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쓰레기 소각장, 뼈해장국… 과거의 애환이 깃든 장소가 문화 예술로 거듭나는 역설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과거의 지혜로운 음식들이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 예술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하듯, 오래 견디고 보면 반드시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과거의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오래전, 많은 도시들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사업에 실패한 필자의 아버지가 누이가 있는 마산으로 이사했던 것처럼, 당시 마산은 40년 전만 해도 꽤 잘나가던 도시였다. 활기찬 마산 어시장과 한일합섬이라는 거대한 섬유 제국, 수출자유지역이 든든하게 도시를 받치고 있었다. 당시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에 입학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사촌 언니처럼, 수많은 ‘산업체’ 역군들이 잘살아보겠다는 꿈 하나로 낯선 타지에서 땀 흘리며 미래를 개척했다.

    수도 서울의 강력한 배후 도시였던 부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 아남산업, 삼성전자 반도체, 로켓트보일러공장 등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공장을 따라 줄을 섰다. 1975년부터 1980년까지 전국 인구 증가율이 27.7%였을 때, 부천은 이미 102.9%에 달했다. 80년대 초 수도권 인근의 안양, 수원이 각각 56%, 48%의 인구 증가율을 보일 때, 부천의 인구는 무려 126%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 개발에 밀려왔든, 농촌에서 상경한 이들의 최소한의 보금자리였든, 당시 부천은 내 집 한 칸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희망이 담긴 땅이었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멀리서 봐야 아름다운 원미동은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의 터전으로, 슬픔 속에서도 인류애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땅으로 그려지며 우리 모두의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부천에서,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 문화 예술 복합 공간으로 변모한 ‘부천아트벙커B39’는 흥미로운 사례다. 약 33년 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 지침에 따라 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이 설치되었다. 1995년 5월부터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이 소각장은, 1997년 환경부의 다이옥신 농도 조사 결과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노력 끝에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기능이 이전 및 통합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가동을 중단했고, 폐건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도시와 건물에도 운명이 있는 듯, 삼정동 폐소각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끌어들여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신했다. 지하 깊숙한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고,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활용되고 있다. 소각동의 거대한 설비 기반들은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을 아카이빙실로 재탄생시켜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이곳이 어떻게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변모했는지 그 눈물겹도록 생생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건물 밖에는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의 작품으로 완성된, 소각장을 상징하는 굴뚝 모양의 나무가 그려진 벽화가 그려져 있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과거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불어, 과거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 역시 이제는 일상이자 별식이 되었다. 인천 미군 부대에서 유래한 돼지 뼈다귀와 알감자를 닮아 감자탕이라 불렸다는 설이 있는 이 음식은, 과거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던 메뉴였다. 특히, 1988년 부천 원미동에서 창업한 한 가게의 뼈다귀해장국은 깍두기와 양파, 청양고추라는 ‘국룰’ 반찬과 함께 등장하며, 맑고 깨끗하면서도 깊은 맛의 국물로 감탄을 자아낸다. 두툼한 뼈다귀 세 점과 푹 익힌 우거지가 곁들여진 뚝배기 해장국은,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은 깊은 맛을 선사한다. 외국인들까지 K-푸드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하는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은,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이자 이제는 우리 식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 소각장이 문화 예술 공간으로, 가난했던 시절의 음식이 별식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오래 견디고 볼 일이다. 과거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이 새로운 가치와 희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언제나 경이로운 일이다.

  • 조선왕릉, ‘관람’을 넘어 ‘체험’으로: 가족 단위 맞춤형 역사 교육 프로그램의 시대

    조선왕릉이 단순한 역사 유적지 관람을 넘어, 참여형 역사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선왕릉대탐미」라는 이름으로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8개 왕릉을 무대로 조선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깊이 있게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매달 다양한 과 체험 방향이 마련되어 있어, 개인의 관심사나 동행하는 이들에 맞춰 다채로운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혼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과 가족 단위 참여객을 위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어, 조선왕릉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선왕릉대탐미」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방문객들이 능동적으로 역사에 참여하고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 구성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은 QR코드를 활용하여 홍살문, 정자각 등 왕릉의 주요 지점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는 마치 라디오를 듣듯이 자연스럽게 왕릉의 역사와 의미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태릉은 조선 11대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으로, 아들 명종의 수렴청정을 했던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릉은 조선 13대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쌍릉으로, 두 왕릉은 도보, 대중교통, 자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 가능하다. 특히, 9월 기준으로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이 폐쇄되어 있었으나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개방될 예정이라, 가을철 왕릉 탐방에 낭만적인 요소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조선왕릉대탐미」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릉과 강릉에는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소가 마련되어 있어, 영유아를 동반한 방문객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야외에서 놀이하듯 학습할 수 있는 ‘왕릉산책’ 프로그램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음악회와 공예 체험을 제공하며, ‘의릉 토크콘서트’나 창작 뮤지컬 <드오:태종을 부르다> 등은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처럼 「조선왕릉대탐미」는 ‘관람’ 위주의 기존 왕릉 방문 형태에서 벗어나, ‘체험’과 ‘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매달 새롭게 마련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조선왕릉은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행사 예약은 국가유산청 국능유적본부 누리집에서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진행 가능하며, 10월 25일 예정된 <왕릉산책:특별 회차>와 같은 특별 프로그램은 별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 도심 속 예술, ‘문화가 있는 날’로 시민들에게 특별한 휴식 제공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예술을 만나는 경험이 시민들에게 문화적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이러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국립극단이 이러한 거리예술 공연을 기획한 배경에는 일상 속에서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1950년 창단 이후 연극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꾸준히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 온 국립극단은 올해 ‘365일 열려있는 극장’을 표방하며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화요일 저녁에는 ‘명동人문학’ 강연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하는 등 시민들이 극장과 문화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린 인형극 <곁에서> 공연은 이러한 노력의 좋은 예시를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맞춰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었고, 이내 호기심 어린 시선은 몰입으로 바뀌었다. 단 한 명의 연주자와 가야금 선율, 그리고 다양한 소품만으로도 야외마당은 작은 극장으로 변모했으며, 과감한 연출과 관객과의 소통은 공연의 경계를 허물었다. 관객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통해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체험을 얻었다.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던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제정된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층을 확대함으로써 예술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돕는다. 특히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며, 별도 예매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큰 장점이다. 물론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남은 ‘문화가 있는 날’ 공연 일정으로는 9월 24일과 10월 29일이 예정되어 있다. 명동 방문이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제공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할인 혜택, 국공립시설 무료 및 연장 개방 정보, 도서 대출 혜택 등 다양한 항목별 정보를 제공하여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문화생활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100% 즐기고 싶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겨 작은 무대가 선사하는 일상 속 쉼표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 한류,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에서 시작된 세계적 성공 서사의 현주소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성공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아우르는 EGOT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한국 작품이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화려한 성과를 목도하는 지금, 28년 전 한류의 작은 시작점을 되짚어보는 것은 그 의미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이 발표의 배경에는 한류의 기원을 두고 끊임없이 이어져 온 논의가 존재한다. 한류의 시작을 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한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1997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CCTV 방영은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기원으로 꼽힌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국내에서 방영되며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1997년 6월 15일 중국에서 ‘아이칭스션머’라는 으로 처음 전파를 탔다. 당시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처럼 <사랑이 뭐길래>는 단순한 인기 드라마를 넘어,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가 불러일으킨 가장 큰 반향이자 한류의 불씨를 지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한류의 원년을 둘러싼 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방영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관련 슬로건이 나온 시점을 기원으로 보는 견해, 그리고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CJ 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이 있었던 1995년설도 만만치 않다. 더 나아가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해석 속에서 <사랑이 뭐길래>를 원년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는 한류가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성장했음을 방증한다.

    지난 2023년부터 ‘한류 30년’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은, 이러한 인식 속에서 한국인의 문화적 성취에 대한 인정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크 피터슨 교수가 지적했듯이, 한류는 한국인의 창조적 천재성을 세계에 보여주는 동시에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열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을 시작으로 볼 때, 당시 중국은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문화를 선택했던 측면이 있다. 이는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대체재로 소비하려는 중국의 전략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한한령’과 같은 외부 요인이 오히려 한류와 K-콘텐츠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의 치열한 노력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사랑이 뭐길래>의 첫 방영일을 챙기는 것은 호사가들의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지만, 1997년 6월 15일은 분명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후 한국 영상 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K팝은 2011년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등이 세계적인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모든 성공 서사의 출발점에는 28년 전, 중국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사랑이 뭐길래>가 있었다. 이제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EGOT의 문턱을 넘어서는 시대가 되었기에, 한류의 기원을 돌아보는 것은 그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한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원장)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28년 전 한류의 씨앗 되짚는 배경은?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며 한류의 글로벌 성공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석권하는 EGOT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과 앞에서, 28년 전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을 되짚어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류의 시작점을 두고 학계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점은 1997년이다. 바로 그해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아이칭스션머’라는 으로 처음 방영된 날이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방영된 이 55부작 주말 드라마는 당시 한국에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작품이다. 하지만 <사랑이 뭐길래>를 단순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기억하는 것은 한류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1992년 한중수교 이래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로 기록된다.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 가정 안방에서는 한국의 대가족이 등장했고,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했으며, CCTV는 2차 방영권을 구매하여 1998년 저녁 시간대에 다시 편성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내 선풍적인 인기는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한류라는 거대한 파도의 시작을 알렸다.

    물론 한류의 기원에 대한 논의가 <사랑이 뭐길래> 방영 시점인 1997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질투>(중국 명칭 ‘녹색연정’)가 방영된 1993년을 원년으로 보는 학설도 있으며, 영화 <쥬라기 공원>의 아젠다가 한국 사회에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1994년설도 있다. 또한, 기획사 SM의 출범,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이 이루어진 1995년을 기점으로 보기도 한다. 1995년 설은 올해가 2025년임을 고려할 때 더욱 자주 언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언론이 한국 드라마와 K팝 그룹 클론, HOT의 인기를 ‘한류(韓流)’라고 명명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러 학설 중에서도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그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실질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비록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을 한류의 출발점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한류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새삼 놀라움을 안겨준다. 30년은 한 세대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긴 세월은 아닐 수 있으나 시대 구분을 짓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한류의 원년을 둘러싼 논의는 한국 대중문화가 이룬 성과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열망이 담겨 있다고 분석된다.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 이후, 중국이 한국 대중문화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졌던 한국 문화가 대체재로 소비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필자는 과거 저서를 통해 중국이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중국 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었다. 이후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한한령’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히려 한한령을 계기로 한류와 K-콘텐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류의 글로벌 확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성과는 중국의 ‘한류 잘 되라고’ 내린 조치가 아닌, 문화 콘텐츠 현장의 창작자들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는 한국 드라마나 가요를 폄하하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은 K-콘텐츠의 높은 완성도, 보편적인 매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형성된 제작 역량을 증명했다. 이후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영상 콘텐츠의 발전과,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이 K팝의 위상을 드높인 역사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에서 시작된 한류의 역사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로 이어지며 한류의 성공 서사에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대학로에서 시작된 작은 공연 예술 콘텐츠가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은, 과거 EGOT라는 단어가 한국과는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한국은 EGOT를 완성하고 있으며, 이는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땅에서 불러일으킨 작은 물결이 거대한 해류가 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거리’를 넘어선 공감, 공공외교주간이 제시하는 문화 외교의 가능성

    정부 간의 딱딱한 협상을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국민적 신뢰와 호감을 쌓아가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러한 공공외교를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7회 공공외교주간이 열리고 있으며, 이는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공공외교주간은 9월 8일부터 27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글로벌 센터를 비롯해 각국 대사관, 서울광장 등지에서 다채로운 워크숍, 포럼, 전시, 공연 등으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이 행사는 단순히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참여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교류하며 서로의 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쌓인 호감과 신뢰는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협력 증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 워크숍이다. 한국과 약 17,800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콜롬비아와의 커피를 통한 교류는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문화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워크숍에서는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콜롬비아 커피의 역사와 재배 과정, 그리고 콜롬비아와 한국의 6·25 전쟁 당시의 파병 관계 등 깊은 유대감을 설명했다. 더불어 커피 전문가인 강병문 씨가 콜롬비아 커피를 직접 내리며 제조 과정을 시연하고, 참가자들은 두 종류의 커피를 시음하며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인의 취향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높이는 공공외교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처럼 공공외교주간은 문화와 예술이 가진 고유한 힘을 통해 국가 간의 거리를 좁히고 국민들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 사업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공공외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거나 예정된 다양한 국제 행사와 다가오는 APEC 회의를 계기로, 국민들이 공공외교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문화적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외교 경험을 쌓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외교주간은 국민들이 공공외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공공외교의 주인공임을 인식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바쁜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 부족 문제, 국립극단 ‘거리예술 공연’으로 해답 제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시민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시간적, 물리적 여유를 갖기 어렵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극장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이나 시간 제약으로 인해 문화적 경험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국립극단은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비전 아래,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특별한 거리 예술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극단은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예술 공연을 진행한다. 이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일상 속에서 특별한 문화적 휴식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국립극단의 목표다.

    이는 단순히 공연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거리예술 공연은 기존의 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문턱을 낮추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직장인, 관광객, 혹은 우연히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까지도 자연스럽게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함으로써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렸던 인형극 <곁에서> 공연은 이러한 취지를 잘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 안내 방송에 멈춰 선 시민들의 발걸음은 점차 이야기에 몰입했으며, 단 한 명의 연주자와 가야금 선율, 그리고 과감한 연출이 어우러져 야외마당을 작은 극장으로 만들었다. 연주자가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주며 참여를 유도하는 등, 능동적인 예술 경험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다.

    이번 ‘한낮의 명동극’ 공연은 작품별로 약 20~40분가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별도의 예매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이다.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국립극단은 이 외에도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하는 등 다채로운 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국립극단의 노력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문화 예술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효과적인 솔루션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동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제공되는 ‘문화가 있는 날’의 다양한 혜택, 예를 들어 할인 정보, 국공립시설의 무료 개방, 도서 대출 혜택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100% 즐길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거나, 혹은 거주지 근처에서 열리는 문화 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은 무대는 바쁜 삶에 지친 시민들에게 소중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 국립극장, ‘동아시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창극 중심 음악극 축제 출범

    국립극장에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제1회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현재를 조망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음악극 축제로 발돋움하려는 국립극장의 야심찬 첫걸음이다. 지난 9월 3일(수) 개막하여 9월 28일(일)까지 약 한 달간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열리던 다양한 축제 속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첫 회라는 점과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포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축제가 개최된 배경에는 한국 창극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자리한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여러 배우가 배역을 나누어 연극적인 형태로 연행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1900년대 초에 형성되어 꾸준히 발전해 왔다. 판소리의 창(노래), 아니리(사설), 발림(몸짓) 등의 요소를 활용하지만, 1인극 형식인 판소리와 달리 여러 배우가 각자의 역할을 맡는 다인극 형태로 공연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국립창극단을 주축으로, 해외 초청작 3편, 국내 초청작 2편, 그리고 국립극장 제작 공연 4편까지 총 9개 작품, 23회의 풍성한 공연으로 구성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개막작으로는 국립극장 제작 공연인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심청>은 효녀 심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2017년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요나 김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파격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 기존의 자기희생적인 효심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서 벗어나, 심청을 억압받았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내며 오늘날의 시선으로 전통을 재해석했다는 평이다. 비록 필자는 직접 관람하지 못했지만, 지인들의 호평이 이어져 축제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이어 9월 13일(토)에는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와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이 연이어 공연되며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특히 <죽림애전기>는 중국 광둥성을 기반으로 발전한 월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가면을 쓴 배우들이 서사에 맞춰 노래, 춤, 연기, 무술을 결합한 무대를 선보였다.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좇았던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을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름답게 담아냈으며, 역사 문화적 원형에 현대적인 기술이 더해져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세계 음악극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이며, 창극, 월극, 노극 등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정수정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풀어낸다. 유교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 시대, 여성으로서 홀로 세상에 맞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을 본 정수정의 이야기는 당시 여성들의 애환과 고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배우, 작창가, 작가 등이 공동 창작 방식으로 참여한 이 작품은 “모든 것의 중심에 너를 두거라”라는 대사를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첫해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주제를 통해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축제 기간 동안 국립극장 부루마블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되어 있으며, 예매 관객에게는 관람 횟수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도장 찍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립극장은 향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과의 연계 프로그램과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 국공립 및 민간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한국 창극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과거 대중적 취미에서 잊혀져 가는 우표, 그 잠재적 가치를 재조명해야 할 때

    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잊혀진 취미가 되어버린 ‘우표 수집’이 다시금 주목받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겼던 우표가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은 과거 우표가 가졌던 대중적인 인기와 매력에 비해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취미는 우표 수집’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표에 열광했다. 우체국 선배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념우표가 발행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우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우체국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는 마치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와 같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시기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당시 우표는 단순한 우편 요금 납부를 넘어, 그 자체로 소장 가치를 지닌 매력적인 수집품으로 여겨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손으로 쓴 편지가 점차 줄어들고, 그 영향으로 우표를 접할 기회나 우표 수집가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표 수집은 여전히 분명한 매력을 지닌 취미로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우표는 부피가 작아 보관이 용이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매년 다양한 디자인의 기념우표가 꾸준히 발행되고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내 우표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로 시선을 돌려 얼마든지 수집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눌 수 있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며, 발행 기간이나 수량 제한 없이 소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된다. 반면, ‘기념우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 자연 등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며, 발행 기간과 수량이 정해져 있어 보통우표에 비해 희소성이 높다. 대한민국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매년 ‘국내외 주요 행사,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연간 약 10~20회 정도의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에는 총 21종의 기념우표 발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사랑스러운 아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 우정청이나 우체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기념우표를 기획·제작하며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업하여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태백우체국이 발행한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와 올해 4월 양구군이 발행한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는 강원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내며 지자체를 홍보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우표가 이제는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때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금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새로운 즐거움이자 소중한 기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추석 연휴, 지갑 부담 덜고 여행과 소비 즐기는 ‘가을 여행’ 종합 대책 시행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들의 지갑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됐다. 이번 대책은 KTX 관광열차 할인부터 숙박, 교통, 주차, 관광지 무료 개방, 공연·전시 쿠폰 상향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며 ‘여행가는 가을’을 적극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의 핵심은 ‘여행가는 가을’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 5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KTX 관광열차 5개 정기 노선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가을여행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여행 상품은 최대 30%까지 할인된다. 또한, 숙박세일페스타(가을편)는 10월 30일까지 진행되며, 최대 5만 원까지 숙박비를 지원하여 가계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연휴 기간 동안 이동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교통 및 주차비 지원도 시행된다. 10월 4일부터 7일까지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며, 10월 2일부터 12일까지는 KTX 등 주요 열차의 역귀성 열차에 대해 30%에서 4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10월 3일부터 9일까지는 무료 개방 주차장이 확대 운영된다. 이러한 교통비 지원은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TMAP 등 주요 지도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휴 기간 동안 국민들이 여가와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주요 관광 시설에 대한 무료 개방도 확대된다. 10월 3일부터 9일까지는 궁, 능, 유적기관이 무료로 개방되며, 10월 5일부터 8일까지는 미술관 이용객들에게 무료 입장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10월 6일부터 8일까지는 국립자연휴양림이, 10월 3일부터 9일까지는 국립수목원이 무료로 개방된다. 다만, 국립수목원은 추석 당일은 휴원한다.

    이번 대책은 지역 소비 촉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지역 전용 공연·전시 쿠폰의 할인율이 상향 조정되어, 공연 예술 분야는 기존 1매당 1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미술 전시 분야는 1매당 3천 원에서 5천 원으로 할인 폭이 늘어난다. 더불어 비수도권 및 인구감소지역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율 역시 상향 조정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통해 국민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지갑 부담 없이 더욱 즐겁고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