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강화, ‘짠맛’으로 엮어낸 역사와 문화의 향연

    식민지 시대를 거쳐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잊히지 않고 명맥을 이어온 강화 지역의 직물 산업과 그 흔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인 장소를 넘어, 강화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과거 강화 여인들의 억척스러운 삶과 그 속에 담긴 애잔한 이야기를 현재에 되살리고 있다. 이 두 공간은 강화가 단순한 역사와 관광의 섬을 넘어, 지역 고유의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 체험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화 지역의 방직 산업은 1933년 ‘조양방직’ 설립을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60개가 넘는 공장이 성행하며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다. 당시 수많은 직공들이 먼지 속에서 12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일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화는 수원과 함께 전국 3대 직물 도시로 손꼽힐 만큼 중요한 생산지였다. 이처럼 활발했던 직물 산업의 역사는 현재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로 옛 폐 공장을 개조하고, 1938년에 지어진 ‘평화직물’ 터를 리모델링한 ‘강화소창체험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 강화 사람들이 직접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내고, 풀을 먹여 표백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소창을 직조했던 전통 방식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옥수수 전분으로 풀을 먹이고 자연 건조하는 과정은 강화 특유의 기후와 생활 방식이 담긴 중요한 부분이다.

    소창은 본래 옷감이나 행주, 기저귀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천으로, 강화 여인들에게는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중요한 생산품이었다. 이들은 완성된 직물을 직접 등에 둘러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판매하는 ‘방판’을 통해 중간 상인 없이 마진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고된 품팔이 길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앞치마에 강화 새우젓을 싸가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 이처럼 강화 새우젓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했던 강화 여인들의 애환이 담긴 중요한 먹거리였다. 서해안의 풍부한 갯벌과 한강, 임진강이 합쳐져 맛이 월등한 강화 새우젓은 짠맛보다는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며, 늦가을 김장철이면 섬 전체가 새우젓을 사려는 인파로 들썩일 정도이다.

    강화 새우젓의 독특한 풍미는 지역 고유의 향토 음식인 ‘젓국갈비’로도 이어진다. 젓국갈비는 이름과는 달리 갈비보다는 새우젓이 주재료이며, 배추와 두부, 호박 등 다양한 재료와 어우러져 슴슴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오묘한 맛을 낸다. 이는 단순히 재료의 조화를 넘어, 강화 사람들이 새우젓을 활용해 만들어낸 지혜로운 향토 음식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정말 맛있는 음식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말처럼, 젓국갈비는 미미한 새우젓의 감칠맛이 다른 재료들의 맛을 끌어올리며 완성되는 절묘한 맛의 균형을 보여준다. 소창과 새우젓, 그리고 젓국갈비로 이어지는 강화의 이러한 역사와 문화는 함민복 시인의 시 구절처럼 “눈물은 왜 짠가, 새우젓은 왜 이다지 짠가, 우리네 인생은 왜 이렇게 애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이러한 강화의 깊은 이야기를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지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도심 속 일상에 파고든 문화, 국립극단의 ‘한낮의 명동극’이 시민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휴식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예술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극단이 시민들에게 도심 속에서 문화적 휴식을 제공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립극단은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정오,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한낮의 명동극’이라는 이름의 거리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이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이러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평소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기 어려웠던 직장인, 관광객, 그리고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까지도 예술을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국립극단은 1950년 창단 이래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꾸준히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표방 아래 ‘한낮의 명동극’ 외에도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명동人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명동예술극장의 역사와 연극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를 운영한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린 인형극 <곁에서> 공연은 이러한 노력의 실제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 안내 방송과 함께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췄고, 호기심 어린 시선은 이내 이야기에 몰입했다. 단 한 명의 연주자와 가야금 선율, 그리고 다양한 소품만으로 야외마당은 작은 극장으로 변모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가위로 가야금 현을 자르는 과감한 연출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연주자는 공연 중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부여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이는 단순한 수동적 관람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일상 속 짧지만 강렬한 예술 경험을 선사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제정된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거리예술 공연은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층을 확대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점심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에 적합하며,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 중단 또는 취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국립극단의 ‘한낮의 명동극’은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문화적 선물이 되어준다. 남은 일정 중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날 수 있는 공연은 9월 24일과 10월 29일이다. 또한,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제공되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할인 혜택, 국·공립시설 무료 관람 및 연장 개방, 도서관의 ‘두배로 대출’ 등 다양한 항목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100% 즐길 콘텐츠를 찾는다면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거나, 거주지 근처에서 열리는 문화 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만나는 이러한 작은 무대는 일상 속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 속 기초 공연예술의 전국적 확산 위한 지원책 시동

    국내 공연예술계의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은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예술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서울 외 지역의 공연 단체와 공연장을 지원하는 ‘2026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모를 시작하며 기초 공연예술 생태계의 전국적 확산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공모는 다양한 기초예술 공연이 지역 곳곳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문예회관과 같은 공공 공연장과 민간 공연 예술 작품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내달 25일까지 참여할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서울시 제외)을 모집한다. 현재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 전국 177개 공연 시설에서 223개의 공연 작품(203개 공연 단체)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 8월 기준으로 134개 지역에서 714회의 공연이 개최되어 14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년도 지원 사업의 신청 대상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민간 공연 단체, 이미 제작을 완료하고 유료로 상연된 공연 작품, 그리고 서울 외 지역 소재 공공 공연 시설이다. 지원 분야는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로 한정된다. 특히 내년 사업은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 모두에게 균형 있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 설계 전반에 걸쳐 변화를 모색했다. 이를 위해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의 수요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신청 과정에 새롭게 도입했으며, 지원 한도와 예산 범위 내에서 상호 선택된 사업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번 공모는 참여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크게 개편되었다.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이 신청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복잡한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체, 작품, 시설별 기준에 따라 총예산 범위 내에서 상호 선택한 공연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단체, 작품, 시설의 자격 요건을 철저히 검토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사업 운영은 공연 시설과 공연 단체가 공연 계약을 체결한 후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관리와 지원 역할을 담당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신청 방식 또한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의 ‘이(e)나라도움’ 시스템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새롭게 개발한 공연예술 전용 기업 간 플랫폼인 ‘공연예술유통 파트너(P:art:ner)’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이 플랫폼은 공연 단체와 공연장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규모 공연장이나 인지도가 부족한 신생 예술 단체 역시 플랫폼에 단체, 작품, 시설 정보를 게시함으로써 더 많은 교섭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모에서는 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 올해는 구분하여 공모했던 ‘유형1 사전매칭’과 ‘유형2 사후매칭’을 내년 사업에서는 통합 공모함으로써 절차를 더욱 간소화한다. 또한, 예산이 남을 경우 추가 공모를 진행하여 더 많은 지원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 설명회 일정 및 자주 묻는 질문 등 공모에 대한 자세한 은 예술경영지원센터 누리집(www.gokams.or.kr)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신은향 예술정책관은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우수한 기초예술 작품을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공연 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고, 나아가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공모 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더욱 제고하여 더 많은 예술인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사업의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했다.

  • 해외에서 재조명된 문화, 한국적 정체성 회복의 나침반 되나

    국내에서 한때 잊히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역수입되는 현상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 회복과 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일본의 우키요에처럼 본국에서 외면받던 문화가 이국 땅에서 찬사를 받으며 재발견되는 사례는, 단순한 인기의 역전을 넘어 문화가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자국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한국의 판소리, 막걸리, 그리고 최근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K-팝과 드라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한국 사회 전반의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와 맞물려 문화적 자기 확인의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탱고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부두 노동자들 사이에서 탄생한 춤이다. 초기에는 하층민의 저속한 오락으로 여겨졌으나, 20세기 초 파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상류층이 그 관능적 리듬과 감정의 깊이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외국에서 먼저 예술로 인정받은 탱고는 이후 자국 내에서 재평가받으며 아르헨티나의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유럽 인상파 화가들이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포장지로 쓰였던 우키요에의 파격적인 구도와 색채에 매료되면서 재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우키요에는 서민적이고 통속적인 인쇄물을 넘어선 예술로서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일본은 ‘자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예술사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뚜렷하게 관찰된다. 외국인들에게 호평받으며 진가를 뒤늦게 인정받은 판소리나 막걸리가 대표적이며,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는 한국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설계되지 않은 성공’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최근 동남아와 중남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족주의, 이른바 ‘K-신파’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에서 큰 감동을 이끌어내며 한국인들에게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감정의 DNA’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눈물, 헌신, 어머니와 고향, 세대 간의 화해 등 보편적인 서사를 ‘K-가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재조명하며 한국적 정체성의 확인으로 이어졌다.

    한류의 전개 과정은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 이후 국내 언론과 정책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류’라는 용어 자체도 중화권 언론의 명명에서 시작된 것처럼, 해외에서 인정받고 인기리에 소비될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이를 인식하고 의미화한다.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문화적 자기 확인의 방식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국 문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외부의 찬사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경향은 글로벌 시대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화 심리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때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이 이러한 현상 뒤에 작용하기도 하며, ‘우리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외부 자극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치를 깨닫는 현상은 근현대사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문화는 외연의 확장만으로는 지속되지 않으며, 순환과 회귀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중요하다. 문화 역수입은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이며, 문화의 미래는 되돌아온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를 순환 속에 살아있게 하고, 회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문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가치들을 ‘해외 입양’ 보내지 않고 내 집에서 미리 알아보고 제대로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문화 역수입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과제이자 희망이다.

  • 30년 이상 노후 주택도 안전하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가능해진다

    최근 증가하는 방한 관광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기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사용승인 이후 30년이 경과한 노후·불량 건축물은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여, 신규 사업자 진입에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등록 제한은 잠재적인 숙박 시설 공급을 위축시키고, 다양한 숙박 경험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되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등록 규제를 대폭 개선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번 규제 개선의 핵심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업무처리 지침에서 노후·불량 건축물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고,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을 현실화하는 데 있다. 즉, 앞으로는 사용승인 이후 30년이 경과한 주택이라 할지라도 건축법 및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실질적인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등록 대상 건축물의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건축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주택의 안전도를 판단하게 된다. 또한, 외국어 서비스 평가 역시 사업자의 유창성보다는 통역 애플리케이션(앱) 등 보조 수단을 활용하여 외국인 관광객에게 실질적인 안내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현실적인 운영 환경을 반영하도록 기준이 완화되었다. 기존에 관광통역안내사 합격 기준점(토익 760점)을 기준으로 하던 공인시험점수 폐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30년 이상 경과된 주택에서도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신규 사업 참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숙박 시설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의 현실화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다 실질적인 안내와 편의를 제공하는 숙박업체의 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개선은 외국인 관광객이 민박 숙소에서 더욱 다양하고 만족스러운 한국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문학, 균열을 잇는 구름판 되나…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의 과제와 전망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고조된 우리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지속시키고,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치유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확산시킬 것인가. 이는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 출범과 함께 제기된 핵심적인 문제이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 축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문학주간’, 국립한국문학관 특별전, ‘문학나눔’ 사업 등 그간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던 국내 대표 문학 행사들을 통합하여 그 목적성을 분명히 하려 했다. 하지만 과연 축제가 기획 의도대로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대중과 깊이 호흡하는 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이번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문학주간 2025’는 ‘도움―닿기’라는 주제를 통해 문학이 우리 삶의 균열을 비추고, 나아가 서로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작은 구름판’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치열한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타인의 삶에 기대어 함께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이다. 특히 ‘읽고 만나고 쓰는 마음’이라는 주제 스테이지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들이 제시되었다. “때로는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써야 글이 살아난다”거나 “문장이 삶으로 증명 가능한지 자문해 보라”는 작가들의 경험담은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기 고백이자 용기임을 일깨웠다. 더불어 “예술가가 아니라 전달자라는 위치에서 글을 써 보라”는 충고는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제언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며, 문학이 자기 울타리를 넘어 타인과의 만남으로 나아가는 통로임을 재확인시켰다.

    한편,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문학관, 도서관, 서점에서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국내외 작가 초청 행사, 토크와 낭독 무대, 독서대전 등이 펼쳐지고 있다.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의 일환으로 ‘2025 고양독서대전’이 10월에 개최될 예정이며,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역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연계 행사가 진행된다.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역시 9월 말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북토크, 공연, 전시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러한 전국적인 확산은 축제가 특정 계층만의 문화 행사를 넘어,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는 ‘생활 속 문학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과거 ‘책 읽는 대한민국’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여름 휴식기를 거쳐 가을을 맞아 다시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은 문학이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첫 회라는 상징성과 전국적인 행사 규모를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고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학이 책장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읽고 만나고 쓰며 함께 즐길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축제가 기회 삼아 확산시키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이 가까운 도서관과 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책 읽는 즐거움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야외 프로그램 일부가 날씨로 인해 취소되는 등의 변수가 있었지만, 포켓 실크스크린 책갈피 만들기 같은 작은 체험 프로그램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축제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쓰레기 소각장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과거의 그림자를 딛고 일어선 부천아트벙커B39

    한때 심각한 환경 문제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도시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쓰레기 소각장이 이제는 시민들이 찾는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부천시 삼정동에 위치한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낡은 시설의 재활용을 넘어,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부천아트벙커B39의 역사는 약 33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부천 삼정동에 쓰레기 소각장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건축 허가와 건물 착공이 시작되었다. 199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하지만 1997년, 환경부의 ‘소각로 다이옥신 농도 조사 결과’에서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은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엄격한 관리 기준 수립과 소각장 폐쇄 운동을 벌였고, 이는 결국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폐기물 소각 기능이 이전 및 통합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폐건물로 남겨질 운명이었던 이 소각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은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기능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굴뚝과 쓰레기 소각로는 이제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쓰레기 소각로는 주택 설계의 ‘중정’을 모티브로 한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신하여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인다. 과거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BANKER)는 이제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된 핵심 공간으로, 지하 깊숙한 바닥으로부터 높이 39m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상자 형태로 남아있다. 이곳은 쓰레기들이 온전한 모습을 바라보던 마지막 관문이자 ‘관’이었으리라. 벙커와 연결된 공간인 쓰레기 반입실은 이제 멀티미디어홀(MMH)로 활용되며,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냈던 공간이 환골탈태했다. 소각동 2층과 3층에는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거대한 설비 기반의 전시물들이 과거를 증명하며, 중앙청소실을 리모델링한 아카이빙실에서는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을 통해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소각장이 어떻게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그 생생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건물 밖에는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공공미술 프로젝트 ‘숲이 그린 이야기’ 벽화가 소각장을 상징하는 굴뚝 모양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숲을 이룬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의 탄생은 과거 부천의 도시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 부천은 아남산업, 삼성전자 반도체, 로켓트보일러공장 등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서며 수도권의 강력한 배후 도시로 성장했다. 1975년~80년 전국 인구 증가율 27.7% 대비 부천은 102.9%를 기록했으며, 80년대 초 수도권 인근 안양, 수원보다 훨씬 높은 126%의 인구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서울의 포화 상태를 피해 온 사람들, 혹은 시골에서 상경한 이들의 최소한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며 “지상에서 내 집 한 칸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꿈이 담긴 땅이었음을 보여준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이 이러한 부천 원미동의 모습을 그려내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가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편, 부천 원미동 조마루사거리에는 ‘청기와뼈다귀해장국’과 ‘조마루뼈다귀해장국’ 본점이 마주 보고 있다. 이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은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에서 이제는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다. 미군에서 버려지는 돼지 뼈다귀에서 시작된 이 음식은 현재 주머니 사정 가벼운 서민들이 즐겨 찾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88년 부천시 원미동에서 창업 이래 이어져 온 한 가게는 깍두기, 양파, 청양고추라는 ‘국룰’ 반찬과 함께 시원하고 달큼한 깍두기, 그리고 맑고 깨끗하며 산뜻한 맛의 뼈다귀해장국으로 입맛을 돋운다. 두툼한 뼈다귀와 푹 익힌 우거지가 어우러진 뚝배기 해장국은 그 어떤 산해진미도 못 당할 깊은 맛을 선사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깻잎 향과 들깨 향이 어우러진 감자탕의 매력에 빠져 K-푸드의 일원으로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부천은 과거 산업 발전의 상징이었던 쓰레기 소각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그리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 별식으로 발전하는 등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왔다. 이는 “아무튼 오래 견디고 볼 일이다”라는 말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끈기를 가지고 나아간다면 새로운 희망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K-문화의 원천, 한글의 세계적 확장과 정책적 지원 강화 필요성 대두

    한국어와 한글이 단순한 문자를 넘어 K-문화의 핵심 원천으로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87개국에 운영 중인 세종학당에는 14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지만,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고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어와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제579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한글의 위대함을 재조명하고, 한국어와 한글의 세계적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김 총리는 한글이 창제 원리, 시기, 창제자가 명확하게 알려진 세계 유일의 문자로, 인류의 빛나는 지적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훈민정음 머리글에 담긴 세종대왕의 백성을 향한 사랑과 포용, 혁신의 정신은 문자로서의 우수성을 넘어 인류애의 발현임을 역설했다. 이러한 한글의 인류애적 가치는 유네스코의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수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선조들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헌신으로 한글을 지켜낸 발자취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오늘날 케이팝의 노랫말,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이 세계 팬들과의 연결고리가 되며 K-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즐기려는 세계 청년들의 증가는 이러한 흐름을 방증한다. 이에 정부는 한국어와 한글이 문화를 공유하고 미래를 이끄는 말과 글이 되도록 언론과 뉴미디어를 활용하여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세종학당을 더욱 확대하여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글을 활용한 상품 개발, 전시, 홍보를 적극 지원하여 K-문화의 외연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어 기반 언어정보 자원 구축 확대와 이번 APEC에서 ‘초격차 K-APEC’을 구현하고 한글을 비롯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창의성을 세계에 알리는 프로그램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한글과 한국어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K-문화의 세계적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랑이 뭐길래’ 28년 전 중국 방영, 한류 점화의 ‘문제’와 그 ‘해결’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한류의 성공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는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석권하는 EGOT 달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국제적인 성공의 흐름 속에서, 28년 전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땅에서 일으켰던 거대한 파장을 돌아보는 것은 한류의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류의 시작을 논할 때,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그 시발점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당시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단순히 높은 시청률을 넘어, 중국 대륙에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아이칭스션머(爱请是什? 濫觴)’라는 으로 중국 시청자들과 만난 이 드라마는 매주 일요일 아침, 한국의 가족 이야기를 중국 가정에 전달하며 4.2%의 시청률과 평균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며 1998년 다시 한번 저녁 시간대에 편성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로 이 시점,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거둔 성공은 ‘한류’라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한류의 시작점을 두고 학계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1993년 방영된 드라마 <질투>를 기원으로 보는 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의 영향으로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다는 설, 그리고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CJ 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이 이루어진 1995년 설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중국 언론에서 ‘한류(韩流)’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거나, 대만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 뭐길래’가 가져온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그 파급력은 다른 어떤 설보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용어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실행으로서, 그리고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하며, 학계와 업계에서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일을 한류의 기원으로 널리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 뭐길래’를 기원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라는 의미와 함께, 시대 구분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2023년부터 ‘한류 30년’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은 한국 대중문화가 이룬 성과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그 성공을 통해 가난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 사회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단순히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문화적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이후 영상 콘텐츠와 K팝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으로 이어졌다.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인기 드라마들이 연이어 등장했으며,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K팝 역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불멸의 금자탑을 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한령’과 같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K-콘텐츠의 창작자와 제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한류는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은 이러한 한류의 성공 서사가 공연 예술 분야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대학로에서 시작된 이 작품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것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이제 EGOT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28년 전 중국에서 ‘사랑이 뭐길래’가 일으켰던 작은 불씨가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찬란하게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28년 전 한류의 시작점은 무엇인가?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이는 한국 공연 예술 콘텐츠가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 예술 시상식에서 거둔 쾌거이며, 한류의 성공 서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더한 사건이다. 사계에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하는 EGOT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한국 기반의 작품이 이러한 최고 권위의 상을 석권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8년 전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확산, 즉 한류의 시작점을 되돌아보는 것은 그 의미가 깊다.

    한류의 기원을 논할 때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1997년 6월 15일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CCTV에서 방영된 것이 꼽힌다. 당시 ‘아이칭스션머(爱请是什? ài qíng shì shén me)’라는 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MBC에서 1991년 11월부터 1992년 5월까지 방영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다. 한국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이는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였으며,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중국 가정에 한국 가족의 일상을 전달하며 한류를 점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한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드라마 <질투>(중국명 ‘녹색연정’)가 방영된 1993년을 시작으로 보는 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아젠다가 등장하며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1994년 설, SM 기획사 출범,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이 이루어진 1995년 설 등이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 ‘한류(留)’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사랑이 뭐길래>의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파급력은 압도적이며, 학계와 업계에서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기원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이 시점을 기원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난 2023년부터 ‘한류 30년’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이러한 논의에는 한류를 통해 ‘0.7퍼센트의 반란’,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를 이룬 한국인의 인정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K-컬처에 대해 한국 전통의 창조적 천재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욕망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랑이 뭐길래>를 기준으로 할 때, 한류의 역사는 28년이다. 당시 중국이 한국 문화를 수용한 것은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한국 문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 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는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고, 이는 사드(THAAD) 사태를 계기로 ‘한한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히려 그 덕분에 한류와 K-콘텐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킬러 콘텐츠다. 한류의 세계화는 결국 문화 콘텐츠 현장의 창작자들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작금의 경색된 한중 관계 속에서 <사랑이 뭐길래> 첫 방영일을 되짚어보는 것은 호사가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으나, 1997년 6월 15일의 의미는 분명하다.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폄하하는 시선 속에서도 K-콘텐츠의 완성도, 보편적인 소구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형성된 제작 역량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후 영상 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K팝은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이라는 낭보는,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공연 예술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으며 한류 성공 서사에 한 획을 그었다. EGOT 완성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가 열었던 한류의 문은 한국 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