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청년들의 ‘진로 고민’과 ‘취향 탐색’을 위한 맞춤형 문화 행사, 그 효과는?

    청년들이 겪는 진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두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가 있었다. 지난 8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바로 이러한 청년들의 어려움에 주목했다.

    이 행사는 2030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팝업 스토어 형태로 기획되어, 청년들이 자신만의 문화 취향을 발견하고 수집하는 것을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의 문을 연 1층 ‘탐색의 방’에서는 청년들이 각자의 오랜 취미와 최근 관심사를 되돌아보며 다양한 문화 성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유도하며, MBTI 성격 유형 검사처럼 흥미로운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낯섦의 설렘’, ‘쾌감’과 같은 감각적인 표현과 ‘야구’, ‘일러스트’, ‘서점’ 등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택지로 제시되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오롯이 자신의 경험에 집중하여 문화 취향을 발견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어지는 ‘고민 전당포’ 코너는 청년들이 솔직한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참가자는 자신의 고민을 적어 전당포에 맡기고, 다른 사람이 작성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뭘 해도 의욕 없는 날이 자꾸 길어져서 두려워요.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고받으며, 의욕 상실 극복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고민을 통해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얻었다. 낯선 이의 짧은 문장 속에서도 진심과 무게를 느끼며, 이는 곧 자신에게 전해지는 조언처럼 다가왔다.

    2층 ‘연결의 방’에서는 발견한 취향을 실제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단체와 모임이 소개되었다. 독서 모임, 잡지 커뮤니티, 체육 기반 협동조합 등 각양각색의 단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며 타인과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청년소리의 정원’ 부스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다른 청년들의 투표를 거쳐 정책 의제로 발전시키는 온라인 창구의 현장 버전이 운영되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청년 재테크 교육’과 같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의 의견을 살펴보며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

    3층 ‘영감의 방’에서는 취향이 곧 직업이 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강연이 시간대별로 진행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참가자는 출판계 현직자들과 함께하는 ‘작가의 문장이 세상에 닿기까지’ 토크콘서트에 참석하여, 민음사 마케팅팀 조아란 부장과 김겨울, 정용문 작가로부터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청년들에게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 행사는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 개성 넘치는 취향이 어떻게 문화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두고 이러한 경험은 더욱 의미가 컸다. 이 행사는 청년 정책이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와 정체성 탐구까지 포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청년의 날을 전후하여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문화 행사와 정책 소통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 청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 청년들의 고민을 덜어줄 ‘청년의 날’ 행사, 진로·문화·성장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제공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이는 청년의 권리와 자립, 성장을 응원하고자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날이지만, 많은 청년들이 이 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또는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부족으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막연한 거리감을 가질 수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로 필자 역시 처음에는 청년의 날 행사가 딱딱하고 자신과는 무관한 행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이 실질적인 도움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올해는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청년주간’이 운영된다. 이 기간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준비하며, 기존의 막연함이나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운영되는 청년주간에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민할 만한 주제를 다루는 행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진로, 창업, 문화, 심리, 관계,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관련 행사 정보를 찾는 방법 또한 다양해졌다. 각 지자체 누리집에서 ‘청년정책’ 또는 ‘청년센터’ 관련 메뉴를 확인하거나, 지자체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최신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청년몽땅정보통 누리집에서 ‘청년의 날’을 검색하거나 ‘청년의 날 + 지역명’을 입력하면 보다 구체적인 지역별 행사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에는 로이킴 공연을 포함한 순천 <청년의 날 X 주말의 광장> 행사, 개그우먼 김영희 토크콘서트와 안성 청년가왕 행사 등이 포함된 안성시 <안성청년 쉴래말래?> 청년 축제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개성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필자가 직접 참여한 서울 은평구의 ‘은평청년톡톡콘서트’에서는 유명 PD인 김태호 PD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9월 18일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연출한 김태호 PD의 강연을 듣기 위해 수많은 청년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김태호 PD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방송국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플랫폼이 다양화된 변화 속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의 분석은 같은 미디어 산업 분야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강연에는 기자, 작가, 크리에이터 등 언론·미디어 분야를 꿈꾸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하여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특히, 이번 강연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어 정보에 대한 평등한 접근성을 높인 점은 더욱 의미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처럼 청년의 날 행사는 단순히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스스로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에도 ‘위라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박위의 강연을 통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결론적으로, 청년의 날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관심 분야의 강연을 듣거나 부스를 체험하는 활동은 청년들에게 좋은 추억과 함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청년들은 청년의 날마다 적극적으로 양질의 강연과 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함으로써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세아 new220723@naver.com

    [자료제공 : (www.korea.kr)]

  • 한국 문화, 해외 인정 후 ‘내 것’으로 재확인하는 역설적 현상

    한국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후에야 비로소 국내에서 ‘국가 브랜드’로서 인식되고 재평가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것’에 대한 내부적인 자신감 부족과 외부 평가에 의존하는 문화적 자기 확인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한국 사회가 스스로의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계승해 나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거부터 잊혔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문화가 해외에서 빛을 발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올 때, 문화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이를 ‘문화 역수입’이라 칭하며, 이는 단순한 인기 역전이 아닌 문화 정체성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일본의 우키요에를 들 수 있다. 탱고는 본래 아르헨티나 부두 노동자들의 거친 삶에서 비롯된 춤이었으나,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상류층에게 발굴되어 예술로 승화된 후 자국 내에서 재평가받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우키요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일본 내에서 일상적인 인쇄물로 여겨졌다. 포장재로 쓰였던 우키요에의 독특한 구도와 색채에 감명받은 유럽 예술가들의 재발견 이후, 일본에서도 우키요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는 ‘자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문화를 세계사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화 역수입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판소리나 막걸리가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은 후 한국인들이 그 진가를 재평가한 경우, 그리고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동남아 및 중남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적인 정서와 가족주의, 이른바 ‘K-신파’적 감수성이 재조명된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족주의, 어머니와 고향, 세대 간의 화해와 같은 서사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고, 이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감정의 DNA’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정서의 수출’은 한국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특히 아시아권과 중남미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K-팝과 드라마의 경우, 해외에서 먼저 뜨거운 반응을 얻은 후 국내 언론과 정책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패턴을 보인다. ‘한류’라는 용어 역시 K-콘텐츠의 인기를 보도한 중화권 언론의 명명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한국 문화가 외부의 ‘수용’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국 내에서 의미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에서 인정받고 인기를 얻을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한류’를 인식하고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자기 확인의 한 방식으로, 자국 문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외부의 찬사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경향은 글로벌 시대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화 심리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때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이 문화 역수입의 밑바탕에 작용하기도 하며, ‘우리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외부의 자극을 통해 가치를 깨닫는 현상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맥락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해외의 반응을 통해 내부 자산을 외부의 거울로 비추어 재해석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화는 단순히 외연의 확장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순환과 회귀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중요하다. 문화 역수입은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이며, 문화의 미래는 그 회귀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는 순환할 때 비로소 살아있으며, 되돌아온 그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든지 재확인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입양’시키듯 문화를 밖으로 내보내기보다, 그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내부에서 제대로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건국대, 80억 기금으로 인문학-공연시설 조성… 복합문화공간 구축으로 학문적 토대 강화

    새로운 학문적 공간 창출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건국대학교가 80억 원 규모의 거액 기금 약정을 통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나섰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15일 오전 11시, 인문학관 강의동 1층 로비에서 ‘영산 김정옥 이사장 인문학-공연시설 조성기금 약정식’을 개최하며 문과대학 K-CUBE 개소를 공식화했다. 이는 학문적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 사회와 연계된 문화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대학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기금 약정은 김정옥 이사장(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이 80억 원을 건국대학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성사되었다. 이 소중한 기금은 건국대학교 내에 인문학 연구와 공연 예술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인 K-CUBE를 조성하는 데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K-CUBE는 단순한 강의실이나 연구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함양하고, 나아가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문화 예술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금 조성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문학적 소양 부족과 문화 예술 향유 기회의 제한이라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K-CUBE를 통해 학생들은 더욱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공연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 주민들에게도 수준 높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약정은 건국대학교가 인문학 발전과 문화 예술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 폐기물 소각장이 예술 공간으로, 뼈다귀해장국은 추억의 별식이 되기까지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도시의 팽창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되고 일상의 별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1970~80년대 수도권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또한, 당시 가난과 허기를 이겨내기 위해 탄생했던 음식들이 오늘날에는 일상의 별식이 되기까지의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부천시는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혐오 시설을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감한 시도를 했고, 이는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천시는 과거 쓰레기 처리 시설이었던 부천아트벙커B39를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함께 삼정동에 설치된 쓰레기 소각장은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가동되었으나, 1997년 기준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지속적인 폐쇄 운동 끝에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기능이 이전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모했으며,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BANKER)’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된 핵심 공간이자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내던 쓰레기 반입실은 현재 멀티미디어홀(MMH)로 사용되며,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 설비 공간들은 아카이빙실, 전시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편,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으로서 뼈다귀해장국은 우리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천 미군 부대에서 유래한 돼지 뼈다귀를 활용하여 탄생한 뼈다귀해장국은 값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88년 부천시 원미동에서 창업한 한 식당의 뼈다귀해장국은 맑고 깨끗하며 가벼운 국물 맛으로, 외국인들에게도 K-푸드의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과거 개발 과정에서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던 노력과,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생한 음식들이 이제는 일상의 별식이자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오래 견디고 볼 일’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쓰레기 처리장이 예술 공간으로, 그리고 가난의 상징이었던 음식이 별식으로 변모하는 것은 과거의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성공적인 도시 및 문화 재생의 사례라 할 수 있다.

  • 국립극장의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새 지평을 열다

    올가을, 국립극장은 9월 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이하 ‘세계 음악극 축제’)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 축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주소를 조망하려는 야심 찬 시도로, 올해 제1회를 맞이하며 향후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축제가 개최되기까지에는 창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노력이 선행된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여러 배우가 각 배역을 맡아 연극적인 형태로 공연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1900년대 초에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 판소리의 ‘창'(노래), ‘아니리'(사설), ‘발림'(몸짓) 등의 요소를 활용하지만, 1인극 또는 2인극 형태인 판소리와 달리 다인극으로 공연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러한 창극을 중심으로 국내외 다양한 음악극을 선보이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여느 축제와는 차별화된 특별함을 선사한다.

    올해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총 9개 작품(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을 23회에 걸쳐 선보인다. 이는 거의 한 달에 걸쳐 진행되는 방대한 규모의 축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으로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심청>은 우리에게 익숙한 효녀 심청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되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제의 다채로움은 해외 초청작에서도 빛을 발한다. 홍콩의 전통극인 월극을 바탕으로 제작된 <죽림애전기>는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좇는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낸다.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호평받은 이 작품은 가면을 쓴 배우들이 서사에 맞춰 노래, 춤, 연기에 무술까지 결합하여 선보이는 역동적인 공연이다. 축제를 찾은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의 측면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현대적인 기술과 결합된 문화적 원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음악극 축제’를 한국 문화 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로 평가하며, 창극, 월극, 노극 등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맞서 싸우고자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을 보았던 정수정이라는 여성의 서사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낸다.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당시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정수정의 이야기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품은 배우들이 작창과 창작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모든 것의 중심에 너를 두거라”라는 대사를 통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공연 관계자는 국립극장이라는 큰 무대에서 민간 단체의 작품이 선보일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와 소통, 협업의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올해 ‘동아시아 포커싱’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어떤 주제로 관객들을 만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극장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계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향후 해외 작품 초청 및 국내외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의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람객들을 위한 ‘부루마블’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되어 있어,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 조선왕릉, 묻혀있던 문화유산을 만나는 ‘체험형 문화행사’의 새로운 길

    조선왕릉이 단순한 역사 유적을 넘어, 살아있는 문화 체험의 장으로 재탄생한다.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국 8개 왕릉에서 펼쳐지는 「조선왕릉대탐미(朝鮮王陵大耽美)」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행사가 마련된 배경에는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이번 「조선왕릉대탐미」 행사는 8개 왕릉을 탐방하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매달 신청 가능한 행사와 체험 방향이 달라, 방문객은 자신의 일정과 관심사에 맞춰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특히, 혼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은 언제 어디서나 홀로 왕릉을 탐방하며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월 25일에는 퀴즈를 풀며 산책하는 <왕릉산책:특별 회차>가 개최될 예정으로, 방문객들은 더욱 능동적으로 왕릉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각 왕릉의 주요 지점에 설치된 QR코드 시스템이다. 홍살문이나 정자각 등 역사적인 장소에 배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장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오디오 가이드 영상을 청취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전문 해설사 없이도 누구나 쉽게 왕릉의 역사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태릉에서는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을, 강릉에서는 조선 13대 명종과 그의 왕비 인순왕후 심씨의 쌍릉을 만날 수 있다. 각 능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정자각의 구조와 제례 방식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 문구와 사진 자료도 함께 제공되어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또한, 「조선왕릉대탐미」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도 최적의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태릉과 강릉 매표소 인근에는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소가 마련되어 있어, 어린 영아를 동반한 가족도 부담 없이 왕릉을 탐방할 수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연령대의 아이들이 야외에서 놀듯이 학습하며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기에 매우 적합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현재 국가유산청 국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예약 접수 중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사릉)>은 음악회와 노리개 만들기 체험 등을 제공하며, 10월 11일(토)에는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광릉)>이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해 10월 4일(토) <의릉 토크콘서트>와 10월 11일 헌인릉에서 열리는 창작뮤지컬 <드오:태종을 부르다> 등이 추천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다.

    이번 「조선왕릉대탐미」 행사는 우리 주변에 묻혀있던 조선왕릉이라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만큼, 자녀와 함께하는 특별한 체험과 왕릉산책을 통해 조선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행사의 예약은 국가유산청 국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 ‘사랑이 뭐길래’ 28년 전 첫 방영, 한류의 ‘시작점’ 논란과 그 의미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하며 한류의 성공적인 역사를 새롭게 썼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아우르는 EGOT를 향해 나아가는 한류의 현재를 조명하기 위해, 28년 전 한류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류의 시작점을 둘러싼 논의는 학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아이칭스션머(愛情是什麽)’라는 으로 처음 방영된 시점을 한류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다. 이 드라마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MBC에서 방영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로, 당시 한국에서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랑이 뭐길래>가 한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국에서의 경이로운 파급력이 한류의 진정한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당시 <사랑이 뭐길래>는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으며,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1998년 CCTV에서 2차 방영권까지 구입해 다시 편성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 대중문화 시장에 미친 최초의 거대한 파급력으로, 한류라는 현상을 본격적으로 점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물론 한류의 원년을 1997년으로 보는 것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중국 방영 시기를 기원으로 보는 학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아젠다가 한국 사회에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시점을 보는 설, 1995년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CJ 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 여러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시기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1999년 11월 19일 중국 언론이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인기를 ‘한류(韓流)’라고 처음 명명한 시점을 기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설들 속에서도 <사랑이 뭐길래>의 1997년 중국 방영 시점이 가지는 상징성과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한류’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1997년을 원년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지점일 수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라는 의미를 가지며, 시대 구분점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길이다.

    이러한 한류 원년 논쟁 속에는 한국인이 문화적 성취를 통해 느끼는 인정 욕구가 투영되어 있다. 마크 피터슨 교수가 지적했듯이, 한국의 창조적 천재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도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열망이 담겨 있다. <사랑이 뭐길래>부터 시작된 한류의 역사가 28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7년 중국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수용한 것은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안으로 한국 문화를 선택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에도 중국 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 제동을 걸었으며, 이는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한한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는 한류의 세계화가 문화콘텐츠 현장의 창작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임을 증명한다.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였다. 당시 한국 내에서도 드라마나 가요를 폄하하는 시선이 존재했지만,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K-콘텐츠의 높은 완성도와 보편적인 소구력,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형성된 강력한 제작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으로 이어진 영상 콘텐츠의 발전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폭발했으며, K팝 역시 2011년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결론적으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소식은 한류 성공 신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공연 예술 콘텐츠가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 예술 시상식에서 다관왕을 차지하며 EGOT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 문화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일으켰던 작은 파동으로부터 시작된 한류의 여정이 얼마나 장대한 서사로 이어져 왔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는 단순한 드라마의 성공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 도심 한복판 예술과의 만남,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국립극단의 ‘한낮의 명동극’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문화적 휴식을 취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극단은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이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이번 ‘한낮의 명동극’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국립극단은 1950년 창단 이래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꾸준히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올해는 특히 ‘365일 열려있는 극장’을 표방하며,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유·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지난 8월 27일, 인형극 <곁에서> 공연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추었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공연을 관람하며 이야기에 몰입했다. 무대에 단 한 명의 연주자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과 다양한 소품들은 야외마당을 작은 극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연주자와 관객이 소통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수동적 관람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경험을 선사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거리예술 공연은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며,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기 어려웠던 직장인, 관광객, 그리고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며 예술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돕는다.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에 용이하며,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 중단 또는 취소가 될 수 있다.

    국립극단은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명동人문학’ 강연과 ‘백스테이지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에 명동을 찾으면 9월 24일과 10월 29일에 공연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명동 방문이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의 문화공간에서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할인 혜택 정보, 국·공립 시설의 무료 및 연장 개방 정보, 도서관의 ‘두배로 대출’ 등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문화 혜택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한낮의 명동극’과 같은 일상 속 작은 무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삶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쉼표가 될 것이다.

  • 사라진 산업의 애도와 도시의 미래, 장생포 문화창고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묻다

    울산 장생포의 고래 요리 식당은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선다. 이곳에는 사라진 산업과 생업, 그리고 포경선에 대한 깊은 애도와 향수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고기 한 점을 음미하는 행위는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의 도시를 재정비하는 의례이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장생포는 선사시대부터 고래가 모이는 깊은 바다였음이 울산 반구대암각화의 고래잡이 그림과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증명된다. 특히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하며 태화강, 삼호강, 회야강 등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부유물 덕분에 새우를 비롯한 작은 물고기들이 넘쳐났고, 이는 고래들의 이상적인 서식지가 되었다.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 접안이 용이했던 이점은 장생포를 번성하는 포경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과거 장생포는 마치 “개가 만 원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으며, 대형 선박과 6~7층 규모의 냉동 창고가 즐비했다.

    그러나 1973년 남양냉동, 1993년 세창냉동 등 냉동 창고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장생포는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러한 폐허 위에 지자체와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2016년 울산 남구청이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고,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2021년 장생포문화창고가 개관했다. 총 6층 규모의 문화창고는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 등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거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특별전시관, 갤러리,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에어장생’ 체험,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수십 년 된 냉동 창고 문을 그대로 살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폐허가 된 공간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은 2층의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다. 이곳은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중화학 공업의 역사와 발전을 보여준다. 과거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로 인해 ‘온산병’이라 불리는 중금속 중독 질환에 시달렸던 주민들의 아픔 또한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장생포문화창고는 과거의 어두운 역사까지도 조명하며,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장생포의 고래잡이 산업은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금지 결정으로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장생포의 고래고기 식당들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대부분 혼획된 밍크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고래고기의 희소성과 높은 가격은 그 자체로 욕망의 대상이 된다. ‘일두백미’라 불리는 소처럼, 고래 한 마리에서도 12가지 이상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턱 아래 부채꼴 모양의 ‘우네’나 피하지방과 근육층이 겹겹이 쌓인 ‘오배기’와 같은 고급 부위는 고래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한다.

    장생포의 고래 요리 식당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 포경선에 대한 향수를 담아내며 과거를 애도하고 회상하는 의례의 장소다. 고래로 꿈을 꾸었던 어부들, 고래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던 피란민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의 땀과 노력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그 고래와 함께했던 시간과 기억은 고래고기를 통해, 그리고 장생포문화창고를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며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