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4년 소폭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단순히 통계상의 숫자를 넘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국 지방의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경북 의성군과 같이 고령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고 학령 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한 지역은 이미 심각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소멸은 곧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라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며,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단순한 출산율 숫자 증대를 넘어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수도권 지역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현실적인 양육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높은 주거비용과 육아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인천시의 양육 정책은 시민들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부터의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등의 정책과 함께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를 통해 체감도와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정책의 총액보다는 시민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정책의 혜택을 체감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출산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시의 성공적인 정책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하고,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분산과 육아의 고립 문제,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와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더욱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실효성 있는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 구축에 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적은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정책 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아빠의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만 아니라 양육의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정권 교체에도 출산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가 요구된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가 눈치 보지 않고 사용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 문화 변화, 정책 사용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출산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하며,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갖춰진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또한,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에 걸쳐 행정과 미래가 함께하는 곳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저출생은 위기이지만, 이를 공동체 재설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고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제 숫자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며,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 우리가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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