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민들의 젖줄 역할을 했던 조치원 정수장이 이제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낡은 공공시설을 훼손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역사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최·주관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는 ‘공존: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특히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세종시 조치원에 위치한 옛 조치원 정수장이다. 2013년까지 약 78년간 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던 이곳은, 문을 닫은 후에도 그 자리 그대로 새 단장을 거쳐 현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조치원 정수장은 단순히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며 현대적인 요소를 더했다. 과거 물을 저장하던 저수조 시설과 거친 질감의 벽면은 그대로 남겨져 고즈넉한 멋을 자아내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넓은 공간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거나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한쪽에는 창작 및 전시 공간인 문화정원, 다른 한쪽에는 여가를 위한 카페테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카페테리아에서는 단순히 음료뿐만 아니라 조치원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활용한 디저트를 판매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특산물 홍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젊은 세대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감성적인 분위기 덕분에 학교 학생들이 공강 시간을 활용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을 넘어, 다수의 편의와 안전,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대중교통 시설, 공원, 가로등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바로 공공디자인이다. 조치원 정수장은 이러한 공공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과거 식수 공급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공공시설이 이제는 ‘쉼터’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춰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며,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조치원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숨겨진 다양한 공공디자인 거점들을 소개한다. 문화, 건축, 서비스, 정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 안전과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움직임들을 조명한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누리집에서는 전국 지도에서 이러한 공공디자인 거점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휴일, 우리 지역 근처의 공공디자인 거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간이 생각지 못한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려지거나 잊혀 가는 공공시설이 창의적인 재해석을 통해 모두를 위한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경험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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