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해외에서 먼저 빛난 한국 문화, ‘문화 역수입’ 현상이 드러내는 정체성 되찾기의 과제

    본국에서 외면받던 문화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문화 역수입’ 현상이 한국 문화계의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기 흐름의 반전을 넘어, 한국 문화가 지닌 본질적 가치와 정체성을 스스로 재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문화 역수입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일본의 우키요에를 들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층민 사이에서 탄생한 춤으로, 초기에는 저속한 오락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상류층이 탱고의 관능적 리듬과 감정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유럽에서 예술로 승화된 후 자국에서 재평가된 탱고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아르헨티나 문화유산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19세기 일본 내에서는 일상적인 인쇄물에 불과했지만,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를 통해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예술’로 재발견되었다. 이후 일본 내에서도 우키요에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 전시가 활발해졌고, 일본은 ‘자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예술사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한국에서도 판소리, 막걸리, 그리고 최근의 K-팝과 드라마 등에서 유사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족주의, 즉 ‘K-신파’적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감성 중심의 한국형 정서 서사’로 불리는 이 작품은 한국인들이 간직해 온 ‘감정의 DNA’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과 중남미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스토리와 플롯이 주는 공명의 소구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인기를 얻은 후에야 한국 사회는 ‘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문화적 자기 확인 방식이기도 하며, 자국 문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외부의 찬사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경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때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이 이러한 현상의 밑바탕에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외부 자극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치를 깨닫는 현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형성된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문화는 외연의 확장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순환과 회귀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중요하다. 문화 역수입은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을 보여주며, 문화의 미래는 되돌아온 문화를 어떻게 맞이하고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는 순환할 때 비로소 살아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언제든지 재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를 해외로 ‘입양’ 보내지 않고,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우리 안에서 제대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MBC 교양 PD 출신으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한 후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서 K-콘텐츠와 한류 정책을 연구하며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 시민들의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 국립극단의 ‘거리예술’이 닿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문화 향유의 장벽을 낮추고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국립극단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 예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국립극단은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으로 거리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이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거리 공연은 시민들에게 도심 한복판에서 예술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바쁜 일상 속 문화적 휴식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된 ‘한낮의 명동극’은 국립극단이 올해 ‘365일 열려있는 극장’을 표방하며 마련한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국립극단은 1950년 창단 이래 연극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꾸준히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올해는 더욱 폭넓은 문화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유·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이기도 했던 날, 인형극 <곁에서> 공연 현장은 이러한 국립극단의 노력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었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던 시민들은 점차 이야기에 몰입했다. 무대 위 단 한 명의 연주자였지만,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과 다채로운 소품들은 야외마당을 작은 극장으로 완벽하게 변모시켰다. 특히 그림을 그리거나 가위로 가야금 현을 자르는 과감한 연출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연주자는 공연 도중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부여하며, 관객들은 단순한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경험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며, 아이들과 함께 명동을 찾았다가 우연히 공연을 관람하게 된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 깊이 맞닿아 있다. 거리예술 공연은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기존의 공연 관람 방식에서 소외되었던 직장인, 관광객, 혹은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진다. 예술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별도의 예매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 공연 중단 또는 취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일정 중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날 수 있는 <한낮의 명동극> 공연은 9월 24일과 10월 29일이다. 만약 명동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의 문화 공간에서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할인 혜택 정보를 담은 ‘할인’, 국·공립 시설의 무료 및 연장 개방 정보를 안내하는 ‘무료관람 및 연장개방’, 전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두배로 대출’ 등 항목별로 정보를 제공하여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문화 혜택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100% 즐길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혹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열리는 문화공연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가 만나는 작은 무대는 일상 속에서 소중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 문학, 노벨상 열기 이어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치유의 가능성을 탐색하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증폭된 우리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사를 지속시키고,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치유의 가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절실한 배경에서 기획되었다. 이러한 문학축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문학주간’, 국립한국문학관 특별전, ‘문학나눔’ 사업 등 국내 유수의 문학 행사들을 하나의 틀 안으로 포괄하는 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행사는 서울 시내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문학관, 도서관, 서점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진행되며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번 문학주간 2025의 핵심 주제 스테이지인 <읽고 만나고 쓰는 마음>에 참여하면서, 문학이 우리 삶의 균열을 깊이 있게 비추고, 상호 간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작은 구름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도움―닿기’라는 주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이는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타인의 삶에 기대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절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강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글쓰기에 필요한 태도’에 대한 작가들의 솔직하고 진솔한 경험담이었다. “때로는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써야 글이 살아난다”거나, “문장이 삶으로 증명 가능한지 자문해 보라”는 등의 말들은 글쓰기가 단순히 기술적인 행위를 넘어, 자기 고백이자 깊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과정임을 명확하게 일깨워 주었다. 또한, “예술가가 아니라 전달자라는 위치에서 글을 써 보라”는 조언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매우 현실적인 충고로 다가왔다. 글을 쓰는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강연은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역시 풍부한 감동과 성찰을 제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학축제의 야외 프로그램 중 일부는 예기치 못한 비로 인해 취소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포켓 실크스크린 책갈피 만들기 체험에는 참여할 수 있었다. 비록 작은 체험이었지만, 직접 찍어낸 귀여운 주황색 고양이 그림 책갈피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기념품이 되었다.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올해가 첫 회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전국 각지의 도서관, 서점, 문학관에서는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초청하는 행사, 깊이 있는 토크와 낭독 무대, 그리고 독서대전 등 풍성한 문화 일정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의 일환으로, 내가 거주하는 고양시에서도 오는 10월 ‘2025 고양독서대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지역 도서관 곳곳에서는 다양한 연계 행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해 온 나는 여름 동안 잠시 숨을 고른 뒤, 가을을 맞아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중이다. 마침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은 이번 ‘대한민국 문학축제’를 계기로 9월 말,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북토크, 공연,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문학은 단순히 책장 안에 머무르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읽고, 만나고, 쓰는 과정을 통해 함께 즐길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번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가 많은 시민에게 좋은 기회가 되어, 가까운 도서관과 문학 프로그램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책 읽는 즐거움 속에서 서로의 삶을 깊이 있게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 공간으로, 과거의 애환 담은 뼈다귀해장국 – 부천의 역설적 변신

    눈부신 성장과 개발의 이면에 자리했던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제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는 음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과거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공간이 혁신적인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인 뼈다귀해장국이 일상과 별식이 된 현실은, 묵묵히 견뎌낸 시간의 가치를 증명한다.

    과거 도시들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확장해 나갔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서울의 포화 상태를 피해 부천은 수많은 공장과 일자리를 바탕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하는 터전이 되었다. 이곳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이 되며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과 인류애를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고향과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이처럼 과거 산업화의 중심지였던 부천 삼정동에 약 33년 전,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되었다. 1995년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소각장은 하루 200톤에 달하는 서울 및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했지만, 1997년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끊임없는 반대와 개선 요구 끝에 2010년 소각 기능은 대장동으로 이전되었고, 삼정동 소각장은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 쓸쓸한 폐건물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굴뚝과 소각로는 이제 하늘과 채광을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로 변신했으며,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어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쓰레기 반입실이었던 공간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설비들은 아카이빙실 등으로 활용되며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 운동, 그리고 이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도시의 물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과거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 역시 일상이자 별식이 되었다. 부천 원미동, 과거 ‘멀뫼’ 혹은 ‘조종리’로 불리던 지역에는 ‘청기와뼈다귀해장국’과 ‘조마루뼈다귀해장국’ 본점이 마주하고 있다. 이 음식의 기원은 인천 미군 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다귀에서 시작되었으며, 살코기가 많고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를 활용하여 푸짐한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을 제공하며 주머니 사정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88년 부천 원미동에서 시작된 한 가게의 뼈다귀해장국은 깍두기, 양파, 청양고추와 같은 ‘국룰’ 반찬과 함께, 맑고 깨끗하며 산뜻한 국물 맛으로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K-푸드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이자,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한 부천의 이야기는, 묵묵히 견뎌낸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의 어두운 흔적들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평범한 음식 또한 깊은 서사를 담아내며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은, 오래 견디고 볼 일이다.

  • 명절 음식 활용, ‘남은 갈비찜과 잡채’로 볶음밥·’전’으로 두루치기 변신

    명절 연휴가 끝나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풍성하게 차렸던 명절 음식이 남았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다. 특히 갈비찜이나 잡채, 전과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은 귀한 재료와 정성이 담겨 있어 쉽게 버리기도 어렵다. 단순히 데워 먹는 것을 넘어, 남은 명절 음식을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박찬일 셰프는 다가오는 추석을 ‘맞춤’한 시기로 묘사하며, 명절 상차림의 중심에는 ‘차례상’이 있음을 강조한다. 차례는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상차림을 의미하며, 추석 상에는 송편을 비롯해 갈비찜, 잡채 등 다양한 음식이 오른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해 갈비찜이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반면, 최근에는 LA갈비 구이도 인기가 많지만 여전히 갈비찜은 명절 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셰프는 명절 후 냉장고에 남은 갈비찜을 활용한 ‘갈비찜 잡채볶음밥’ 레시피를 소개한다. 남은 갈비찜의 뼈 등을 추려내고 양념과 함께 한 국자를 덜어내면 1인분 볶음밥에 적합한 양이 된다. 여기에 잡채, 김가루, 그리고 약간의 고추장만 더하면 근사한 볶음밥이 완성된다. 볶을 때 식용유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갈비 소스와 잡채 자체에 충분한 기름기가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은 단맛과 매운맛을 더해주며, 만약 신김치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셰프는 이 볶음밥에 대해 맛을 보장한다고 자신한다.

    더불어 남은 전을 활용한 ‘전 두루치기’ 레시피도 제안한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 느낌이 강한 요리다. 기본 재료로는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그리고 치킨스톡이 필요하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를 넣고 물과 치킨스톡을 조금 붓는다. 여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김치와 남은 전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을 경우 이 두루치기가 더욱 맛있다고 한다. 전에서 우러나오는 기름 덕분에 국물이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처럼 명절 후 남은 음식은 새로운 요리로 변모시켜 더욱 풍성하고 알찬 식탁을 만들 수 있다. 비록 명절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을지라도,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 박찬일 셰프는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을 해왔으며,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낸 바 있다.

  • 28년 전, 중국 CCTV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가 촉발한 한류의 근본적 의미와 그 확장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성공적인 확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하는 EGOT 달성을 눈앞에 둔 K-콘텐츠의 위상은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찬란한 성과를 목도하는 시점에서, 28년 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불러온 한류의 시작점과 그 안에 담긴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를 통해 ‘아이칭스션머(愛情是什?)’라는 으로 처음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단순한 한류의 시작을 넘어, 당시 중국 사회가 한국 문화를 수용한 배경과 그 영향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국내에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이 55부작 주말 드라마는, 중국에서는 평균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며 한국 드라마 최초로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당시 중국에서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이 존재했던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매력적인 한국 문화를 대체재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은 이후 중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용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이 점화되었다.

    물론 한류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방영,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관련 슬로건 등장, 1995년 SM 출범 및 CJ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 여러 설이 존재한다. 또한 중국 언론이 ‘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을 한류의 실질적인 시작이자 강력한 기원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설득력을 갖는다. 비록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K-콘텐츠의 비약적인 성장 속도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류 원년을 둘러싼 논의 이면에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에 대한 한국인의 인정 욕구와,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마크 피터슨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은 창조적 천재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한국인의 깊은 열망과 맞닿아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점화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 폄하되던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대한 인식이 K-콘텐츠의 높은 완성도, 보편적인 소구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형성된 뛰어난 제작 역량을 통해 전환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04년, 필자는 <3인3색 중국기>를 통해 중국이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는 제동을 걸고 있음을 진단한 바 있다. 이후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한한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류와 K-콘텐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는 한류의 세계화가 중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문화콘텐츠 현장의 창·제작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1997년 6월 15일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CCTV 방영이라는 사건은 단순히 한류의 시작점을 알리는 것을 넘어, 한국 문화가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잠재력과 그 과정에 담긴 복합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그리고 K팝의 불멸의 금자탑으로 이어지는 한류의 역사는 <사랑이 뭐길래>에서 시작된 그 가능성이 어떻게 현실화되었는지를 증명한다. 이제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뮤지컬까지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휩쓰는 시대에 이르렀다. 28년 전, 작은 불꽃이었던 한류는 이제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근본적인 의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한국과 콜롬비아, 커피로 좁힌 17,800km 거리… 문화 교류의 장 ‘공공외교주간’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국민 누구나 공공 외교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류 열풍이 불기 전, 외국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한국을 방문하게 만들었던 경험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국민 간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이러한 국민 간의 신뢰와 호감을 쌓는 외교 활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 간 외교와는 다른 ‘공공외교’를 국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 사업의 확대와 신기술 활용 디지털 공공 외교 강화라는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제7회 공공외교주간’은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지난 9월 8일부터 27일까지 KF 글로벌 센터와 각 대사관, 서울광장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이 축제는 참가자들이 우리나라의 공공 외교 현장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기며 서로의 나라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호 이해 증진은 궁극적으로 국제 사회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호감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이번 공공외교주간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필자는 딸과 함께 ‘콜롬비아 스페니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 워크숍에 참여했다. 커피 애호가인 딸은 성인이 된 후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으며, 콜롬비아 사람에게 직접 커피 이야기를 듣는 흔치 않은 기회에 큰 기대를 보였다. 지난 9월 22일, 참가자들은 19층 세미나실로 이동하여 콜롬비아 전통 모자를 쓰고 기념 드립백 커피를 받으며 워크숍을 맞이했다. 워크숍은 “한국과 콜롬비아는 거리는 멀지만, 커피로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메시지로 시작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콜롬비아는 약 17,800km의 직선거리를 자랑하지만,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인구 대비 커피 소비량이 높은 나라이기에, 커피를 통한 콜롬비아와의 연결고리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본격적인 워크숍에 앞서 참가자들은 테이블에 놓인 콜롬비아 상징인 모자를 써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흥미를 더했다. 이어서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강연을 맡아 커피의 역사와 콜롬비아 커피의 중요성, 그리고 콜롬비아 커피 여행에 대해 설명했다. 대사는 콜롬비아가 3개의 산맥과 화산재 토양 덕분에 1년 내내 커피 재배가 용이하며, 손으로 수확하고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여 부드러운 커피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립 커피 필터는 천으로 된 필터를 사용하고, ‘파넬라’라는 콜롬비아 전통 설탕과 함께 즐긴다는 이야기는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커피가 일반 가정집에서 시작해 전문 시설로 확산되었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요가 증가했다는 커피의 역사적 흐름 또한 흥미로웠다. 더불어 해외에서 커피 관광이 활발하며, 커피 재배 경관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설명은 광활한 커피 재배 지역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방문 욕구를 자극했다.

    대사의 강연 후, 콜롬비아 커피 전문가인 강병문 씨가 워시드 방식의 커피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직접 커피를 내렸다. 콜롬비아가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이기에 수확기 발효와 부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워시드 방식을 선택한다는 설명은 커피 제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필자 역시 커피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워크숍을 통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워크숍에서는 두 종류의 콜롬비아 커피를 시음하며 향과 맛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어떤 커피가 더 고소하거나 과일 향이 나는지, 어떤 맛이 자신의 취향에 더 맞는지에 대해 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같은 커피라도 사람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커피 외에도 콜롬비아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되었다. 콜롬비아는 6·25 전쟁 당시 파병으로 한국을 도왔으며, 현재는 무비자 협정을 통해 양국 국민들이 상호 방문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소개되었다. 함께 커피 향을 맡으며 찍은 단체 사진에서 콜롬비아 모자를 쓴 채 자연스럽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리적인 거리가 문화 교류에 중요하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워크숍이 진행된 장소 옆에는 공공외교에 관한 다양한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는 지난 8월 29일 외교부가 발표한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 사업 확대 및 신기술 활용 디지털 공공 외교 강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거나 예정된 여러 국제 행사, 그리고 한국이 참여국은 아니지만 APEC 회의 개최국이라는 점은 민간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공공외교주간’은 단순히 외국 문화를 접하는 것을 넘어, 외교가 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하며, 국민의 바람과 의견이 담긴 외교가 더욱 끈끈하고 강력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9월 27일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참가자들이 공공외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 공공외교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이끌 것이다. 필자 또한 26일에 열리는 스페인 행사에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참석할 계획이다.

  • 비수도권 지역 문화 향유 확대 위한 할인 쿠폰, 지방 문화 격차 해소 기대

    문화체육관광부가 2차 공연·전시 할인 쿠폰을 배포하며 지역 간 문화 향유 기회 불균형 해소에 나섰다. 지난 9월 25일(목)부터 시작된 이번 할인 쿠폰 배포는 1차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확대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2차 사업에서는 기존의 전국 단위 할인 쿠폰과 더불어 비수도권 지역민만을 위한 전용 할인권이 추가되어, 지방 문화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할인 쿠폰은 모든 예매처에서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네이버 예약,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등 지정된 예매처를 통해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이 전국 할인권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연의 경우 1매당 15,000원, 전시는 5,000원의 할인이 적용되며, 각 유형별로 2매씩 제공된다. 이는 문화 향유에서 소외되기 쉬운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문화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1차 사업과 달리 2차 사업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할인권이 재발행되며, 발급받은 쿠폰은 다음 주 수요일 자정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할인 쿠폰 사업은 11월 27일까지 진행되며, 사용하지 않은 쿠폰은 유효기간 만료 시 자동 소멸된다.

    이러한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은 지역 문화 예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대구 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펙스코에서 열린 ‘처음 만나는 뱅크시 사진전’의 경우,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을 통해 관람객들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 사진전은 뱅크시의 대표적인 석판화 작품과 길거리 작품을 사진으로 옮겨온 전시, 그리고 그의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화제가 되었던 <풍선을 든 소녀> 작품의 분쇄 사건과 관련된 영상 자료는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뱅크시가 버려진 수영장을 개조해 운영했던 ‘디즈멀랜드’ 프로젝트의 발자취를 담은 공간과 우크라이나 건물 잔해에 남긴 작품들은 그의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번 2차 공연·전시 할인 쿠폰 배포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개최되는 전시 및 공연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문화 소비의 지역적 격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기획력이 돋보이는 알찬 문화 콘텐츠를 더욱 많은 시민들이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업은 지방 문화 거점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며 이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 K-컬처 집약 체험 공간, 하이커 그라운드의 출현 배경과 기대효과 분석

    서울 중심부,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하이커 그라운드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K-POP 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K-POP 체험과 미디어 아트 관람을 동시에 제공하며 한국 관광 홍보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이 등장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이커 그라운드가 문을 열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한 곳에서 집약적으로 체험하고 싶은 수요 증가와 기존 관광 홍보 방식의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K-POP을 중심으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한 기념품 구매나 유명 관광지 방문을 넘어 한국의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갈망하고 있다. 또한, 1층부터 5층까지 각기 다른 테마로 구성된 하이커 그라운드는 미디어 아트, K-팝, 전시, 포토존, 한국의 일상 문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1층의 ‘하이커 월’은 한국의 여러 문화를 역동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며 방문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 역할을 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안내서와 도슨트 서비스는 외국인 방문객의 편의를 높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은 2층의 ‘케이팝 그라운드’와 3층의 ‘하이커 스트리트’이다. 2층에서는 K-POP 뮤직비디오, 무대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서 팬들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K-POP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다. 3층은 노래연습장, 스트리밍 스튜디오, 편의점 등 한국인의 일상 속 문화를 ‘데일리케이션’이라는 콘셉트로 구현하여, 방문객들이 실제 한국의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Daily’와 ‘Vacation’의 합성어로,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그대로 경험하고 이를 관광 여정으로 삼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4층의 ‘로컬 그라운드’는 지역 관광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 지역의 특산물과 관련 정보를 전시하여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매력을 소개한다. 5층의 ‘하이커 라운지’는 카페와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청계천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1층부터 4층까지의 활발한 체험 후 여독을 풀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하이커 그라운드의 다층적인 구성과 풍부한 콘텐츠는 한국의 문화와 관광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K-POP 팬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하이커 그라운드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관을 넘어,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놀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국 체험을 집약적으로 하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무료 관람이라는 접근성 또한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 무더운 여름, 폭염과 폭우 속에서 ‘가가77페이지’가 제시하는 인문학적 해법은?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온 올여름, 연일 계속되는 이상기후 현상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졌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선뜻 긴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때,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에서 열리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매년 전국 도서관에서 열리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올해는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되어, 시민들에게 익숙한 영화를 매개로 인문학적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가77페이지’는 망원시장 인근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영화로 보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7월 21일(월)부터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의 본질이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이해의 폭을 깊게 하는 데 있다고 믿는 이상명 대표의 철학을 담고 있다. 특히,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12세 이상(일부 영화는 15세 이상)이 관람 가능한 영화와 연결하여, 철학과 문학 서적을 통해 심도 있게 다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시간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관람한 후,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의 진행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깊게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영화는 공부보다 중요한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던졌다. 참여자들은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을 ‘나를 깨운 문장’, ‘내 목소리를 찾아본 순간’, ‘Carpe Diem 선언문’, ‘시가 된 삶’, ‘오늘 내 마음에 남은 말 한 줄’ 등의 항목에 적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이 강조했던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문구는 참여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냈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강연을 원하는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주제 선정부터 영화, 작가, 관련 서적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사고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도덕적인 사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책 시장 전반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가77페이지’와 같은 동네 서점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책만 판매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지역 주민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그램 참여자 박근주 씨 역시 SNS를 통해 ‘가가77페이지’의 소식을 접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를 자신의 삶에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인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게 만드는 학문이라며,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삶의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주 씨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져, 인문학이라는 깊이 있는 분야를 꾸준히 성찰하고 대화하며 깊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사업으로,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 아래 인문학과 지역 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이 만나는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이러한 만남의 장은, 전국 곳곳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 펼쳐내는 인문학 프로그램의 열기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