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만 불편하다’, ‘특별한 날에만 입어야 한다’는 인식은 한복이 일상에서 멀어진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과거 명절에나 입었던 한복은 이제 결혼식이나 웨딩촬영에서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한복을 소장하는 사람조차 드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한복에 대한 거리감과 외면을 극복하기 위해 퓨전한복 브랜드 ‘바주요’의 박준용 대표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한복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군복’을 콘셉트로 삼아,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한복을 선보였다.
박 대표는 기존 한복의 단아함, 부드러움, 화려함과는 정반대되는 군복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전사의 숨결, 오래된 대지’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카무플라주 무늬를 사용한 치마와 검은 가죽 장식으로 군인의 강인함을 표현했으며, 탄조끼와 군모를 남바위, 노리개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25 한복디자인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공모전 주제인 ‘한국의 숨결, 오래된 아름다움’에 맞춰, 전투에서 몸을 숨기는 데 사용되는 자연의 색상을 차용한 군복의 특성이 우리나라의 풍광과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었다.
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한복을 즐겨 입었으나, 친구들의 놀림으로 인해 한복을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생 시절 모델 배정남이 한복 바지와 가죽재킷을 매치한 모습을 보고 한복의 일상화 가능성을 발견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한복 왜곡 사건을 계기로 직접 한복을 알리기로 결심하고 3년 전 ‘바주요’를 창업했다. 그는 런웨이가 아닌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전문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복 장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제작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한복 깃을 없애고 블레이저 재킷의 칼라를 도입한 ‘한복 재킷’이 탄생했다. 이 재킷은 양복과 유사한 무채색의 원단을 사용하되, 안감에 전통 문양을 새기고 옷고름을 술 장식처럼 다는 등 한복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또한, 배래선 등 한복의 특징적인 선을 살리면서도 착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분할선 위치를 조절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박 대표는 한복이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으로 인식되는 이유를 화려한 스타일과 복잡한 착용 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한복 티셔츠’와 같은 시도를 통해 한복을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그는 한옥 카페나 리조트처럼 전통문화가 일상과 결합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K-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한복이 주목받는 현상이 일회성 소비에 그치지 않고 ‘생활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복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그는, 장인들의 탁월한 솜씨와 섬세한 자수 등을 브랜딩하여 국제사회에서 한복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10월 한복문화주간에는 ‘한복 흑백전’을 기획하여 명장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장인의 숨결이 살아 있는 한복이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또 다른 K-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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