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활성화를 내세운 정책들이 겉돌며 원도심 공동화와 혁신도시의 텅 빈 모습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젊은 부부들이 배우자의 일자리 문제로 정착을 포기하고,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도심에 아파트만 늘어나면서 원도심은 유령도시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마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이러한 실패의 배경에는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생태계의 번성을 위해서는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그리고 ‘개방성과 연결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종 다양성이 깨지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며,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 멈추면 생태계는 무너진다. 또한, 폐쇄적인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인해 취약해지며, 외부와의 교류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생태계 원리는 지방 도시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방 도시를 살리겠다는 명목하에 조성된 혁신도시는 맞벌이 부부에게 배우자의 일자리 부재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혁신도시는 ‘독수공방’의 쓸쓸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기존 원도심은 유령도시처럼 쇠락하고 있다. 창원과 부산처럼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연계 부족은 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멀게 하며 청년들의 수도권 이주를 가속화시킨다. ‘통근 전철’과 같은 필수적인 교통망 구축이 타당성 검토에서 난항을 겪는 것은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 결정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생태계의 중요성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그리고 패키징 및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 등에서 TSMC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 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이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변모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결론적으로, 세상일의 대부분은 각기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가며, 이를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가짜’에 불과하다. 만약 빌 클린턴에게 과거의 미국 경제 상황처럼 현재의 지방 소멸과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해 묻는다면, 그는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답했을 것이다. 지방 정책과 산업 발전 전략 수립에 있어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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