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뜨거운 여름, 인문학으로 식히는 마음… 독립 서점에서 펼쳐지는 ‘길 위의 인문학’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며 사람들은 무기력함에 빠졌다. 급변하는 이상 기후 속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당장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기에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색다른 여름나기를 제안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주로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서 진행되어 왔으나, 이번 ‘가가77페이지’에서의 ‘길 위의 인문학’ 개최는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이 사업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가77페이지’는 SNS를 통해 ‘길 위의 인문학’ 참여 신청을 받으며, 특히 <영화로 보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7월 21일부터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 구성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특정 장소를 방문해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확신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가가77페이지’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본질적인 목적이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친숙한 영화를 바탕으로 연 뒤, 영화와 관련된 철학, 문학 서적들을 통해 깊이 있게 다가가는 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의미와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여, 12세 이상(일부 영화는 15세 이상)으로 참여 대상을 폭넓게 설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지난 1회차 프로그램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관람한 후,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의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는 참여자들에게 현재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각자의 다짐을 새기게 했다. 참여자들은 ‘나를 깨운 문장’, ‘내 목소리를 찾아본 순간’ 등 강연 활동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고 공유하며 서로의 사유를 확장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단순한 강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그는 “매주 월요일 저녁이 기다려진다. ‘길 위의 인문학’에 참여하는 많은 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문학이 ‘사고와 마음의 밭을 만드는 학문’이기에 자신 또한 원하는 방향으로 듣고 싶은 강연을 고려하다 ‘길 위의 인문학’이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길 위의 인문학’이 참여자뿐만 아니라 운영자에게도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상명 대표는 오히려 AI 시대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AI를 얼마나 잘 구조화된 명령체계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사고 체계를 구조화하는 근원이 인문학”이라고 설명하며, 인문학적 완성도가 AI에 접목될 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넘어 도덕적인 사고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어려운 출판 및 서점 시장 상황 속에서 ‘가가77페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상명 대표는 “책방이야말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른 어떤 곳보다 많다”며, ‘가가77페이지’가 다양한 문화를 담고 즐기고 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그램 참여자 박근주 씨 역시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단순히 영화와 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인문학적 사유를 삶에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일상에서의 반복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강연 진행자 및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삶에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꾸준한 성찰과 대화를 통해 배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며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는 인문학과 지역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가가77페이지’에서 확인된 이러한 만남의 장은 전국 곳곳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인문학 프로그램의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조용했던 동네 책방을 활기찬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인문학이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끌어준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 한국 문화 콘텐츠의 ‘문제점’ 진단과 ‘해결책’으로서의 한류, 그 28년의 여정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 성공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사계에 걸쳐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 수상이라는 EGOT(Emmy, Grammy, Oscar, Tony Awards)의 위업을 완성하는 시점에서, 28년 전 한국 문화 콘텐츠가 직면했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고 지금의 ‘한류’로 나아오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은 깊은 의미를 갖는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기 이전,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드라마나 가요에 대한 폄하 분위기가 존재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완성도나 대중적인 매력, 그리고 내부 경쟁을 통해 형성된 제작 역량에 대한 낮은 평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아이칭스션머(爱情是什? ài qíng shì shén me)’라는 으로 방영된 사건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문제점’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국내에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4.2%의 시청률과 평균 1억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당시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보편적인 소구력과 뛰어난 제작 역량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은 ‘한류’라는 현상의 점화점이 되었지만, 한류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방영,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의 영향으로 인한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 인식 변화, 1995년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및 CJ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또한, 1999년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을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을 한류의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기원으로 널리 인정하고 있다. 이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실행’과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며, 당시 중국이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문화를 대체재로 소비하고자 했던 의도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 30년’이라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한류의 역사는 아직 길지 않다. 28년의 역사는 ‘한 세대’라는 시간적 의미를 지니며, 한국인의 인정 욕구와 가난 및 부정적 이미지 극복 의지가 이러한 문화적 성취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사드(THAAD) 사태로 인한 ‘한한령’이라는 시련 속에서도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한류의 진정한 힘이 문화 콘텐츠 현장에서 창·제작자들이 이뤄낸 치열한 노력에 있음을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으로 시작된 28년 전의 ‘문제점’ 극복 과정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가진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영상 콘텐츠와 K팝 그룹들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솔루션’의 출발점이 되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이라는 결과는 이러한 한류의 성공 서사가 이제 EGOT라는 최고 수준의 성취까지 가능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28년 전 한류의 남상(濫觴)을 되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가 나아갈 미래에 대한 기대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바다’를 둘러싼 복합 위기, K-오션MOOC로 국민 해양 문해력 높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바다는 단순히 삶의 터전을 넘어 문명의 통로로 기능해왔다. 수산업, 해운물류, 관광산업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 기후변화, 해양오염, 해수면 상승과 같은 복합적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바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K-오션MOOC(한국형 온라인 해양 공개강좌)’가 국민들의 해양 문해력 증진을 위한 핵심적인 공공 교육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K-오션MOOC는 해양수산부가 정책 방향과 사업 기획을 총괄하고, 한국해양재단이 플랫폼 운영 및 강좌 개발·관리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이 플랫폼은 누구나 무료로 바다의 역사, 과학, 산업, 문화, 진로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국민들이 바다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2025년에 들어 플랫폼 개편과 강좌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 해양 안보, 탄소 중립과 같은 국제적 의제가 해양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학습 수요가 증가했으며, 해양수산부의 정책 전환과 맞물려 온라인 학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 K-오션MOOC를 체험한 결과, 회원가입은 간단하고 직관적이었으며, 회원가입 후 즉시 강의에 접속하여 학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모든 강좌를 마친 후에는 자동으로 디지털 수료증이 발급되는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사용자 편의성 개선과 더불어 신규 강좌를 대폭 확대하였으며, 모바일 자막, 교안 다운로드, 재생 속도 조절 기능 등 학습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이는 K-오션MOOC가 단순한 교육 플랫폼을 넘어, 국민 누구나 해양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평생학습 채널로의 도약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동력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디지털 전환 정책과 맥을 같이하며, K-오션MOOC는 ‘바다를 국민의 일상 속 교과서로 만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K-오션MOOC의 다채로운 강의들은 해양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깊이를 제공한다. 주경철 교수의 「해양 네트워크의 발전과 해양의 미래」 강의는 19세기 세계화 속에서 해운 혁신과 제국주의 팽창이 바다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분석하며, 과거의 제해권 경쟁을 통해 오늘날 ‘공존의 바다’를 성찰하게 한다. 이 외에도 「인류 생존의 열쇠, 극지 연구 이야기」는 북극과 남극 연구를 통해 기후 위기 속 해양의 역할을 조명하고, 「바다를 지키는 플라스틱 재활용」 강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ESG 실천 사례로 풀어내며 시민 실천과 산업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산 식품 명인이 들려주는 멸치액젓 이야기」는 전통 수산 식품의 과학적 원리와 지역 공동체의 지혜를 문화적으로 조명하고, 「제주 해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는 바다를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처럼 K-오션MOOC는 과학, 예술, 산업, 역사, 지역,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바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엮어, 국민들이 바다를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K-오션MOOC는 공공 학습 플랫폼으로서 국민과 정책을 잇는 중요한 소통 채널 역할을 한다. 국민들이 온라인에서 해양 지식을 습득하고 관련 맥락을 이해할 때, 정부의 해양 정책은 더욱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이 플랫폼은 해양 교육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든, 심지어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이라도 동일한 수준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양쓰레기 저감, 해양 탄소 중립, 수산 자원 보전 등 정부의 핵심 정책과 직결된 강의들은 청년층에게는 해양 진로 탐색의 기회를, 일반 국민에게는 국가 해양 전략의 맥락을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바다를 이해하는 것은 곧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며, K-오션MOOC는 공공 해양 교육의 보편적 진입로로서 해양 문해력 증진, 진로 탐색 지원, 그리고 정책 체감도 향상이라는 다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과거 산업의 흔적, 장생포 문화창고에서 되살아난 기억과 미래

    장생포는 과거 고래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금지 결정으로 1986년 이후 그 영광이 쇠퇴했다. 이러한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장생포 지역 사회에 큰 어려움을 안겨주었으며, 과거의 활기를 잃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때 어업이 성행하며 경제를 지탱했던 장생포는 더 이상 고래를 잡는 활기찬 항구가 아닌, 과거의 산업 흔적만이 남아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특히 1993년 문을 닫은 세창냉동과 같이 경영 악화로 폐허가 된 냉동 창고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장생포는 단순히 과거 산업의 잔재를 간직한 공간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장소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2016년 울산 남구청은 폐허가 된 냉동 창고를 매입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2021년 이 공간은 ‘장생포문화창고’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장생포문화창고는 총 6층 규모의 복합 예술 공간으로 조성되어,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 특별 전시관, 갤러리, 미디어 아트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거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풍부한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에어장생’ 항공 체험,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 한국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 그리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과거의 냉동 창고가 문화 예술 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업사이클링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울산의 근현대 산업 발전사를 보여주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은 당시 산업 발전에 기여했던 세대들에게는 애잔함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역사를 배우는 교육적 가치를 제공한다.

    장생포문화창고는 단순히 과거 산업을 추모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라진 고래 산업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고래고기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과거를 애도하고 향수를 회상하는 의례가 된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에서 맛볼 수 있는 고래고기는 혼획된 고래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며, ‘일두백미’라 불릴 만큼 다양한 부위에서 각기 다른 맛과 식감을 선사한다. 특히 ‘우네’와 ‘오배기’와 같은 고급 부위는 고래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하며, 과거 포경업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 된다.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고래고기를 통해 우리는 고래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을 씹고 삼키며, 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과거의 산업적 아픔을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 문화 향유 기회를 제약하는 높은 비용, 할인권 2차 배포로 해법 제시

    연휴라는 긴 시간을 보내며 문화생활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 소식은 문화 향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인해 문화생활을 망설였던 이들에게는 높은 티켓 가격 자체가 큰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취미 생활로 공연이나 전시를 주기적으로 즐기고 싶지만, 티켓 가격 부담 때문에 이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존재해왔다. 이는 공연 및 전시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적 과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전시 할인권’을 2차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할인권은 9월 25일부터 시작되었으며, 공연 할인권 36만 장과 전시 할인권 137만 장이 발행될 예정이다. 할인권의 사용 기한은 12월 31일까지로, 연말 성수기까지 적용 가능하도록 설정되었다.

    이번 2차 배포는 1차 발행과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할인권에 일주일의 사용 유효기간이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마다 남은 할인권을 재발행하여 실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차 발행 시 사용 기간을 6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급만 받고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실질적인 할인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차 할인권은 9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발급되며, 발급받은 할인권은 매주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한다.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자동 소멸되지만, 다음 주 목요일에 새로운 할인권이 발행되므로 재발급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이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에서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예매처별로 공연은 1만 원, 전시는 3천 원 할인권이 매주 1인당 2매씩 발급되며, 결제 1건당 할인권 1매가 적용된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며, 개별 상품 가격이 아닌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여러 장의 티켓을 구매하여 최소 결제 금액을 충족하면 할인권 금액보다 낮은 가격의 상품에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관람객을 위해서는 별도의 할인권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은 공연은 1만 5천 원, 전시는 5천 원으로, 매주 1인당 2매씩 발급된다. 다만, 할인 적용 대상 공연 분야는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이며 대중음악과 대중무용 공연은 제외된다. 전시의 경우 전국 국·공립, 사립 등의 미술관 등에서 진행되는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비엔날레에 적용 가능하며 산업 박람회 등은 제외된다.

    이러한 할인권 정책은 높은 문화 상품 가격으로 인해 문화 향유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문화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할인권 덕분에 평소 보고 싶었던 공연이나 전시를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게 되어,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시장 전반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매주 새롭게 발급되는 할인권을 통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국민들의 문화 향유 경험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 ‘홍익인간’ 정신, ‘우리의 빛’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개천절 경축식 준비 완료

    제4357주년 개천절을 앞두고 행정안전부는 ‘우리의 빛 더 멀리 더 널리’라는 주제로 경축식을 개최하며,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정신적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는 단순히 국가적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넘어, 민족의 뿌리와 미래를 잇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구현되고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이번 행사는 10월 3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1200여 명의 주요 인사, 종교계 대표, 주한 외교단, 각계 대표 및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경축식은 개천절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다층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식전 공연으로는 대한민국의 시작, 비상, 성장, 그리고 미래를 형상화하는 핸즈 코레오그라피 퍼포먼스와 전통악대 연주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국민의례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울려 퍼지며,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아이를 구한 최재영 씨가 낭독하여 평범한 시민의 용기와 헌신이 가지는 가치를 조명한다.

    경축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제 영상은 ‘홍익인간’ 정신이 우리 삶 속에서 전통, 상상, 책임, 문화, 연대의 형태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이롭게 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뿌리와 희망을 공유하는 다채로운 경축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고려와 조선 시대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었던 아악의 정제된 선율과 민속악의 멜로디를 결합한 연주곡 ‘단군신화’를 선보이며, 우리다문화어린이합창단은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무지갯빛 하모니’를 노래한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OST로 사랑받았던 ‘청춘가’는 퓨전국악 아티스트 추다혜 차지스의 열창으로 경축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특히, 경축식의 마지막 순서인 만세삼창은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나서 국민적 단합과 희망을 노래한다. 일본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뇌전증 환자를 응급 처치한 김지혜 간호사,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자인 김은성 학생, 그리고 이건봉 현정회 이사장이 선창자로 나서 사회 각 분야에서 헌신과 성과를 보여준 인물들이 함께한다.

    이번 개천절 경축식은 세종문화회관의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재외공관에서도 자체적인 경축식, 전통 제례 행사, 문화 공연 등을 통해 약 3만 8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국가 기념일을 맞아 10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10월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도 함께 전개하며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에 힘쓸 계획이다. 이는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더욱 빛나는 국가로 나아가고, 사회 각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조선왕릉, ‘왕릉팔경’으로 재해석된 역사…대한제국 황실의 비극적 흔적을 쫓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이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하며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역사 체험을 제공한다. 문화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2025년 하반기 왕릉팔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조선왕릉과 궁궐을 잇는 여행으로, 단순히 유적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깊은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배경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 활용 사업 이면에는,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후대에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왕릉팔경’ 프로그램 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순종황제가 머물렀던 홍릉과 유릉을 중심으로 하는 여정이다. 기자는 2025년 9월 초, ‘순종황제 능행길’이라는 새로운 코스에 참여하며 변덕스러운 늦여름 날씨 속에서도 조선과 대한제국 왕실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이지만, 직접 걸으며 배우는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깊은 매력을 선사했다.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해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지는 이번 여정은 왕릉과 왕릉 사이의 길 위에서 역사의 숨결을 따라가는 특별한 기회였다.

    이 프로그램은 능침 답사가 포함되는 특성상 회당 참가 인원을 2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높은 신청 경쟁률로 이어지며, 이미 올해 상반기에는 여섯 코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하반기에도 두 코스가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 왕실 중심의 탐방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릉 문화를 직접 비교하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근대 전환기의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탐방은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인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되었다. 1408년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총 아홉 기의 왕릉이 모여 있는 이곳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무덤을 품고 있다. 해설사는 능역의 구조와 제향의 의미, 그리고 능묘에 담긴 정치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조선 전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표석이 송시열의 상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은 인상 깊었다. 권위적인 학자였던 송시열은 후손들이 왕릉을 구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왕릉마다 해당 임금을 알 수 있는 표석을 세울 것을 주장했다. 그의 제안은 예의 엄격함과 기억 보존의 장치로 기능했으며, 효종의 영릉에 최초로 표석이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왕릉 제도에 자리 잡았다. 표석에 사용된 전서체 또한 송시열의 주장으로, 왕은 일반인과 구분되는 존재로서 장례와 예제 또한 달라야 한다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결과였다.

    이어 ‘순종황제 능행길’의 핵심인 대한제국 황실 유적 탐방이 이어졌다. 유릉은 순종황제와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의 합장릉으로, 침전에서 홍살문까지 문무석상과 다양한 석물들이 배치되어 위엄을 더한다. 순종은 대한제국의 제2대 황제이자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마지막 황제가 된 비극적인 인물이다. 조선 시대 왕릉 제사는 여러 차례 지내졌으나,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을 통해 제사 횟수가 1년에 두 번으로 축소되었다. 이 칙령은 종묘 정전에 모셔진 왕과 왕비의 능에는 명절제와 기신제를 모두 지냈지만, 정전에 모셔지지 않은 임금과 왕비의 능에서는 명절제 한 번만 지내도록 규정했다. 또한, 명절제의 날짜가 한식에서 청명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오늘날에는 기신제가 중심으로 남아 혼란이 줄어들었으며, 이러한 제사의 지속성은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동구릉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은 봉분을 뒤덮은 억새로 유명하다. 태조는 생전에 고향의 억새를 무덤에 심어달라는 유훈을 남겼고, 이에 따라 아들 태종이 함흥에서 억새를 옮겨와 봉분을 덮었다. 이러한 전통은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원릉의 표석에는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이라 적혀 있어 태조의 위상이 황제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는 왕릉 제도와 예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봉분 주위에는 병풍석, 난간석, 호랑이와 양 석상, 망주석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능 전체는 곡장으로 감싸여 있다. 제향은 봉분 아래 정자각에서 올리며, 봉분 앞의 혼유석은 혼이 머무는 자리로 여겨진다.

    추존왕의 능 역시 정통 왕릉과는 차이를 보인다. 생전에 왕이 아니었다가 아들이 왕위에 오르면서 추존된 이들의 무덤은 기본 구조는 같지만, 석물의 배치 등에서 구분된다. 왕릉은 망자의 영역인 봉분이 있는 언덕과 산 자와 죽은 자가 제사를 통해 만나는 제향 공간으로 나뉜다. 이곳에는 임금의 업적을 기록한 신도비와 무덤의 주인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졌다. 건원릉의 신도비는 앞면에 ‘역신 정도전’이라 적혀 있으나 뒷면에는 ‘공신 봉화백 정도전’이라 새겨져 당시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왕의 업적은 『실록』에 남기므로 이후에는 신도비를 세우지 않았다. 추존왕의 능 중에는 합장릉도 있는데, 익종(효명세자)과 신정왕후의 무덤이 대표적이다. 이 능은 일반적인 왕과 왕비의 좌우 배치와 달리 신정왕후의 지위가 높아 배치가 달라졌으며, 당시의 서열 의식이 왕릉 공간에도 반영된 사례다.

    동구릉에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왕릉 중 유일하게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이 있다. 이곳은 헌종과 두 왕비(효현왕후·효정왕후)가 합장된 능으로, 봉분이 세 기 나란히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삼연릉의 비석은 대한제국 시기에 새겨졌으며, 여러 차례 다시 새겨진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석비 제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던 당시의 사정을 보여준다. 홍릉의 비각 표석 또한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데, 일본은 비문 서두에 ‘前大韓(전대한)’이라는 표현을 넣자고 주장했으나 대한제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고영근 참봉이 일본의 눈을 피해 ‘大韓高宗太皇帝洪陵 明成太皇后附左(대한고종태황제홍릉 명성태황후부좌)’라는 비문을 완성했다.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왕조에서 황제국으로 체제를 전환한 것처럼, 능의 조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석물의 배치, 봉분의 규모, 향어로의 장식은 황제의 권위를 강조했지만, 그 화려함 속에는 주권을 빼앗긴 민족의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

    홍릉과 유릉을 돌아보며 마주한 화려한 석물과 질서정연한 배치는 분명 위엄을 풍겼지만, 그 속에는 주권을 잃은 황제와 황후의 쓸쓸한 이야기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다. 역사의 숨결과 함께 호흡한 하루의 여정은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남겼다.

  • 반구천 암각화, 6000년 역사의 벽화가 마주한 수몰 위협과 미래 과제

    약 반세기 전, 1970년 12월 24일과 1971년 12월 25일, 연이어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견된 울산 반구천 암각화는 한국 선사 역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신라 승려 원효대사의 흔적을 찾던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울산 언양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를 발견했고, 이는 1971년 12월 25일 인근 대곡리에서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된 또 다른 암각화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천전리 암각화’와 ‘대곡리 암각화’를 묶어 ‘반구대 암각화’로 불렸으나,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하며, 이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식 명칭 역시 ‘반구천 암각화’다.

    반구천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의 천전리 유적과 신석기 시대의 대곡리 유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두 유적이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선사 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인간의 상상력, 예술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이 바위 위에 새겨진 ‘역사의 벽화’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로 평가하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키워드는 사실성, 예술성, 창의성이며, 이는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 만에 세계유산으로서 빛을 보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의 바위 면에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과 신라 시대의 명문(銘文)이 함께 발견된다. 한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호랑이, 사슴 같은 육지동물과 풍요를 기원하던 제의(祭儀)의 흔적 또한 엿볼 수 있다. 이 놀라운 유적들은 고미술학계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릴 만큼 귀중한 발견으로 여겨진다.

    필자는 1987년 3월, MBC 다큐멘터리 ‘한국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제작 당시 문명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여 암각화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해 질 녘 햇살이 비추는 암벽에 새겨진 50여 마리의 고래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며, 이는 단순한 동물의 묘사를 넘어 집단의례의 도상, 인류 예술의 기원, 그리고 현대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보드와 같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반구천은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의 기록이자, 고래가 뭍과 하늘을 연결하던 신화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의 거주민이 바다에서 집단으로 고래를 잡고, 뭍으로 올라 반석 같은 바위에 이를 새긴 것은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였다. 이러한 반구천 암각화의 예술성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비견될 만하다. 고래 옆에 새겨진 호랑이와 사슴, 그리고 해석되지 않은 기하문들은 미지의 코드를 품고 있으며, 천전리 암각화의 다이아몬드 형상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추상시다.

    그러나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과 싸워왔다. 댐 건설로 인해 수위에 잠기는 날이 많아지면서 박락이 떨어져 나가고 어설픈 탁본으로 인해 원본이 상실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뭄으로 인해 암각화가 비교적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점증하는 기후변화와 댐 운영의 변수 앞에서 ‘반구천’은 언제든 ‘반수천(半水川)’이 될 수 있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잃을 수 있으며, 등재 이후의 보호·관리 계획이 부실하다면 유네스코는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 ‘기적의 현장’을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과제는 지금부터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를 개최하는 등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 등을 갖춘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 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 조성이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보존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사 시대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리는 라스코 동굴은 1963년 일반 공개 이후 관람객 증가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로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인근에 재현 동굴과 디지털 복제본을 설치하여 ‘간접 관람’ 방식을 채택했다. 알타미라 동굴 역시 2002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훼손 발생 후 전면 폐쇄되었으며, 정밀한 복제 동굴인 ‘새 동굴(Neocueva)’을 통해 교육 및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본 동굴은 극소수 인원만 추첨제로 관람이 가능하다.

    라스코와 알타미라의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며, 결국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이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시사한다. 물론 문화유산은 원본이 주는 ‘아우라’가 최상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현대 기술은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은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인류와 함께 나누는 살아있는 이야기로 승화되어야 한다.

  • 30년 이상 노후 주택도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가능… 규제 완화로 관광객 편의 증진 기대

    최근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발맞추기 위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특히,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주택에 대한 등록 제한이 해제되고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이 현실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선택 폭이 넓어지고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번 규제 개선의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과 현장의 목소리가 작용했다. 기존에는 사용승인 이후 30년이 지난 건축물은 안전성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는 안전 문제와 무관하게 상당수의 건축물이 영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잠재적인 숙박시설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외국어 서비스에 대한 평가 기준이 사업자의 개인적인 외국어 구사 능력에만 초점을 맞춰, 실제적인 안내와 편의 제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협회 및 지방자치단체 등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실질적인 안전성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지침을 개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30년 이상 경과한 주택도 건축법 및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안전 요건을 충족하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건축물대장상의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건축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주택의 안전도를 판단하게 된다. 이는 건축물의 연식에 기반한 일률적인 제한에서 벗어나, 개별 건축물의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 역시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기존에는 사업자의 외국어 유창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였으나, 앞으로는 통역 앱과 같은 보조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외국인 관광객에게 시설, 서비스, 한국 문화 등에 대한 실질적인 안내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게 고려된다. 더불어 관광통역안내사 합격 기준점이었던 토익 760점과 같은 공인 시험 점수 기준도 폐지된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안내 체계 구축 여부가 외국어 서비스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달 25일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논의된 ‘정책·산업기반 혁신’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진입 장벽이 완화되고, 노후되었지만 안전한 건축물도 새로운 활용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들은 더욱 다양하고 편리한 숙박 옵션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관광객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민박 숙소에서 더욱 풍부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400만 관객 돌파 영화, 6천원 할인권 재배포로 극장가 활기 되찾을까

    최근 사춘기를 겪는 아들의 까칠함과 함께 집에서 OTT 시청이 당연해진 시대에, 오랜만에 가족 단위의 극장 방문은 낯선 일이 되었다. 9월, 하나뿐인 아들의 생일을 앞두고 극장 나들이를 제안했지만, 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친구들의 추천 영화 ‘귀멸의 칼날’이었다. 이미 누적 관객 400만을 돌파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지만, 영화 관람료 부담은 여전히 존재했다. 집에서 편안하게, 때로는 OTT 구독료 몇만 원으로 해결되는 영화 감상이 극장 방문의 발길을 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 그리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이제 익숙한 안락함에 밀려나는 듯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8일부터 영화 관람료 6천원 할인권 188만 장을 추가 배포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민생 회복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7월 25일부터 시행된 450만 장의 할인권 배포에 이은 두 번째 조치로, 1차 배포 당시 사용되지 않은 잔여 할인권을 재배포하는 것이다. 이번 할인권은 선착순으로 지급되므로, 서둘러 혜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차 배포 때 할인 혜택을 받은 사람도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없이 쿠폰함에 미리 담긴 1인 2매의 할인권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회원이 아니라면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통해 6천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할인권의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은 활용 범위의 확장성이다. 대형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여,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더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누리집과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종합 안내 창구(☎070-4027-0279)도 운영되어, 영화 할인권 이용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구성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며 극장가는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1차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올해 7월 24일까지의 일평균 관객 수 대비 1.8배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할인권 배포 후 3주간의 분석 데이터에서는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극장 방문이 뜸했던 신규 또는 기존 고객으로 나타나, 이번 할인권 사업이 잠재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유인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아들 역시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에 기분이 전환된 듯, 친구와 함께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성년자인 아들도 회원 가입을 통해 추가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6천원 할인권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6천원 할인권은 단순한 가격 할인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잊혀졌던 극장의 즐거움을 되찾고 영화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