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100만 년 제주의 속살, 용머리해안과 고사리해장국으로 풀어낸 시간의 깊이

    제주도의 인기 관광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예전 같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물가 등 몇 가지 부담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여행 1번지로 불리는 제주는 매력적인 땅으로 남아있다. 특히 약 1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서 화산 폭발로 생성된 용머리해안은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오래된 땅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제주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용머리해안은 약 1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체로, 제주 본토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제주의 가장 오래된 땅이다. 수성화산 분출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면서 여러 방향으로 쌓인 화산재 지층을 관찰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깎여나가며 독특한 지형을 형성했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살아있는 예술 작품과 같으며,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용머리해안의 신비로운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물때와 날씨의 제약으로 인해 방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의 오랜 역사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척박한 땅에서 뿌리내린 고사리와 지역의 친근한 가축이었던 돼지를 활용한 ‘고사리해장국’이 제주의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논농사가 어려웠던 제주에서 고사리와 메밀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귀한 식재료였다. 특히 고사리는 척박한 화산암에서도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빗물을 저장하며 자랐으며, 독성을 제거하여 섭취하는 과정은 제주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돼지 사육이 용이했던 제주에서는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사리를 넣어 걸쭉하고 구수한 맛의 고사리해장국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메밀가루를 더해 풍미를 살린 이 음식은 ‘베지근하다’는 제주 사투리로 표현될 만큼 깊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용머리해안의 100만 년 시간과 고사리해장국의 구수한 맛은 제주의 태곳적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제주를 방문하는 이들은 용머리해안에서 제주의 오랜 시간을 느끼고, 고사리해장국으로 그 역사를 맛보며 제주의 깊은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귀한 유산과 음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제주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매력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 건국대, 80억원 기부 약정으로 인문학 및 공연 시설 조성의 새 장 열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대적 담론 속에서, 건국대학교가 ‘영산 김정옥 이사장 인문학-공연시설 조성기금 약정식’을 개최하며 80억원이라는 거액의 발전기금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약정식은 15일 오전 11시, 건국대학교 인문학관 강의동 1층 로비에서 진행되었으며, 김정옥 이사장과 원종필 총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의미를 더했다.

    이번 기금 약정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학문으로서의 인문학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 및 예술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김정옥 이사장은 건국대학교의 인문학 진흥 노력에 깊이 공감하며, 미래 세대에게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건국대학교는 이번에 약정된 80억원을 활용하여 ‘문과대학 K-CUBE’를 개소하고, 관련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학술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공연 및 전시 등을 통해 인문학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CUBE는 단순한 강의실이나 연구 공간을 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현되고 문화 예술이 꽃피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80억원 기금 약정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건국대학교는 이를 발판 삼아 인문학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옥 이사장의 통 큰 기부는 인문학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인문학적 가치가 확산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 ‘왕릉팔경’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깊어진 역사적 울림

    조선왕릉과 궁궐을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 「2025년 하반기 왕릉팔(八)경」이 오는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운영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역사 유적 탐방을 넘어, 우리 역사 속 중요한 문제들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조선 시대 왕릉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까지 아우르며, 격동의 근대 전환기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역사적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게 하려는 시도가 바로 ‘왕릉팔경’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깊이 있는 성찰은 더욱 중요하다.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2025년 하반기 운영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예약은 8월 21일(9월 예약), 9월 25일(10월 예약), 10월 16일(11월 예약)에 각각 오전 11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회당 참가 인원은 25명으로, 한 사람당 최대 4명까지 예약 가능하다.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 예약(02-738-4001)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조선왕릉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중한 유적이지만, 직접 걸으며 배우고 느끼는 경험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특히 ‘순종황제 능행길’과 같이 대한제국 황실의 비극과 역사를 조명하는 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조선 왕실 중심의 탐방에서 벗어나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은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릉 문화를 직접 비교하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근대 전환기의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된다.

    구리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선조의 목릉, 경종의 현릉 등 총 9기의 왕릉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이다. 이곳에서는 1408년 태조의 건원릉부터 현종의 숭릉까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왕릉을 만날 수 있다. 해설사는 능역의 구조와 제향의 의미, 그리고 능묘에 담긴 정치적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표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인상 깊었다. 우암 송시열은 후손들이 왕릉을 구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표석 설치를 주장했고, 이는 왕릉 제도 속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표석에 전서체를 사용하도록 한 것도 송시열의 주장으로, 왕의 위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순종황제 능행길’은 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의 삶과 대한제국 황릉의 특징을 보여준다.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은 제사 횟수를 줄이는 을 담고 있었다. 비록 제사 횟수는 축소되었지만, 제사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점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동구릉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봉분을 뒤덮은 억새는 태조의 유언에서 비롯된 독특한 전통이다. 생전에 갈등이 깊었던 아들 태종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고향 함흥에서 억새를 가져와 봉분을 덮었다는 이야기는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원릉의 표석에는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이라 적혀 있어 태조의 위상이 황제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는 왕릉 제도와 예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이다.

    왕릉의 핵심 의례 공간인 정자각은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신로와 어로가 분리되어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을 상징하며, 과거에는 축문을 묻는 예감 대신 태우는 방식이 정착되었다.

    추존왕의 능 가운데는 효명세자(문조)와 신정왕후의 수릉처럼 합장릉이 존재한다. 이러한 능은 봉분이 하나로 보여 혼동될 수 있지만, 표석에 새겨진 글귀를 통해 두 분이 함께 모셔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추존왕의 능에는 정통 왕릉과 달리 호랑이와 양 석상이 절반만 배치되는 등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동구릉의 경릉은 헌종과 두 왕비(효현왕후·효정왕후)가 합장된 삼연릉으로,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사례이다. 이곳의 비석은 대한제국 시기에 여러 차례 다시 새겨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는 석비 제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당시의 사정을 보여준다.

    남양주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왕조에서 황제국으로 체제를 전환한 것처럼, 능의 조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석물의 배치, 봉분의 규모, 향어로의 장식 등은 황제의 권위를 강조했지만, 그 화려함 속에는 주권을 빼앗긴 민족의 아픔이 깃들어 있다. 홍릉 비각 표석의 경우,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비문 서두에 ‘前大韓(전대한)’이라는 표현을 넣으려는 일본의 주장과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대한제국의 강한 반대로 인해 수년간 방치되기도 했다.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화려한 석물과 질서정연한 배치 속에 담긴 주권을 잃은 황제와 황후의 쓸쓸한 이야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초등학생 참가자가 “역사학자가 되어 문화유산을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시간을 넘어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를 묻는 자리임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한류, 네 편의 시로 재해석한 ‘존재’와 ‘지속’의 의미

    국내외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류 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깊이 있는 문화적 실체로서 자리매김하고 그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찰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한류의 탄생 배경과 현재의 확산 메커니즘, 그리고 미래 발전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정길화 원장은 김춘수, 서정주, 김용락, 나짐 히크메트의 네 편의 시를 통해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색하며 그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정 원장에 따르면, 한류의 시작은 마치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이름을 불리는 순간’ 실체가 되는 과정과 같다. 과거 한국 드라마 수출이나 K팝의 해외 팬덤 형성 초기에는 그저 ‘몸짓’ 또는 ‘현상’에 불과했으나, 세계가 이를 ‘한류(Hallyu)’라고 명명하고 인식하면서부터 비로소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존재든 그것을 인식하고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비로소 실재하게 된다는 인식론적 선언과도 맞닿아 있다. 한류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불리는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고 관계의 출발을 맺은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의’와 ‘호명’의 과정을 통해 한류는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닌,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하나의 문화적 실체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어, 한류가 오늘날의 위상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을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빗대어 설명한다. 이는 한류가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분단, 산업화, 민주화 등 한국 현대사가 겪었던 수많은 역사적 아픔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응결된 문화적 승화의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마치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와 먹구름 속 천둥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배경이 되었듯, 한류 역시 한국 사회의 굴곡진 역사와 기억이 맺은 ‘기억의 꽃’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류가 단순한 문화상품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겪은 시련과 성공, 회복의 총체적이며 문화적인 결정체임을 시사하며, 이러한 ‘기억의 꽃’이 누구를 위해 피어났는지, 즉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를 위해서인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 한류의 폭발적인 확산 동력은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나타나는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공감’의 힘으로 설명된다. BTS가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와 함께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진솔한 고백으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K-콘텐츠의 진정한 힘은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선 ‘진정성’에 있다는 것이다. K-콘텐츠는 단순히 잘 만들어진 문화상품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출발하며, 팬덤은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 발전한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K-팝, K-드라마, K-콘텐츠의 울림은 바로 이러한 진정성에서 비롯되며, 이는 한류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핵심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한류의 미래는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에서처럼 아직 쓰이지 않은 시,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처럼 ‘지속 가능한 여정’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 한류는 현재 진행형이며, 절정에 이르렀다고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앞으로의 한류는 단순한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인간성의 회복을 추구하며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을 담아내는 ‘진정한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수용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류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지만, 그 의미가 ‘소모’가 아닌 ‘가치’로 지속되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 국립극장의 새 축제,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장 열다

    국립극장에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을 주제로 한 제1회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가 열리면서, 한국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극장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세계적인 음악극과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한국 창극이 세계 무대와 교류하며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축제는 창극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국립극장 제작 공연 <심청>을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시작되었다. <심청>은 효녀 심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4주간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 등 총 9개 작품으로 23회 공연이 펼쳐지며,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을 바탕으로 하며, 가면을 쓴 배우들이 노래, 춤, 연기, 무술을 결합한 화려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콩 아츠 페스티벌의 의뢰로 제작되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통해 그려냈다. 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번 축제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문화 관광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 기간 중 만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를 보며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작품이 주는 깊은 메시지를 파악했다. 그는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이번 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히 창극 중심의 주제 아래 중국의 월극, 한국의 창극, 일본의 노극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하여 문화적 할인율을 낮추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점을 한국 문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호곤 씨는 이번 축제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어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며, 향후 한중 문화 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정수정의 서사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에도 불구하고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에 도전하는 정수정의 이야기는 당시 여성들의 애환을 담고 있으며,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공연 관계자는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 외에 민간 단체가 참여할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었다고 전하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와 소통, 협업의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첫 번째 주제를 통해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나아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 유관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과 국공립 및 민간 작품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 형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또한, 관람객들을 위한 ‘부루마블’ 이벤트 등 즐길 거리 제공은 축제의 흥미를 더하며, 9개 도장을 모으면 받을 수 있는 한정판 축제 굿즈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 조선왕릉, ‘보존’을 넘어 ‘향유’로: 시민 참여형 문화 행사 ‘대탐미’의 빛과 그림자

    조선왕릉이 단순한 유적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주최하는 「조선왕릉대탐미(朝鮮王陵大耽美)」 행사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8개 왕릉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향유의 기회가 확대되는 이면에, 일부 국가유산에서 발생한 훼손 사건은 ‘보존’과 ‘활용’ 사이의 균형 잡힌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경복궁 담장에 발생했던 스프레이 낙서 훼손 사건은 문화유산 보존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이 사건 이후 문화재청은 긴급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후 2024년 1월 4일 완전 공개를 통해 복구 상황을 알렸다. 또한, 국가유산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향후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훼손 사건은 아무리 보존에 힘쓰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귀중한 문화유산이 손상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조선왕릉대탐미」는 조선의 아름다움을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행사는 매달 다른 신청 가능한 행사와 체험 방향을 제시하며, 개인의 선호와 동행자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혼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은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 프로그램은 10월 25일에는 퀴즈를 풀며 산책하는 <왕릉산책:특별 회차>로 운영될 예정이다.

    태강릉을 방문한 경험에 따르면, 입장료는 개인 1,000원, 단체 800원이며, 만 25세에서 65세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노원구 주민에게는 50%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별도의 증빙이 필요한 무료 관람 대상자도 존재한다. 태릉에서 발급받은 입장권으로 강릉까지 모두 입장 가능하며, QR코드를 통해 관람권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9월 기준,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은 폐쇄 중이었으나,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방될 예정이어서 해당 시기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왕릉 산책은 전문 해설사 없이도 조선 문화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홍살문과 정자각 등 주요 지점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오디오 가이드 영상이 재생되어 라디오를 듣듯이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로를 따라 걷는 길에는 정자각에 대한 상세 설명과 사진 자료도 제공된다. 태릉은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며, 강릉은 조선 13대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쌍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태릉과 강릉에는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소가 마련되어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어린 자녀들이 야외에서 놀이하듯 역사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가족 간의 추억을 쌓기에도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현재 「조선왕릉대탐미」는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은 음악회 및 노리개 만들기 체험을 제공하며, 10월 11일에는 광릉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10월 4일 의릉 토크콘서트나 10월 11일 헌인릉 창작뮤지컬 <드오:태종을 부르다>를 추천한다. 모든 행사 예약은 국가유산청 국능유적본부 누리집을 통해 통합 예약 시스템에서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조선왕릉대탐미」는 시민들에게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훼손 사건과 같은 보존상의 과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화 행사들은 조선왕릉을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살아 숨 쉬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10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은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화생활 향유 기회 확대,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로 실사용률 높인다

    긴 연휴 동안 알찬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적 제약이나 정보 부족으로 망설였던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에 나섰다. 이번 2차 배포는 단순히 쿠폰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 눈길을 끈다.

    이번 2차 할인권 배포는 1차 발행 시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난 1차 발행에서 6주라는 비교적 긴 사용 유효기간을 설정했으나, 발급 후 사용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2차 할인권은 사용 유효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하고,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매주 목요일마다 재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문화생활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쿠폰의 실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9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할인권이 발급되며, 발급받은 할인권은 해당 주의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한다. 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한 할인권은 자동 소멸하지만,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발급받을 수 있어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이번 할인권은 공연 36만 장, 전시 137만 장이 배포되며, 연말 성수기인 12월 31일까지 관람 예정인 공연 및 전시에 적용된다.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할인권은 공연의 경우 1만 원, 전시는 3천 원이 인당 매주 2매씩 발급되며, 결제 1건당 1매가 적용된다. 특히, 할인권은 개별 상품 가격이 아닌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여러 장의 티켓을 한 번에 구매하여 최소 결제 금액 이상이 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권은 공연 1만 5천 원, 전시 5천 원으로 더 높은 금액으로 제공되어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할인 적용 대상 역시 명확히 규정되었다. 공연 분야는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이며, 대중음악 및 대중무용 공연은 제외된다. 전시 분야는 전국 국·공립, 사립 미술관 등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비엔날레가 포함되지만, 산업 박람회 등은 제외된다. 이러한 기준은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할인권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번 2차 공연·전시 할인권 배포는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또한, 실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할인권과 함께라면 따뜻한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영화 6천 원 할인권’ 188만 장 추가 배포로 침체된 극장가 활력 불어넣는다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지고 집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극장가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높은 영화 관람료와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은 극장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주된 이유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민생 회복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8일부터 영화 관람료 6천 원 할인권 188만 장을 추가 배포하며 침체된 극장가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이번 할인권 추가 배포는 지난 7월 25일부터 진행되었던 450만 장 할인권 배포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1차 배포를 통해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으며 영화산업 활성화에 기여했으나, 사용되지 않은 잔여 할인권이 일부 남아 이를 추가로 배포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2차 배포는 선착순으로 진행되어, 서둘러 참여하는 관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1차 할인권을 이미 사용한 관객들도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없이 쿠폰함에 1인 2매가 미리 담겨 있어 편리하게 재사용할 수 있다. 다만, 신규 회원의 경우 회원 가입이 필요하며, 가입 후 다음 날 할인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할인권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관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또한, 누리집이나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종합 안내 창구(☎070-4027-0279)도 운영하여 모든 관객이 편리하게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할인권 배포는 극장 관객 수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1차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올해 7월 24일까지의 일평균 관객 수 대비 1.8배 증가했다. 또한, 할인권 배포 후 3주간의 분석 데이터에서는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극장을 찾지 않았던 신규 또는 기존 고객으로 나타나, 할인권이 잠재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이러한 할인권 정책은 개인의 여가 활동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극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고 있으며, 이는 영화 제작, 배급, 상영 등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아들의 까칠함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함께 영화를 보며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은, 할인권이 단순한 경제적 혜택을 넘어 관계 회복과 정서적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번 결정은 고물가 시대에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나아가 국내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 바쁜 일상 속 문화 향유의 어려움, 국립극단의 ‘한낮의 명동극’이 해결책 제시

    현대 사회의 시민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문화생활을 향유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기 어렵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직장인이나 관광객, 혹은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극장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화 접근성의 장벽은 예술이 대중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며,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서적 휴식과 문화적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립극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바로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한낮의 명동극’ 거리예술 공연이다.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는 시간을 내어 극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도심 한복판에서 예기치 못한 문화적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행보다.

    ‘한낮의 명동극’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된 인형극 <곁에서> 공연은 이러한 취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가야금 선율과 인형, 그리고 연주자의 과감한 연출은 야외 공간을 매력적인 극장으로 탈바꿈시켰고,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러한 일상 속 예술 경험은 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짧지만 강렬한 문화적 선물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낮의 명동극’은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하며,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 시간 또한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한낮의 명동극’의 성공적인 운영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더욱 쉽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국립극단은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표방 아래 ‘명동人문학’ 강연, ‘백스테이지 투어’ 등 다채로운 무료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이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임을 전망하게 한다.

  • 강화, 잊혀진 직물 산업의 영광과 애잔한 삶의 흔적을 엿보다

    강화도는 흔히 역사의 섬, 호국의 섬으로 불리지만, 계절마다 다채로운 식재료와 더불어 잊혀진 직물 산업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소창’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강화의 직물 역사는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희미해져 갔으나, 그곳에 깃든 억척스러운 여성들의 삶과 문화는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글은 강화 직물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강화의 진정한 가치를 탐색한다.

    강화는 과거 수원과 함께 국내 3대 직물 도시로 꼽힐 만큼 번성했던 역사를 지녔다. 1933년 ‘조양방직’ 설립을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60여 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성업했으며, 4,000명에 달하는 직공들이 이곳에서 일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당시 강화읍 권역에는 방직공장이 밀집해 있었고,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먼지 속에서 일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꿈이었을 만큼 직물 산업은 강화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이러한 직물 산업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폐교된 ‘동광직물’은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 건축된 ‘평화직물’ 터는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단장되어 운영되고 있다.

    소창은 목화솜으로 만든 실로 짠 천으로, 과거에는 옷감, 행주, 기저귀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소창을 만드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고 정성을 요구한다. 수입한 원사를 풀어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먹여 표백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 후, 씨실과 날실을 베틀에서 교차시켜 평직물로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뽀얗고 부드러운 소창은 당시 강화 여성들의 억척스러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었다.

    강화 여성들은 직접 생산한 방직물을 둘러메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이른바 ‘방판’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다.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함으로써 마진을 높였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먼 길을 떠나며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앞치마에 싸간 것은 쉰밥, 찬밥과 더불어 강화 특산품인 새우젓이었다. 낯선 곳에서 밥 한 덩이를 얻어 찬으로 곁들여 먹었던 새우젓은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였으며, 이는 함민복 시인의 시 구절 “눈물은 왜 짠가, 새우젓은 왜 이다지 짠가, 우리네 인생은 왜 이렇게 애잔한가”에 오롯이 담겨 전해진다.

    이처럼 강화의 직물 산업과 억척스러운 여성들의 삶은 새우젓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전국 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강화 새우젓은 드넓은 갯벌과 두 개의 거대한 강물이 만나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맛이 월등하다. 짠맛보다는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인 강화 새우젓은 늦가을 김장철이면 섬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강화 새우젓은 향토 음식 ‘젓국갈비’의 탄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젓국갈비는 갈비나 배추, 두부 등의 재료가 어우러지지만, 그 맛의 핵심은 새우젓에서 우러나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깊은 맛에 있다. 이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큰 맛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며, 인공적인 맛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선사한다.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이러한 강화 직물 산업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과거 방직 공장의 터전 위에 세워진 이 센터들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강화 여성들의 억척스러움과 삶의 애환이 담긴 소창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잊혀진 직물 산업의 영광을 되새기고,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강화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