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노동 현안, ‘노란봉투법’으로 해법 모색 나선다

고용불안과 원하청 격차 심화라는 고질적인 노동 현안이 오랜 논의 끝에 ‘노란봉투법’으로 해법을 찾게 되었다. 2003년 한 노동자의 비극적인 분신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 법안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동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된 상시 구조조정 체제, 간접고용 증가로 인한 원하청 간 격차 확대, 그리고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에서 발생하는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는 기존의 법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누적된 문제들을 노사 간 소통과 교섭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개정 노조법, 즉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혁신적인 조항을 신설했다. 이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간주된다. 이는 2010년 대법원의 판결과 최근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 위법 판결 등 사법부의 판단을 법제화한 것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강조해 온 ‘사실상의 사용자’ 인정 원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또한, 노동쟁의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시킴으로써, 정리해고나 구조조정과 같이 노동자들의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나마 단체교섭과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는 극한의 노사 대립으로 치달았던 과거의 상황을 넘어, 대화와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면책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정당방위에 따른 손해를 인정하는 취지이며,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 또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과도한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는 ‘노란봉투법’ 논의가 시작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와 직결되는 부분으로, 노동자들이 부당한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시장의 격차 문제라는 전 세계적인 과제에 대한 한국적 해법을 제시한다. 유럽연합이 회원국의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지침을 채택한 것처럼, 한국 역시 노동 현장의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문제를 만들었을 때와는 다른 사고방식이 절실한 시대에 ‘노란봉투법’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함으로써 누적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다만, 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며, 성공적인 안착과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산별교섭 및 초기업교섭 활성화, 노동자 연대 강화, 사용자의 열린 자세,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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