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자를 통해 ‘도래하는 사회’를 조망하다: 엄태정 조각전, 시대의 질문을 던지다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이 2025년 원로작가 초대전으로 마련한 엄태정 조각전 《낯선자의 포에지: 도래하는 사회 ‘세계의 낭만화’를 꿈꾼다》는 현대 사회가 마주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 1세대 추상 조각가 엄태정의 50여 년에 걸친 창작 세계를 조망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물질, 존재, 그리고 시대적 조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로 이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조각의 지평을 넓혀온 엄태정 작가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선보여온 다양한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작가는 쇠,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이라는 물질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물질의 언어’를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물질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에서 시작하여 미지의 존재, 즉 ‘낯선자(Stranger)’에 대한 시적인 상상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조형 세계를 깊이 있고 다층적으로 만들어왔다.

엄태정 작가의 예술 여정은 소재의 변화와 함께 그 사유의 깊이를 더해왔다. 초기 철 작업에서 보여준 힘과 긴장감, 구리 시기에서의 섬세한 질감 탐구,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알루미늄을 매개로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구현한 작업들은 모두 근원적인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접근 시도였다. 특히 최근의 알루미늄 연작들은 절제된 물성과 연마된 표면을 통해 ‘비어 있음 속의 충만함’을 성취하며, 관객들이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된 깊은 성찰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물질과 공간, 그리고 존재와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며, 현대인의 내면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엄태정 작가의 예술적 궤적을 따라가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1969년 작 <기-69-1>부터 <청동-기-시대> 연작, (2004),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2022)과 같은 알루미늄 대작, 그리고 2025년 신작 <은신처-은빛 베일 출현 Ⅰ~Ⅲ>, <낯선자, 코스모스-북두칠성>까지, 총 16점의 조각과 10점의 드로잉 및 회화가 전시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시대를 아우르며, 작가의 사유가 시대적 조건과 개인적인 수행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낯선자, 코스모스-북두칠성>(2024-2025)은 우주 공간 속 소용돌이치는 별들의 궤도를 형상화하며, 무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찰나적인 순간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제시한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은 광활한 우주 신비 속에 등장하는 ‘낯선자’와 조우하게 된다. 이러한 낯선자와의 만남은 삶의 고난과 미지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예술적 위로이자,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향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본 전시의 부제인 ‘도래하는 사회’는 이러한 낯선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 사회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며, ‘세계의 낭만화’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예술을 통해 삶과 세계를 재해석하고, 다가올 사회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그려볼 수 있는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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