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사회

  •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 보험료 인상 불가피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상태는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준비금이 2033년이면 소진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현 세대가 ‘빈 곳간’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위기에 처했다. 이는 현재의 보험료 동결 주장 뒤에 숨겨진 위험한 안일함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의 근본 원인으로는 급증하는 진료비와 고령화 심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및 의료 개혁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라는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평균 1.8%)이나 의료비 지출이 높은 미국(2022년 4.1% 증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이미 2022년 전체 진료비의 42.1%를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진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경감하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그리고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 ‘졸겐스마’의 급여화까지, 모두 건강보험 지출을 필연적으로 늘리는 결정들이다. 또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 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어린이병원 적자 100% 보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상태는 이러한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며,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2033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 발생 시 건강보험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 후에야 보험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폭은 현재보다 훨씬 커져 국민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의료 개혁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 심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 없이는 보험료 인상 없이는 재정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냉혹한 현실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한 현재의 보험료 동결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 저출생·고령화 등 공동 사회 문제 해결, 한일 협력 확대

    대한민국과 일본이 저출생, 고령화, 국토 균형 성장, 농업, 방재, 자살 대책 등 산적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 이는 양국이 직면한 복합적인 사회적 난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는 양국 모두에게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모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국 당국은 공통의 사회 문제 해결을 목표로 지속적인 협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관계 부처가 직접 나서 정책 경험과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가 의견까지 반영하는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의 소극적인 협력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양국 외교 당국 또한 정기적인 양자 협의 기회를 활용하여 이러한 협의체 전반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부처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율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갈등 요소를 사전에 관리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당국 간 협의체는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자 간의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은 공통의 사회 문제에 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직면한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양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 산재 사고 사망자 감소, ‘노사 당사자’ 주체 역할 강화로 새 국면 맞나

    대한민국의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1995년 10만 명당 34.1명에서 2024년 3.9명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독일, 일본, 영국 등 산업안전 선진국의 1명 전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사고 사망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사업장에, 연령별로는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율이 2023년 기준 64.2%에 달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사고 사망자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기업의 위험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원하청 관계 또한 산재 사고의 주요 특징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현실을 종합할 때, 건설업과 제조업의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한국의 산재 예방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명확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자 이직이 잦은 중소사업장에서는 정부 지원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23년 기준 290만여 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은 정부 지원을 받는 비율이 매우 낮으며, 지원 대상 중소기업을 늘릴 경우 사업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정부 지원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정부의 간섭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 년간 안전보건 전문가와 정부 주도로 산재 예방 사업이 진행되면서 노동자와 사업주는 제도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노사 당사자들의 산재 예방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고착화되었다. 기업은 산재 예방 비용을 지출로 인식해 이를 줄이려 했고, 노동자들은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며 안전 수칙 미준수를 일종의 ‘숙련’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2025년 9월 15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기존 산재 원인 진단과 대책 모색 을 집약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사업장 산재 예방 사업에 지자체를 포함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 권리, 피할 권리’ 등 ‘노동안전 3권’을 규정하며, 산재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이 주목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노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이들을 산업안전보건의 주체로 규정한 점이다. 특히 중소사업장의 경우, 원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개별 기업 단위’에서 ‘사업장 단위’로 예방 주체의 개념을 확장했다. 또한,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작업 중지권을 ‘피할 권리’로 정의하고 그 보장을 강화한 것도 중요한 변화이다. 더불어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 장비 및 AI 기술 지원을 통해 기업 자체의 안전 역량 강화를 돕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제도는 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나 현장 작동성과 관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크다. 기존의 산재 예방 제도들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당사자인 노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같이 노사 당사자가 산재 예방의 주체로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노사 공동의 산재 예방 노력이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 및 업종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 ‘정책 받는 사람’에서 ‘정책 만드는 사람’으로: 청년인재DB, 정책 참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청년들이 정책을 단순히 시혜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직접 정책 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주목받고 있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에서 운영하는 ‘청년인재DB’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청년들이 정책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청년 정책은 장학금, 취업 지원, 문화 혜택 등 ‘받는 것’에 국한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청년들이 정책을 자신과 무관한 외부의 결정으로 여기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청년인재DB’는 이러한 수동적인 정책 수혜자로서의 틀을 깨고, 청년들이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인재DB’는 단순한 정보 제공 창구를 넘어, 개인의 이력과 관심사를 등록하면 정책위원회, 자문단, 기자단 등 다양한 정책 활동으로 연결되는 혁신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통해 정책 과정에 대한 참여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기자단 활동 경험, 현장 정책 체험 사례, 그리고 청년 당사자로서 정책에 바라는 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정책 과정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감각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청년인재DB’를 통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촉직 청년위원에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자리들은 단순히 명예직이 아니라,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정책 의제에 대한 논의와 자문을 맡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청년인재DB’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직접 지원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프로필을 등록해두면 관련 담당자가 먼저 연락하여 참여를 제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주고, 정책과 청년을 연결하는 든든한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당장의 위촉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청년인재DB’라는 통로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청년들이 더 이상 정책의 수동적인 수혜자에 머무를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고 관심사를 드러내며 정책에 목소리를 보탬으로써 제도 개선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많은 청년들이 정책을 멀게 느끼고 자신과 상관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업, 주거, 교육, 문화생활 등 청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제도들이 정책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청년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제도를 감시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청년인재DB’는 이러한 청년의 정책 참여 가능성을 열어주는 관문으로서, 앞으로 더 많은 또래 청년들이 이 제도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정책을 ‘받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청년이 늘어날수록, 정책은 더욱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게 발전할 것이다. ‘청년인재DB’를 시작으로 청년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내고, 직접 참여하는 순간 정책은 우리 곁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청년 스스로가 사회 변화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배달앱, 입점업체 부담 가중시키는 ‘불공정 약관’ 칼날 맞다

    배달앱 시장의 주요 사업자들이 입점업체와 체결하는 이용약관에서 불공정 조항들이 대거 적발되며 입점업체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하여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배달앱 사업자들의 약관을 집중 점검한 결과, 쿠팡이츠의 과다 수수료 부과 기준 및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노출 거리 제한 등 10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치는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여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 산정 방식이다.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금액이 아닌 ‘할인 전 판매가’를 기준으로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를 부과하도록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입점업체가 자체적으로 할인 쿠폰 발행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경우, 실제 발생하지 않은 할인액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담하게 만들어 상당한 손해를 야기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공정위는 중개 서비스의 대가는 실제로 중개된 거래 금액을, 결제 수수료는 실제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거래의 실질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입점업체가 할인액을 부담한 경우에는 실제 소비자가 지불한 할인 후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며, 현행 약관 조항은 60일 이내 삭제 또는 수정될 것을 권고받았다.

    더불어, 배달앱 내 가게 노출 거리를 제한하는 조항 역시 입점업체의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배달앱에서의 노출은 더 많은 주문과 매출로 직결되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악천후나 주문 폭주 등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 제한 사유나 통지 절차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입점업체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일방적인 노출 거리 제한 조항이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입점업체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주문 접수 채널 등을 통해 통지하는 으로 약관을 시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대금 정산 보류·유예와 관련된 불명확한 조항, 사업자 면책 조항 등 입점업체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10가지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서도 시정 권고가 내려졌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이러한 지적 사항에 대해 시정안을 제출하고 자진 시정키로 했으며, 관련 약관 개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가게 노출 거리 제한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개선을 마치는 대로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배달앱 시장에서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입점업체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피해나 부담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하여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 초고령사회, ‘인간 중심 돌봄’을 위한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 시급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어르신 돌봄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의 시설 중심적이고 획일화된 돌봄 방식은 어르신들의 사생활, 존엄성, 그리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하며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곧 죽음을 기다리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어르신 돌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니트케어는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노인 거주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1990년대 일본의 성공적인 도입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유니트케어의 핵심은 어르신 10명 내외를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마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개별적인 생활 리듬과 욕구에 맞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병원 같은 시설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노인요양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에 중점을 두어,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사회적 관계 단절, 사생활 침해, 존엄성 상실 등을 경험해야 했다. 또한, 법이 정하는 최소 인력 배치 기준과 수가 산정 방식은 요양돌봄의 최대 효율을 추구하게 만들었고, 이는 다인실 배치, 일정에 따른 식사 및 활동 등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니트케어는 이러한 공급자 중심 환경에서 벗어나, 어르신이 원하는 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평면 구성과 공간 배치 역시 개인실과 공동생활공간을 집처럼 구별하고 연계하여 사생활을 보호하고 공동생활을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개인실에 화장실과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주거의 편의성도 높인다.

    일본의 경우, 유니트케어 도입 이후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줄고 거실과 개인실에서의 여가 및 교류 시간이 증가했으며, 요양보호사의 돌봄 근무 강도는 감소하면서 보다 세심한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 또한, 유니트케어 시설로 전환되면서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되어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니트케어의 장점을 살려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에서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했으며, 2024년 3월에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4월 중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참여기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 약 6000개에 달하는 모든 장기요양기관이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을 임차한 소규모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한 대규모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의 평면 구성을 변경하고 개인실 중심의 편성을 쉽지 않으며, 유니트 구성과 케어를 위한 인력 배치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이 유니트케어의 직접적인 적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라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더 빠르게 경험하고 그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되어야 할 사업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어,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고, 궁극적으로 ‘Aging in Place’, 즉 어르신들이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 산재 사망사고 감소, ‘노사 당사자’ 주체적 참여와 지자체 역할 강화로 돌파구 마련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1995년 10만 명당 34.1명에서 2024년 3.9명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독일, 일본, 영국 등 산업안전 선진국들이 1명 전후의 사망률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사고 사망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기업 규모로는 중소사업장이, 연령대별로는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 사망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기업의 위험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원하청 관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은 건설업과 제조업, 그리고 중소사업장의 산재 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산재 예방 대책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왔으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자 이직이 잦은 중소사업장 현실에서는 정부 지원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이 290만여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원받는 사업장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지원 대상 사업장을 늘리면 사업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정부 지원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수십 년간 전문가와 정부 주도로 산재 예방 사업이 진행되면서 노동자와 사업주가 제도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온 점이 꼽힌다. 이로 인해 노사 당사자들은 산재 예방에 소극적이었고, 기업은 산재 예방 비용을 부담으로 여기거나 노동자들은 위험 작업 시 안전수칙 미준수를 ‘숙련’으로 인식하는 왜곡된 문화가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2025년 9월 15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그동안 논의된 방대한 을 집약하면서도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주요 으로는 중소사업장 산재 예방 사업에 지방자치단체를 포함시키고, 노동자들의 알 권리, 참여 권리, 피할 권리 등 ‘노동안전 3권’을 규정하며, 산재 발생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소사업장 산재 예방에 지자체가 참여한다는 점 외에도, 노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이들을 산업안전보건의 ‘주체’로 명확히 규정하고 예방 노력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기업별로 노사가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원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한 점은 기존의 개별 기업 단위에서 벗어나 사업장 단위로 산재 예방 노력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된 작업중지권을 ‘피할 권리’로 정의하고 보장을 강화한 점, 그리고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장비 및 AI 기술 지원을 통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제도는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작동성과 관리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아무리 좋은 산재 예방 제도라도 당사자인 노사가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노사 당사자가 산재 예방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지역 및 업종 차원으로 산재 예방 노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세밀한 관리 방안 마련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 해결되지 않는 저출생, ‘문제’ 직면한 대한민국: 정부·기업·근로자 공동 해법 모색해야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단순히 출생아 수 감소라는 표면적 현상을 넘어, 경제 생산인구 감소, 급속한 고령화, 일자리 축소, 그리고 지역 기능 소멸이라는 파고를 일으키며 국가 경쟁력 약화와 사회 서비스 저하, 심지어 국방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 중구의 인구가 2025년 2월 기준 3만 7370여 명에 불과하며, 미래 시나리오상 16년 안에 기능 소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은 이러한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2025년 현재까지 부산 지역에서 문을 닫은 학교만 50곳에 육박하며, 올해 전국적으로도 49개 초·중·고교가 학령 인구 감소로 폐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서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처럼 산적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정부의 역할이 놓여 있다.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대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정부는 기업 성장 컨설팅, 대체 인력 지원금 지급, 육아휴직을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세제 혜택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대체 인력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들이 모성보호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단순히 벌칙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을 신설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정부와 더불어 기업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요한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근로자들의 복지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롯데 그룹이 남성 육아휴직 1개월 의무화와 같은 정책을 도입하여 동료들이 육아를 지원하도록 한 사례는 조직 내에서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이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넘어,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 생산성 향상, 그리고 우수 인재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기업에게 이익이 되기에, 적극적인 사회적 동참이 요구된다.

    기업의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평등하게 사용하는 것은 가정 내 역할 분담을 개선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5년 200여 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현재 4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육아휴직자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 그리고 기업 문화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증가는 가사 및 육아 분담을 넘어 사회 전반의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들이 경력을 유지하며 노동 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경력 단절을 막고, 이는 가족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2025년 민주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 단절률은 61.9%인 반면 남성은 40.6%였으며,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률은 20%였으나 남성은 4.5%에 불과했다. 이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경력 단절 예방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롯데그룹 사례와 같이 육아휴직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면,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이는 가정 내 역할 분담을 공평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보건복지부의 ‘100인의 아빠단’ 사업에서는 다자녀 가구의 참여율이 55%에 달하며, 아빠의 육아 참여가 증가할수록 엄마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4년 둘째아 출산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약 7만 5900명에 달한 사실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여성가족부 통계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와 여성의 경력 단절 감소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경제, 사회, 교육, 국가 전반에 걸쳐 우리 모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 강화, 기업의 일·가정 양립 조직 문화 개선, 그리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제도 적극 활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는 가정과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길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으며, 정부, 기업, 근로자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인식을 변화시키고 실질적인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 저출산, 고령화, 국토 불균형: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의 위기’

    대한민국과 일본은 현재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국토의 불균형한 성장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 삶의 질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더 이상 개별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양국 정상은 2025년 9월 30일, 이들 공통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의 본격적인 가동을 공동으로 발표하며,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협의체 출범은 저출산 현상이 국가 존립의 위기로까지 인식되는 상황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 그리고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국토 불균형 문제가 초래하는 다양한 부작용들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성장 위주의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두 나라 지도자들에게 공유되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특히, 인구 구조의 변화는 미래 노동력 감소, 연금 및 의료 시스템의 재정 압박, 그리고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토의 불균형한 발전은 지역 간 격차 심화,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그리고 특정 지역의 과밀화와 다른 지역의 소멸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양국은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통해 각국의 성공 사례와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모델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협의체는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연구 및 개발, 그리고 시범 사업 추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은 출산 장려 정책, 육아 지원 시스템,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 등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보다 효과적인 가족 정책 수립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의료, 복지, 연금 등 사회 안전망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 확대 및 건강 증진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될 수 있다. 나아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 특화 산업 육성, 그리고 지방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 및 투자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의 성공적인 운영은 한국과 일본 양국뿐만 아니라, 유사한 인구 및 국토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만약 양국이 협력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완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어낸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사회 모델을 제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협의체를 통한 노력은 두 나라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미래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장기요양시설, ‘집’처럼 편안한 ‘유니트케어’ 도입으로 어르신 존엄성 되찾아야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어르신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공급자 중심의 요양시설 환경은 어르신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사생활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게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요양시설 입소를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러한 상황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는 ‘유니트케어’ 도입을 통해 어르신 돌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 유니트케어는 10명 내외의 소규모 그룹을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마치 집과 같은 환경에서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춘 요양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시설 환경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집’과 같은 생활 환경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핵심을 둔다. 평면 구성과 공간 배치 역시 사생활 보호를 위한 개인실과 공동생활을 위한 거실, 프로그램실을 집처럼 구분하고 연계함으로써 공간적 위계를 부여한다. 시설에서의 식사나 활동이 짜여진 일정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닌, 어르신이 원할 때 가능하도록 하여 진정한 의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는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노인 거주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 중심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된 데서 비롯되었으며, 일본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유니트케어 도입을 통해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유니트케어 도입 이후 어르신들의 거실과 개인실에서의 여가·교류 시간이 증가했으며, 요양보호사들의 돌봄 근무 강도는 감소하고 소규모 유니트 중심으로 보다 세심한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아가 유니트케어 시설로의 전환은 요양시설 기능이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시설 생활 어르신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 향상에도 기여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며 국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약 6000개의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각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상가 등에 임차하여 운영되는 공동생활가정이나 개별 건물을 건축하여 운영되는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 편복도형 내부 평면 구성의 변경, 개인실 중심 편성, 유니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인력 배치, 제한된 공간 내 개인실·거실·프로그램실 조성 등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또한, 이러한 변경을 통해 시설 운영의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증대시키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 중심 돌봄을 실현하는 것은 짜여진 시설 운영 일정에 어르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정든 집을 떠나 시설에 거주해야 하는 어르신에게 맞추는 요양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국가는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을 환영할 정책으로 삼고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서둘러 정착시켜야 할 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기관이 유니트케어의 직접 적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와 같은 단계적 접근을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를 빠르게 경험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또 다른 장소로서 연계·확장된 개념으로 안착하여, 어르신들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