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사회

  • 출산율 위기, ‘숫자’ 아닌 ‘사람’ 중심의 양육 환경 조성이 미래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로 인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다방면에 걸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출생아 수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의 문제를 넘어,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전환기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양적인 접근을 넘어,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적 전환의 필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 지방 중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이미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전라북도 고창군, 경상북도 의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20년 내 행정 기능과 교육, 의료 서비스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북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지역 소멸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며 현실적인 양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 서울과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 도시 인천의 양육 정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책의 효과성은 예산의 규모가 아닌 실제 시민들의 ‘체감도’와 ‘접근성’에 좌우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서울은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방면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 아이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접근하기 쉬운 정책들을 통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인천시의 사례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 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강화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인천시만의 차별화된 혜택으로 부모들의 양육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분산된 정책 형태로 인해 육아의 고립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결할 대안 부족은 과밀 지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있어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은 공통적으로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과 같은 소규모 예산 정책들은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효과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제공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 아니라 양육의 지속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 확보이다. 정부나 지자체 정권 교체에도 출산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이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 문화 변화를 유도하고, 정책 사용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다. 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의 모습은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갖춰진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를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을 행정이 함께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곳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보장받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혜택을 받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길이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중대한 위기이지만,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재설계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기반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김기탁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며,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의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로서, 아빠 육아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바깥아빠’에서 ‘함께육아’ 선도 주자로, 15년 아빠육아 문화 혁신 이끈 ‘100인의 아빠단’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가 당연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기까지,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아빠 육아 문화 선도에 앞장서 온 국가 인증 아빠 육아 커뮤니티 ‘100인의 아빠단’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100인의 아빠단’은 단순히 아빠들의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아빠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육아 문화에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100인의 아빠단’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많은 아빠들이 ‘어떻게 놀아주고 교육해야 아이들에게 더 좋은 효과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바깥아빠’, ‘바깥남편’으로 불리며 육아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아버지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가정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100인의 아빠단’이 있다.

    ‘100인의 아빠단’의 여정은 2011년,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와 ‘함께육아’ 분위기 확산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시작되었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100명의 초보 아빠들이 모여 발대식을 가진 1기 활동은 ‘마더 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 캠페인을 통해 육아 비법을 배우고, 가정의 일상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아빠 육아 참여를 제시했다. 당시에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으나,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15년이 지난 오늘날 아빠 육아 문화의 변화를 필수로 이끌어냈다.

    이후 ‘100인의 아빠단’은 2019년부터 전국 단위의 사업으로 대전환을 맞이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각 지역별로 100명의 아빠를 직접 모집하는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총 1700명 규모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확장을 넘어, 지자체별 아빠단이 생겨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육아 활동이 가능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실제 육아를 전담하는 우수 아빠들이 멘토로 합류하면서 육아 고민을 하는 아버지들의 공감을 더욱 깊게 이끌어내고 활동의 실효성을 높였다. 2024년부터는 5명의 육아 전문가 멘토가 합류하며 프로그램의 전문성 또한 한층 강화되었다.

    특히 2025년 5월, 15기 ‘100인의 아빠단’ 전국 발대식을 개최하며 아빠 육아 문화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과거 초등학교 입학 시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아빠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활동 연령이 초등 2학년(만 8세)까지 확장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는 현상으로, 2019년 17개 지자체 확대 당시 1574명이 선발되었던 것에서 5년 뒤인 2024년에는 2023명이 선발되는 등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지역 신청자가 140명에 달했으며, 서울지회는 100명 모집에 257명이 신청하여 2.5: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아빠 육아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열기가 뜨겁다.

    이러한 아빠 육아 참여의 긍정적인 효과는 2023년 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0~5세 아동의 발달 수준을 분석한 결과,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들의 인지, 언어, 사회성 발달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더 이상 아빠의 육아 참여가 선택이 아닌,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했다고 밝히며, 현 시대 아버지 육아 참여는 대한민국에서 당당한 아빠들의 가족을 위한 노력이며 권리임을 강조했다. 비록 15기 선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아빠들일지라도, 4월 30일부터 시작된 첫 놀이 과제에 참여하며 전국 아빠들과 함께 육아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100인의 아빠단’은 앞으로도 전문가와 선배 아빠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모든 아빠들이 당당하게 육아에 참여하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배달앱 불공정 약관, ‘과다 수수료’와 ‘일방적 통제’로 입점업체 부담 가중

    배달앱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는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여 입점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노출 거리 제한, 부당한 면책 조항 등 총 10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적용하여 입점업체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불이익을 초래해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며, 입점업체들의 권익 보호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의 기준을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입점업체가 쿠폰 발행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경우, 실제 할인된 금액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개수수료는 거래 중개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므로 실제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해야 하며, 결제수수료 역시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거래의 실질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입점업체가 할인액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약관은 가격 인하와 할인 행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도 수수료 부과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여,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부당함이 존재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또한, 배달앱에서 가게의 노출 거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입점업체에게 중요한 영업 기회를 박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통지 절차를 보장하지 않아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해왔다.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노출 거리 조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러한 조치가 발생할 경우 입점업체가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지 절차는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쿠팡이츠의 경우 노출 거리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제한 사유 발생 여부나 필요성이 결정될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 외에도 배달앱 사업자가 대금 정산을 보류하거나 유예하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관은 이러한 조항을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지급 보류 조치 시 이의 제기 절차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아 입점업체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었다. 이처럼 배달앱 사업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입점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약관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안을 제출하고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 주요 으로는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기준 조항을 60일 이내 삭제 또는 수정하고, 노출 거리 제한 시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한 사유를 구체화하며 통지 절차를 강화하는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대금 정산 유예 사유를 구체화하고 이의 제기 절차를 강화하며,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시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주요 배달앱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와 체결하는 약관이 개선되어 불공정 계약 관행이 해소되고, 입점업체가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입게 될 피해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적극 점검하고 시정해 나갈 방침이다.

  • 디지털 행정의 그늘: 노년층, 정보 격차 속에서 길을 잃다

    최근 행정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특히 고령층 민원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현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에 서툴러 씨름하거나, 정부24와 같은 온라인 민원 시스템에서 ‘세대주 확인’과 같은 기본적인 절차조차 난관에 부딪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발전된 기술이 오히려 정보 접근성을 저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기 활용 능력을 넘어, 전반적인 행정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김윤서 주무관은 이러한 현장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그는 업무 시작 전,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의 어려움 사이에서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민원인이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같은 서류 발급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안내받았지만, 기기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어르신의 모습은 이러한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신분증 발급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절차의 복잡성은 어르신들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노년층이 겪는 불편함은 단순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로 치부할 수 없다. 이들은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마치 ‘기약 없는 마라톤’을 하는 주자처럼, 젊은 세대가 빠르게 달려가는 디지털 트랙 위에서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첫걸음을 떼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 행정기관의 민원 창구는 이들에게 낯설고 어색한 공간으로 다가오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길이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처리자를 넘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돕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사람의 온기를 잃지 않고, 기술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의 김윤서 주무관은 어르신들께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늦는 게 아니”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며, 행정 서비스 이용이 복잡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궁극적으로는 어르신들 스스로가 “나는 이런 걸 못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상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 고령층 및 고위험군, 겨울철 감염병 위협 앞두고 예방접종 시급

    점점 추워지는 날씨 속에 고령층과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라는 두 가지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마다 변이가 바뀌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로부터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더불어 면역저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15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예방접종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솔루션으로 마련되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며, 이는 연령대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75세 이상은 15일부터, 70~74세는 20일부터, 65~69세는 22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면역저하자와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의 경우, 연령과 무관하게 15일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접종은 3가 백신을 이용한 인플루엔자와 LP.8.1 백신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이루어진다.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편리하게 접종받을 수 있으며, 위탁의료기관 정보는 관할 보건소나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nip.kd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접종 시에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한 후 귀가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해마다 유행 변이가 달라져 올겨울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고위험군은 해마다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한 번의 방문으로 편리하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 접종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예방접종 사업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이 다가오는 겨울철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AI 시대, ‘쉬었음’ 청년과 고령층 일자리 간극 심화…인재 양성 시스템 근본적 변화 시급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청년 고용률의 16개월 연속 하락과 더불어, 학업, 취업 준비, 육아·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40만 명대를 지속하며 노무현 정권 첫해인 200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최저시급 이하의 급여, 열악한 업무 환경, 사적 심부름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연봉 2823만 원, 통근시간 63분 이내, 주 3.14회 이하의 추가 근무,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 ‘특별한’ 일자리가 아닌, ‘상식적인’ 일자리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이러한 ‘상식적’ 일자리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의 일자리 상황은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급증하는 반면, 청년 일자리는 감소하는 추세로 요약된다. 8월 기준으로 1991~2025년 사이 약 200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일자리는 368만 개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1991년 8.3배에 달했던 청년 일자리/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올해 0.8배까지 감소하며, 지난해부터는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했다. 이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명확히 드러난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은 65세 이상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의 59%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앞질렀다.

    이러한 일자리 문제는 결국 일거리를 창출하는 산업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 부족은 새로운 신산업이 충분히 육성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경우,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올해 15%로 감소하며 탈공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 제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있고, 제품 설계나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서비스는 선진국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대신,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급여생활자 평균 소득의 3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고령화로 이어져 자영업자의 고령화를 초고속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15년 25%에서 지난해 37%로 급증했다. 반면, 신산업 육성 실패는 청년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었다. 25~34세 핵심 노동력의 취업자 규모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8월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30~34세 일자리 역시 1991년 8월 310만 명에서 2025년 8월 294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취업자는 339만 명이나 증가하며, 고령층은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주도 일자리에 의존하는 반면, 청년 일거리는 사라지는 한국 산업 생태계의 병폐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기술 혁명, 즉 인터넷 및 IT 혁명, 플랫폼 사업모델, 모바일 혁명, 데이터 혁명, 그리고 AI 혁명에 한국도 IT 강국, 신성장 동력 육성 등으로 대응해왔으나,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는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러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AI 대전환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의 산업정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이 미국이 만든 산업생태계의 일부를 담당하는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3대 강국은 자기완결적인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디지털 생태계의 출발점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며,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는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여 전에 없던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이 미국처럼 플랫폼 사업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도, 위계와 경쟁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이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모델 문화와는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모델을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해 진화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이 ‘데이터 혁명’ 및 ‘AI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한 이유이며, 삼성전자마저도 제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2류 기업으로 전락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AI 기반 산업체계 대전환에서 인재는 핵심이다. AI 모델을 활용해 뒤처진 플랫폼 사업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은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포함한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실패한 산업정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존 시스템 및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AI 전사’는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모노칼라 인재를 배출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 양립 불가능하다. 영국이 근대 산업문명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사회 지배세력의 교체, 의회민주주의 확립, 근대 은행 시스템 도입 등 사회 혁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재 육성 없는 AI 대전환은 성공하기 어렵다. AI 인프라와 모델에서 2대 강국인 중국에서도 20%에 가까운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활성화되려면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 소득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 초고령사회, ‘기술’ 아닌 ‘생활 인프라’로서의 에이지테크 필요성 대두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자의 주거 환경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의 설계로 인해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택과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제공되면서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은 중소득 및 허약 고령자들이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단순히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고령자가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이지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낙상 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AI 돌봄 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일부 통신 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등에서는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 모델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 역시 에이지테크를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 복지 강화가 고령자의 자립성 및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 및 의료비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가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와 확산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실제 주거와 생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의 확대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와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 기관, 복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성과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 체계 구축 또한 시급하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 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자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개별적인 추진 한계를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 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하며,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024년 5월 26일,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에서 강조된 것처럼,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어르신의 실제 생활 공간인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 건축공간연구원 고영호 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 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 인문학 위기 속, 80억원 기부로 건국대학교 K-CUBE 개소… ‘위기의 인문학’ 해결책 될까

    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인문학 부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건국대학교 인문학관 강의동 1층 로비에서는 문과대학 K-CUBE 개소와 더불어 ‘영산 김정옥 이사장 인문학-공연시설 조성기금 약정식’이 개최되었다. 이는 영산 김정옥 이사장이 약정한 80억 원의 발전기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침체된 인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기금 약정은 단순히 시설 확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K-CUBE는 이러한 취지 아래 인문학 연구와 더불어 공연 예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퇴색하고 전공자들의 진로가 불확실해지는 현실 속에서, 이번 투자는 인문학의 가치를 재확립하고 미래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정옥 이사장의 80억 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기부금은 K-CUBE가 단순한 연구 공간을 넘어, 실제적인 교육 및 문화 콘텐츠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건국대학교는 인문학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침체된 학문적 분위기를 쇄신하며, 나아가 한국 사회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K-CUBE의 출범이 앞으로 한국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명절 응급 상황, 119 구급 시스템의 빈틈없는 관리로 국민 생명 지켰다

    추석 연휴 기간, 전국적으로 응급 환자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119 구급 시스템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명절은 평소보다 의료기관 이용이 어렵고 응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이기에, 이러한 비상근무 체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소방청은 추석 연휴 동안 전국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하며 빈틈없는 구급상황 관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휴 동안 위급 상황 발생 시 국민들이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 20개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간호사와 1급 응급구조사 등 총 204명의 전문 상담 인력이 보강되었다. 이는 전체 인력의 60.4%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담 전화 응대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수보대(상담 전화를 받는 자리) 역시 하루 평균 29대(34.5%) 증설되어, 급증하는 상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단순히 전화 상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병상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병원을 신속하게 선정하는 중추적인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구급 현장과 의료기관 간의 효율적인 연계가 가능해졌다. 또한, 질병 상담 및 응급처치 지도를 통해 의료기관 이송이 시급하지 않은 비응급 환자들에게는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응급 대처 방법을 안내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 쇼핑을 줄이고 경증 환자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119 상담 건수는 총 5만 6151건으로, 일평균 8022건에 달했다. 이는 평시(4616건) 대비 73.8% 증가한 수치로, 명절 기간 동안 국민들이 겪는 건강 관련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많은 상담이 이루어진 날은 추석 당일인 6일이었으며, 상담 항목별로는 병의원 안내가 59.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질병 상담 16.5%, 응급처치 지도 13.2%, 약국 안내 4.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의료기관의 당직 현황과 병상 정보를 구급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중증 응급 환자 발생 시 이송 병원 선정 및 연계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했다. 이러한 실시간 정보 공유는 20개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현장 구급대 간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었고, 이는 생명이 위급한 중증 응급 환자의 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들로 이어졌다.

    실제로 추석 연휴 동안 이러한 협력 체계는 빛을 발했다. 경북 지역에서는 진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배뇨 장애 및 의식 저하를 겪는 20개월 남자아이와 장중첩증이 의심되는 7세 남자아이 환자가 서울·경기 지역의 진료 가능한 병원을 신속하게 선정, 소방헬기를 이용해 긴급 이송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충북과 전북에서는 조산 위험이 높은 임신부 이송과 구급차 내에서의 출산을 성공적으로 지원하여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을 지켰다. 전남 흑산도에서는 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가 해경과의 협력을 통해 육지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되어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소방청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119구급대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을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병원 선정 주체를 명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한, 현장 구급대원의 신속한 병원 이송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은 환자를 우선 수용하여 평가 및 응급처치 후 필요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로 개선함으로써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응급 이송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긴 연휴 기간에도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협력 덕분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국민들이 불안을 줄이고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 이송 체계 고도화와 관련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신분증·카톡 하나로 흔들리는 일상, 우정사업본부의 ‘생활 밀착형’ 디지털 교육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막는다

    최근 신분증 사진이나 개인적인 대화 이 담긴 메시지 하나로도 개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보이스피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이러한 범죄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금융 피해를 넘어 개인의 삶 전반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정사업본부는 거창한 기술이 아닌, 일상 속 정보 공유와 예방 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여름, 한 평범한 날에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강원지방우정청 소속 이재우 주무관의 어머니는 딸이라고 사칭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아무런 의심 없이 신분증 사진을 보내고,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했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휴대폰에는 다수의 의심스러운 앱이 설치되었고, 문제의 대화 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곧바로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으나,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신고 접수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받은 대처 방법 안내문을 토대로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신분증 분실 신고를 시작으로 핸드폰에 설치된 악성 앱을 삭제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하고, ‘웹세이퍼’,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털린 내 정보 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명의 도용 피해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확인 결과, 안타깝게도 어머니 명의로 대포폰 2대가 개통되었고, 10개 이상의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되었으며, 50만 원의 소액결제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만약 어머니가 인터넷뱅킹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커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더 이상 보이스피싱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생활 속 범죄’가 되었다. 특히 고령층은 이러한 범죄에 더욱 노출될 위험이 크기에, 이들의 디지털 금융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부터 부산, 강원, 충청 등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체국 디지털 교육’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보이스피싱 예방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ATM(현금인출기) 사용법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국 농어촌 지역으로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우정사업본부가 제공하는 디지털 교육은 겉보기에는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교육 대상자들에게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분증 하나,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로도 개인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첨단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보 공유와 꾸준한 예방 교육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과 직접 만나며,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동화를 통해 풀어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편지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사연을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우체국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며, 이 속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