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100만 년 제주 태초의 속살, 용머리해안의 척박함 속에서 탄생한 ‘베지근한’ 맛의 비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봄날, 유채꽃과 벚꽃으로 절정인 제주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예전처럼 관광객으로 붐비는 제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국내 여행 1번지로서의 매력은 여전하다. 특히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용머리해안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로컬100에 이름을 올린 유산으로서, 100만 년 전 태곳적 제주의 속살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물때와 날씨라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방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제주라는 매력적인 땅이 가진 ‘문제’이자, 방문객들이 겪는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이 자리 잡은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만나는 산방산은 설문대 할망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한라산보다 먼저 생성된 오래된 화산체다. 그리고 산방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용머리해안은 제주 본토가 생기기 훨씬 이전인 약 1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서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화산체다. 수성화산 분출은 간헐적으로 여러 분화구에서 계속되었고, 화산재에 분화구가 막히면서 방향이 바뀌어 지금도 각기 다른 세 방향으로 쌓인 화산재 지층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다시 화산재가 쌓이고, 또다시 바다와 바람에 깎여나가면서 만들어진 이곳은 제주의 지질학적 역사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다.

    이처럼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우리는 경외감을 느낀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기묘하게 얽히고설킨 풍경 속에서 100만 년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작은 방처럼 움푹 들어간 굴방, 넓은 암벽의 침식 지대,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진 사암층과 파도가 빚어낸 해안 절벽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용머리’라는 이름처럼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는 이곳은, 마치 진시황이 용의 혈맥을 끊었다는 전설처럼 영험한 기운을 품고 있다. 기암절벽 사이로 솟구치는 용암의 증기가 빠져나가며 생긴 구멍,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지층은 제주 최초의 속살을 만나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바닷물이 철썩이는 곳에서는 거북손과 갖은 어패류들이 단단히 붙어 있으며, 제주 할망들은 좌판을 펴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삶은 찰나에 불과함을 겸손하게 깨닫게 된다.

    용머리해안을 걷는 동안, 이 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바로 고사리해장국이다. 화산섬 제주는 물과 곡식이 부족하여 늘 가난과 싸워야 했다. 특히 논농사가 어려웠던 이곳에서 오랜 시간 제주를 먹여 살린 두 가지 작물이 바로 고사리와 메밀이었다. 다년생 양치식물인 고사리는 척박한 화산암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빗물을 저장하며 자랐고, 이는 제주 생태계의 시작이자 식재료의 시작이 되었다. 비록 독성이 있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고사리를 삶고 말려 독성을 제거한 뒤 즐겨 먹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제주에서 고사리의 가치는 더욱 컸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고사리해장국은 돼지 사육이 흔했던 제주에서 돼지뼈로 곤 육수를 활용해 만든 음식이다. 돔베고기를 나누고 남은 뼈나 고깃덩어리를 넣고 끓이면 ‘접작뼈국’이 되고, 여기에 고사리를 넣고 끓이면 고사리해장국이 되는 것이다. 육개장에서 소고기 대신 고사리를 사용하듯, 제주에서는 고사리가 소고기를 대체하는 식감과 질감을 제공했다. 여기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가루를 더하면 걸쭉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고사리해장국이 완성된다. 김이 폴폴 나는 고사리해장국은 메밀가루 때문에 약간 거무튀튀한 빛깔이지만, 한 숟갈 떠 입에 넣으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마치 “나 고사리야, 나 메밀이야”라고 말하는 듯, 고사리와 메밀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제주 사투리로 ‘베지근하다’고 표현되는 이 맛은, 기름지면서도 담백하고 깊은 맛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최상급 칭찬이다. 밥 한 공기를 말아 넣으면 더욱 걸쭉해져 죽처럼 되직하게 입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 가난과 통한의 연속이었던 제주 사람들의 인생에서 이처럼 담백하고 유순한 맛을 낳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사리해장국집 창 너머로 유채꽃 일렁이는 산방산과 그 아래 엎드린 용머리해안을 바라보며, 우리는 100만 년 제주의 역사를 음식 하나로 관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 음식을 맛보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을 건넬 수밖에 없다.

  • K-문화 원천으로서의 한글, 세계로 뻗어나가는 확장 전략

    한국어와 한글이 단순히 우리만의 문자가 아닌, K-문화의 근원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확산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추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87개국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K-팝, 드라마,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향유하는 시대에,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제579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국어와 한글을 미래를 이끄는 말과 글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총리는 먼저 한글이 가진 독창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그 창제 원리가 세종대왕의 백성을 향한 깊은 사랑과 혁신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혔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든다’는 훈민정음 머리글에 담긴 인류애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수여로 이어져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켜낸 선조들의 헌신 또한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한글이 민족 정신의 버팀목이 되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한글의 위대한 정신과 문화적 파급력을 바탕으로, 정부는 한국어와 한글의 세계적 확산을 위한 다각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첫째, 언론과 뉴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확산시켜 한국어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둘째, 전 세계 14만 명 이상이 배우고 있는 세종학당을 더욱 확대하여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한글을 활용한 상품 개발, 전시, 홍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한글의 산업적 가치를 높이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어 기반의 언어 정보 자원 구축을 확대하여 미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더불어, 이번 APEC을 ‘초격차 K-APEC’으로 만들고 한글을 포함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창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어와 한글은 K-팝, 드라마, 영화 등 현재의 K-문화 성공을 넘어, 더욱 깊고 넓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87개국 세종학당의 14만 명을 넘어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등, 한글은 문화 공유와 미래를 이끄는 진정한 말과 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 ‘이름 붙여짐’에서 ‘진정한 여행’까지,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묻다

    한류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세계적으로 명명되고 인정받는 문화적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과거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몸짓’에 불과했던 시기, 중화권 매체에서의 ‘한류’라는 명명은 콘텐츠에 실체를 부여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시작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는 김춘수의 시 ‘꽃’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듯, 대상을 인식하고 명명함으로써 비로소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한류는 수동적인 소비물이 아닌,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태어나고 그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은 결과물이다. 학계의 진단대로 한류는 일방적인 전파가 아닌, 세계의 수용을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해왔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시작이며, 한류는 이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세계 속에 ‘들어왔다’.

    이처럼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고통과 기다림의 산물이다. 일제 강점기, 분단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소쩍새의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과 같은 아픔을 겪어왔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말하듯, 이 모든 역사적 고통과 인내는 오늘날 한류라는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국화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로서 우리 앞에 현현한다. 따라서 한류는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 굴곡, 성공, 그리고 회복의 총체적이고 문화적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한류가 과연 누구를 위해 피어났는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를 위한 것인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의 복합적인 결과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이 제기된다.

    한류의 확산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K-콘텐츠의 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말은 언어를 초월하여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는 K-팝의 핵심을 꿰뚫는다. BTS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시대의 시인이자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로서 기능한다. 그들의 노래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와 같다. 잘 만들어진 문화상품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은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K-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한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콘텐츠, 즉 진정성 있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K-콘텐츠는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시가 개인의 고백인 동시에 집단의 거울이 되듯, K-콘텐츠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이유로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 ‘진정성’을 내세우며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고 말하듯, 한류 역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이제 한류는 문화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내부의 진실 또한 반영해야 한다. 외연을 넓히면서도 내면을 잊지 않을 때, 한류의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제공하는 이 여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 10월 단풍철, 연중 최다 등산사고 발생…’실족·조난’ 막기 위한 사전 대비가 관건

    가을 단풍의 절정을 맞이하는 10월은 연중 등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는 10월 단풍철을 맞아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실족이나 조난 등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단풍은 10월 초 설악산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 이후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즐거움 이면에는 높은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2021~2023년) 발생한 등산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10월에는 총 3,445건의 등산사고가 발생하여 1370명의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이는 연중 다른 달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이다. 사고 원인별로는 ‘실족’이 8,188건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였고, 뒤이어 ‘조난’이 6,871건(26%), ‘지병 등으로 인한 신체 질환’이 4,645건(18%)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10월 단풍철 산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사고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정안전부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산행에 나서기 전에 예상 소요 시간, 대피소 위치, 그리고 당일 날씨 예보 등 전체적인 산행 일정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등산로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산행 중 몸에 조금이라도 무리가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하산해야 한다.

    특히, 평소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등산객이라면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하며, 출입이 통제된 위험하거나 금지된 구역에는 절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산행 중에는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샛길로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능하다면 혼자보다는 일행과 함께 산행하는 것이 안전사고 발생 시 큰 도움이 된다. 만약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않고 왔던 길을 따라 자신이 아는 지점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또한, 구조를 요청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면,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산악위치표지판이나 국가지점번호 등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안전부는 또한 산에서는 해가 일찍 저물기 때문에 조난 등의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해가 지기 1~2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황기연 행정안전부 예방정책국장은 “10월 단풍철에는 평소 산을 즐겨 찾지 않던 사람들도 단풍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아 사고 예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가까운 산에 가더라도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숙지하여 안전하게 가을 단풍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전 대비와 현장에서의 철저한 안전수칙 준수가 10월 단풍철 등산사고를 최소화하는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왕릉, 역사 속 ‘문제’와 ‘해결’을 잇는 여정

    조선왕릉과 궁궐을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 「2025년 하반기 왕릉팔경」이 오는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의 가치를 알리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의 배경에는 유적의 보존과 역사 교육의 필요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하며, 「왕릉팔경」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획되었다.

    본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은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지만, 단순히 박제된 유적에 그치기 쉬운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선왕릉은 그저 오래된 무덤으로 인식될 뿐,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나 당시의 정치·사회·문화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근현대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왕릉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황제국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역사적 단절과 인식 부족은 유산의 가치를 온전히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장애물이 된다.

    「2025년 하반기 왕릉팔경」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번 하반기 프로그램은 특히 8월 21일, 9월 25일, 10월 16일에 예약이 가능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오전 11시부터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회당 25명(최대 4인 예약 가능)으로 참여 인원을 제한하여 밀도 높은 관람 경험을 제공하며,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를 위한 전화 예약(02-738-4001)도 병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왕릉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왕릉과 왕릉을 잇는 길 위에서 역사의 숨결을 직접 느끼고 배우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여정은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하여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지며, 조선 왕실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까지 아우른다. 이는 조선 왕릉과 대한제국 황릉을 비교하며 역사적 전환기를 이해하고, 근대 전환기의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동구릉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한 9기의 능침이 모여 있어 조선 왕릉의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건원릉 봉분을 덮은 억새는 태조의 유언과 후손들의 효심이 깃든 전통으로, 600여 년간 이어져 온 살아있는 역사다. 또한, 왕릉 제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표석의 유래, 송시열의 상소로 시작된 표석 설치와 전서체 사용의 배경 등은 조선 시대 예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순종황제의 능행길은 대한제국의 황릉 양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은 제사 횟수를 축소하며 왕릉 제사의 변화를 보여준다. 비록 대한제국 선포 이후 예제 제도가 정비되면서 한식 제사가 청명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혼선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제사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점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홍릉과 유릉은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이는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왕조에서 황제국으로 체제를 전환한 것과 맥을 같이하며, 석물의 배치, 봉분의 규모, 향어로 장식 등에서 황제의 권위를 강조하면서도 주권을 잃은 민족의 아픔을 담고 있다. 특히, 헌종과 두 왕비를 모신 삼연릉은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유일한 사례로, 왕과 왕비의 위계 변화와 석비 제작의 경제적 부담 등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이처럼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과거의 ‘문제’였던 역사적 단절과 인식 부족을 ‘해결’하고, 조선왕릉과 대한제국 황릉에 담긴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를 미래 세대가 기억하고 계승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가자들이 역사의 숨결과 함께 호흡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문화를 통한 낯선 이웃과의 공감, ‘제7회 공공외교주간’이 그리는 미래

    국민 모두가 공공 외교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타국과의 관계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의 중요성에 비해,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낯선 문화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넘어, 실질적인 이해와 공감대로 이어지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7회 공공외교주간’이 9월 8일부터 27일까지 KF 글로벌 센터, 각 대사관, 서울광장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정부 간 외교와는 차별화된,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문화와 예술을 통해 신뢰와 호감을 쌓는 공공 외교의 장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이미 해외 거주 시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외국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사례처럼, 이번 공공외교주간은 이러한 경험을 보다 체계적이고 폭넓게 확산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우리나라의 공공 외교 현장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 포럼, 전시, 공연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서로의 나라를 깊이 이해하고, 이는 결국 국제사회 협력에 밑거름이 될 호감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된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 워크숍은 이러한 공공 외교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콜롬비아가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와 커피 전문가 강병문 씨의 설명을 통해 콜롬비아 커피의 역사, 재배 방식, 그리고 6·25 전쟁 당시 콜롬비아의 파병 등 두 나라의 깊은 인연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직접 커피를 시음하며 서로 다른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낯선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경험을 공유했다.

    이처럼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단순히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함으로써 국제사회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 사업을 확대하고 신기술 활용 디지털 공공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APEC 회의 개최국으로서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행사는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제적 위상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동반될 때, 진정으로 지속 가능하고 강력한 국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공공 외교주간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통해 국민들이 공공 외교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 강화, ‘천’과 ‘젓’의 역사 속에서 찾은 희망의 조각들

    강화도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풍요로운 식재료가 공존하는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그 고유한 정체성이 희미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강화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방직 산업과 그 맥을 잇는 소창 직조 기술이 잊혀질 위기에 놓인 것이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과거 60여 개의 방직 공장이 성행하며 4000여 명의 직공들이 일했던 영화로운 역사는 이제 폐허로 남겨지거나 새로운 용도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보존하고 지역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가 탄생했다. 이 두 곳은 강화직물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서, 폐 소창 공장인 ‘동광직물’을 생활문화센터로 개관하고, 1938년에 건축된 ‘평화직물’ 터를 리모델링하여 ‘소창체험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화소창체험관에서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짠 소창의 제조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수입 원사를 풀어 타래를 만들고, 누런 면사를 표백 및 풀 먹이는 과정을 거쳐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먹인 후 건조하는 일련의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씨실과 날실을 베틀에서 교차시켜 평직물로 만드는 전통적인 직조 방식은 오랜 시간 동안 강화 여성들의 땀과 정성이 깃든 결과물이다.

    또한, 과거 강화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직접 방직물을 판매했던 ‘방판’ 문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간상인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배를 타고 북한 개풍까지 건너가 판매하기도 했다. 이때 밥과 함께 유일하게 챙겨 다니던 찬이 바로 강화 새우젓이었다. 쉰밥, 찬밥에도 곁들여 먹을 만큼 귀하고 요긴했던 이 새우젓은 강화의 갯벌 환경과 한강, 임진강의 풍부한 담수 유입 덕분에 전국 최고 수준의 맛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우젓은 강화의 소박한 향토 음식인 ‘젓국갈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갈비, 호박, 두부, 배추 등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지만, 그 중심에는 새우젓 특유의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풍미가 자리 잡고 있다. 슴슴하면서도 배추의 단맛과 젓새우의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젓국갈비는 인공적인 맛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를 선사한다.

    이처럼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 강화 여성들의 억척스러움과 지혜, 그리고 지역 고유의 맛을 담은 소창과 새우젓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과거의 직물 산업과 풍부한 먹거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강화라는 섬이 가진 다층적인 매력을 발견하게 하며, 이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강화는 잊혀가는 지역의 가치를 되살리고,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빛바랜 우표의 향수, 사라져가는 취미의 부활은 가능한가

    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한때 우리 삶의 일부였던 우표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6학년 4반 이재우’의 책받침은 30여 년 전, 방학 숙제로 ‘취미 만들기’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 ‘우표 수집’은 가장 대중적인 취미로 여겨졌으며, 기념우표 발행일이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로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마치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와 같은 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손 편지가 희소해지고, 자연스레 우표를 접할 기회와 우표 수집가를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우표는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이처럼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 현실은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표의 매력을 재조명하고, 잊혀 가는 취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표는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부담이 적으며, 매년 새롭게 발행되는 다양한 디자인의 기념우표는 수집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국내 우표를 넘어 해외 우표까지 시야를 넓히면 얼마든지 수집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다. 우표는 크게 우편요금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는 ‘보통우표’와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는 ‘기념우표’로 나뉜다. 기념우표는 발행 기간과 수량이 정해져 있어 보통우표보다 희소성을 가진다.

    대한민국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에서 매년 국내외 주요 행사,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1년에 약 10~20회 발행한다. 2025년에는 총 21종의 발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스러운 아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각 지방우정청, 우체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지역 특색을 살린 기념우표를 자체적으로 기획·제작하며 우표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년을 기념하여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업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태백우체국의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 양구군의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 등은 지자체를 홍보하는 수단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우표가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꾸준히 새로운 우표가 발행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기념우표들이 등장하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금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취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현재 사라져가는 우편 문화 속에서도 온갖 이야기를 담은 편지와 택배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사그라들던 극장 발길, 6천원 할인권으로 다시 불붙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사춘기 절정을 보내는 자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9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야외 나들이를 제안했지만 돌아온 것은 시큰둥한 반응뿐이었다. 엄마 아빠와의 외출은 재미없다는 직설적인 답변과 함께 아들이 내민 카드는 바로 영화관 방문이었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귀멸의 칼날’ 관람을 희망하며, 이를 위해 극장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본 순간 6천 원 할인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인 할인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배포하는 6천 원 할인권 때문이다.

    이번 할인권 배포는 지난 7월 25일부터 시작된 민생 회복 및 영화산업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1차 때 사용되지 않은 잔여 할인권 188만 장을 8일부터 추가로 배포하는 것이다. 총 450만 장이 배포되었던 1차 정책에 이어, 이번 2차 배포는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차 할인권을 이미 사용한 사람도 이번 2차 할인권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회원의 경우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없이 쿠폰함에 1인 2매가 미리 담겨 있어 편리하며, 신규 회원은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할인 혜택은 단순히 대형 멀티플렉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극장에서도 적용 가능하여, 관객들은 취향에 맞는 영화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종합 안내 창구(☎070-4027-0279)도 운영되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할인 정책은 실제 극장 관객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차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올해 7월 24일까지의 일평균 관객 수 대비 1.8배 증가했다. 또한, 할인권 배포 후 3주간의 분석 결과,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극장 방문이 뜸했던 신규 또는 기존 고객으로 나타나, 침체되었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집에서 편안하게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즐기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극장 방문이 줄어들었던 현실을 고려할 때, 6천 원 할인권은 다시금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끄는 중요한 유인이 되고 있다. 필자의 가족 역시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아들은 친구와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미성년자인 아들 역시 회원 가입 후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는 고객센터 문의 결과를 통해, 이 정책이 가족 단위 관객층까지 아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할인권은 소진 시까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할인권 배포가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계기가 되었듯, 영화 할인권이 꺼져가던 극장 문화에 다시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우리말을 잊어가는 세태, 대학생 연합 동아리가 ‘한글날’ 맞아 해법 제시

    최근 우리말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외래어 사용이 만연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올바른 사용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대학생 연합 동아리 <우리말 가꿈이>는 지난 2025년 10월 9일(목), 올림픽공원 피크닉장에서 특별한 한글날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이러한 세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올림픽공원 피크닉장 내 잔디밭에 마련된 부스에서 진행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우리말 겨루기, 공공언어 개선 캠페인, 사투리 퀴즈, 사진 체험관 등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친해질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우리말에 대한 무관심과 외래어 남용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기능했다.

    행사는 참여자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직접 느끼도록 기획되었다. <사투리 어디까지 알아?> 부스에서는 지역별 사투리의 다양성을 지도 위에 직접 적어보는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했으며, <열쇠고리랑 엽서랑> 부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순우리말을 골라 엽서를 꾸미는 활동을 통해 우리말의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우리말 겨루기> 부스에서는 올바른 문장을 고르는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맞춤법과 문장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으며, <우리말 가꿈이랑 친구맺자> 부스에서는 한글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사랑하자 공공언어> 부스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연습을 통해 공공언어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이러한 체험형 프로그램들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말 공부를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우리말을 잊어가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우리말 가꿈이> 회원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여하며 우리말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행사 후 받은 기념품을 통해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으며, 올림픽공원이라는 공간적 이점을 활용해 행사 참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더 나아가, 이번 행사는 전국 22곳의 국어문화원에서 10월 한 달간 이어질 예정인 다양한 한글날 기념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전국적인 행사를 통해 우리말 사용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일상 속에서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말 가꿈이>의 이번 행사는 우리말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20대 청년들의 뜨거운 의지를 보여주며, 앞으로 우리말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