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사회

  •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 자부심과 사회적 가치 인정의 간극을 묻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이나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경우, 그들이 수행하는 일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은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헌신에 대한 동기 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최근 군 부대 강연 요청이 부쩍 늘어난 현상에 주목하며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시간과 비용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강연을 거절해왔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군인들이 겪는 마음의 혼란과 불안을 치유하고 자부심을 회복시켜주려는 간절함과 진정성 때문에 강연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정치와 무관하게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해왔던 군인들이 여론이나 대중의 목소리에 상처 입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신 위원장은 군인과 소방관처럼 목숨을 걸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의 경우, 높은 급여나 풍부한 보상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에서 최고 등급 쇠고기를 우선 군대에 보급하여 군인들이 최고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것이 바로 세상, 국가, 국민들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인 것처럼, 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에 국민들이 존경을 표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군인들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국민들이 그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신 위원장은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만의 대답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는 개개인이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군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퇴직 후 ‘집콕 남편’이 부부 갈등을 부추기는 문제, 해결책은 ‘분리된 낮 시간’

    대한민국에서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퇴직 후 발생하는 부부 갈등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남편의 퇴직으로 인해 부부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현상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미 예견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중년·황혼 이혼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퇴직 후 남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발생하는 이 갈등은 단순히 성격 차이나 경제 문제, 외도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부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일본은 남편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부부가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살아왔다. 남편은 직장에 몰두하며 경제 활동을 책임졌고, 아내는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에 집중하며 각자의 삶의 보람을 찾아왔다. 이러한 ‘분단된 세계’ 속에서는 서로의 사생활이나 생활 습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퇴직하면서 일상적으로 집에 머물게 되자,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일본에서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 또는 ‘부원병(夫源病)’이라 불리는 다양한 건강 이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중년·황혼 이혼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전체 이혼 건수 중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이 2023년 23%로 증가했으며,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이혼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여 년간 전반적인 이혼율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전체 이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급증했다. 이러한 통계적 변화의 이면에는 퇴직 후 발생하는 부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후 설계 강연 현장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퇴직 후 부부 갈등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곧 퇴직 후 노후 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의 노후 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 후 부부 화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핵심은 낮 시간 동안 부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수입을 얻는 일, 사회 공헌 활동, 취미 활동 등 각자의 관심사에 몰두하거나,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위직 공무원 출신 남성이 퇴직 후 3개월간 집에 머물며 답답함을 느끼고 아내의 눈치를 보던 상황에서,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하루 5~6시간 일하며 월 100만 원을 벌기 시작하자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는 수기 사례는 이러한 ‘낮 시간의 분리’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의 한 노후 설계 전문가는 “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집안일을 잘 돕거나, 건강하거나, 요리를 잘하거나, 상냥한 남편이 아니라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낮 시간 동안 각자의 독립적인 활동이 부부 갈등 해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따라서 퇴직 후의 부부 화목을 위해서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 ‘청년의 날’ 맞아 다채로운 행사 속 진로·문화·성장 지원 나선 지자체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이는 청년의 권리와 자립, 성장을 응원하고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나, 단순히 기념일 지정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행사들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청년주간’을 맞아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준비하며, 이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본격적인 ‘청년주간’은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운영된다. 처음에는 ‘청년의 날’ 행사들이 다소 딱딱하고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실제 행사 정보를 살펴보면 진로, 창업, 문화, 심리, 관계, 자기 계발 등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민할 만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러한 행사 정보는 각 지자체 누리집에서 ‘청년정책’ 또는 ‘청년센터’ 관련 메뉴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지자체의 공식 SNS 계정에서도 관련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더불어 ‘청년몽땅정보통’ 누리집에서는 ‘청년의 날’을 검색하거나 ‘청년의 날 + 지역명’으로 검색하여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역별로 특색 있는 행사들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에서는 유명 PD인 김태호 PD의 강연을 중심으로 ‘은평청년톡톡콘서트’가 열렸다. 9월 18일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한 김태호 PD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은평구청 현장을 가득 메웠다. 김태호 PD는 특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이는 미디어 산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큰 공감과 영감을 주었다. 또한, 김태호 PD의 강연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어 더 많은 청년들이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이는 차별 없이 다양한 청년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지자체의 노력을 보여준다.

    한편, 순천에서는 로이킴 공연을 포함한 <청년의 날 X 주말의 광장> 행사가, 안성시에서는 개그우먼 김영희 토크콘서트와 안성 청년가왕 행사 등을 포함한 <안성청년 쉴래말래?> 축제가 각각 개최되었다. 이러한 개성 있는 프로그램들은 청년들에게 문화적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며, 동시에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정책들을 통해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작년 ‘청년의 날’ 즈음에 ‘위라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박위의 강연을 듣고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며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큰 영감을 받았던 경험을 가진 청년도 있었다. 이처럼 ‘청년의 날’은 단순히 하루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청년의 날’을 전후로 열리는 다양한 지자체 행사들은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진로 고민,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새로운 영감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청년들이라면, 각 지역에서 열리는 ‘청년의 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에게 맞는 강연을 듣거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 공중안전 강화와 범죄 피해자 지원 확대, 새로운 법 집행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공중안전 위협과 범죄 피해자 지원 미흡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법률 개정을 통해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고 나섰다. 특히, 2025년 4월 8일부로 시행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은 공공장소에서의 흉기 소지를 엄격히 규제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개정법은 도로, 공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 공중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묻지마 범죄 등 예고 없이 발생하는 강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 범죄의 씨앗을 미리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2025년 3월 18일 시행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와 협박 등을 처벌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하여,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협박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화한다. 이러한 법적 제재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강화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된다. 2025년 3월 21일 시행되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및 하위 법령 개정은 범죄피해구조금 지급액을 20% 상향하고 지급 대상을 확대하여 피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구조금 관리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의 경우 구조금을 분할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 방법이 개선되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해자 보유 재산 조회 근거 규정을 신설하여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구상권 행사를 더욱 실질화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범죄피해자 인권주간을 지정하여 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복지를 증진하려는 노력도 병행된다.

    한편, 사회의 또 다른 문제인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2025년 4월 14일부터 6월 29일까지 77일간 실시된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에서는 총 13,542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적발되었다. 이 중 마약 판매·유통과 관련된 불법체류 외국인 27명, 무면허·대포차 운전자 18명이 검거되었으며, 불법고용주 및 불법 취업·입국 알선자 2,289명도 적발되었다. 이어진 8월 12일부터 9월 12일까지 1개월간의 단속에서는 4,617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적발되어 강제 퇴거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특히 서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불법 취업 외국인 4,617명을 적발하고, 불법고용주 및 알선자 991명을 적발하는 등 불법 고용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아동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대응도 강화된다. 2025년 6월 21일 시행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은 학대 피해 아동의 확실한 보호를 위해 연고자 등에게 피해 아동을 인도하는 의 응급 조치를 추가하고, 검사에게 임시 조치 연장·취소·변경 청구권 및 피해 아동 보호 명령 청구권을 부여하여 보호 공백을 없애고자 한다. 또한, 아동 학대 행위자에게 약식 명령을 고지할 경우에도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병과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정비하여 재발 위험을 낮추고, 아동을 직접 교육·보호하는 대안 교육기관 종사자에게도 아동 학대 신고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신고 의무자 범위를 넓혔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및 대응도 강력하게 추진된다.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TF’는 보이스피싱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대규모 사기 범죄의 가중 처벌을 위해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등 관계 법률 정비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로 얻은 범죄 수익을 반드시 몰수·추징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며, 해외 거점 조직 검거를 위한 국제 공조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관계 부처 간 협력과 국제 공조 강화를 통해 해외 체류 총책급 범죄자 검거 및 피해금 환수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공중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치매, 고령화 사회의 그림자… 사회적 안전망 강화로 맞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심화는 치매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에서 치매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약 100만 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기억력 문제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은 바로 각 지역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다. 전국 256곳에서 운영되는 이 센터들은 무료 검진, 인지 재활 프로그램, 가족 상담, 환자 돌봄 지원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개인의 생활 방식, 가족 구조, 소득 수준까지 고려하는 맞춤형 사례 관리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더욱 세밀한 지원이 가능해졌다. 또한, 센터 내 ‘쉼터’ 운영 대상을 인지지원등급 환자뿐만 아니라 장기요양 5등급 환자까지 넓혀, 보호자들이 잠시나마 돌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24시간 돌봄으로 인해 지쳐가는 가족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한 중요한 변화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현장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는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심장혈관 질환으로 건강 관리를 받던 기자는 일상생활에서 잦은 건망증과 순간적인 인지 저하를 경험했다. 돌봄단의 권유로 주민센터 간호사 상담을 거쳐 치매안심센터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초기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센터 연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한 후 깜빡임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일상의 불편함이 해소되었다. 이 경험은 치매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질병이 아니라, 작은 건망증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질환이며, 조기 발견과 제도적 지원망 연계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만난 돌봄단 관계자는 “단순한 활동이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치매 안전망 지도’를 만들어 돌봄 공백을 메우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 또한 치매 예방과 관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도입된 ‘오늘건강’ 앱은 약 복용 알림, 인지 퀴즈, 두뇌 훈련, 걸음 수 및 수면 패턴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필요시 치매안심센터와 데이터 연동도 가능하다. 복지관에서 만난 한 70대 이용자는 앱을 통해 단어 맞추기를 하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으며, 가족들 또한 앱을 통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안심하고 있다. 이 앱은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며, ‘기억을 지킨다’는 목표와 더불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농촌 지역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교육과 보급의 병행이 과제로 남아 있다.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막대한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질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득 기준을 없애는 등 더 많은 국민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존 인지검사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한 설문형 평가 도구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서비스 접근성 저하와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된다. 정책적 지원, 치매안심센터의 촘촘한 돌봄 서비스, ‘오늘건강’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기억과 삶을 지키는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치매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노력할 때 우리는 “치매와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일이며, 이것이 바로 치매극복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 ‘숫자’를 넘어 ‘행복한 사람’을 위한 저출생 해법, 체감형 정책과 공동체 회복이 핵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심각한 인구 구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근본적으로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합적인 위기를 야기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이제 ‘한 명이라도 더 아이를 낳게 하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전국 지방 중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이미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전라북도 고창군, 경상북도 의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20년 내 행정, 교육, 의료 서비스 무력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북 의성군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는 등 지역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는 곧 지역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킨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전환점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 역시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며 현실적인 양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은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방면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보인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정책의 규모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와 정책 접근성이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인천시의 성공적인 양육 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 지원 정책을 체계화하고,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부모들의 양육 불안감을 줄이고 있다. 비록 서울은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분산된 정책 운영과 육아의 고립 문제,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결을 위한 대안 부족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존재한다. 돌봄 공백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서울을 포함한 과밀 지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있어 실효성이 높았던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 구축이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양육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효과성과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출산 정책의 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 문화 변화, 정책 사용 인센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마련이 중요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다. 출산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 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갖춘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를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 결심부터 양육 전 과정에 걸쳐 행정과 미래를 함께하는 도시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는 동등한 혜택을 누리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명백한 위기이지만,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재설계할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에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 생명나눔 실천자들을 기리는 명절, 기증인 가정에 전달된 따뜻한 추석 선물

    명절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생존 시 장기기증을 실천했거나, 뇌사, 각막, 시신 기증으로 소중한 생명을 이어준 기증인 가정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추석 선물이 전달되었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생존했을 때 신장 기증을 한 리빙도너와 각막 및 시신 기증인 유가족,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등 총 850가정에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물 전달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김근묵 씨(75세)는 20여 년 전 신장 기증을 실천한 덕분에 올해도 따뜻한 추석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김 씨는 1995년 1월 처음 신장 하나를 기증했고, 2003년에는 간 일부를 기증하며 생명 나눔을 이어왔다. 그의 나눔은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쳐, 그의 아내 이경희 씨 역시 17세의 만성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한 경험이 있다. 김 씨는 “장기기증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25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 故 강석민 군(기증 당시 17세)을 기리는 도너 패밀리 강호 회장(70세) 역시 추석 선물을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물에는 ‘강석민’ 세 글자가 새겨진 명찰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 회장은 “아들의 이름이 우리 가족 안에서만 기억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들의 나눔을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하늘에 있는 석민이 역시 따뜻한 추석을 보낼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26일, 리빙도너 475명,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00가정, 각막 및 시신 기증인 유가족 75가정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추석 선물이 전달되었다.

    이번 추석 선물은 기업과 개인의 후원 손길로 마련되었다. 오설록은 그린티 랑드샤와 캐모마일 티 세트를, 로얄스킨은 수딩젤 800개와 핸드크림을 후원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선물 마련에 힘을 보탰다. 특히 서울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 ‘나누고 더하는 사랑’에 부착할 수 있는 기증인 명찰이 선물에 포함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이 명찰은 ‘생명을 살린 기증인의 이름이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아 도너 패밀리에게 깊은 위로와 자긍심을 전달했다.

    개인 후원도 이어졌다. 후원회원 김철수 씨와 예풀뮤직 최혜영 대표의 특별 후원, 그리고 네이버 해피빈 기부자들의 나눔이 더해져 풍성한 추석 선물이 완성되었다. 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리빙도너와 기증인 유가족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숭고한 사랑을 실천한 생명나눔의 영웅들”이라며, “이번 추석 선물에 담긴 마음이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분들에게 잘 전해져 따뜻한 명절을 보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디지털 소외 계층, 행정서비스 접근성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정부 정책과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윤서 주무관은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이나 정부24 민원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자주 목격하며 디지털 격차로 인한 행정서비스 접근성의 문제를 지적한다.

    최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주무관은 민원 창구에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발급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해야 하는 어르신이 기기 앞에서 오랜 시간을 씨름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청사 내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발급기 위치 안내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복잡한 절차에 낯설음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아 실질적인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은 소지하고 있으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은 행정기관 민원 제기 및 행정 서비스 요구 자체를 낯설고 어색하게 느낀다. 이는 마치 디지털 시대라는 트랙 위에서 빠르게 앞서가는 젊은 세대와 달리, 불편하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첫걸음 떼기를 망설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은 디지털 행정 확산이라는 흐름 속에서 뒤처지는 어르신들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함께 걸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라톤에서 주자가 지쳐갈 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듯,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더라도 사람의 온기는 기술이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 처리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조용한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이런 걸 못한다”는 체념 대신,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늦는 게 아니라는 것을, 행정서비스를 받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어르신들이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친절하게 기기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르신들이 디지털 행정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 유명인 죽음 계기, ‘심리부검’ 통한 자살 예방 정책 전면 강화

    최근 한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함께 자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SNS 추모 공간에 남겨진 “따라가고 싶다”는 한 팬의 글과 이에 달린 “고인은 이런 일을 절대 원치 않을 것”, “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요?”와 같은 따뜻한 댓글들은 주변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배경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자살 예방 주간을 맞아 서울 용산역에서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가 열렸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같생 서포터즈’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 이번 박람회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 현장에서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번호 ‘109’와 SNS 상담 앱 ‘마들랜’을 홍보하는 ‘온정(溫情) 109’ 부스가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상담 전화 109는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안내했으며, SNS 상담 앱 ‘마들랜’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알렸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심리부검’이라는 개념 또한 더욱 깊이 있게 다뤄졌다. 심리부검은 고인이 왜 자살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족 및 지인들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사망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는 단순히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유족들이 전문가와 함께 고인의 삶을 되짚어보며 건강하게 애도하고 슬픔을 극복하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 담당자는 심리부검이 자살자의 가족, 동료, 연인, 친구 등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 사망 전 6개월간의 행적에 대해 보고할 수 있으며, 최대 3년 이내 사별 기간에 참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리부검은 1회 면담 방식으로 2~3시간 소요되며, 참여 비용은 무료이다. 또한, 유가족에게는 심리 정서 평가 및 결과서 제공, 원격 체크, 그리고 2025년 기준 30만 원의 애도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러한 심리부검 데이터는 연간 보고서 및 연구 보고서 발간, 교육 자료 개발, 정책 수립의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이러한 현장 행사와 정책적 노력은 지난 9월 12일 발표된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2034년까지 현재 10만 명당 28.3명 수준의 자살률을 17.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자살 시도자와 유족을 아우르는 고위험군 집중 관리, 기관 간 연계 체계 구축 등을 주요 으로 심의·의결했으며, 내년도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대폭 증액할 계획이다.

    다수의 참가자들이 행사장에 마련된 ‘나만의 공감 표현 만들기’ 게시판에 글을 남기며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했다. “죽고 싶다”는 말 속에는 ‘살고 싶다’는 마음과 ‘도와달라’는 간절함이 함께 담겨 있음을 기억하고, 늘 관심을 기울여 다가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2025 같이 살자,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와 같은 노력들을 통해 심리부검의 의미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온전히 닿아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고령화 사회의 위기, ‘생활 인프라’로서의 에이지테크가 해법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 될 전망이다.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주거환경 혁신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산층 및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택과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제공되면서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부족하다. 특히 중소득·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 무려 87.2%의 노인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희망하며, 건강 악화 시에도 재가 서비스를 통해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은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가치가 고령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 에이지테크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와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AI 돌봄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국내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는 에이지테크의 잠재력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은 기존 지역사회 내 저소득 고령자 비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등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 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로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조성 모델을 적용 중이다. 이러한 지역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중·고소득 입주자로 구성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퇴직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의 효과로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대응과 어르신의 ‘지역사회 지속거주’ 의지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강조되는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와 확산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와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실증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성과는 공공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체계 구축 또한 시급하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복지·의료·주거·교통·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를 위해서도 통합적으로 갖추어진 지역사회 서비스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 관련의 산업통상자원부, 생활환경 조성의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의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개별적인 추진 한계를 넘어 주택·복지·교통·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합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며, 이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