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국제

  • ‘마지막 퍼즐’ 시리아 수교, 한국 외교사의 새로운 장을 열다

    대한민국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하게 외교 관계를 맺지 못했던 시리아와의 수교를 성사시키며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번 수교는 2025년 4월 10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극비리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하면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그간 한국 외교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진 순간으로 평가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는 조 장관의 언급은 이번 수교의 절박함과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외교 관계 수립은 시리아의 급격한 정치적 지형 변화 속에서 가능해졌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온 이슬람주의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2024년 11월 말, 열흘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54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부자 세습 독재 정권의 막을 내렸다.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알아사드는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으며, 이는 한국이 지난해 2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또 다른 외교적 쾌거를 이루는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에게 주요 해외 공작 거점을 잃게 하는 동시에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현지 북한대사관은 서둘러 철수한 것으로 확인된다.

    시리아 세습 독재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 특유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하면서 몰락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했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독재 체제의 속성이 이번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더불어 중동 정세의 급변 역시 시리아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던 세력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시리아의 오랜 후원국인 이란은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던 러시아 역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 정권의 몰락은 북한에게도 실존적인 불안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시대부터 혈맹 관계를 이어왔고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는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미국 간의 밀월 기류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5년 1월 HTS 수장 아흐메드 알샤라가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취임한 시리아는 내전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안고 있다.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중동 국가들에게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 시장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중동 국가들은 사회주의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하며 시리아의 재건 과정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 한미 정상회담, ‘신뢰 구축’으로 경제 통상 불확실성 해소 및 미래 협력의 지평 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평가 절하 움직임 속에서, 이번 회담이 해결하고자 했던 근본적인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 그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전망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일부에서는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백악관 당국자’의 답변은 한국의 민주적 선거 과정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언급하며 다소 엉뚱하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또한, 미 행정부는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수정을 요구하고, 한국의 안보 취약성을 빌미로 한미 동맹의 역할 변경, 국방비 및 방위비 폭증, 주한미군 규모 축소까지 시사하며 한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급기야는 한미 정상회담 실패를 암시하는 듯한 루머까지 퍼지면서 회담 결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익 수호라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와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난관을 극복하고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개인적, 공식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의전 홀대, 동맹 현대화 구체성 결여, 공식 발표문 부재 등의 논란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 도착 시 미 국무부 의전장 대신 부의전장의 영접은 미국 측의 사전 양해를 구한 관행적인 조치이며, ‘공식 실무방문’의 성격과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를 고려할 때 의전보다는 회담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대통령 숙소를 국빈 방문 시 이용하는 ‘블레어하우스’ 대신 인근 호텔로 정한 것은 해당 시설의 정기 보수공사 때문으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문 시에도 동일한 이유로 외부 호텔에 투숙한 사례가 있음을 감안하면 ‘역대급 홀대’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성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신뢰하며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인 상호 협력을 격의 없이 논의할 상대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스마트한 한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여러 차례 평가했으며,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더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친필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양 정상 간의 깊은 신뢰 관계 구축을 상징한다. 또한,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 통상 문제에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며,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 간 논의를 통해 일부 진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관세 협상은 7·30 합의를 지키면서도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문서화해야 하며, 15%로 하향된 자동차 관세의 조속한 시행과 더불어 반도체, 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에서 한국의 최혜국 대우 보장, 그리고 조선, 원자력, 방산, 첨단 기술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방중 및 북·중·러 협력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중 및 한·러 관계 정상화, 전략적 동반자 관계 회복, 양 강대국의 한반도 평화 지지 유도, 남북 관계 정상화 추진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전보다 배가 넘는 노력을 기울여 균형 잡힌 실용 외교를 펼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회복과 번영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국제 외교 무대 복귀…’실용외교’ 기반 다지며 위상 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1일 만에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반년 간 실추되었던 한국 외교의 위상을 회복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소외되었던 한국은 이번 G7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 회복력’을 갖춘 모범국으로서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우선적으로 유사 가치국인 G7과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며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외교’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성공적으로 다졌다는 평가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이 직면했던 외교적 난관을 극복하고 국제 무대에서 다시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칭송받았던 한국은 이전 정부에서 국격이 실추되고 외교적으로 소외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의 위상을 단숨에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서방 선진 7개국 정상은 물론, 초청받은 여러 국가의 정상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에너지 및 정보통신기술(IT) 관련 정상 회의에 참석하여 에너지 안보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분야에서의 한국의 국제 협력과 기여를 다짐했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이 국제 질서 운영 거버넌스를 함께 주도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G7 확대 시 입회할 수 있는 최우선 국가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굳건함을 다지고자 했던 노력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위기 상황으로 인한 급거 귀국으로 인해 후일을 기약하게 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총 9건의 정상회담을 수행하며 우호 협력 강화와 무역 등 현안 논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냈으며, 성공적인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는 교역 투자 및 에너지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는 방산 및 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호혜적인 협력 진흥과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며 진솔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 정상들과의 만남은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정권 교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제기되었던 한·일 관계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의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우호 관계 지속과 경제 협력 증진,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하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셔틀 외교 복원 및 한·미·일 공조 유지·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성숙한 한·일 관계의 기반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는 경제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 강화를,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는 북핵 문제 해결 협력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 지도부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브뤼셀에서의 한-EU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개최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는 G7과의 파트너십 강화, 안보, 방산, 에너지 안보 등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로 합의하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서방 선진국들과의 관계 구축으로 실용 외교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또 다른 외교 과제들이 놓여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및 동맹 관계 재정립,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 등 복잡한 대외 관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완전히 단절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자강력 증진과 한·미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실효적인 확장 억지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남북 간 소모적인 대립을 완화하고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정세 안정화와 평화 회복, 북·미 대화 재개 지원, 남북 간 호혜적 교류·협력 실현,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남·북·미 3자 간 선순환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평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안고 있는 중대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심화되는 글로벌 안보 위협, ‘생활의 연속성’ 확보가 한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분쟁, 네팔 시위 등 전 세계적으로 안보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 사회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안보 위험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AI 기술의 고도화는 전쟁과 혼란의 양상을 더욱 정교하고 일상 깊숙이 침투시키고 있어, 안보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현실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2025 세계신안보포럼은 변화하는 신안보 위협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응 방안과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1년부터 대한민국 외교부가 주최해 온 세계신안보포럼은 글로벌 협력과 정책 방향 모색을 통해 변화하는 신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한국은 의제 설정과 파트너십 구축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매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주제를 다루며, 2021년 신안보 위협의 다양성과 대응 방향 탐색, 2022년 다차원 사이버 위협과 국제 협력, 2023년 사이버 공간과 신기술 위협에 대한 협력 방안 논의에 이어, 작년에는 AI 및 첨단기술 기반 안보 도전과 혁신 대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해 포럼은 ‘하이브리드 위협의 진화와 국제 안보’를 주제로 심층적인 토론을 펼치며, 한국이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 구축 및 규범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제5회 2025 세계신안보포럼에는 정부, 국제기구, 학계, 민간 전문가 20여 명과 온·오프라인 참석자 약 1,000명이 모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이광형 KAIST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카림 하가그 소장 등 다국적 주요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포럼은 국제 안보의 현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올해 포럼은 ‘생활의 연속성’을 핵심 의제로 삼아, 전력, 의료, 교육, 통신 등 필수 서비스가 중단 없이 유지되어 국민 일상의 안전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인지전, 신기술 위협, 핵심 인프라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허위·오정보가 선거, 재난,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고 딥페이크 음성이 금융 사기와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을 조명했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패널들은 커뮤니티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다층 협력 체계 구축, 위기 상황 표준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마련을 통한 사회적 회복력 증진을 강조했다. 더불어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국제 규범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두 번째 세션은 생성형 AI, 드론, 이중용도 기술 등이 전시와 평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사이버 및 물리 공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그레이존’ 위협 현상에 주목했다. SIPRI 시빌레 바우어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책임 있는 AI 운영을 위한 모델 감사 및 내부 점검, 고위험 사용처 제한, 국제법과 수출 통제 연계 방안 등이 공유되었다. 또한 산업계, 학계, 정부 간 협력 모듈의 표준화를 통해 산업 보안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가 핵심 인프라가 물리적·사이버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작은 장애가 연쇄적인 마비로 확산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며 핵심 인프라의 회복력과 다차원적 취약성 해소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제임스 설리번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평상시 취약점 점검, 훈련, 정보 공유의 일상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사고 발생 시에는 격리, 대체 경로 가동, 복구 시간 단축을 통해 국민 일상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현장에서 명확히 했다.

    세계신안보포럼의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한국은 국내외 신안보 정책과 국제 규범 간 상호 피드백 체계를 강화하며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신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의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준 중요한 장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신안보 위협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민생과 직결된다. 허위 정보는 여론과 경제의 안정성을 흔들고, 사이버 공격은 의료, 교통, 배송과 같은 필수 서비스의 연속성을 위협한다. 핵심 인프라의 교란은 물가와 국민 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지전 대응 체계의 표준화, 책임 있는 AI 운용 제도화, 핵심 인프라 복구 시간 기준 중심의 민관 협력 훈련 정례화는 시급한 정책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국민 일상을 위한 신안보 대응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캄보디아 취업 사기·감금 피해 급증, 외교부 ‘여행경보 4단계’ 발령 및 TF 출범

    최근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는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위치한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인근에서 높이 3m가 넘는 담벼락이 발견된 사진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대응하여 외교부는 16일 00시부터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최고 단계인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하고, 여타 지역에 대해서도 기존에 발령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기존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되었던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다. 또한, 시하누크빌주는 3단계인 출국권고 조치가 발령된다. 이와 더불어, 현재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여타 지역은 현 효력이 지속 유지되며, 1단계인 여행유의 발령 지역은 2단계인 여행자제 경보로 상향 조정된다. 이러한 여행경보 단계 조정은 캄보디아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의 심각성을 반영하며,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급증 문제에 대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외교부는 지난 14일 ‘캄보디아 취업사기·감금 피해 대응 TF’를 공식 발족했다. 이번 TF는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를 팀장으로 하여 영사안전국, 아세안국, 개발협력국 등 외교부 내 관련 실·국이 참여하여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한다. 박일 팀장은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주캄보디아대사관 신임대사 부임 전까지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대응을 위한 공관 업무를 총괄하고, 캄보디아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 및 협력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박 팀장은 과거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주레바논대사로 재임하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군사충돌로 중동 정세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군 수송기 투입을 통한 레바논 체류 우리 국민과 가족 97명의 안전한 귀국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바 있는 만큼, 이번 캄보디아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향후 외교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발생하는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외교부의 다각적인 노력과 강화된 여행경보 발령이 캄보디아에서의 국민 안전 확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앞둔 ‘외국인 혐오’ 현상, 정부의 엄정 대응 선언

    다가오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 앞에, 최근 일부에서 감지되는 ‘외국인 혐오’ 현상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10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APEC 계기 외국인 치안·안전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안전하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보여주기 위한 선제적 준비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민생경제 활성화라는 또 다른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논의도 포함되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해외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내 상인들의 생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혐오 시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대상 혐오 시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는 타인의 권리와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숙하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상생활 및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나 모욕적인 표현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부처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며 대한민국 국격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전한 체류 환경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외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계부처와 협조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한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불편신고센터(1330) 등을 통한 안내와 정보 제공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APEC 행사 기간 동안 행사장 주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여 행사 안전 확보와 경호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을 폄훼하고 혐오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경찰청과 협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공동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17년 만의 정상 간 합의, 혼란 속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 밑그림 제시

    최근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 합의문은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선언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계승하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는, 양국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과 일본의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이라는 복합적인 배경이 놓여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기까지의 과정은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직전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절묘한 타이밍 선택이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선제적으로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실제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근간임을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 2.0’ 시대에 한일 간 대화와 협력이 전략적으로 필수적임을 방증한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반일·친중 성향을 지녔다는 일부 도쿄와 워싱턴 일각의 의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대일 실용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본 언론 역시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으며,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징용 합의 등에 대한 과거 국가 간 약속 이행 의사를 표명한 것은 한일 관계의 신뢰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에 개최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60년간의 한일 관계를 성찰하고 글로벌 질서 변화에 걸맞은 대일 관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번 방일은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합의 은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 젊은 세대 교류 촉진을 위한 워킹홀리데이 확대, 사회·경제 정책 분야 협력 틀 수립, 북한·안보 문제 공조,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일본의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참의원 선거 참패 후 실각 위기에 직면했으나 역사 문제에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시바 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역사 인식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청사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개선된 한일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이번 회담은 크게 기여했다. 잦은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구도 속에서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이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상 간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자리매김을 했다. ‘앞마당을 함께 쓰고 있는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실제화하며, 17년 만의 정상 간 합의를 통해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이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이는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 ‘코리아 패싱’ 우려 해소와 협력 증진… 이재명 정부, 82일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신뢰’와 ‘성과’ 두 마리 토끼 잡다

    이재명 정부 출범 82일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성과 어려움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익 중심’ 외교 기조 속에서 한미 정상 간 굳건한 신뢰 구축과 구체적인 협력 성과 달성을 통해, 향후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배경이 존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예정되었던 양국 정상 간 첫 만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무산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공개되는 시점과 맞물려 8월 중 정상회담 개최 보도가 나오면서, 두 정상의 첫 대면을 통한 관계 설정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 간 개인적인 신뢰와 유대감 형성을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트럼프 맞춤형 패키지’를 공들여 준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명하며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한 금속 거북선, 황금 퍼터, 마가(MAGA) 모자 등 세심한 선물은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러브콜’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협력을 제안한 것은 이번 맞춤형 전략의 백미였다. 이러한 치밀한 준비와 이재명 대통령의 노련함이 결합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며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할 것을 명시했다. 이는 향후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코리아 패싱’ 우려를 해소하고 ‘남북미 협상 2.0’을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비핵화 가능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신뢰 구축과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양국 간 협력 증대라는 또 다른 주요 목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정부는 ▲경제·통상 안정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회담 결과 경제·통상 안정화와 동맹 현대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지난달 말 합의된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회복해가고 있는 경제·통상 분야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투자, 구매,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아직 세부적인 협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후속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미 동맹의 현대화 측면에서도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동맹 발전 방향과 한국의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를 위한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 확대를 천명한 것은 미래형 전략 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협력 분야의 확장은 조선 및 원자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HD현대와 서버렛스캐피탈 간 선박 MRO 역량 강화,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을 위한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이 논의되었으며,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협력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광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었다.

    이와 함께 양국 대통령 비서실장 간 핫라인 구축은 향후 경제, 안보, 관세 등 제반 분야에 걸친 양국 간 협의를 관리하고 촉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현안을 신속하게 다룰 수 있는 소통 채널 확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결론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공세적인 대외 정책이라는 도전 속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한미 관세 협상과 한미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에 우리 국익이 충실히 반영되는지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치밀한 준비와 노련한 대응을 바탕으로 보다 대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 격화되는 국제 안보 위협, ‘생활의 연속성’ 확보 위한 한국의 신안보 전략 주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분쟁, 네팔 시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안보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며,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안보 위험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AI 기술의 고도화는 전쟁과 혼란의 양상을 더욱 정교하고 일상 깊숙이 침투시키고 있어, 안보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2년 전 온라인 해외 봉사 중 경험했던 갑작스러운 경보와 방공호 대피 상황은 안보가 일상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부는 2021년부터 ‘세계신안보포럼(World Emerging Security Forum, WESF)’을 개최하며 변화하는 신안보 위협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정책 방향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포럼의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의제 설정과 파트너십 구축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포럼은 매년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주제를 선정해왔는데, 2021년에는 신안보 위협의 다양성과 대응 방향을 탐색했으며, 2022년에는 다차원 사이버 위협과 국제 협력을 논의했다. 2023년에는 사이버 공간과 신기술 위협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며, 지난해에는 AI 및 첨단기술 기반 안보 도전과 혁신 대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해 포럼은 ‘하이브리드 위협의 진화와 국제 안보’를 주제로 심층 토론을 펼쳤다. 이처럼 세계신안보포럼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 구축 및 규범 형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공고히 하는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9월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신안보포럼에는 정부, 국제기구, 학계, 민간 전문가 20여 명과 온·오프라인 참석자 약 1,000명이 모여 국제 안보의 현 흐름을 공유하고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이광형 KAIST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카림 하가그 소장을 비롯한 다국적 주요 인사들이 축사를 전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생활의 연속성’이었다. 이는 전력, 의료, 교육, 통신 등 필수 서비스가 중단 없이 유지되어 국민 일상의 안전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포럼에서는 인지전, 신기술 위협, 핵심 인프라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의 좌장 하에 허위·오정보가 선거, 재난,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고 딥페이크 음성이 금융 사기와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이 소개되었다. 패널들은 커뮤니티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다층 협력체계 구축, 위기 상황 표준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마련을 통한 사회적 회복력 도모를 강조했으며, 인도주의 원칙을 손상하지 않는 국제규범 마련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두 번째 세션은 SIPRI의 시빌레 바우어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생성형 AI, 드론, 이중용도 기술 등이 전시와 평시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사이버와 물리 공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그레이존’ 위협 현상을 논의했다. 책임 있는 AI 운영을 위한 모델 감사와 내부 점검, 고위험 사용처 제한, 국제법과 수출 통제 연계 방안이 공유되었으며, 산업계, 학계, 정부 간 협력 모듈의 표준화를 통한 산업 보안 투자 확대 제안도 나왔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제임스 설리번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국가 핵심 인프라가 물리적·사이버 위협에 노출되어 작은 장애가 연쇄적 마비로 확산될 위험성을 지적했다. 평상시 취약점 점검과 훈련, 정보 공유의 일상화가 중요하며, 사고 발생 시에는 격리, 대체 경로 가동, 복구 시간 단축을 통해 국민 일상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했다.

    이처럼 세계신안보포럼은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신안보 리더십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이었다. 국제사회의 신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생활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실천적이고 다차원적인 대응 방안 모색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허위 정보, 사이버 공격, 핵심 인프라 교란 등이 민생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인지전 대응 체계의 표준화, 책임 있는 AI 운용 제도화, 핵심 인프라 복구 시간 중심의 민관 협력 훈련 정례화는 시급한 정책 과제다. 정부와 민간,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국민 일상을 위한 신안보 대응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세계 무대서 뒤처지는 미국 여권, ‘개방성’ 잃고 ‘보호주의’ 택한 결과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가 창설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여권이 세계 최강 여권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때 2014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미국 여권의 위상이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로 추락한 것은, 개방성과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이동성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현재 미국 여권 소지자는 180개 목적지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지만, 미국이 자국 입국을 비자 없이 허용하는 국가는 단 46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적인 배경을 설명해 준다.

    미국 여권 순위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일련의 ‘입국 허용 변화’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브라질이 미국 시민의 비자 면제를 철회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이 무비자 입국 대상국 확대 명단에서 미국을 제외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파푸아뉴기니와 미얀마가 자국의 입국 정책을 조정하고, 소말리아가 전자비자(eVisa) 시스템을 도입하며 베트남이 미국을 무비자 입국 확대 대상에서 제외한 일련의 사건들이 미국의 점수를 더욱 떨어뜨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싱가포르(193개국), 한국(190개국), 일본(189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여권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티안 H. 케일린 회장은 이러한 미국 여권의 하락세를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으로 분석하며,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의 역학 관계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개방성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들이 앞서 나가고 있지만, 과거의 특권에 안주하는 국가들은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여권이 ‘톱 10’에서 밀려난 것이 단순히 외교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대외 정책 기조 변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애니 포르자이머 시니어 어소시에이트는 이를 ‘정치적 요인’에 뿌리를 둔 결과라고 분석하며,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이미 미국의 정책이 내향적으로 변해왔고 이러한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이 여권 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지난 10년간 헨리 여권지수에서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인 중국은 2015년 94위에서 2025년 현재 64위로 올라섰으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목적지가 37곳 증가했다. 헨리 오픈니스 지수에서도 중국은 눈에 띄게 상승하여 현재 65위에 올라 있으며, 76개국에 입국을 허용하고 있어 미국보다 30개국이 더 많다. 러시아를 포함한 일련의 무비자 입국 허용 조치는 중국이 추진하는 ‘개방 확대 전략’을 명확히 보여주며, 걸프 지역, 남미, 유럽 국가들과의 신규 협정을 통해 세계 이동성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랜트손턴 차이나의 팀 클랫 박사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개방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전 세계 경제 및 여행 질서를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여권의 위상 하락은 국제 사회에서 ‘제2 시민권’ 확보에 대한 수요 급증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개방적인 외교 정책과 국제 협력을 통해 얻어지는 여행 자유도가 국가의 소프트파워와 경제적 영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