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배경으로 등장했던 ‘일월오봉도’가 현실로 나타났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금빛 무대를 장식했던 ‘일월오봉도’ 병풍이 보존 처리 과정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1층 궁중서화 상설전시실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 전시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일월오봉도’는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해, 달, 물, 소나무 등을 담은 그림으로, 조선 시대 궁궐의 정전 옥좌 뒤편이나 어진이 모셔진 곳에 놓여 왕의 권위와 덕을 상징하고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다. 전시장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접하던 ‘일월오봉도’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웅장한 그림 속 소나무와 산봉우리, 파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명을 선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일월오봉도’에 깃든 슬픈 역사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풍 그림으로 대체되기도 했으나, 1964년 창덕궁 인정전 복원과 함께 제자리를 되찾았다. 오랜 세월 외부 노출로 인한 손상을 거쳐 6년간의 정밀한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9년 만에야 다시 관람객 앞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일월오봉도’ 외에도 궁궐을 장식했던 다채로운 왕실 그림들을 소개한다. 왕실의 위용을 높이기 위한 ‘모란도’, 왕실 어른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도’, 학문 숭상을 의미하는 ‘책가도’ 등 각 그림이 지닌 상징성과 의미를 배우며 조선 시대의 깊이 있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궁중 그림들은 예조에서 관리하고 도화서 화원들이 제작했으며, 그림의 전통성과 의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오랜 기간 고유한 화풍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왕의 글과 글씨를 돌에 새긴 ‘어필각석’과 조선 시대 서예 활동에 사용되었던 문방구, 왕실의 인장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왕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사인’은 돌,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질로 제작되었으며, ‘모든 일이 뜻과 같이 되기를 바란다’는 ‘길상여의’처럼 고유한 의미를 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일월오봉도’ 전시는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다웠는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 시대의 장엄하고 찬란했던 전통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국립고궁박물관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