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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장 난 벤치와 뜨거운 여름 의자, ‘국민 체감’ 정책 수립을 위한 현장 경험 반영 시급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불편함을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공원 벤치는 등받이가 없어 불편하고 딱딱하며,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워 사용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어르신들은 때로는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낡고 고장 난 의자를 가져와서라도 앉을 자리를 찾고 있다. 이는 지자체에서 멋있고 깔끔하게 조성한 공공 시설물들이 정작 정책 대상자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시설물 대신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의자에 어르신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집, 마을, 도시, 그리고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자의 삶을 현장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국민의 일상적 하루 삶을 직접 확인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존재한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3년마다 65세 이상 어르신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 기능 상태, 돌봄 실태, 거주 주택의 종류 및 편리성 등을 조사한다. ‘주거실태조사’는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매년 전국의 일반 가구와 노인, 장애인 등 특수가구를 대상으로 자가 보유율, 점유 형태, 주거 부담, 주택 및 주거 환경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이 두 조사는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 ‘지금 사시는 곳에서 몇 년 거주하셨습니까?’와 같은 사실 확인에 집중하며, 어르신들의 평균적인 삶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확인식 조사만으로는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삶의 부족과 불편함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와 같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생활 환경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함께 들어야만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가능하다. 실태조사와 같은 사실 확인식 조사와 더불어 경험 체크식 조사가 결합될 때, 우리 마을과 지역에서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에 대한 국민 체감형 지원 정책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은 이러한 경험 체크식 조사 결과를 종합한 좋은 예시를 제공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조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주거 공간 중 불편하고 위험한 장소로 화장실이 지목되었다. 높은 욕조 높이로 인해 들어가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이는 어르신에게 적정한 높이와 충분한 너비의 욕조, 앉고 서기에 편안한 변기, 미끄럼 방지 바닥재와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집 밖 외부 활동 시에는 보행로의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으로 인한 낙상 경험이 확인되었다. 또한, 어르신에게 안전한 보행 신호가 여전히 짧아 서둘러 길을 건너려다 낙상을 경험했다는 도 포함되어 있어,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의 건널목 보행 신호 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향후 우리나라 초고령사회 대응의 기본 계획이 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이 수립되는 시기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다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주요 정책 과제와 사업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국민 체감형 정책 개선은 곧 우리의 일상적 경험이 나아짐을 의미한다. 부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실태와 경험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어, 진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기를 소망한다.

  • 출산율 위기, ‘숫자’ 아닌 ‘사람’ 중심의 양육 환경 조성이 미래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로 인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다방면에 걸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출생아 수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의 문제를 넘어,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전환기를 알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양적인 접근을 넘어,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적 전환의 필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 지방 중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이미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전라북도 고창군, 경상북도 의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20년 내 행정 기능과 교육, 의료 서비스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북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지역 소멸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며 현실적인 양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도 서울과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 도시 인천의 양육 정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책의 효과성은 예산의 규모가 아닌 실제 시민들의 ‘체감도’와 ‘접근성’에 좌우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서울은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방면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 아이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접근하기 쉬운 정책들을 통해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인천시의 사례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 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강화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인천시만의 차별화된 혜택으로 부모들의 양육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으나, 분산된 정책 형태로 인해 육아의 고립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결할 대안 부족은 과밀 지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있어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은 공통적으로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과 같은 소규모 예산 정책들은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효과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제공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 아니라 양육의 지속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 확보이다. 정부나 지자체 정권 교체에도 출산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이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 문화 변화를 유도하고, 정책 사용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다. 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의 모습은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갖춰진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를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을 행정이 함께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곳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보장받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혜택을 받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길이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중대한 위기이지만,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재설계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기반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김기탁 소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며,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의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통해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로서, 아빠 육아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핵심 서비스 복구 속도 올리는 과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정부 주요 정보 시스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3일 6시 기준으로 전체 260개 시스템, 즉 36.7%가 복구되었으나, 1등급 시스템 30개(75%)와 2등급 시스템 35개(51.5%)의 복구 또한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는 국민 생활과 공공 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서비스들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화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규모 화재로 인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온라인 쇼핑 편의는 물론, 사회 서비스 이용까지 제한되는 등 실질적인 불편이 야기되었다. 특히 1등급 시스템인 우편정보 ePOST 쇼핑과 차세대종합쇼핑몰(나라장터 쇼핑몰)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물품 검색·구매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의 복구 지연은 전자바우처 결제, 지방자치단체의 예탁금 납부, 이용자의 본인부담금 납부 등 민감한 금융 거래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13일 윤호중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1차 회의를 개최하고 시스템 장애 복구 현황 및 복구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중대본은 대국민 주요 서비스와 업무 등급을 우선순위로 삼아 최단기간 내에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복구 방식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화재 및 분진 피해가 심각한 7-1 전산실 등의 시스템은 데이터 복구 후 대전 또는 대구센터에 신규 장비를 도입하여 복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화재·분진 영향이 적은 전산실은 중요도에 따라 신속히 복구하되, 7-1 전산실과 관련된 시스템은 백업 또는 옛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시스템별 여건에 맞는 복구 방안을 수립·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700여 명의 복구 인력에 더해 제조사 복구 인원까지 투입하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보시스템 장애로 인한 민원 처리 상황 또한 점검 대상에 올랐다. 화재 다음날인 9월 30일 2700여 건에 달했던 장애 관련 콜센터 상담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 일일 300건 내외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스템 장애에 따른 생활 불편, 대체 시스템 신청 방법, 기한 연장 등 국민들의 불편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각 기관은 대체 시스템과 서비스를 적극 마련하여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호중 장관은 “중요 서비스부터 신속히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연일 밤낮으로 복구에 매달리고 있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복구 작업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향후 유사한 재난 발생 시 정보 인프라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 강화, ‘소창’의 역사를 품은 섬의 사라진 직물 산업과 젓국갈비의 재발견

    강화는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풍성한 식도락을 자랑하는 섬이지만, 이제는 잊혀가는 ‘소창’이라는 직물 산업의 흔적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소창’은 과거 강화 여인들의 억척스러운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탄생한 향토 음식 ‘젓국갈비’는 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강화는 흔히 역사의 섬, 호국의 섬으로 불리지만, 계절마다 풍성한 식도락을 선사하는 땅이기도 하다. 봄에는 숭어회, 여름에는 병어회, 가을에는 대하와 갯벌장어가 제철을 맞고, 강화 특산품인 순무와 고구마도 유명하다. 또한, 한민족의 정신적 상징인 마니산이 위치해 있으며,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천제를 올렸다는 참성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가진 강화이지만,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의 등장은 예상 밖의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놀랍게도 1933년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강화에는 60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성행했으며, 현재까지도 6개의 소창 공장이 옛 방식 그대로 소창을 직조하고 있다. 폐 소창 공장 ‘동광직물’은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건축된 ‘평화직물’ 터는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 강화의 주요 직물이었던 소창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소창은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인도네시아나 파키스탄에서 면화를 수입하여 제작되었다. 당시 강화는 수원과 함께 3대 직물 도시로 불릴 만큼 번성했으며, 4,000명에 달하는 직공들이 근무할 정도로 활발한 경제 활동을 펼쳤다. 12시간 주야간 교대 근무 속에서 먼지를 마시며 일했던 어린 직공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강화직물의 역사는 강화의 또 다른 특산품인 화문석과도 연결된다. 꽃무늬를 놓은 자리인 화문석, 특히 강화 왕골로 짠 화문석은 기품 있고 아름다우며 튼튼하여 고려 시대부터 외국에 수출되거나 사신에게 선물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최고의 화문석을 짜던 강화 사람들의 솜씨가 방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창 실은 수입한 원사를 풀어 타래를 만들고, 표백 과정을 거친 후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먹여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뽀얗고 부드러운 실은 베틀에서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켜 평직물로 짜인다.

    과거 강화 여인들은 직접 직조한 방직물을 둘러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판매했는데, 이는 중간 상인 없이 마진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었다. 때로는 앞치마에 새우젓을 싸서 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짠맛이 강하기보다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강화 새우젓은 서해안 전 지역에서 많이 잡히지만, 강화는 드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물이 합쳐져 흐르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월등한 맛을 자랑한다. 늦가을 김장철이면 강화 새우젓을 사려는 인파로 섬이 들썩일 정도다.

    이처럼 강화 새우젓은 지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 새우젓을 주재료로 하는 향토 음식 ‘젓국갈비’는 강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젓국갈비는 갈비, 호박, 두부, 배추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무엇보다 새우젓이 주는 감칠맛이 음식 전체의 풍미를 좌우한다. 슴슴하면서도 배추의 단맛, 새우젓의 짭짤한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특히 갈비보다 살짝 숨죽은 배추와 다양한 재료들이 둥글둥글한 맛을 내어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부드럽다. 이는 육수에 채소를 데치는 ‘샤부샤부’ 이전부터 강화 사람들이 젓국으로 만들어낸 멋진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강화 창후리는 교동 앞바다와 함께 최고의 새우잡이 터로 꼽히며, 지금도 강화에는 몇 개의 젓국갈비 가게가 성행 중이다. 인공 감미료로 흉내 낼 수 없는 새우젓의 미미한 감칠맛이 뛰어난 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 정말 맛있는 음식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말처럼, 젓국갈비는 애호박의 단맛과 배춧잎의 구수한 맛을 끌어올리는 새우젓의 한 끗 차이로 뛰어난 맛을 완성한다. 오늘 소창의 역사를 알고 나니, 강화 새우젓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쉰밥, 찬밥에 요긴했을 이 새우젓을 생각하면 함민복 시인의 시 구절처럼 눈물이 짠 이유, 인생이 애잔한 이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의 직원들과 문화해설사들의 친절함 덕분에 강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 ‘할로윈데이’ 앞두고 수입 캔디·초콜릿·과자 안전성에 대한 우려 증폭

    다가오는 ‘할로윈데이’를 맞아 수입 캔디류, 초콜릿류, 과자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제품들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고 소비자의 안심을 확보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특별한 조치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오는 31일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통관 단계에서 수입 캔디류, 초콜릿류, 과자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기간 동안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철저한 기획 검사를 통해 수입 식품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집중 검사에서는 품목별로 세밀하고 전문적인 항목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캔디류의 경우,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타르 색소나 보존료의 사용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며, 특히 컵 모양 젤리와 같이 물리적인 압착 강도가 중요한 품목에 대해서도 엄격한 검사가 이루어진다. 초콜릿류는 전반적인 세균 수를 측정하여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과자류에 대해서는 산가(유탕·유처리식품의 산패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세균 수, 이산화황 잔류량, 그리고 곰팡이 독소인 제랄레논과 총 아플라톡신 등 각 품목별로 부적합 가능성이 높거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항목들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가 실시된다. 이와 더불어, 각 제조사별로 최소 1회 이상 정밀 검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만약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확인될 경우, 해당 제품은 즉시 수출국으로 반송되거나 폐기 처분된다. 더욱 엄격한 조치로, 향후 동일한 제품이 다시 수입될 경우에는 5회 이상 정밀 검사를 거쳐야만 유통이 가능하게 된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이와 같이 특정 시기에 소비가 급증하는 수입 식품에 대해 통관 단계에서의 기획 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등, 수입 식품의 안전 관리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사전 예방적 조치들을 통해 ‘할로윈데이’와 같은 명절 기간에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 AI 혁신, 제조업 경쟁력 제고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분석

    대한민국 정부는 내년 예산을 약 728조 원 규모로 편성하며,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대비 3배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을 AI 3강 진입을 위한 예산으로 투입하며, 이 가운데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으로 1조 1000억 원을 할당했다. 이는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산업, 특히 제조업의 경쟁력을 AI 기술을 통해 강화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숫자’에 대한 집착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를 500개 이상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단순한 개수 채우기식 접근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레딕스(Predix) 플랫폼의 실패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GE는 대상 고객의 실제 기대와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 자체에만 집중한 결과 현장 적용에 실패했다. 따라서 500개라는 숫자보다는, 제조업의 규모와 종류에 따른 다양한 참조 모델을 개발하고 성공적인 실제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몇 가지 모범 사례를 집중적으로 구현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지컬 AI 분야의 급격한 부상은 기회인 동시에 위험 요소이다. 피지컬 AI를 위한 데이터는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과 관계 및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및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 새로운 특성을 갖춘 데이터 구성이 필요하다. 이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디지털 트윈 과제들의 결과물이 이러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짚어보고, 만약 부족하다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나 코스모스와 같은 수준의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서, 산업단지(산단)라는 기존의 산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산단이 가진 고유한 특징에 기반한 AI 특화 모델을 고민하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적인 솔루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또한,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AI 전문기업 간의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하여 문제점을 공유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하며,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AX 모범 사례와 기술 솔루션, 데이터를 개방하는 산업 AI 허브와 같은 공간을 구축하여, 누구나 AI 전환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AX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협업과 소통’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팔란티어와 같이 본사 엔지니어가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 필요하다. 산업 AX는 뛰어난 AI 엔지니어가 개발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장 엔지니어 및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제를 통해 성과가 나온다. 두 문화 간의 간극과 소통 문제를 해소하고, 이를 원활하게 돕는 것이 국가 과제 성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제시된 솔루션들을 효과적으로 적용한다면, 산업 AX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민첩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반드시 성공적인 케이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기민성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복잡한 외교·안보 환경,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와 ‘인내심 있는 대북 정책’으로 험난한 파도 헤쳐나갈까

    전환기에 접어든 국제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북·중·러 삼각 협력 강화, 그리고 급변하는 국제 무역 질서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외교·안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궐위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국가적 역량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했고, 한미 및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기조로 삼아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동맹 발전을 위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자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미국이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역사 문제와 같은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실용 외교의 유연성을 발휘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총리의 교체라는 변수 속에서도 달라진 국제 질서에 대한 일본의 인식 변화와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의 기반을 다지고, 한중 관계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트남, 칠레 등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다변화를 통해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선택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남방 삼각(한미일)과 북방 삼각(북중러)의 진영 대립은 한국 외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거 냉전 시대와는 달리 한국의 국력이 크게 발전했기에, 현재의 북방 삼각 관계는 이념보다는 이익이 작용하는 ‘신냉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바탕으로 미·중 대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한중 경제 관계는 당분간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 한러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북한이 현재 북방 정책에 집중하며 남북 관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접경 지역 평화 회복을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하고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무장지대 방벽 건설과 지속적인 대남 비난은 여전히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며, 북한이 북방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방의 수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긴장 시기에 쌓인 불신을 고려할 때, 신뢰 형성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경주 APEC이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진행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단순한 국면 전환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오스트리아가 분단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사례와 네덜란드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사례의 공통점은 ‘국내적 통합’에 있다. 내부 분열은 대외 위기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에서는 내부 분열이 국제화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적인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관이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면한 국면의 복잡성을 국민이 인식하고, 정부 역시 위기의식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현상인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국회 차원의 협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초당적 협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정부의 노력하는 자세는 언제나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 닥쳐올 더욱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지속적인 혁신, 민관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 AI 기반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민한’ 성공 사례 축적과 현장 중심의 해법이 핵심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산업 혁신, 이른바 산업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 약 728조 원 중 AI 3강 진입을 위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을 투입하며, 특히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으로 1조 1000억 원 규모를 별도로 편성했다. 이 예산은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괄한다. 이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정부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이상 구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단순히 숫자 채우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규모와 제조업의 종류에 따른 참조 모델을 명확히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프레딕스(Predix)’라는 플랫폼을 거창하게 내세웠으나, 대상 고객의 기대와 현장의 실제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화려한 기술 자체보다는 현장 적용 가능성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피지컬 AI 분야는 AI 기술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나, 동시에 데이터의 특수성으로 인한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피지컬 AI를 위한 데이터는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진다. 여기에는 인과 관계 및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및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 고유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 구성이 필수적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처럼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학습 플랫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술 수준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기술 도입에 대한 신중한 의사 결정 또한 요구된다.

    셋째, 산업 AX의 성공은 정부 주도의 정책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산업 인프라의 특징에 기반한 AI 특화 모델 개발과 함께,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적 솔루션 검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과 더불어,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과 AI 전문기업 간의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공유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하며,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산업 AX 모범 사례와 기술 솔루션, 데이터를 개방하는 ‘산업 AI 허브’와 같은 공간을 조성하여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산업 AX는 어느 나라도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기에, 각국의 제조 현장과 문화, 업무 방식에 따른 차이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팔란티어가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처럼, 산업 AX 역시 현장 엔지니어와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두 문화 간의 간극을 좁히고 소통을 원활하게 돕는 것이 국가 과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산업 AX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민첩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기민성을 최대한 살려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 등이 있다.

  • 해외에서 먼저 빛난 우리 문화, ‘역수입’ 현상으로 본 한국 정체성의 재발견

    자신이 만든 문화 콘텐츠를 국내에서 먼저 인정하지 못하고 해외의 평가를 통해 뒤늦게 진가를 깨닫는 현상이 한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본국에서 외면받거나 저평가되었던 문화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후 자국 내에서 재조명되는 ‘문화 역수입’ 현상으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되묻고 그 가치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인기의 역전을 넘어, 문화적 자신감 부족과 외부 평가에 의존하는 인정 욕구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화 역수입 현상은 과거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일본의 우키요에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노동자 계층에서 탄생한 춤으로, 초기에는 하층민의 저속한 오락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에서 탱고의 강렬한 감정과 관능적인 리듬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예술로 승화된 탱고는 이후 자국에서 재평가받으며 오늘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남미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마찬가지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일본산 도자기를 포장하는 종이 부자재로 사용되었던 우키요에는 당시 일본 내에서는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인쇄물에 불과했다. 이를 우연히 접한 프랑스 예술가들이 우키요에의 파격적인 구도와 색채에 감명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 근대미술에 영감을 준 우키요에는 이후 일본 내에서도 재평가받기 시작했고, 체계적인 보존과 전시, 학술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일본 고유의 미학적 가치를 세계 예술사에 ‘자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판소리, 막걸리 등이 외국인들에게 호평받으며 한국인들이 뒤늦게 진가를 재평가한 사례가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콘텐츠도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나 K팝이 지구촌 곳곳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기 전까지, 한국인 스스로는 그 잠재력을 온전히 인지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초기 한류에 대해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주목받는 사례로는 동남아와 중남미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들 수 있다. 이 드라마는 한국 고유의 정서, 가족주의, ‘K-신파’라 불리는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감성 중심의 한국형 정서 서사’를 선보였다. 방영 초기 국내 반응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더 큰 감동을 이끌어내며 한국인들이 간직해온 ‘감정의 DNA’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눈물, 헌신, 어머니와 고향, 세대 간의 화해와 같은 보편적인 서사를 K-가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재조명하며 강인한 여성 서사로도 주목받았다. 이러한 ‘정서의 수출’은 한국적 정체성의 확인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아시아권과 중남미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스토리와 플롯의 공명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K-팝과 드라마의 성공 과정은 대체로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후, 국내 언론과 정책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패턴을 보인다. ‘한류’라는 용어 자체도 K-콘텐츠의 인기를 보도한 중화권 언론의 명명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한국 사회가 해외에서의 ‘수용’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국 내에서 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에서 인정받고 인기를 얻었을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한류’를 인식하고 호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자기 확인 방식이며,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화 심리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자국 문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외부의 찬사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경향은 글로벌 시대의 문화 흐름 속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문화 역수입의 밑바탕에는 때때로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이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치를 깨닫는 현상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형성된 자학 사관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해외의 반응을 통해 내부 자산을 외부의 거울로 비추어 재해석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화는 외연의 확장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순환과 회귀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중요하다. 문화 역수입은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이며, 문화의 미래는 그 회귀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는 순환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되돌아온 그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든지 재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문화를 ‘해외 입양’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우리 안에서 제대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MBC 교양PD 출신으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서 K-콘텐츠와 한류 정책을 연구하며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 ‘궐위의 시대’ 한국 외교 안보, 이재명 정부 100일의 도전과 과제

    전환기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은 전에 없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북·중·러 삼각 협력의 강화, 국제 무역 질서의 급변 등 과거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지 않는 ‘궐위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 100일을 맞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실용 외교의 기틀 마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무난히 데뷔하고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고비를 넘었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과 같은 지속적인 요구는 ‘지속 가능한 한미동맹’을 위한 상호 이익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미국이 한국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 환경 개선과 비자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며, 이재명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대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도 실용 외교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며,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해 ‘소지역 협력’이 새로운 외교의 형태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역사 인식 차이와 안보 정세 변수, 일본 총리 교체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달라진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일본 측이 인식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다가오는 경주 APEC은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 기반을 다지고, 한중 관계 발전의 기회를 삼으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계기를 마련할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더불어 베트남, 칠레 등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다변화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정책 역시 ‘천천히, 일관되게’ 나아가야 할 과제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남방 삼각과 북·중·러 북방 삼각의 진영 대립은 한국 외교가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과거와 달리 한국의 국력이 외교, 경제, 군사적으로 크게 발전했으며, 현재 북방 삼각의 관계는 냉전 시대와는 달리 ‘이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한중 관계 회복을 통해 북핵 협상 재개 과정에서 미·중 대화를 중재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관계 회복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이 현재 북방 정책에 집중하고 남북 관계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확성기 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단계적 조치 등 평화 회복을 위한 선제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무장지대 방벽 건설, 대남 비난 지속 등은 여전히 불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며, 북한이 북방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방의 수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긴장이 높았던 시기에 쌓인 불신을 고려할 때 신뢰 형성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경주 APEC이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현재 진행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구조적인 변동을 의미하며, 위기 극복의 핵심은 ‘국내적 통합’에 달려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상 내부 분열은 곧 대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직면한 국면의 복잡성을 국민과 공유하고, 위기의식을 함께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세계적 현상 속에서도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협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하며, 초당적 협력이 어렵더라도 정부의 꾸준한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 100일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앞으로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지속적인 혁신, 민관 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 기반 확대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