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건국대, 인문학 부흥 위한 80억원 기금 약정… ‘K-CUBE’ 개소로 기대감 고조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충원난과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인문학 교육 축소 및 학과 통폐합을 단행하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침체된 인문학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발표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대학가의 인문학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15일 오전 11시, 인문학관 강의동 1층 로비에서 문과대학 K-CUBE 개소를 기념하는 ‘영산 김정옥 이사장 인문학-공연시설 조성기금 약정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의 김정옥 이사장은 건국대학교에 8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발전기금을 약정하며 인문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약정은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인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공간 조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새롭게 개소하는 K-CUBE는 인문학 연구와 더불어 공연 및 문화 활동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학생들의 학문적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80억 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기금은 K-CUBE의 성공적인 조성 및 운영뿐만 아니라, 향후 건국대학교 인문학 분야의 연구 역량 강화와 다양한 학술 프로그램 개발에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학이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국대학교의 이러한 결정은 침체된 인문학계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옥 이사장의 통 큰 기부는 다른 기관 및 동문들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K-CUBE라는 새로운 공간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산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건국대학교는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학문적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폭염 속 갈증 해소,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 만나는 ‘길 위의 인문학’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연이어 닥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시기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 속에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절실하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제약으로 선뜻 나서기 어렵지만,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서점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양질의 인문학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매년 전국 곳곳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가가77페이지’는 이 사업이 서점에서도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SNS를 통해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7월 21일(월)부터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며,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 영화와 관련된 철학, 문학 서적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경험하도록 구성되었다.

    ‘가가77페이지’의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할 수 있는 밭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밭을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친숙한 영화와 연결하고, 12세 이상(일부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영화를 선정하여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회차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관람하고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에 대한 강연과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사유 나눔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영화 속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되새기며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참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매주 월요일 저녁이 기다려진다’고 말하며, 이 사업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지역 사회와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AI 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역설하며, 인문학적 사고가 AI와 접목될 때 효율성과 합리성을 넘어 도덕적인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책방이야말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이상명 대표의 발언처럼, ‘가가77페이지’는 책 판매를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박근주 씨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와 책 속 인문학적 사유를 자신의 삶에 연결하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삶의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인문학적 배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를 내건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인문학과 지역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의 경험은 이러한 사업이 독립 서점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지역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 하반기에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질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얻는 소중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립극장,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통해 동아시아 음악극 현주소 조망

    국립극장이 9월 3일부터 28일까지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를 개최하며 동아시아 음악극의 현재를 조명하고 있다. 올해 제1회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한국의 창극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을 소개하며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의 개최 배경에는 창극이라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시키고, 나아가 다양한 국가의 음악극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국립극장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이번 축제의 핵심은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나라 창극을 비롯해 총 9개 작품 23회의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국립창극단을 주축으로 한 이 축제는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그리고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전통 음악극이 어떻게 현대와 만나고 발전하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개막작은 국립극장 제작 공연인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었다. 이 작품은 고전소설 심청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존의 효심 강조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로서의 심청을 새롭게 해석했다.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심청>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이번 축제는 해외 초청작을 통해 국제적인 음악극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온 월극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의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으로, 가면을 쓴 배우들의 노래, 춤, 연기, 무술이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좇았던 ‘죽림칠현’의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가정과 국가라는 두 측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작품을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적인 사랑과 국가적인 지략 대결을 모두 잘 보여주었으며, 현대적인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번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이며,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조선 말 여성의 삶을 그려낸 <정수정전>이 소개되었다.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시대, 정수정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맞서 홀로 살아가는 과정을 당당하게 그려낸다. 여성으로서의 고충과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 <정수정전>은 공동 창작 방식을 통해 배우들이 작창과 창작에 직접 참여하며 의미를 더했다. 공연 관계자는 이러한 민간단체와의 협업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의 <세계 음악극 축제>는 올해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예매 관객들에게는 ‘부루마블’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축제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 축제를 통해 한국 창극은 세계 음악극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앞으로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조선왕릉, 잊혀진 왕실의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조선왕릉을 둘러싼 ‘세대 간 교육 격차’와 ‘문화 향유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왕릉 방문 시 성인 위주의 딱딱한 설명과 정보 전달 방식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역사적 깊이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연령대가 조선왕릉의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자 ‘조선왕릉대탐미(朝鮮王陵大耽美)’ 행사가 기획되었다. 이 행사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총 8개의 왕릉을 탐방하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조선왕릉대탐미’ 행사의 핵심 솔루션은 ‘누구와 함께하든, 어떤 관심사를 가졌든’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매달 신청 가능한 행사와 체험 방향이 달라, 방문객은 각자의 상황과 선호에 따라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개인 방문객을 위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은 언제 어디서나 홀로 방문 가능하며, QR코드를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을 통해 각 왕릉의 유적을 라디오 듣듯이 쉽고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다. 홍살문, 정자각 등 주요 지점에서 제공되는 오디오 설명은 어렵지 않은 으로 구성되어 있어,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왕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태릉은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며, 강릉은 조선 13대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능으로, 강릉에서는 특별히 쌍릉의 형태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더 나아가, ‘조선왕릉대탐미’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역사 교육과 즐거운 추억을 동시에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야외에서 놀듯이 학습할 수 있는 ‘왕릉산책’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하며, 태릉과 강릉 모두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가 가능하여 어린 영아를 동반한 가족의 방문 부담을 최소화한다. 또한,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사릉)’은 음악회와 노리개 만들기 체험 등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광릉)’에서는 금방 댕기 만들기, 향첩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족을 위해서는 ‘의릉 토크콘서트’와 창작 뮤지컬 <드오:태종을 부르다> 등 더욱 심도 있는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25일에는 ‘왕릉산책:특별 회차’가 개최될 예정이며, 이는 퀴즈를 풀며 산책하는 방식으로 더욱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다각적인 프로그램 구성은 조선왕릉이라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단순한 관람 대상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가 즐겁게 소통하고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방되는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을 이용한다면, 왕릉 간 이동 시에도 자연 속에서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조선왕릉대탐미’ 행사를 통해 방문객들은 쉽고 재미있게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접함으로써,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 소중한 가족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행사 예약은 국가유산청 국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 삿포로 눈축제 루키 챌린지, K팝 팬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개최

    일본 삿포로에서 펼쳐진 ‘제76회 삿포로 눈축제 17th KPF(K-POP FESTIVAL) 루키 챌린지컵’ 프로젝트가 K팝 팬덤의 열띤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마이원픽(MY1PICK)과 일본 파트너사 ‘팬커뮤니케이션즈 글로벌’이 운영하는 공식 투표 플랫폼 ‘JK fandom’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었다.

    이번 루키 챌린지컵은 삿포로 눈축제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K팝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고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K팝의 세계적인 인기를 고려할 때, 신인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팬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이며, 여기에 K팝을 접목함으로써 문화 교류의 장을 더욱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팬커뮤니케이션즈 글로벌의 ‘JK fandom’은 공식 투표 플랫폼으로서 프로젝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K팝 팬덤의 투표 참여는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실질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며, 이는 향후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마이원픽은 이러한 팬덤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으로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K팝이 단순한 음악을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삿포로 눈축제라는 이색적인 무대에서 펼쳐진 루키 챌린지는 K팝 팬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앞으로 K팝 아티스트들이 더욱 다양한 문화권과 융합하여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K팝 아티스트들과 글로벌 팬들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바쁜 일상 속 예술과의 우연한 만남, 국립극단 ‘한낮의 명동극’으로 문화적 휴식 제공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시간을 내어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직장인이나 관광객, 그리고 우연히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까지 예술이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립극단은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기치 아래,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국립극단은 2024년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예술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는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바쁜 일상 속에 잠시 멈춰 서서 도심 한복판에서 예술과 조우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적 휴식을 제공하려는 국립극단의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렸던 인형극 <곁에서> 공연은 이러한 취지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연 안내 방송과 함께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었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내 이야기에 몰입했다. 단 한 명의 연주자와 가야금 선율, 그리고 다채로운 소품만으로도 야외마당은 작은 극장으로 변모했으며, 연주자가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부여하며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과감한 연출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상호작용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수동적 관람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며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던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정된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거리예술 공연은 그 자체로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이전에는 극장을 찾기 어려웠던 직장인, 관광객, 길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자연스럽게 관객으로 끌어들이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연은 작품별로 약 20~40분 내외로 구성되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별도의 예매 절차 없이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다.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국립극단은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과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 등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남은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되는 ‘한낮의 명동극’ 공연은 9월 24일과 10월 29일이다. 혹시 명동 방문이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할인 혜택, 국공립시설의 무료 및 연장개방 정보, 도서관의 ‘두배로 대출’ 등 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문화 혜택 정보를 제공한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작은 무대를 통해 일상 속에서 진정한 쉼표를 찾고, 예술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K-푸드 확산 난항, 현장 간담회 통해 문제점 진단 및 해결 모색

    최근 K-푸드 글로벌 확산에 새로운 국면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에서 24일(현지시간) 개최된 K-푸드 현장간담회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그동안 K-푸드가 해외 시장에서 직면해온 실질적인 어려움들을 진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혜경 여사가 참석하여 K-푸드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에서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인지도 상승을 넘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시급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또한, 현지 유통망 확보 및 마케팅 지원 부족 등 실질적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들이 제기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번 간담회는 K-푸드 업계의 고충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혜경 여사는 참석자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며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K-푸드 브랜드의 해외 시장 안착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지 소비 트렌드 분석 및 맞춤형 상품 개발 지원, 효과적인 유통 채널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번 현장 간담회를 계기로 K-푸드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끊임없는 혁신이 조화를 이룬다면, K-푸드는 세계인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문화 콘텐츠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K-푸드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전망해 본다.

  • 할로윈데이 앞두고 수입 캔디·초콜릿·과자 ‘안전 비상등’…식약처, 통관 검사 강화

    다가오는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수입 캔디류, 초콜릿류, 과자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해당 품목들에 대한 통관 단계 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명절이나 특정 기념일과 같이 소비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불량 수입 식품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번 기획검사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품목들을 선제적으로 점검하여 수입 식품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캔디류의 경우, 기준치를 초과하는 타르색소나 보존료의 사용 여부, 그리고 컵 모양 젤리의 경우 압착강도 등을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초콜릿류에서는 세균수 검사가 이루어지며, 과자에 대해서는 산가, 세균수, 이산화황, 그리고 곰팡이독소(제랄레논, 총 아플라톡신)와 같이 품목별로 주요 부적합 항목이나 중점 관리가 필요한 항목들이 집중적으로 검사된다. 모든 제조사별로 최소 1회 이상 정밀 검사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즉시 수출국으로 반송되거나 폐기 처리된다. 또한, 동일 제품이 향후 다시 수입될 경우에는 5회 이상 정밀 검사를 통해 더욱 엄격한 관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이와 같이 특정 시기에 소비가 증가하는 수입 식품들에 대해 통관 단계에서의 기획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수입 식품 안전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선제적이고 강화된 관리 조치를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할로윈 시즌의 다양한 식품들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K-애니메이션 ‘케데헌’, 글로벌 문화 전유 넘어 디아스포라 서사로 확장

    전 세계 언론의 문화 비평란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단순한 한류 현상을 넘어 글로벌 문화의 로컬 전유 사례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기록적인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케데헌’은 그동안의 한류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문화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케데헌’의 흥행은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의 매력에서 비롯된다. 특히, 임무 수행 중 잠시 한눈팔며 화분을 일으켜 세우는 ‘호랑이 더피’와 같은 장면은 원본에 대한 집착 없이 극강의 소통 능력을 위해 창조된 캐릭터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보여준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은 한국 문화산업이 자체 제작했다면 구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으며, 로컬의 요소를 글로벌 시장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교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케데헌’ 관련 굿즈가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키는 현상은 이러한 문화적 파급력을 증명한다.

    ‘케데헌’은 그 제작 과정과 서사적 측면에서 기존 한류 콘텐츠와 차별점을 보인다. 한류가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인기와 그 파생 효과를 의미했다면, ‘케데헌’은 한국이 직접 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며 ‘뮬란’이나 ‘쿵푸팬더’처럼 글로벌 문화가 로컬을 전용한 사례로 분류된다. 더욱이 북미의 한인 2세 원작자 및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애플 TV의 ‘파친코’와 유사성을 지닌다. ‘파친코’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실사 드라마였다면, ‘케데헌’은 한국의 전통 무속 서사와 케이팝이라는 현대 대중문화를 결합하여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친코’의 세트장이 한국 여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반면, ‘케데헌’이 그려낸 서울의 풍경은 노스텔지어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서울로 이끌 잠재력을 보여준다.

    ‘케데헌’이 디즈니의 가족용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되는 현상 역시 흥미롭다. ‘케데헌’에 대한 반복 시청 및 싱어롱 욕구는 경쟁작이 부재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및 삽입곡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큰 역할을 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한 역동적인 액션 연출, 시청자의 적극적인 수용을 유도하는 텍스트 전략,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케이팝이 가진 고유의 힘이 결합된 결과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양식은 비서구인의 몸이라는 탈식민적 세계화의 장벽을 허물었다. 케이팝이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에 갇혀 팬덤 영역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었다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거나 완전히 제거한다. 그림으로 표현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인종적 복잡함 없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 용이하며 코스프레 또한 쉽다. 나아가 플레이브, 이세계 아이돌 등 가상 아이돌 그룹의 해외 투어가 가능할 정도로 케이팝 문화 내 캐릭터 문화가 발전하면서, ‘케데헌’의 캐릭터들은 세계관을 갖춘 채 글로벌 케이팝 무대에 데뷔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고 있다.

    케이팝 문화에서 그룹의 ‘서사’는 그룹 간 변별성을 부여하고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요소이다. ‘케데헌’은 인간 세계를 보호하려는 이중 정체성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 속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그려내며, 자아 발견, 개인 성장, 우주 대전쟁 등 기존의 글로벌 문화 콘텐츠와는 다른 독특하고 매력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케데헌’의 무궁무진한 서사적 확장 가능성은 이미 열려 있다. 수많은 프리퀄, 시퀄 제작이 가능하며, ‘헌터스’의 세계 투어 중 로컬 ‘귀마’들과 싸우는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로컬 버전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을 넘어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의 독특한 한국 문화 경험과 애정이 녹아든 ‘케데헌’은 글로벌 시장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세계사를 한국인의 경험으로 포괄하는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한류를 넘어 한국의 미래가 한인 디아스포라와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케데헌’은 이제 한류가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문을 열고 있다.

  • 조선왕릉, 단순한 유적 넘어 대한제국 황실의 비극과 미래 세대의 다짐을 잇는 여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과 궁궐이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지만, 그 배경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와 주권 상실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운영하는 「2025년 하반기 왕릉팔(八)경」 프로그램은 단순한 문화유산 답사를 넘어, 대한제국 황실의 쇠망과 함께 변모해 간 능묘 문화를 탐색하며 미래 세대의 역사 인식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해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조선 왕릉의 장엄함과 대한제국 황릉의 독특한 양식을 비교하며 역사의 굴곡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이번 여정은 조선 왕실 중심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곧 격동의 근대 전환기를 살아낸 황실의 고뇌와 함께, 주권을 잃었던 민족의 아픔을 되새기는 기회가 된다.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9기의 능침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이다. 이곳에서는 1408년 태조의 건원릉 건립부터 현종의 숭릉까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능묘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설사는 능역의 구조, 제향의 의미, 그리고 능묘에 담긴 정치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며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조선 왕릉 표석의 기원이 송시열의 상소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는, 예법의 엄격함과 기억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역사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보여준다. 표석의 전서체 또한 송시열의 주장으로 정착되어 왕릉 제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순종황제의 능행길은 이번 프로그램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순종은 대한제국의 제2대 황제이자 조선의 마지막 황제라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은 제사 횟수를 줄여 1년에 두 번으로 축소했지만, 이는 모든 능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종묘 정전에 모셔진 왕과 왕비의 능은 명절제와 기신제를 모두 지냈지만, 그렇지 않은 능에서는 명절제만 지냈다. 이러한 제사 제도의 변화와 혼선은 대한제국이 겪었던 정치적 불안정성을 반영한다. 오늘날 명절제 대신 기신제가 중심으로 남아 제사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점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구릉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자리한 건원릉은 태조 이성계의 유훈에 따라 봉분을 덮은 억새로 유명하다. 태조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후손들의 계승 의지가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원릉의 표석에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이라 새겨진 것은 태조의 위상을 황제로 격상해 전하며 왕릉 제도와 예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 봉분 주위의 병풍석, 난간석, 호랑이와 양 석상, 망주석, 곡장 등은 왕을 사후에도 국가의 영원한 군주로 기억하게 하는 상징적인 요소들이다. 제향이 봉분 아래 정자각에서 올려지고, 혼유석, 문인석, 무인석, 석마 등은 왕을 받들던 신하와 장수, 왕의 위엄을 상징하며 왕릉의 위상을 더한다.

    정자각은 왕릉의 핵심 의례 공간으로,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이다. 계단은 제물, 제관, 왕이 오르는 길이 구분되며, 혼이 다니는 신로와 제관, 왕이 이용하는 어로가 분리되어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을 상징한다. 영조 때부터 중국 제도를 본떠 축문을 태우는 방식이 정착된 것도 제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추존왕의 능에서는 생전에 왕이 아니었으나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서 추존된 왕들의 무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무덤 역시 ‘능’이라 불리지만, 정통 왕릉과는 차이가 있다. 태조 건원릉에 호랑이와 양이 네 쌍씩 세워진 것과 달리, 추존왕의 능에는 절반만 배치해 구분했다. 왕릉은 망자의 영역인 봉분이 있는 언덕과 산 자와 죽은 자가 제사를 통해 만나는 제향 공간으로 나뉜다. 이곳에는 임금의 업적을 기록한 신도비와 무덤의 주인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졌다. 건원릉의 신도비에는 ‘역신 정도전’과 ‘공신 봉화백 정도전’이라는 상반된 기록이 있어 당시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추존왕의 능 중에는 익종(효명세자)과 신정왕후의 무덤처럼 합장릉도 있다. 봉분이 하나지만 표석에 함께 모셔졌음을 알 수 있으며, 신정왕후의 지위가 높아 왕이 오른쪽, 왕비가 왼쪽에 자리하는 원칙과 달리 배치가 달라진 사례는 당시의 서열 의식이 왕릉 공간에도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경릉은 헌종과 두 왕비(효현왕후, 효정왕후)가 합장된 삼연릉으로,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유일한 사례다. 이곳의 비석은 대한제국 시기에 새겨졌으며, 여러 차례 다시 새겨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석비 제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던 당시의 사정을 보여준다. 홍릉의 비각 표석은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일본의 ‘前大韓(전대한)’이라는 표현 주장을 대한제국이 반대한 끝에 수년간 방치되었으나, 홍릉 참봉 고영근이 일본의 눈을 피해 비문을 완성해 놓았다는 이야기는 당시의 굴욕적인 상황을 짐작게 한다.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체제를 전환한 것처럼, 능의 조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석물의 배치, 봉분의 규모, 향어로의 장식은 황제의 권위를 강조했지만, 그 화려함 속에는 주권을 빼앗긴 민족의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

    홍릉과 유릉을 돌아보며 마주한 화려한 석물과 질서정연한 배치는 위엄을 풍겼지만, 그 속에는 주권을 잃은 황제와 황후의 쓸쓸한 이야기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 학생이 “역사학자가 되어 문화유산을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모습은, 이 길이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를 묻는 자리임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