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를 기점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난제로 떠올랐다. 청년 고용률의 16개월 연속 하락세와 학업, 취업 준비, 육아, 가사 등 명확한 이유 없이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 ‘쉬었음’ 청년의 40만 명대 지속은 이러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나약함으로 치부될 수 없으며, 열악한 근무 환경, 강압적인 사적 심부름,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해 노동 시장을 떠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노동력’이 희망하는 ‘상식적인’ 일자리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에 있다.
이러한 ‘상식적 일자리’의 부족은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올해 8월에는 15%까지 감소한 현상은 ‘압축적 산업화’를 통해 성장해온 한국 경제의 탈공업화가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한국의 제조업은 미국이 구축한 산업 생태계 내에서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있어, 제품 설계나 디자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 완결성 결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지며,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증가와 청년 일자리의 감소라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1991년 8.3배에 달했던 청년 일자리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올해 0.8배까지 떨어졌으며, 지난해부터는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5~34세 핵심 노동력의 취업자 규모 역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8월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취업자는 339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병에 걸렸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AI 3대 강국’과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것은, 지난 30년간의 산업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AI 기반 산업 체계의 대전환에 있어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포함한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실패한 산업 정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및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AI 전사’는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환경의 산물인 ‘모노칼라 인간형’을 양산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는 양립 불가능하다. 영국이 근대 산업 문명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이 사회 지배 세력의 교체와 사회 혁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와 AI 모델에서 2대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20%에 가까운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의 사례 역시, 새로운 인재 육성 없는 AI 대전환의 어려움을 시사한다.
AI 전사들에 의한 새로운 시도들이 활성화되려면 우리 사회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한다. 또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AI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쉬었음’ 청년만이 아닌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사회 소득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소득의 제도화야말로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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