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회복 이후 한국 경제가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격한 경제 심리 회복과 주식 시장 활황, 그리고 성장률 반등 조짐은 긍정적인 신호로 분석된다. 특히,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침체된 소비를 되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지난 두 달간의 위기관리 능력은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는 소비 심리 지수의 빠른 회복과 부정적 경제 심리의 긍정적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분기에 드디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회복세에는 가계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작용했으며, 이는 주식 시장의 빠른 반응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심리 개선이 실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소비쿠폰 지급만으로는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이나 연간 가계 소비 부족분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마치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효과에 그칠 수 있으며, 따라서 각 부처 단위의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 물가 안정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 물가는 16.3% 상승했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상승하여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면밀히 조사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 쿠폰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산소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급한 불을 끈 후에는,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 즉 임금 지급의 제도화를 통해 민생 회복을 위한 충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전례 없는 대응’을 선택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은 1.9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법’에 서명하며 2021년 미국 GDP의 8%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은 소비 지출의 완전한 회복을 이끌었고,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 기록인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높은 성장률은 정부 채무의 안정적 관리에도 기여했다. 추경 집행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GDP 증가로 정부 채무는 하락세를 보였으며, 가계 구제 지원 덕분에 가계 부채 또한 감소하는 효과를 보았다. 이처럼 소비 부양, 경제 성장, 정부 및 가계 부채 관리라는 네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이는 2020년 한국의 상황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 한국은 GDP의 0.7%에 불과한 14.2조 원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투입했지만, 그해 가계 소비 지출은 GDP의 3.9%에 달하는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지출 감소 폭은 확대되었고, 지난 3년간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액은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가계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미국에 비해 뒤처진 성장률과 정부 및 가계 부채 급증이라는 ‘전례 없는’ 4중고로 이어졌으며, 올해 성장률 1%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 되었다. 지난 3년간 ‘경제 전염병’ 확산과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보다 더 심각한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을 초래했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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