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거침없는 성공을 거두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와 같은 그룹이 빌보드 차트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고, 블랙핑크, 세븐틴, NCT 등도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K팝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은 올해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크게 기여하며 한국을 단순한 문화 콘텐츠 소비국에서 직접 체험하는 국가로 발돋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류의 눈부신 성과 이면에는 해결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한류의 미래가 시장 축소에서 오는 위기가 아니라,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국내에서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부재는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류 콘텐츠는 이미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남성성과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 표현을 위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K뷰티를 둘러싼 미백 중심의 문제 제기는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지며,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때로는 소란스러운 과정이야말로 건강한 발전의 동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의 긍정적인 가치와 별개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현실이 한류 팬들에게 한국의 이면을 드러내며 놀라움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관광 유튜버들의 카메라에 포착되는 과격한 혐중 시위나,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닿아 있는 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재현, 그리고 드라마 속 여성과 성소수자 재현을 둘러싼 팬들의 토론이 현실 속 미투 운동이나 퀴어 퍼레이드 논란으로 이어지는 지점들이 그러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거리에서 접하게 되는 혐오 발언들은 한류 애호자들이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마주하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홍 센터장은 한류를 ‘밑에서부터의 세계화’ 즉,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한류의 특성상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의 제스처’,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K팝 그룹과 팬들의 관계, 그리고 콘텐츠 속 인물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류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은 ‘차별과 배제’라는 담론을 최대의 적으로 삼을 때 그 빛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한류의 미래를 진정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을 해 온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지속시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는 것이 홍석경 센터장의 분석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