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100만 년 화산 역사와 제주의 태초 맛, 용머리해안과 고사리해장국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의 인기가 과거만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주로 향하는 발길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까닭이다. 비록 높은 물가를 비롯한 몇 가지 이슈가 제주의 매력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빼어난 자연경관과 독특한 문화를 품고 있어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특히 1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용머리해안은 제주 고유의 지질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소로, 아직도 많은 제주도민조차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방문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용머리해안은 제주의 지질학적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한라산과 산방산보다 훨씬 이전인 약 1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서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산체다. 수성화산 분출이 간헐적으로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화산재가 쌓여 다양한 방향으로 지층이 형성되었으며,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다시 쌓이며 오늘날의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태초의 제주고향을 마주하는 듯한 경외감을 선사한다. 이 용암과 바다,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장엄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직접 경험해야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100만 년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에서 제주의 태초 맛이라 할 수 있는 고사리해장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예부터 물과 곡식이 부족했던 제주 땅에서 논농사는 어려웠고, 척박한 화산암에서도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고사리는 제주의 생태계이자 중요한 식재료의 시작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독성을 제거한 고사리를 오랜 시간 즐겨 왔으며, 특히 돼지가 흔했던 제주에서는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사리를 넣어 걸쭉하고 구수한 고사리해장국을 만들어 먹었다. 여기에 메밀가루를 더하면 더욱 풍부한 감칠맛과 든든함이 더해져 제주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았다. “나 고사리야 나 메밀이야” 하는 듯 자연스러운 맛의 조화는 제주 사투리로 ‘베지근하다’는 표현으로 가장 잘 설명되는데, 이는 기름진 맛이 깊으면서도 담백하여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최상의 맛을 의미한다.

    오늘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용머리해안에서 100만 년의 자연사를 경험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탄생한 제주 고유의 음식인 고사리해장국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맛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제주에서 용머리해안의 장엄함과 고사리해장국의 구수함은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하는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이름 붙여진 ‘꽃’, 고통 속 피어난 ‘국화’, 진심으로 울린 ‘BTS’ – 한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여정

    한류가 그저 ‘몸짓’에 불과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되고 K팝이 세계인을 열광시킬 때까지만 해도, 이는 일회성 현상으로 여겨지기 쉬웠다. 그러나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누군가가 그 실체를 명명하고 ‘한류’라고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의 ‘한류’라는 호명은 이 현상을 하나의 용어로 고정시키며,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가 인식하는 실재로 만들었다. 이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닌,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정체성을 부여받은 결과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시작이며, 한류는 그렇게 세계 속에 들어왔다.

    이러한 한류의 탄생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말해주듯, 한류는 한국 현대사의 숱한 고통과 기다림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과 같다. 일제 강점기, 분단, 전쟁, 절대빈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기를 거치며 쌓인 역사적 울음과 인고의 시간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한류를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되었다. 마치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의 슬픈 울음처럼, 혹은 먹구름 속에서 울리는 천둥처럼, 한국 사회가 겪어온 수난과 회복의 과정은 응축되어 문화적 승화인 한류로 발현되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상품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겪은 시련과 성공의 총체적인 결정체이며,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다.

    한류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에는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드러나는 ‘진정성’이 있다. BTS는 언어를 초월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시대의 시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의 노래와 메시지는 완성도 높은 문화상품 이전에,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진솔한 고백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 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번역 가능한 언어를 넘어 마음속을 직접 두드리는 K-콘텐츠의 힘이며, 팬덤이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문화의 공동 창작자이자 공감의 공동체로 기능하는 이유다.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진정한 동력은 ‘진정성’에 있으며, 이는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능력을 통해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한다.

    하지만 한류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이 말하듯,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한류는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끊임없이 더 많은 서사와 깊은 공감을 향해 나아가는 진행형이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는 것은 금물이며, 한류는 이제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더욱 넓은 의미를 추구해야 한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 또한 담아낼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제공해야 할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미래에는 더욱 깊고 풍성한 한류의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 이름 불린 ‘한류’, 고통의 씨앗에서 공감의 꽃으로 피어나다

    새로운 문화 현상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 전, 그것은 단지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몸짓’에 불과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K팝이 세계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던 초기 단계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가 인식하고 부르는 고유한 문화적 주체로 실체가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이름을 불린 순간 한류는 비로소 한국 대중문화의 독자적인 존재감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일방적인 소비가 아닌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수용’의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불리는 이름’은 한류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부여받고 태어났음을 증명하며, 이는 단순한 존재론을 넘어 인식론적인 선언으로 작용한다.

    한류의 현재는 결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 분단과 한국전쟁,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의 함성, 그리고 역경 속에서 회복력을 보여온 한국 사회의 모든 역사적 울음과 고통이 응축된 결과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에서처럼,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와 먹구름 속의 천둥은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시련과 인고의 메타포이며, 이러한 과정 끝에 피어난 한 송이 국화로서의 한류는 단순한 문화 상품이 아닌,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문화적 승화물이다. 불가의 연기 사상처럼, 한류는 단절된 흐름이 아닌 연속된 역사 속에서 존재하며,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굴곡과 성공, 회복의 기억이 맺은 ‘기억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억의 꽃’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이자 동시에 세계를 향한 적극적인 몸짓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한류의 강력한 힘은 언어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K-콘텐츠의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언급된 것처럼, BTS는 단순히 아이돌을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의 노래와 메시지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이자 고백, 질문, 위로, 저항의 표현이다. K-팝,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이유는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 자기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고백함으로써 발생하는 ‘공감’ 때문이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가 되며, 이는 K-콘텐츠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핵심적인 방식이다. 시가 개인의 고백이자 집단의 거울이 되듯, K-콘텐츠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진정성의 힘을 보여준다.

    나짐 히크메트 시인의 ‘진정한 여행’에서처럼,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며,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과거의 성과를 발판 삼아 문화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도모하고 문명사적인 대안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성찰해야 하며, 외연을 넓히면서도 내면의 의미를 잃지 않는 ‘진정한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 창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제공하는 한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 중고등학교 수행평가, 수업 내 집중으로 ‘암기 부담’ 덜어낸다

    2학기부터 중ᐧ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 제도가 대폭 개편된다. 기존의 과도한 수행평가 부담을 줄이고, 수업 시간 내에서의 평가를 중심으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평가 방식의 변화를 넘어, 학생들이 암기식 학습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인 학습 태도를 갖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과거 수행평가는 때때로 지필평가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영어 작문이나 미술 만들기 과제처럼 외부의 도움을 받기 쉬운 형태의 평가는 학원 등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정작 학교 수업에서의 학습과는 괴리감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지필평가 직전이나 직후에 집중적으로 실시되는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며 학습의 본질적인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교육부는 2025년 2학기부터 중ᐧ고등학교의 수행평가를 수업 시간 내에서만 실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과정 중심 평가’로의 전환이다. 외부 요인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과제형 수행평가나 단순 암기식 평가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학교는 자체 점검표를 활용해 평가 계획을 개선하며, 교육청은 매 학기 시작 전에 학교별 평가 계획을 점검하여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어 교과목의 경우, 이전처럼 암기식 문답지를 풀거나 작문하는 과제 중심에서 벗어나, 조별 토론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활동이 늘었다. 수학 교과목에서도 단순한 답 도출 과정을 넘어, 문제 해결 과정을 탐구하고 질문을 작성하거나 관련 자료를 모으는 포트폴리오 형태의 평가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 학습의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변화된 수행평가 제도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공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벼락치기식 암기보다는 평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고,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러한 꾸준한 학습 태도는 수업 시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 급하게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 학습 부담을 자연스럽게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회, 과학, 미술 등 주요 교과 외 다양한 과목에서도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로의 변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행평가의 본래 취지는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 2학기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수행평가 제도는 학생들이 암기 위주의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퇴직 후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 부부 갈등의 뇌관, ‘자기만의 시간’ 확보 절실

    퇴직 후 노후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퇴직으로 인해 부부 갈등이 심화되고, 이는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전체 이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중년·황혼 이혼의 비율이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급증한 배경에는 퇴직 후 발생하는 부부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한 공무원들의 퇴직 수기 공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105건의 수기를 읽고 놀랐다고 전했다. 60세 정년 보장과 연금 수령으로 특별한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수기 이 ‘퇴직하고 나니 절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갈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한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3개월간 집에 머물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침마다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으며, ‘저 양반은 오늘도 안 나가나?’라는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취업을 시도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다가, 최근 늘고 있는 주간노인보호센터의 일자리에 지원하여 월 70만원의 급여와 건강보험료 30만원 절약을 통해 월 100만원을 벌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무섭던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 문제는 TV 토크쇼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주제이다. 참여자 대다수는 퇴직한 남편이 낮에 집에 머무는 것에 대해 남편과 아내 모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들은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부담감과 속박감을 느꼈으며, 서투른 집안일과 잔소리에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아내에게 힘들어하는 눈치를 보이는 것이 불편했고, 집안일을 돕다가 사소한 실수로 핀잔을 들으면 화가 나고 서글픔까지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20여 년 앞서 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퇴직 후 남편의 존재가 아내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건강 이상으로 이어지는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으며, 이는 ‘부원병(夫源病)’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으로는 커플 문화를 가진 미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남편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부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남편은 회사일에, 아내는 가정일에 집중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왔지만, 남편이 퇴직하면서 이러한 분리된 세계에 갑작스러운 침입이 발생하게 된다. 퇴직 전에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만 집에 있던 남편이 매일 집에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혼 건수와 이혼율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의 중년·황혼 이혼 비율은 1990년 14%에서 2023년 23%로 증가했다. 성격 차이, 경제 문제, 배우자의 외도와 더불어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중년·황혼 이혼의 중요한 계기로 등장했다는 점은 남편 입장에서는 어이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노후 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 후 부부 화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낮 동안에는 가능한 한 부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한 일본 노후 설계 전문가는 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의 조건으로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을 꼽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 문제가 빠르게 사회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부부들이 퇴직 후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충분히 준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퇴직 후 노후자금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부부 모두 낮 동안에는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 활동이든, 혹은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설계 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 퇴직 후 ‘집안의 적’이 되지 않는 법: 부부 갈등 해소를 위한 낮 시간 활용 전략

    퇴직 후 남편의 존재 자체가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심각한 부부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도 심상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격 차이, 경제 문제, 외도를 넘어 중년 및 황혼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이미 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던 현상이 우리에게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90년 14%에 불과했던 전체 이혼 건수 중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이 2023년에는 23%로 증가했다. 한국 역시 지난 이십수 년간 꾸준히 낮아져 온 전체 이혼율 추세 속에서,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이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이는 현역 시절 서로 분리된 세계에서 살아온 부부가 갑자기 퇴직으로 인해 매일 함께 집에 머물게 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분석된다. 남편의 사소한 생활 습관이나 성격이 아내에게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우울증, 고혈압, 공황장애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의 수기에서는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다’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아내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정신적인 고통을 야기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 퇴직 후 낮 시간 동안 부부가 각자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단순히 집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얻는 일, 사회공헌활동, 혹은 취미 활동 등 자신만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 가장 인기 있는 남편 유형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개인적인 시간을 통해 부부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부부 화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한 고위직 공무원은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하루 5~6시간 일하며 월 70만 원의 수입과 건강보험료 30만 원을 절감하는 활동을 통해, 이전과는 달리 ‘천사로 바뀐 아내’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경험을 들려준다. 이는 경제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집에 있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퇴직 후에는 노후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부부는 낮 시간 동안 각자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입 활동, 사회공헌, 취미 활동 등 무엇이든 좋다. 중요한 것은 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동거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영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중년·황혼 이혼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예방하고, 보다 조화로운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문화 향유 기회 확대,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의 맹점과 기대효과

    긴 연휴가 방학처럼 느껴지는 시점에서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 향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를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2차 공연·전시 할인 쿠폰 배포는 지난 1차 발행 시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 유효기간을 기존 6주에서 1주일로 단축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남은 할인권을 재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발급 후 사용하지 않는 비율을 낮춰 실사용률을 높이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9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할인권이 발급되며, 발급받은 할인권은 다음 주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한다. 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한 할인권은 자동 소멸되지만, 매주 목요일에 새로운 할인권이 발행되어 지속적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공연 할인권은 1만 원, 전시 할인권은 3천 원으로, 매주 1인당 2매씩 발급되며 결제 1건당 1매가 적용된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쿠폰은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이 할인권 금액보다 낮더라도 여러 장을 구매하여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공연 할인권 1만 5천 원, 전시 할인권 5천 원으로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여 지역 문화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할인 적용 대상은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 순수 예술 분야의 공연과 전국 국·공립, 사립 미술관 등에서 진행되는 시각예술 분야 전시 및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이다. 다만, 대중음악, 대중무용 공연, 산업 박람회 등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대상 제한은 문화 향유의 저변을 넓히려는 정책의 의도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할인권 정책은 잠재된 문화 향유 수요를 자극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이나 전시 관람을 망설였던 많은 국민들이 할인 혜택을 통해 부담 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해 문화생활을 자주 즐기기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매주 새롭게 발급되는 할인권을 통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접할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이 향상되고, 침체된 공연·전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왕릉, ‘무관심’ 속 방치될 위기에서 ‘가족 나들이’ 명소로 재탄생하나

    조선왕릉이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현대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조선왕릉대탐미」 행사는 그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던 왕릉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계층이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역사 교육과 가족 간의 유대감 형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 조선왕릉은 그 웅장함과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조선왕릉대탐미」는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고자 8개 왕릉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달 열리는 행사가 다르며, 체험의 방향 또한 각기 달라 방문객들이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춰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혼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홀로 참여 가능한 ‘태강릉-왕릉산책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특히 10월 25일에는 퀴즈를 풀며 산책하는 특별 회차까지 계획되어 있어 단조로운 산책을 넘어선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겉으로 드러난 왕릉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태강릉에서는 홍살문과 정자각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왕릉 산책을 돕는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 이 오디오 가이드는 어렵지 않은 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라디오를 듣듯이 편안하게 왕릉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정자각에 대한 상세 설명 문구와 사진 자료는 능동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유모차 대여 서비스까지 제공되어 어린 영아를 동반한 가족도 부담 없이 왕릉을 탐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아이들이 야외에서 놀듯이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우고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조선왕릉대탐미」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교육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 현재 모집 중인 <음악과 함께하는 조선왕릉 이야기길(사릉)>은 음악회와 노리개 만들기 체험을 포함하여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월 11일 광릉에서 진행될 동일 프로그램 역시 금방 댕기 만들기, 향첩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더불어 ‘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을 위해서는 10월 4일 의릉에서 열리는 <의릉 토크콘서트>와 10월 11일 헌인릉에서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드오:태종을 부르다> 등 보다 심도 있는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조선왕릉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조선왕릉대탐미」는 조선왕릉을 단순한 과거의 유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경험과 배움을 선사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역사 교육의 부진과 가족 간 소통 부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조선왕릉대탐미」 행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왕릉 산책을 하며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폐직물 공장의 재탄생, 강화 소창과 새우젓에 담긴 역사적 애환

    강화는 단순한 역사적 섬을 넘어, 잊혀가는 산업의 흔적과 고유한 식문화를 간직한 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부터 대몽항쟁의 격전지까지, 굵직한 역사의 현장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폐직물 공장의 새로운 변신과 강화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새우젓이 품고 있는 깊은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과거 강화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일구었던 여성들의 애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 쇠락했던 강화의 직물 산업은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1933년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60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성업했던 이곳은, 당시 수원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직물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까지도 6개의 소창 공장이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소창을 직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폐업한 ‘동광직물’은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지어진 ‘평화직물’ 터는 ‘소창체험관’으로 재단장하며 강화직물의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소창은 목화솜으로 만든 천으로, 옷이나 행주, 기저귀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사용되어 왔다. 일제강점기부터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서 면화를 수입하며 직물 산업이 번성했던 강화에서는,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먼지 속에서 일했던 4,000여 명의 직공들이 있었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방직 공장 취업을 꿈꿀 만큼, 당시 강화의 경제 활동에서 직물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했다. 이렇듯 소창의 제조 과정은 단순한 천 만들기를 넘어, 고된 노동과 여성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쉰밥, 찬밥에도 곁들여 먹었을 소중한 식재료, 새우젓의 짠맛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다.

    강화 새우젓은 서해안 전역에서 잡히는 젓새우와 달리, 드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 물이 만나는 독특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탁월한 맛을 자랑한다. 짠맛보다는 들큼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 강화 새우젓은 늦가을 김장철이면 섬 전체를 들썩이게 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새우젓을 활용한 향토 음식 ‘젓국갈비’는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함을 드러낸다. 갈비, 호박, 두부, 배추 등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지만, 그 모든 맛을 아우르는 주인공은 단연 새우젓이다. 새우젓 특유의 감칠맛과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의 조화는 인공 조미료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참맛은 담백하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강화의 억척스러운 여인들이 직접 방직물을 메고 전국을 다니며 판매했던 ‘방판’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중간 상인 없이 직접 판매하며 마진을 남겼던 그들은, 고된 여정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앞치마에 싸 간 강화 새우젓을 찬으로 삼았다. 쉰밥, 찬밥에 곁들였을 그 새우젓 한 점은 팍팍한 삶의 유일한 위안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는 함민복 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 새우젓은 왜 이다지 짠가, 우리네 인생은 왜 이렇게 애잔한가”라는 구절이 단순한 시적 표현을 넘어, 강화 여성들의 삶의 무게와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이러한 강화의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직물 공장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화 새우젓의 깊은 맛과 소창에 담긴 여성들의 애환은, 이 섬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궤적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임을 증명하고 있다.

  • ‘홍익인간’ 정신,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제4357주년 개천절 경축식 개최

    우리 민족의 기원을 기념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제4357주년 개천절 경축식이 오는 10월 3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우리의 빛 더 멀리 더 널리’라는 주제 아래, 국기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단순한 기념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축식은 국가 주요 인사, 정당 및 종단 대표, 주한 외교단, 개천절 관련 단체, 각계 대표, 시민 등 1200여 명이 참석하여 국가적 행사의 위엄을 더할 예정이다. 행사의 시작은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시작, 비상, 성장, 그리고 미래를 형상화하는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진다. 핸즈 코레오그라피 퍼포먼스와 전통악대 연주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례에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 아래, 인도네시아 발리 수영장에서 현지 아이를 구한 최재영 씨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며 국민적 영웅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또한, 홍익인간 정신이 현대 사회의 전통, 상상, 책임, 문화, 연대의 형태로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제 영상 상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가치와 세계를 이롭게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기념 공연 또한 풍성하게 준비되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고려와 조선 시대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었던 아악과 민속악의 멜로디를 융합한 ‘단군신화’를 선보이며 우리 민족의 뿌리를 되새긴다. 우리다문화어린이합창단은 ‘무지갯빛 하모니’를 통해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OST로 사랑받은 ‘청춘가’는 퓨전국악 아티스트 추다혜 차지스의 열창으로 경축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특히, 만세삼창에는 일본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뇌전증 환자를 응급처치하여 생명을 구한 김지혜 간호사,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김은성 학생, 그리고 이건봉 현정회 이사장이 나서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재외공관에서도 개천절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총 3만 8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가 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개천절과 더불어 국군의 날, 한글날을 기념하며 ’10월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여 국민적 애국심 고취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와 캠페인은 대한민국의 빛나는 역사를 기억하고,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