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 주식시장, 경제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빈사 상태에 빠졌던 소비를 되살리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처방이 나온 것은, 현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정부가 위기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 속에, 실물경제의 근본적인 동력인 소비 진작을 위한 새로운 카드가 꺼내 든 배경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심각한 내수 침체와 이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이다. 지난 3년간 ‘경제 전염병’이 확산하며 경제심리가 추락하고 실질소득이 하락하면서, 경제 주체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상황이 외부 요인에 의한 경제 생태계 붕괴였다면, 최근 상황은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에 따른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국면에 놓여 있다.
실제로 2020년 우여곡절 끝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14.2조 원(GDP의 0.7%)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가계 소비지출은 GDP의 3.9% 규모인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하면서 소비지출 감소액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2023년 4.0%, 2024년 5.1%, 올해 1분기에는 5.5%까지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소비 부진의 결과로 지난 3년간 가계 대출, 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각각 약 2배, 4배, 5배가 증가하였다. 또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더욱이, 코로나19 이전 미국보다 앞섰던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충격 이후 미국에 뒤처졌다. 그 결과 정부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증가했고, 가계부채 역시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에는 99.2%까지 급증하는 등 재정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러한 재정 부담을 내세워 고통을 가계에 떠넘긴 결과, 내수 침체, 성장 둔화, 가계와 정부 재정 악화 등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으며,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가 성장률 1% 달성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다.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만 한다. 소비쿠폰으로 불리는 ‘민생지원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단기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12.1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이 1분기 가계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연간 가계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최소한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 식음료와 에너지 등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역시 서민과 중산층 생계를 위해 필수적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3% 상승했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올라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물가의 심각성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소비쿠폰은 임시방편에 해당하며,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도 어렵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을 제도화하는 것이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화는 싱가포르처럼 소득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새 정부가 보여준 위기관리 역량에 더해, 소비쿠폰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우리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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