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작은 글씨 불편함 해소할 ‘화장품 e-라벨’… 소비자 편의와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화장품 구매 시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정보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 제품의 유의사항이나 소비기한 등을 확인하기 위해 패키지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지만, 작은 글씨 때문에 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행정안전부가 ‘화장품 e-라벨’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기존 화장품 패키지는 제품명, 제조 번호, 사용기한 등 소비자가 자주 확인하는 필수 정보 외에도 보관법, 제품의 품질 특성 등 다양한 부가 정보를 작은 글씨로 담아야 했다. 이는 좁은 포장 면적에 정보를 모두 압축시키면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화장품 e-라벨’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제시된다. 제품 필수 표기 정보는 이전과 같이 패키지에 명확하게 기재하되, 분량이 많은 추가 정보나 세부 정보는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기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러한 ‘화장품 e-라벨’은 소비자에게 큰 편리함을 제공한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명, 영업자 상호 및 주소, 물의 용량 및 중량 등 상세 정보를 큰 글씨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시력이 좋지 않거나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나아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음성변환 기능(TTS) 도입도 예정되어 있어 정보 습득의 장벽을 더욱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 e-라벨’은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한 포장 면적을 줄이고 종이 사용량을 절감함으로써 포장재 쓰레기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무심코 버려지는 패키지 속 정보를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부혁신 실행계획에 따라 ‘화장품 e-라벨’ 사업은 2024년 3월 1차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차 시범 사업에서 6개사 19개 품목에 대해 긍정적인 소비자 피드백을 얻은 후, 2차 시범 사업에서는 염모제, 탈염 및 탈색용 샴푸 등을 포함한 13개사 76개 품목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화장품 e-라벨’의 편리함과 유용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화장품은 우리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성분이나 사용법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품 e-라벨’은 이러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작은 글씨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며 제품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QR코드만 있다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 확인이 가능해져 소비자 편의 증진은 물론, 포장재 자원 절약을 통한 친환경 가치 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반짝이는 스크린’ 잃어버린 관객 되찾는 6천원 할인권,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추다

    최근 몇 년 사이, 극장가는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즐기는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관객 감소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왔다. 높아진 티켓 가격과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옵션의 등장으로 극장 방문은 점차 특별한 날에만 가능한 이벤트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8일부터 영화 관람료 6천원 할인권을 추가로 188만 장 배포하며, 잃어버린 관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영화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번 할인권 배포는 지난 7월 25일부터 시작된 민생 회복 및 영화산업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배포된 450만 장의 할인권 중 사용되지 않은 잔여분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그동안 문화생활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에게도 영화 관람의 기회를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2차 배포는 선착순으로 진행되어, 할인 혜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1차 배포 때 할인권을 사용했던 사람들도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없이 자신의 쿠폰함에서 1인당 2매의 할인권을 확인할 수 있어, 기존 회원들은 더욱 편리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규 회원의 경우,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치면 다음 날 할인권을 사용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할인권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관객들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종합 안내 창구(☎070-4027-0279)를 운영하며, 모든 연령층이 영화 할인권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더했다.

    실제로 이번 할인권 배포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1차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올해 7월 24일까지의 일평균 관객 수 대비 1.8배나 증가했다. 또한, 할인권 배포 후 3주간의 분석 결과,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극장 방문이 뜸했던 신규 또는 기존 고객으로 나타나, 할인권이 잠재 관객을 발굴하고 극장 방문의 문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개인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침체되었던 영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느꼈던 즐거움과 뿌듯함처럼, 이번 할인권은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문화 경험을 선사하며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100만 년의 시간을 품은 제주의 땅, 용머리해안의 숨겨진 이야기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를 찾는 발길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더불어 높은 물가 등 몇 가지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제주 관광의 인기 하락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땅이며, 특히 10년 만에 다시 찾은 용머리해안은 그 깊은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로컬100에 선정된 이 유산은 제주 본토가 생기기 훨씬 이전, 약 100만 년 전에 형성된 태곳적 땅으로, 제주가 품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용머리해안이 자리한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에서는 웅장한 산방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문대 할망 신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이 산방산보다도, 그리고 한라산보다도 훨씬 이전에 생성된 화산체인 용머리해안은 제주의 지질학적 역사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약 1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화산 분출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간헐적으로 여러 분화구에서 지속되었다. 화산재가 분화구를 막고 이동하면서 세 방향으로 쌓인 화산재 지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다시 쌓여 만들어진 용머리해안은 마치 용암과 바다,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예술 작품과 같다.

    용머리해안의 진정한 가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온전히 담기 어렵다. 직접 마주했을 때 비로소 압도적인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기묘하게 얽힌 풍경 속에서 100만 년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작은 방처럼 움푹 파인 굴방, 드넓은 암벽의 침식 지대,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사암층과 파도가 깎아 만든 해안 절벽은 장엄한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안덕면 사계리와 화순리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머리해안이라 불린다. 이곳의 영험함을 두려워한 진시황이 사자를 보내 혈맥을 끊었다는 전설은 이곳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절규와 눈물을 밟고 선 듯한 오묘한 기분에 휩싸여, 솟구치는 용암의 증기로 생긴 구멍 뚫린 자국과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지층을 보면 마치 제주 최초의 속살을 만나는 듯한 환희를 느낄 수 있다.

    바닷물이 철썩이는 곳에서는 거북손과 다양한 어패류들이 단단히 붙어있고, 제주 할망과 아낙들이 좌판을 펴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짧은 인생은 그저 겸손해진다. 용머리해안을 충분히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 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단연 고사리해장국이다. 척박한 화산암 땅에서도 빗물을 저장하며 굳건히 뿌리를 내리는 고사리는 제주의 생태계와 식재료의 시작과도 같다. 독성이 있지만 삶아서 말려내면 그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제주에서 고사리는 매우 귀한 식재료였다.

    제주가 좋아서 이곳에 정착한 동생의 안내를 받으며 고사리를 따는 아낙들의 바쁜 발걸음을 이해하게 된다. 고사리해장국은 제주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논농사가 어렵던 제주에서 가장 친근한 가축이었던 돼지를 잡아 뼈로 육수를 내고, 모자반을 넣으면 몸국, 뼈를 넣으면 접작뼈국, 그리고 고사리를 넣으면 고사리해장국이 되는 것이다. 육개장의 고사리처럼 소고기를 대신하는 식감과 메밀가루의 걸쭉함, 그리고 은은한 감칠맛이 어우러진 고사리해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메밀 전분이 풀어져 걸쭉한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고, 제주 사투리로 ‘베지근하다’고 표현되는 기름지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밥 한 공기를 말아 넣으면 죽처럼 되직해지는 고사리해장국은 입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 가난과 통한의 연속이었던 제주 사람들의 인생에서 이토록 담백하고 유순한 맛을 낳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사리해장국집 창밖으로 유채꽃이 일렁이고 산방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그 발아래 용머리해안이 그려진다. 오늘만큼은 고사리해장국으로 100만 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 제주를 잘 견디고 언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동생과 함께 “폭싹 속았수다”라는 따뜻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다.

  • 한류, 그 이름의 탄생부터 끝나지 않은 여정까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문화 콘텐츠, 즉 한류는 단지 일회성 현상이 아닌, 이름 붙여지고 인식되는 과정을 통해 고유한 문화적 실체로 자리 잡았다. 이는 김춘수의 시 ‘꽃’이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절처럼,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한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세계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나 K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을 때만 해도 이는 하나의 ‘현상’에 머물렀을 수 있지만, ‘한류’라는 명칭이 부여되면서부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가 인식하는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는 한류가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수용과 인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시작이며, 이 관계 속에서 한류는 태어나고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오늘날의 찬란한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말하듯,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먹구름이 몰려왔던 것처럼, 한류 역시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시련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피어났다. 일제 강점기, 분단의 아픔, 경제 성장 과정에서의 고통, 민주화의 함성 등 한국 사회가 걸어온 굴곡진 역사는 한류라는 문화적 승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한류가 단순한 콘텐츠 상품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성공, 회복의 총체적인 결정체임을 보여준다. 이는 한류가 존재하기 위한 ‘인연’과 ‘기억’의 융합이며, 한국의 시간과 기억이 맺은 ‘기억의 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류는 언어를 초월하여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언급되듯,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는 언어를 넘어 진심으로 다가가며,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통찰은 BTS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를 설명한다. BTS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이자 시대의 시인으로서, 춤과 몸짓으로 시를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함으로써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K-콘텐츠의 힘은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선 ‘진정성’에서 비롯되며, 이는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한류의 핵심 비결이라 할 수 있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이러한 ‘마음을 두드리는’ 콘텐츠를 통해 문화의 울림을 확장한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류는 지금도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으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가치와 다문화적 포용, 인간성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내면의 진실을 담아내는 ‘진정한 여행’의 지속을 의미한다. 창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제공하는 한류의 여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한류는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며 수용될 것이지만, 그 쓰임이 ‘소모’가 아닌 ‘의미’로 남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이름 불린 ‘한류’, 고통 끝에 피어난 ‘국화’…관계와 공감으로 나아가는 지속의 여정

    한류는 단순히 휩쓸고 지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가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면서 비로소 실체가 된 ‘문화적 주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몸짓’에 불과했던 것이, ‘한류’라는 이름이 부여되면서 세계와 관계를 맺고 정체성을 얻게 되었다. 이는 한류가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수용과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출발점이며, 한류는 이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해왔다.

    오늘날의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것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와 분단, 동족상잔의 아픔,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의 함성 등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이 응축된 결과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와 ‘먹구름 속 천둥’처럼, 이러한 역사적 울음과 시련은 한류라는 ‘국화’를 피우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한류는 단순히 아름다운 콘텐츠 상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성공, 회복의 총체적인 문화적 결정체다. 이 ‘기억의 꽃’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이자, 세계를 향한 몸짓으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한류의 힘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공감’에서 나온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언급되듯,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는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BTS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와 같은 노래를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을 건드린다. K-콘텐츠의 힘은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이러한 ‘세계의 감수성’과의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처럼,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류 역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현재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며,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는 단순한 외연 확장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담아내며, ‘내면’을 잊지 않는 ‘진정한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제공하며, 수용자들에게는 감동과 향수를 선사하는 한류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사라진 강화 직물 산업의 숨결, ‘소창’에 담긴 억척스러운 여성들의 삶과 애환

    과거 강화도는 그 자체로 거대한 방직 공장이자 직물 유통의 중심지였다. 1933년 ‘조양방직’ 설립 이래 1970년대까지 60여 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성행했으며, 4,000명에 달하는 직공들이 밤낮으로 일했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화 직물 산업의 흥망성쇠 뒤에는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어온 여성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었다. 최근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의 개관은 단순히 옛것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며 당시 여성들의 삶의 방식과 애환을 풀어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강화 직물 산업의 핵심에는 ‘소창’이라는 천이 있었다. 목화솜에서 추출한 실로 짠 소창은 옷감, 행주, 그리고 특히 기저귀 감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지에서 면화를 수입해 오던 강화는 수원과 함께 전국 3대 직물 도시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방직 공장은 후한 임금을 제공했기에, 열댓 살 어린 소녀들에게도 꿈의 일자리였다. 12시간씩 이어지는 주야간 교대 근무 속에서 먼지 날리는 작업 환경을 견디며 그들은 생계를 책임졌다. 이러한 억척스러운 여성들의 손길은 강화의 또 다른 특산품인 화문석(꽃무늬를 놓은 자리 꽃돗자리) 제조에도 이어졌다. 강화 왕골로 짠 화문석은 뛰어난 기품과 실용성을 자랑하며 고려 시대부터 외국에 수출되거나 사신에게 선물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소창 직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수작업의 정성과 시간의 집약이었다. 수입된 원사 형태의 면사를 풀어 타래를 만들고, 본래 약간 누런 색을 띤 목화 실을 가마솥에 끓여 표백 과정을 거친 후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먹여 건조하는 단계를 거쳤다. 날씨에 따라 사흘에서 일주일까지 소요되는 건조 과정을 거쳐 뽀얗고 부드러워진 실을 씨실과 날실로 나누어 베틀에서 교차시켜 평직물로 완성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창은 그대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 여성들의 또 다른 생계 수단이 되었다.

    직물 완성 후, 강화 여성들은 직접 이 방직물을 둘러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판매에 나섰다. 중간 상인 없이 직접 판매하며 마진을 높였고, 가까운 북한 개풍 지역까지 왕래하며 판로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천 쪼가리뿐만 아니라 앞치마에 강화 새우젓을 싸 가지고 다녔다. 밥 한 덩이를 겨우 얻어먹으며 쉰밥, 찬밥에 곁들일 유일한 반찬이 바로 강화 새우젓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짠맛이 강하기보다 들큼하고 담백한 강화 새우젓은 전국 물량의 70~80%를 담당하며 서해안 지역의 중요한 특산물이자, 강화 여성들의 고된 삶을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

    강화 새우젓은 그 자체로도 귀하지만, 이를 활용한 향토음식 ‘젓국갈비’는 그 가치를 더욱 빛낸다. 젓국갈비는 이름과 달리 갈비, 호박, 두부, 배추 등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지만, 그 모든 맛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바로 새우젓이다. 새우젓에서 우러나오는 짭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은 재료 본연의 단맛과 구수한 맛을 끌어올리며, 인공적인 맛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하고도 슴슴한 맛을 완성한다. 굳이 자극적인 맛을 내세우지 않아도, 재료들의 맛이 둥글게 어우러져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 음식이야말로 ‘대미필담(大味必淡)’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오늘날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과거 강화 직물 산업의 흔적을 보존하고, 당시 여성들의 억척스러운 삶과 그 속에 담긴 애환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쉰밥, 찬밥에 요긴했던 새우젓, 그리고 아기 기저귀를 빨아 삶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는 소창의 역사는 우리네 인생이 얼마나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이렇듯 강화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잊히고 있던 과거의 숨결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동과 성찰을 선사하는 곳이다.

  • 청년들의 문화적 고립과 정체성 탐색의 어려움, ‘청년문화사용법’으로 해소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두고, 청년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8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개최되어 주목받았다. 이 행사는 2030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되며, 청년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문화 사용법을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행사의 첫 시작은 ‘탐색의 방’이었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오래된 취미와 최근의 관심사를 되돌아보며 다양한 문화 성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자신만의 문화 취향을 수집하는 과정이었다. 각 질문의 답변은 ‘낯섦의 설렘’, ‘쾌감’과 같은 감각적인 표현과 ‘야구’, ‘일러스트’, ‘서점’ 등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택지로 구성되어 MBTI 성격 유형 검사처럼 흥미롭게 자신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짧은 체험 후에는 청량한 슬러시 음료가 제공되어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어서 ‘고민 전당포’ 코너에서는 청년들이 마음 편히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참가자들은 하나의 질문이 적힌 종이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전당포에 맡기고, 대신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다른 사람의 답변이 담긴 종이를 받았다. “뭘 해도 의욕 없는 날이 자꾸 길어져서 두려워요.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답하며 의욕 상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는 자신의 생각을 손바닥 크기의 종이에 가득 채웠다. 다른 사람의 답변으로는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해 의욕이 저하되고 있음을 고백한 이 담겨 있었다. 낯선 이의 고민을 마주하며, 참가자는 자신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짧은 문장 하나에도 담긴 진심과 무게는 곧 나에게 전해지는 조언처럼 다가왔다.

    2층 ‘연결의 방’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을 직접 활동으로 연결하는 생생한 현장이 펼쳐졌다. 독서 모임, 잡지 커뮤니티, 체육 기반 협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부스를 마련하여 자신의 취미를 타인과 나눌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청년정책 제안 온라인 창구인 ‘청년소리의 정원’ 부스는 청년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를 거쳐 의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청년 재테크 교육’ 정책 아이디어가 즉석에서 메모지에 작성되었으며,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의 의견을 살펴보며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3층 ‘영감의 방’에서는 취향이 직업이 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참가자는 ‘작가의 문장이 세상에 닿기까지’라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하여 민음사 마케팅팀 조아란 부장과 김겨울, 정용준 작가로부터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책을 좋아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숨죽여 듣게 될 만큼 흥미로웠으며, 이러한 현직자와의 만남이 청년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론적으로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 행사는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과 개성 넘치는 취향이 어떻게 문화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경험은 더욱 큰 의미를 지녔다. 이 행사를 통해 청년 정책이 단순히 복지를 넘어 청년들의 문화적 욕구와 정체성 탐구까지 포괄할 수 있음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청년의 날을 전후하여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행사와 정책 소통의 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기회들이 청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진정한 힘을 얻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우표 수집’, 쇠퇴 위기 속 새로운 가치 조명

    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우리 사회도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익숙한 것들이 잊혀져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우표 수집’이라는 취미가 이제는 생소해져 버린 시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거의 찬란했던 위상을 잃어버린 우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저변 확대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연휴, 옷장을 정리하던 한 주무관은 책장 뒤편에서 초등학생 시절 자신이 우표를 모아 만든 책받침을 발견했다. 1990년대, ‘우표 수집’은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취미로 여겨졌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기념우표 발행일이면 우체국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을 정도로 우표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캐릭터 스티커 수집 열풍과 비견될 만한 당시 우표의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손으로 쓴 편지가 점차 사라지고, 이에 따라 우표를 접할 기회와 우표 수집가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우편 문화의 변화와 디지털 소통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표 수집은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부피가 작아 보관이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며, 매년 새롭게 발행되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기념우표는 수집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국내 우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경우 해외 발행 우표로 시야를 넓혀 무한한 확장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우표 수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우표는 그 특성에 따라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구분된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 납부를 주된 목적으로 하며, 소진 시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반면, ‘기념우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 문화 등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며 정해진 발행량과 기간으로 인해 희소성을 지닌다. 대한민국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의 고시에 따라 매년 10~20회 가량 발행되며, 2025년에는 총 21종의 발행이 계획되어 있다. 최근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스러운 아기’를 주제로 한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 우정청에서도 지역의 특색을 담은 기념우표를 기획·제작하며 우표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력하여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소중한 결과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태백우체국에서 발행한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와 양구군에서 발행한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 등은 해당 지역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지역 홍보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과 가능성을 지닌 우표가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취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 방직 산업의 쇠퇴 속 강화, 소창과 새우젓으로 역사의 향수를 품다

    과거 직물 산업의 중심지였던 강화는 도시화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그 명성을 잃어갔다. 1933년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60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성업했던 이곳은 현재 6개의 소창 공장만이 옛 방식을 고수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강화 지역의 직물 산업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의 문을 열게 했다. 이 두 공간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감동과 쾌감을 선사하며 강화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한다.

    강화는 예부터 화문석 산지로도 명성이 높았으며, 특히 강화 왕골로 만든 꽃무늬 자리인 화문석은 기품 있고 아름다운 문양과 뛰어난 보온, 통기성으로 유명했다. 이러한 화문석 제작에 능숙했던 강화 사람들의 손길은 직물 산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제강점기부터 면화를 수입해 소창, 인견 등을 제조하며 강화는 수원과 함께 3대 직물 도시로 손꼽혔다. 당시 4,000명에 달하는 직공들이 근무하며 활발한 경제 활동을 펼쳤고, 12시간 주야간 교대로 일하며 방직 공장의 먼지 속에서 땀 흘렸던 어린 직공들의 꿈은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강화소창체험관’은 1938년에 건축된 한옥과 염색 공장이었던 ‘평화직물’ 터를 리모델링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인 소창의 제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누런 원사를 풀어 풀을 먹이고 표백 과정을 거친 후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매겨 건조하는 전 과정을 통해 뽀얗고 부드러운 실이 탄생한다. 완성된 실은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켜 베틀에서 평직물로 만들어지며, 이러한 수작업 과정을 통해 탄생한 소창은 옷, 행주, 기저귀 감 등으로 활용된다. 소창은 발진, 땀띠,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어 현재까지도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강화 여성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방직물을 직접 둘러메고 삼삼오오 모여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판매하는 ‘방판’ 활동을 펼쳤다. 중간 상인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좋은 마진을 얻었으며, 배를 타고 북한 개풍까지 방문하기도 했다. 밥 한 덩이와 강화 새우젓 하나에 의지하며 전국을 누볐던 이들의 억척스러움은 잊을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국 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강화 새우젓은 드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의 영향으로 맛이 뛰어나며, 늦가을 김장철이면 이를 사려는 인파로 섬이 들썩인다.

    이러한 강화 새우젓으로 탄생한 향토 음식인 ‘젓국갈비’는 새우젓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는 독특한 요리다. 갈비, 호박, 두부, 배추 등의 재료와 함께 새우젓이 주는 감칠맛이 어우러져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배추와 채소에서 우러난 단맛, 그리고 새우젓의 짭짤한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만들어낸다. 맛있는 음식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대미필담’의 철학이 젓국갈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창의 역사와 함께 강화 새우젓을 되새기며, 이 맛의 한 끗을 좌우하는 새우젓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방문객들에게 친절한 설명과 도움을 준 소창체험관 및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직원들과 문화해설사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소창체험관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20번길 8

    영업시간 | 매주 월요일 휴관 /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전화 | 032-934-2500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 35

    영업시간 | 1월 1일, 명절 당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휴무)

    운영 | 회당 약40분 소요

    문의전화 | 032-934-8708

  • 국립극장,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로 동아시아 전통 음악극의 현주소를 묻다

    국립극장이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를 통해 국내외 음악극의 현재를 조망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9월 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이 축제는 국내 유일의 창극 중심 국제 행사로서, 동아시아 전통 음악극의 깊이와 다양성을 탐구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축제의 개최 자체와 그 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전통 음악극인 창극이 세계 음악극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립극장은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의 창극을 비롯해 중국의 월극, 일본의 노극 등 총 9개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4주간 23회의 공연으로 이어지며,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그리고 국립극장 자체 제작 공연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기획은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이 가진 고유한 미학과 현대적 해석을 비교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올해로 첫 회를 맞는 이 축제는 앞으로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 그 시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막작으로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고전소설 ‘심청전’을 바탕으로 하되, 기존의 효심 중심 해석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심청을 재해석했다.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탄생시킨 <심청>은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축제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더불어 홍콩에서 온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역사 문화적 원형에 현대 기술이 더해져 풍성함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세계 음악극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이며, 창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동아시아 국가의 음악극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 역시 조선 말 여성의 삶을 판소리와 민요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부모를 여의고 유교 사상이 팽배한 조선 시대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 속에서 ‘정수정’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맞서고자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에 도전하는 인물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애환과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여성 영웅의 이야기이면서도,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배우들이 작창과 창작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되어 더욱 의미를 더했다. 공연 관계자는 국립극장에서 민간 단체의 작품이 공연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쁨을 표하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와 소통, 협업의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동아시아 포커싱’을 시작으로, 국립극장은 향후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과 국내외 예술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음악극 축제’를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공연 감상을 넘어, 전 세계의 다채로운 음악극 형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립극장은 관람객들을 위해 ‘부루마블’ 이벤트와 같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9개 도장을 모으면 한정판 축제 굿즈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축제 관람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세계 음악극 축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나아가 한국 창극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음악극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