항으로, 무려 22개에 달했다. 예를 들어 A카드 체크카드 약관은 ‘이 약관에 따른 거래에 관한 소송은 회원의 주소지, 카드사의 본점 또는 영업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66조의2가 2023년에 개정되어 비대면 금융상품 계약 관련 소송의 경우 소비자 주소지 법원의 전속관할을 명시한 것과 상반되는 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불공정 조항의 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금융소비자가 예상하기 어려운 사유로 인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일방적으로 중단되거나 제한되는 조항(7개)도 문제로 지적됐다. B카드 약관에 포함된 ‘제휴사의 사정(폐업, 공사, 예약 마감 등)에 따라 원하는 날짜에 이용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는 사업자가 명확한 이유 없이 서비스 제공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드러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스 계약에서도 소비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항들이 발견되었다. C캐피탈의 리스 계약서에는 ‘모든 지급금은 반소청구나 상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공제 없이 완전히 지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는 법률상 보장된 소비자의 항변권 및 상계권을 사실상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불공정 조항으로 판단되었다.

이 외에도 해지 사유를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한 조항(6개), 해외결제 브랜드 수수료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조항(3개), 고객의 의사표시를 부작위로 간주하는 조항(2개) 등 총 9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이 시정 대상에 포함되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 조치를 통해 신용카드, 리스, 할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금융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사업자에게 시정 조치를 통보하면 통상 3개월 이내에 약관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10월 은행, 11월 여신전문금융에 이어 금융투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 분야까지 약관 심사를 신속하게 추진하여 금융권 전반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불공정 약관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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