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경제

  • 한국 경제,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확장적 재정’의 칼을 뽑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출생·고령화, 디지털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중국 경기 둔화,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외부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제 활력이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2025년 1분기 –0.2%의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잠재성장률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30년 이후에는 1% 초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자산 양극화, 내수 부진 심화는 2024년 폐업자 수를 역대 최초로 100만 명을 돌파하게 만들었고, 2026년 유럽발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 도입은 수출 중심의 제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추락하는 성장 동력을 살리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했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2022~2024년)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왔다. 작동하지 않는 낙수효과에 기댄 감세 정책은 대규모 세수 결손을 초래했으며, 저성장 국면에도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며 경제 안정과 성장, 재정 건전성 개선이라는 모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감세와 긴축 재정은 정부 부문의 경제 성장 기여도를 축소시키고, 조세 및 공적 이전소득을 통한 재분배 효과마저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국가들이 겪었던 ‘자멸적 긴축재정’의 전철을 밟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엄중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여 정부는 2026년 예산을 ‘혁신과 포용’을 기치로 내건 확장적 재정 기조로 편성했다. 2026년 예산안은 한국 경제의 성장 제약 요인과 외부 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본예산 기준 총지출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반면, 총수입 증가율은 3.5%에 그쳐 GDP 대비 4.0%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며, 국가채무는 GDP 대비 51.6%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향후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2029년까지 국가채무를 GDP 대비 50% 후반으로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예산은 특히 초혁신 경제 구축에 72조 원, 포용적 사회 조성을 위해 175조 원, 국민 안전과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분야에 30조 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 전환에 따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은 세계적 수준의 가계부채를 키운 소극적 재정 운용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GDP 대비 89.6%로 선진국 평균(67.0%)을 크게 상회하는 반면, 일반정부 총부채(D2) 비율은 GDP 대비 52.5%로 선진국 평균보다 오히려 20.3%p 낮다. 국채 이자율 역시 명목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적정 부채 비율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연합(EU)의 권고 기준(재정적자 GDP 대비 3%, 정부 부채 GDP 대비 60%) 역시 현실에서는 많은 회원국들이 초과 달성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가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긴축보다는 성장률 제고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 기업과 가계가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와 소비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호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경제 정책에서 타이밍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필요한 정책이 적기에 시행되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2026년 예산안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외부 충격에 대응하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과 포용’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2차 추경 기준 총지출 증가율이 명목성장률 전망치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보다 과감한 재정 투입이 요구된다. 더불어 정부 부채 증가와 함께 적자성 채무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조세 부담률을 고려할 때 재정 지출 구조 조정과 함께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세제 개혁 방안 마련 또한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과제이다.

  • 소비 심리 최고치 경신, ‘민생 회복’ 약속, 지속될까?

    한국 경제는 7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11.4를 기록한 소비심리지수와 상승세로 전환한 경기지표 등 명확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생 회복이 일시적인 소비 반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시스템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민생경제 회복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어떤 정부든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결국 국민 삶의 개선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최종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취임 당시 한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 상태에 있었다. 2023년 코로나 위기 공식 종료 후에도 2023년 1.4%, 2024년 2.0%라는 낮은 성장률이 이어졌으며, 2024년 1분기에는 –0.2%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었다. 결국 지난 5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공식화했다.

    새 정부는 집권 이후 민생 회복 약속을 증명하기 위해 내수 진작과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섰다. 취임 당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논의를 시작했으며, 한 달 만인 7월 5일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고 신속하게 집행을 추진했다. 7월 말 집행률은 53.1%에 달했다. 추경의 핵심 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에서 5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 그리고 소상공인의 장기 연체 문제 완화였다. 이는 내수 부진으로 고통받는 계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이었다.

    긴급 추경 편성 작업과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민생 회복에 부합하는 노동, 복지, 부동산 정책을 제시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노조법 제2·3조 개정을 통해 간접 고용 및 플랫폼 고용 노동자도 노동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와 임금 체불 근절 대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야간 긴급돌봄서비스 개시, 5세 무상교육·보육 단계적 확대,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전달체계 확충, 그리고 고용보험 미적용 사업자에 대한 출산급여 지원 확대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 더불어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국민취업제도 지원 대상도 넓혔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대출 규제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시장 안정화를 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택지 공급 방식을 변경하여 공공성을 높였다. 과거 LH 공사가 공공택지를 조성 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성된 주택용 택지를 직접 개발 및 시행하여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개발 이익이 민간에 과도하게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한국 경제는 소비심리지수 최고치 경신과 경기지표의 상승세 전환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민생 회복이 일시적인 소비 증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플랫폼 공정화, 상가 임대차 제도 개선, 가맹점 공정화 조치 추진과 함께 노동권 개선을 위한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계속되어야 한다. 또한,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부족한 복지 수준의 지속적인 개선과 공공성을 강화한 택지 분양에서 기대되는 고수익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민생 회복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날마다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부동산 편중 자산 구조, 노후 불안 심화… 금융자산 비중 확대 시급

    국내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노후 대비 자산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25%에 불과하여 일본, 미국의 60~70% 금융자산 보유 비율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통계상 가구당 순자산이 일본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산 구조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장기적인 노후 생활에 위험 신호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주요국 가구당 순자산 통계를 살펴보면, 구매력평가환율 기준 한국은 62만 달러(약 8억 4800만 원)로 일본의 52만 2000달러(약 7억 1400만 원)보다 앞선다. 시장환율 기준에서도 한국은 44만 3000달러(약 6억 6000만 원)로 일본의 42만 1000달러(약 5억 7600만 원)를 상회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경우, 자산의 80~9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편중 현상은 과거 일본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극심한 부동산 버블을 겪은 후 인구 감소, 고령화,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장기 하락하는 현상을 경험했다. 당시 일본 3대 도시 택지 지가지수는 최고점을 찍고 상당 부분 하락했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내 집 마련’에서 ‘빌려 사는 것’으로 점차 변화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 도시화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의 내 집 마련 수요 또한 곧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저출산, 고령화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진단하며 노후 대비 자산관리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그는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재산이 한 곳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 퇴직 무렵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을 반반 정도로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자산 구조 조정은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 부동산 쏠림 현상, ‘빈집·슬럼화’ 뇌관으로 노후 빈곤 부를까

    전체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쏠린 우리나라의 현행 가계 자산 구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30~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다. 이는 단순한 자산 구조의 불균형을 넘어, 미래의 빈집 증가와 주택 슬럼화로 인한 노후 빈곤이라는 뇌관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나타나는 빈집과 아파트 슬럼화 현상은 우리나라가 직면할 미래를 경고하는 징후로 여겨진다. 2018년 일본 아사히신문 취재팀이 ‘부동산시대(負動産時代)’라는 의 책을 통해 경고했듯, 일본에서는 단순히 팔리지 않는 부동산을 넘어 오히려 소유주가 관리비와 세금 부담을 이유로 돈을 얹어줘야 하는 ‘마이너스 부동산’이 늘고 있다. 특히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2018년 848만 채였던 빈집은 2023년 900만 채로 증가했으며, 2038년에는 전체 주택의 31.5%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노무라종합연구소)도 나온다. 농촌 지역뿐 아니라 도쿄 수도권까지 빈집이 확산되고 있으며, 1970~80년대 신도시였던 타마신도시가 이제는 노인들만 남거나 빈집이 즐비한 타운으로 변모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러한 빈집 증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더불어, 매년 80만 채 이상 신축 주택이 공급되는 현실과 맞물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주택 건설업자의 신규 주택 건설 관행과 여전히 ‘내 집 마련’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주택 구매자들의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독주택보다도 재건축이 지연되어 슬럼화가 진행되는 노후 아파트 단지이다. 일본에서는 구분소유주택의 재건축을 위해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재건축의 경제성 부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 문제 등으로 인해 동의율을 확보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재건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치가 좋고 저층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 슬럼화된 아파트는 빈집의 예비군이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니혼대학 시미즈 치히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건축 후 20~25년 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해당 지역의 지가가 약 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후 아파트 문제는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도쿄 근교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 친구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4년 1200만 엔(약 1억 2000만 원)에 매입했던 28평형 아파트가 1991년 부동산 버블 정점에서는 3600만 엔(약 3억 6000만 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300~400만 엔(3000~4000만 원)에도 팔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0년 이상 된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가능성을 묻자, ‘가능성 제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고령자 소유주들이 재건축을 귀찮아하고 재건축 기금 적립이 되어 있지 않은 데다, 20%만 반대해도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파트들이 향후 어떻게 처리될지에 대한 질문에 ‘살다 떠나면 그만’이라는 답변은 일본 아파트 재건축 문제의 암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023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전년 대비 8만 가구 증가한 153만 4919채로 전체 주택 수의 7.9%에 달한다. 228개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인 122곳에서 빈집 비율이 10%를 넘는다. 도심에서도 신도시 개발로 인한 원도심의 인구 감소와 고령 1인 가구 사망 후 상속 문제로 빈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아파트 집중 현상은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 전체 주택에서 철근·콘크리트 대규모 아파트의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아파트가 64.6%인 1263만 2000채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이 10층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이며, 이러한 비율은 향후에도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인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10년, 20년 후 이 거대한 아파트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일본의 선례를 참고하여 시급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개인 차원의 자산 구조조정 또한 중요해진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빈집과 슬럼화 문제로 인한 주택 가격 하락 시 심각한 노후 빈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제2 IMF’ 위기,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소비 절벽 막을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제2 IMF’에 비견되는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경제 심리와 주식 시장, 성장률 등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는 곧 ‘가계 소비 지출의 급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꺼내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빈사 상태의 소비를 되살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거시 경제 지표가 일부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다. 소비 심리 지수가 34개월간 지속된 부정적 흐름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전환했고,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지속된 GDP 성장률 부진에서 올해 2분기에 마침내 벗어났다. 특히 2분기 성장률 0.6% 중 가계 소비가 0.2% 포인트를 견인하며, 이전 1년 동안 마이너스 0.2% 포인트를 기록했던 가계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플러스 0.3% 포인트로 급반등했다. 이는 민주주의 회복과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넘어,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이 ‘자발적인 경제 생태계 붕괴’라는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원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GDP의 0.7%에 불과한 14.2조 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20년 가계 소비 지출은 GDP의 3.9%에 해당하는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던 2022년까지 소비 지출 감소액은 GDP의 3.2%로 줄었으나, 2023년에는 4.0%, 2024년에는 5.1%, 올해 1분기에는 5.5%까지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소비 절벽의 결과로 지난 3년간 가계 대출, 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하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또한,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충격 이전에 미국보다 앞섰던 한국의 성장률은 충격 이후 미국에 뒤처지게 되었다. 정부 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증가했으며, 가계 부채 역시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 99.2%까지 급증했다. 재정 부담을 내세워 고통을 가계에 떠넘긴 결과, 내수 침체, 성장 둔화, 가계 및 정부 재정 악화라는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으며,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산소호흡기’와 같은 단기적인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1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은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교하면 1/3 수준에 불과하며, 연간 가계 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민생 회복을 위한 충분 조건으로는 정기적인 민생 지원금 지급, 나아가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 지급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음료,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처럼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세수 감소와 복지 지출 증가 압박, 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이 던지는 해법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은 지속적인 세수 감소와 급증하는 복지 지출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국민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경제의 포용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재정적 압박을 회복하고, 동시에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세수입은 2022년 400조 원에서 2024년 336조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하며 64조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감소를 기록했다. 여기에 조세감면액은 2019년 49조 6000억 원에서 2024년 71조 40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한 복지 지출은 2065년 GDP 대비 15.5%에서 26.9%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7.6%(2024년)로 OECD 평균 25.0%보다 7%포인트나 낮은 상황이며, 이는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는 ‘응능부담’의 원칙을 강조하며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 우선, 법인세율을 2022년 수준으로 환원하며(9%→10%, 19%→20%, 21%→22%, 24%→25%) 부담 능력이 있는 주체가 좀 더 세 부담을 지도록 했다. 이는 국제적인 법인세 부담 수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정 범주 내에 있으며, 특히 독일(29.9%)이나 일본(29.7%)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는데,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예고에 따라 거래세를 낮췄던 것을 원상 복귀시키는 조치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0%에서 0.05%로,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조정된다.

    세율 정상화와 더불어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자녀 가구 지원이 눈에 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자녀 수에 따라 확대하여,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자녀 1인당 50만 원씩 최대 100만 원까지, 7000만 원 초과자도 자녀 1인당 25만 원씩 최대 50만 원까지 추가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보육수당 비과세 또한 월 20만 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확대되어 젊은 부부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비 부담 완화 역시 이번 개편안의 주요 중 하나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대학생 교육비 공제에서는 소득요건이 폐지되었다. 이는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비 지원도 강화되어, 월세 세액공제는 부부가 각각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고, 3자녀 이상 가구는 월세 공제 대상 주택 규모가 85㎡에서 100㎡로 늘어났다. 연금소득자의 경우 종신연금 원천징수세율이 4%에서 3%로 인하되고, 임목 벌채·양도소득 비과세 한도도 연 6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되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AI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하고, 웹툰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를 대·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로 신설했으며,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기본공제율도 상향(대·중견기업 5%→10%)했다.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 세액공제 역시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확대 적용하여 K-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세제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는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구간에서 15%에서 40%로 대폭 확대되었으며, 지방이전 기업 세제지원 기간도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려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세부담의 공정성 강화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도입하여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 원~3억 원 20%, 3억 원 초과 35%의 세율을 적용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춰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전체 세수 효과는 8조 1672억 원으로 예상되며, 서민·중산층에게는 1024억 원의 세부담 경감 효과가 있는 반면, 대기업에게는 4조 1676억 원, 고소득자에게는 684억 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세부담이 소득 수준에 비례하는 응능부담 원칙이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총 32개 단체·기관의 약 1360건에 달하는 개정 건의를 수렴하고 28건의 조세특례심층평가를 거쳐 마련된 이번 2025년 세제개편안은,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과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면, 세제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도구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가계소득 억압의 늪: 불공정 조세 체계 개편으로 풀어야 할 경제 구조적 난제

    현재 우리 경제는 0.8%에서 0.9% 수준의 낮은 성장률 전망치라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금융위기 시점과 맞먹는 수치로, 소비 쿠폰 지급과 같은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러한 경제 침체의 뿌리에는 90년대 초부터 누적되어 온 가계 소득의 구조적 취약성과 그로 인한 내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고용 및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충격의 비용이 가계,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전가되었고, 이는 가계 소비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내수 취약성은 수출 의존도를 심화시켰고, 세계 경제 환경 악화 시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전 5년간 가계 당 실질 처분가능소득과 소비지출이 각각 4.8%와 7.1%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달리, 외환위기 이후 27년간은 각각 0.7%와 0.8%로 급감했다. 지난 30여 년간 억압된 가계 소득과 소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계부채가 급증했으며, 이는 결국 소비와 성장 둔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생계 위기에 직면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가계부채를 통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졌고, 이는 지방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설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가계 소비의 구조적 취약성은 근본적으로 가계 소득의 억압에서 비롯되었기에, 가계 소득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현재 일부 소비 쿠폰 지급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산소호흡기 역할에 불과하며 국가 재정 부담으로 반복 지급도 어렵다. 따라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인 가계 소득을 지원하고, 그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의 도입이 시급하다. 정기적 가계 소득이란 ‘사회 임금’ 또는 ‘사회 소득’으로,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만들어낸 생산 결과물 중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배분되는 몫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임금’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국제 사회지출 규모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사회지출 규모(GDP 대비 15.326%)는 OECD 평균(21.22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민 1인당 약 300만 원, 4인 가족 기준 연 1200만 원의 사회 소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극심하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은 282만 원에 불과하며, 하위 41%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기적 사회 소득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기적 사회 소득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OECD 내에서 낮은 편이 아니지만, GDP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은 낮다. 이는 수많은 공제 혜택으로 인해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불공정한 조세 체계 때문임을 시사한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 중 410조 원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어 101조 원의 세금이 감면되었다. 특히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는 반면, 하위 30%는 421만 원에 불과했다.

    만약 현행 공제 방식을 폐지하고 확보한 세금을 인적 공제 기준으로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면, 4인 가구 기준 연 860만 원, 월 72만 원의 지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국민 대다수에게 순혜택을 제공하며,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어 재분배 효과가 크다. 불공정한 조세 체계를 개혁하여 정기적 사회 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 및 소비 지출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소득 강화는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AI 대전환 시대에 발맞춘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2026년 예산안, 구조적 전환 위한 ‘방향 전환형 확장’으로 재정 건전성과 성장 동력 확보 모색

    2026년 정부 예산안은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려는 ‘방향 전환형 확장’을 목표로 한다. 총지출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한 이번 예산안은 경기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구조적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과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 축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총수입 증가율이 3.5%에 그치는 반면 총지출이 54조 7000억 원 늘어난 점은 정부가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고성과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저성과·중복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확장재정 기조는 국가채무가 1415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까지 상승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단순히 재정이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 산업구조 전환, 기후위기 대응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필수 투자에 따른 점진적인 흐름으로 해석된다. 민간의 자생적 회복만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 당장은 투자 중심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점차 총지출 증가폭을 줄여 2029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을 50% 후반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미래 복지 비용과 경제 전환에 필요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다. 현재의 국가채무 증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미래 안정과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운용 속도를 조절하며, 국가채무 관리와 경제 활력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다. AI 3강 도약을 위해 고성능 GPU 1만 5000장을 추가 확보하고, ‘AX 스프린트 300’ 프로그램을 통해 300개의 생활밀착형 제품에 AI를 신속히 이식하는 등 AI 예산을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또한,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 원으로 19.3% 늘려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첨단제조업)’ 분야 핵심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유망 기업의 스케일업을 뒷받침한다.

    ‘모두의 성장’을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펼쳐진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8세로 높이고,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납입액을 매칭 지원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으로 24만 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고, 지역거점 국립대 육성을 위해 예산을 4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지방 의료 및 교통 인프라 보강, 재난대응, 첨단국방, 한반도 평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RE100 산단과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고, 전기차 전환지원금 및 녹색금융을 통해 민간의 전환 비용을 낮추는 한편, 문화·관광·콘텐츠 분야 투자와 지역사랑상품권 등 민생 보강 장치도 병행된다.

    확장재정의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연례성 행사·홍보성 경비 등 경상비를 줄이고, 중복·저성과 사업 1300여 개를 정비하며, 의무지출 제도의 틈새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약 27조 원을 절감하여 핵심 과제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줄일 것은 줄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체질 개선 없이는 확장재정이 건전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선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당분간 GDP 대비 4%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와 환율 변동성은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세원 포착과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세제 정비, 사회보험 재정구조 개선, 성과 중심 예산평가 제도화 등의 노력이 없다면 ‘확장 후 정상화’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AI 전환과 R&D 확대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수출·투자가 회복되어 세입이 견조해진다면 채무비율 상승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사업 우선순위와 배분의 정밀성, 지역·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보다 엄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2026년 예산안은 경기 대응을 위한 일시적 조치가 아닌, 성장의 엔진을 교체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 전환형 확장’이다. 핵심은 속도와 질의 균형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누수를 막고, 미래 투자에서 확실한 성과를 창출하며, 중장기적으로 총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세 단계를 일관되게 실행할 때, 확장재정은 재정 불안을 키우는 비용이 아닌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빚을 내서라도’가 아니라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바꾸자는 제안, 2026년 예산안은 그 현실적 타협점 위에 서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석사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하며 공공경제·재정학, 노동경제학, 복지정책평가, 조세정책,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 등을 연구해왔다. 빅데이터연구소장으로서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했다.

  •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속 AI 기술 도입, ‘성공 사례’ 구축 절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728조 원 중 AI 3강 진입을 위해 10조 1000억 원이 편성되었으며, 특히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1조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술이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동력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기조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의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2030년까지 500개 이상의 AI 팩토리 구축이라는 양적 목표에 앞서, 다양한 규모와 제조업 종류에 따른 실질적인 참조 모델과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검증된 성공 모델을 통해 기술 확산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산업 인터넷 플랫폼 ‘프레딕스’를 거창하게 선보였으나, 대상 고객의 실제 기대와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현장 적용에 실패했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새롭게 주목받는 피지컬 AI 분야 역시 기회와 위험 요소를 동시에 안고 있다. 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는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인과 관계 및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및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 복잡하고 새로운 특성을 요구한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와 같은 플랫폼이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자체 플랫폼 구축 역량을 갖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선진 기술을 도입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과거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디지털 트윈 과제들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얻어진 교훈을 바탕으로 향후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산업단지라는 강력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단의 특징에 맞는 AI 기반 고도화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특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적인 솔루션 도입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과 AI 전문기업 간의 긴밀한 협업을 도모하고,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AX 모범 사례와 기술 솔루션, 데이터를 개방하는 ‘산업 AI 허브’를 구축하여, 업종별 AI 전환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존 성공적인 정책 프로그램의 승계도 필요하지만, 산업 AX는 아직 어느 나라도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며, 각국의 제조 현장, 문화, 업무 방식에 따라 적용 가능한 단일 모델이나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팔란티어와 같이 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문제를 정의하고, 효과 분석 및 데이터 확보 방안을 협의하는 방식은 산업 AX 성공의 핵심 요소이다. 국내 산업 현장과 AI 전문가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원활한 협업과 소통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 과제 성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산업 AX는 대한민국의 경쟁력 기반을 재정립하는 국가적 과제이므로, 반드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피드백, 평가, 그리고 민첩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기민성을 살려 나간다면, AI 기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 등이 있다.

  • AI 시대, ‘인재 부족’이 한국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문제

    청년 일자리 감소와 고령층 일자리 증가라는 극명한 대비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일자리 불균형 문제를 드러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은 2020년부터 40만 명대를 지속하며 노무현 정권 초기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 환경, 부당한 업무 지시,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한 노동력이 이탈한 결과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특별한 일자리가 아닌, 최저시급 이상의 급여, 기본적인 근무 환경, 상식적인 근로 조건과 같은 ‘상식적’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자리조차 한국 사회는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불균형은 신산업 창출의 실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1991년 전체 일자리의 27%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5%로 감소하며 탈공업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해외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소득 불평등 심화와 자영업자 고령화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25~34세 핵심 노동력 취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전 대비 70만 명 이상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339만 명이나 증가하는 기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AI 기반 산업 체계로의 대전환 시점에서 ‘인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역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역시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획일주의, 줄 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며,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협업을 통해 전에 없던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 육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처럼 플랫폼 사업 모델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도,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이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이라는 플랫폼 사업 모델 문화와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 대상 생활비 지원을 통해 ‘AI 전사’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인재 부족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AI 전사’ 육성은 획일적인 현행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양립할 수 없다. 또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기적 사회소득 제도화가 시급하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AI 인프라와 모델에서 앞서가는 중국조차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것처럼, AI 대전환의 성공은 인재 육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조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