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놀라운 변화를 겪은 부천아트벙커B39의 사례는, 오래 견뎌내야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하는 것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과거 가난과 허기를 이겨내며 개발을 견인했던 산업 시설들이 이제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어떤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이 놓여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분석이 될 것이다.
기사 은 먼저 50년 전 부천의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현시대와는 사뭇 다른 도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부천은 수도권의 강력한 배후 도시로서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하며 많은 서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당시 아남산업, 삼성전자 반도체, 로켓트보일러공장 등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따라 부천으로 몰려들었고, “지상에서 내 집 한 칸 마련하겠다”는 희망을 품은 이들에게 부천은 기회의 땅이었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부천 원미동은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의 터전이자, 슬픔 속에서도 인류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그려졌다. 이는 당시 도시 개발의 이면에 존재했던 사회적 배경과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이 있었다. 바로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삼정동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이 그 중심에 있다.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톤씩 서울과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특히 1997년, 환경부 조사 결과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소각장 폐쇄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문제 제기는 결국 신뢰 회복을 어렵게 만들었고,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폐기물 소각 기능이 이전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버려지고 폐기될 운명이었던 이 시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되살아났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문을 연 것이다. 이 공간은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BANKER)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는 핵심 공간이자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탈바꿈했다. 하늘과 채광을 끌어들여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 공간은, 과거 쓰레기들이 온전한 모습을 바라보던 마지막 관문이자 ‘관’이었던 장소가 이제는 빛나는 예술 작품들을 담는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은 아카이빙실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부천아트벙커B39의 변모는 단순히 낡은 산업 시설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소각장이 어떻게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그 생생한 역사를 전달하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건물 외벽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숲이 그린 이야기’는 동네 어린이들의 작품으로, 소각장을 상징하는 굴뚝 모양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소리와 색으로 가득한 숲을 이룬다는 을 담고 있다. 이는 과거 환경 오염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과 창의성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음을 시사한다.
한편, 부천의 또 다른 상징적인 음식 문화인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은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서 그 가치를 더한다. 미군에서 버려지던 돼지 뼈다귀가 유통되고, 알감자를 닮았다고 해서 ‘감자탕’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은 당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음식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온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현재는 수입 돼지고기의 발달로 뼈다귀에 붙은 살이 더욱 풍성해져,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특히 1988년 부천 원미동에서 창업한 가게의 깍두기는 시원하고 달큼하며, 뼈다귀해장국 국물은 맑고 깨끗하여 입술에 달라붙는 기름진 국물이 아닌 산뜻한 맛을 선사한다. 이러한 음식들은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으로서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으며, 외국인들에게도 K-푸드의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천아트벙커B39와 감자탕, 뼈다귀해장국으로 대표되는 부천의 이야기는 과거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인간과 도시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쓰레기 소각장이 문화 공간으로, 그리고 가난의 산물이었던 음식이 별식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견뎌내고 노력한 결과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과거의 유산들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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