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지방 공연예술의 ‘고립’ 문제,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으로 해법 모색

    지방 공연예술계의 자생력 약화와 문화 향유 격차라는 오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는 서울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며 지방의 공연 단체와 공연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은 우수한 예술 작품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유통되지 못하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공연예술 생태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방 공연예술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2026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을 새롭게 개편하여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서울 외 지역에 기반을 둔 공연 단체와 공연장을 대상으로 하며,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내달 25일까지 참여자를 공모한다.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의 핵심은 다양한 기초예술 공연이 전국 각지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지역의 공공 공연장과 민간 예술 작품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이미 이 사업을 통해 올해 전국 177개 공연시설에서 223개의 공연 작품(203개 공연 단체)이 지원되었으며, 지난 8월 기준으로 134개 지역에서 714회의 공연이 열려 14만 명이 관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년도 사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민간 공연 단체, 제작이 완료되어 유료로 상연된 공연 작품, 그리고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공공 공연시설을 신청 대상으로 한다. 지원 분야 역시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로 동일하게 운영된다. 특히,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공연 단체와 공연장 모두에게 균형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의 수요를 동시에 반영하는 절차를 신청 과정에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양측이 지원 한도와 예산 범위 안에서 서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업비 지원의 최종 결정권을 부여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 공모는 참여자의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고 전반적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편되었다. 공연 단체와 공연시설이 신청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복잡한 심의 과정 없이 각 단체, 작품, 시설별 기준에 따라 총예산 범위 내에서 상호 선택한 공연을 직접 지원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단체, 작품, 시설의 자격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관리·지원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사업 운영은 공연시설과 공연 단체가 직접 공연 계약을 체결하고 협의하여 진행하게 된다.

    신청 방식 또한 혁신적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의 ‘이(e)나라도움’ 시스템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새롭게 개발한 공연예술 전용 기업 간 플랫폼인 ‘공연예술유통 파트너(P:art:ner)’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이 플랫폼은 공연 단체와 공연장이 정보를 공유하고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소규모 공연장이나 인지도가 부족한 신생 예술 단체에게도 플랫폼에 단체, 작품, 시설 정보를 적극적으로 게시하여 실질적인 교섭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공모에서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구분하여 공모했던 ‘유형1 사전매칭’과 ‘유형2 사후매칭’을 내년에는 하나의 통합 공모로 진행하여 절차를 간소화했다. 만약 예산이 남을 경우, 추가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신은향은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우수한 기초예술 작품을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공연 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공모 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더욱 많은 예술인과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업이 지방 공연예술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 아티스트 태연, 솔로 데뷔 10주년 기념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세서리 컬렉션 공개

    아티스트 태연의 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며, 그동안 태연이 선보여온 음악과 이야기에 집중한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세서리 컬렉션이 공개된다. 이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 태연의 첫 번째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단순한 상품 출시를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10년간 태연이 음악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쌓아온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들을 재해석하여 디자인에 녹여냈다. 특히, 태연의 독보적인 음악적 색깔과 개성을 케이스티파이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결합되어, 팬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컬렉션에는 태연의 히트곡들을 모티브로 한 아트워크와 솔로 데뷔 10주년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담긴 다양한 테크 액세서리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비롯하여 무선 이어폰 케이스, 노트북 슬리브, 태블릿 파우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되어, 팬들이 언제 어디서나 태연의 음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협업은 케이스티파이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팬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태연의 솔로 데뷔 1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케이스티파이 컬렉션으로 기념함으로써,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컬렉션은 출시와 동시에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아티스트 협업 컬렉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고령층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실버마이크’ 가을 무대로 성숙한 감성 충전

    문화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층을 위한 문화 행사 ‘2025 문화가 있는 날 실버마이크 수도·강원권’이 10월에도 시민들을 찾아간다. 특히 이번 달에는 ‘가을의 향기’라는 주제를 내세워 계절의 감성과 깊이를 담아내는 음악 공연을 통해 고령층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정서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실버마이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포함된 주간에 열리는 거리 공연 프로그램으로, 고령층의 문화 예술 활동 참여를 증진시키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10월 행사는 도심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며,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음악으로 표현함으로써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가을의 향기’ 무대는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와 낭만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령층 참여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이나 문화적 소외감을 완화하고, 활기찬 문화 체험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마이크’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활성화된다면, 고령층은 물론이고 모든 세대가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문화 공연을 접하며 일상 속 문화 향유의 기회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문화 공동체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100만 년 제주 태곳적 땅, 용머리해안의 비밀과 소울푸드 ‘고사리해장국’

    제주 관광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관광객, 특히 제주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높은 물가와 같은 일부 이슈들이 제주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주가 여전히 ‘국내 여행 1번지’로서의 이름값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숨겨진 매력과 본질적인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를 대표하는 로컬100 유산인 ‘용머리해안’은 이러한 제주의 역사와 자연이 응축된 결정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대한 자연 앞에서 제주의 서민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고사리해장국’은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소울푸드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용머리해안은 제주의 지질학적 형성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매우 오래된 화산체다. 약 1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화산 분출로 인해 생성되었으며, 이는 한라산이나 산방산, 심지어 제주 본토가 생기기 훨씬 이전의 시기다. 화산 분출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면서 여러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쌓이고, 분화구가 이동하면서 세 방향으로 독특하게 쌓인 화산재 지층을 형성했다. 시간이 흐르며 파도에 깎여나가고, 다시 화산재가 쌓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금의 신비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용머리해안은 단순히 깎아지른 절벽이나 기암괴석이 펼쳐진 풍경이 아니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에 서면, 100만 년이라는 장엄한 세월의 무게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화산의 속살을 마주하는 듯, 파도가 만들어낸 해안 절벽과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사암층은 제주의 태곳적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처럼, 이곳에는 진시황이 용의 기운을 끊기 위해 사자를 보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방문해야 하고, 날씨의 제약도 있어 입장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제약을 감수하고라도 용머리해안을 직접 마주했을 때 얻는 압도적인 감동은 어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이처럼 척박한 화산섬 제주에서 오랜 세월 삶을 영위해 온 사람들의 지혜와 애환은 ‘고사리해장국’이라는 소울푸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과 곡식 농사가 어려웠던 제주에서 두 가지 중요한 작물은 바로 고사리와 메밀이었다. 특히 다년생 양치식물인 고사리는 튼튼한 뿌리로 화산암에서도 잘 자라며 빗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했다. 독성이 있지만, 삶아서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독성과 쓴맛이 제거되어 귀한 식재료로 활용되었으며, 제사나 명절에도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식이 되었다. 더구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제주에서는 고사리의 가치가 더욱 컸다. 제주에서는 돼지가 가장 흔하게 키울 수 있는 가축이었고, 잔치에는 항상 돼지가 잡혔다.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는 여러 국으로 활용되었는데, 모자반을 넣으면 ‘몸국’, 뼈를 넣으면 ‘접작뼈국’, 그리고 고사리를 넣으면 ‘고사리해장국’이 만들어졌다. 고사리는 소고기를 대신하는 풍부한 식감과 질감을 제공하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가루와 어우러져 걸쭉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을 자랑한다. 메밀 전분 덕분에 국물이 걸쭉해지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제주 사투리로 ‘베지근하다’고 표현되는 깊고 담백한 맛은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베지근하다’는 표현은 기름진 맛이 깊으면서도 담백할 때 사용되며,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어 ‘국물맛이 베지근하우다’는 최고의 찬사로 여겨진다.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으면 흡사 죽처럼 되직해지는 고사리해장국은 입에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가난과 고난으로 점철된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이토록 담백하고 유순한 맛을 빚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지혜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의 100만 년 역사와 고사리해장국에 담긴 제주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 서울의 예술이 직면한 미래, ‘서울국제예술포럼’으로 해법 모색

    세계적인 도시 서울의 예술계가 미래를 향한 담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은 오는 11월 4일(화) 오후 1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 2관에서 ‘서울국제예술포럼(SAFT, Seoul·Arts·Future Talks)’을 처음으로 개최하며, 이러한 미래 담론의 장을 열게 되었다. 이는 급변하는 예술 환경 속에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국내외 예술계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발전적인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포럼은 ‘서울에서 세계가 함께 이야기하는 예술과 미래’라는 주제 아래, 서울이라는 도시가 예술의 미래를 어떻게 선도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현재 직면한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미래 사회의 변화에 발맞춘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과거의 성과를 넘어, 앞으로 서울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의 변화는 예술의 창작, 향유,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쳐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서울의 예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포럼은 그간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예술의 미래에 대한 과제들을 한데 모아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이 예술을 통해 미래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시민들에게 더욱 풍요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국제예술포럼은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참여자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모색할 것이다. 포럼에서 논의된 결과들은 향후 서울의 예술 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서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예술 도시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름 붙여진 ‘몸짓’, 고통 속에 피어난 ‘꽃’, 언어 넘어 ‘공감’… 한류의 현재와 미래는?

    한류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단순한 ‘몸짓’에 불과했던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한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명명이 진정한 실체화와 문화적 주체로의 발돋움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더불어, 현재의 한류가 과거 한국 사회가 겪었던 역사적 고통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응결된 문화적 승리인지, 그리고 이러한 성과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이 요구된다. 또한, K-콘텐츠가 언어를 초월하여 전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힘의 근원은 무엇이며, 이것이 단순히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선 ‘진정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아가, 한류가 아직 쓰이지 않은 시와 불리지 않은 노래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정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안주하거나 자만할 위험은 없는지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한류의 미래를 위한 다문화적 포용과 인간성 회복이라는 새로운 비전 제시가 절실하다.

    한류의 시작은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실체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Hallyu)’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전까지 한국 드라마와 K팝은 그저 일시적인 ‘몸짓’이나 ‘현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가 이들을 ‘한류’라고 명명하면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는 하나의 고유한 문화적 주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현상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용어로 정의되고 불림으로써 비로소 세계 속에 ‘실재’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학계에서 진단하듯, 한류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닌,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수용’의 결과물이다. ‘불리는 이름’이 있다는 것은 곧 세계와의 관계가 시작되었음을 뜻하며, 한류는 이 관계를 통해 고유한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김춘수의 시가 단순한 존재론을 넘어 인식론적 선언이 되듯, “당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불렀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한류는 세계 속에 ‘들어온’ 문화적 실체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는 한류가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님을 시사한다. 일제 강점기와 분단, 동족상잔의 아픔, 절대 빈곤 탈출을 위한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의 함성, 그리고 ‘다이나믹 코리아’를 거쳐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주기까지, 한국 현대사가 겪었던 모든 역사적 ‘울음’과 ‘수난’, ‘인고’가 있었기에 오늘의 한류가 가능했다. 시인이 말하는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와 ‘먹구름 속 천둥’은 이러한 한국 현대사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메타포로 나타낸다. 마침내 피어난 ‘국화 한 송이’는 이러한 응결된 고통이 문화적으로 승화된 바로 한류다. ‘국화 옆에서’가 불가의 연기(緣起) 사상을 노래하듯, 한류는 단절된 흐름이 아니라 한국의 시간과 기억이 맺은 연속된 역사 속에서 피어난 ‘기억의 꽃’이다. 이 꽃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굴곡, 성공과 회복의 총체적인 문화적 결정체이며,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한류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를 위한 것인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 아니면 그 둘 모두인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더 나아가,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는 한류의 힘이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공감의 능력에서 비롯됨을 명확히 보여준다. 시인이 “LOVE MYSELF, LOVE YOURSELF! (…)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 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이라고 진솔하게 토로하듯, BTS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이자 시대의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노래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와 같다. BTS는 고백하고, 질문하고, 위로하며, 때로는 저항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류의 진정한 힘은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 ‘진정성’에 있으며,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역할을 한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K-팝, K-드라마, K-콘텐츠의 능력은 바로 BTS가 자기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한류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핵심 비결이며, 시가 개인의 고백을 넘어 집단의 거울이 되듯, K-콘텐츠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은 한류의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조망한다. 히크메트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듯, 한류 또한 절정에 이르지 않았으며,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외연 확장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한류는 이제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면서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담아낼 때, 외연을 넓히되 내면을 잊지 않는 ‘진정한 여행’이 계속될 수 있다. 한류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으며,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쓰임이 ‘소모’가 아닌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에게는 향수(享受)와 감동을 제공해야 할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삿포로 눈축제 속 K팝 루키 발굴, 글로벌 팬덤 플랫폼의 새로운 도전

    삿포로 눈축제를 무대로 글로벌 K팝 루키를 발굴하려는 시도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 마이원픽(MY1PICK)은 일본 파트너사인 ‘팬커뮤니케이션즈 글로벌’의 공식 투표 플랫폼 ‘JK fandom’과 손잡고 ‘제76회 삿포로 눈축제 17th KPF(K-POP FESTIVAL) 루키 챌린지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얼어붙은 팬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잠재력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글로벌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K팝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삿포로 눈축제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삿포로의 이미지는 낯설지만, 이는 오히려 K팝 루키들에게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참가한 루키들은 자신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추운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열정을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이원픽과 JK fandom은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전 세계 팬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직접 이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협력 시스템은 신인 아티스트들에게는 글로벌 팬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팬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육성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삿포로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K팝의 팬덤 활동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번 ‘루키 챌린지컵’ 프로젝트의 성공은 향후 K팝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삿포로 눈축제와 같은 이색적인 행사를 발판 삼아,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과 접목하는 시도는 K팝의 장르적, 문화적 확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원픽과 JK fandom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는 앞으로도 K팝의 글로벌 팬덤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잠재력 있는 신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 강화, ‘소창’과 ‘새우젓’으로 엮어낸 애잔한 삶의 역사

    서울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는 강화도는 흔히 역사와 호국의 섬으로 불린다. 제주, 거제, 진도에 이어 국내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대몽항쟁의 거점,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낸 관문까지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위상과는 별개로, 강화는 계절마다 입맛을 돋우는 식도락의 땅이기도 하다. 봄에는 숭어회, 여름에는 병어회, 가을에는 대하와 갯벌장어 등 싱싱한 해산물이 풍성하다. 순무와 고구마 같은 특산물도 있지만, 강화의 진정한 매력은 해산물만으로도 사계절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강화는 또한 한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상징하는 마니산의 고장이기도 하다. 해발 472.1m의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참성단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개천절 제례와 전국체전 성화 채화 등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상징성을 더한다. 마니산은 등반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강화의 이러한 면모들은 최근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가 로컬100에 이름을 올렸을 때 많은 이들에게 의아함을 안겨주었다. 이미 국내 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방직공장을 카페로 변모시킨 명소가 존재하는 터라, 강화에 또 어떤 새로운 볼거리가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직접 둘러본 경험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깊은 감동과 쾌감을 선사했다.

    강화는 과거 직물 산업으로도 번성했던 도시다. 1933년 강화 최초의 인견 공장인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무려 60여 개의 방직 공장이 운영되었으며, 현재도 6개의 소창 공장이 옛 방식 그대로 소창을 직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소창, 인견 제조로 명성을 떨쳤던 강화 직물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폐 소창 공장 ‘동광직물’은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건축된 한옥과 염색 공장 ‘평화직물’ 터는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소창은 주로 옷, 행주, 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천으로, 면화에서 뽑아낸 실로 짠다. 일제강점기부터 면화는 인도네시아나 파키스탄에서 수입되었으며, 강화는 수원과 함께 전국 3대 직물 도시로 꼽혔다. 강화읍 권에만 60여 개의 공장이 성행했고 4,000여 명의 직공이 근무하며 활발한 경제 활동을 펼쳤다. 당시에는 12시간씩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며 먼지 속에서 일했지만, 큰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도 꿈이었을 만큼 중요한 일자리였다.

    이처럼 직물 산업은 강화 여성들의 억척스러운 삶과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 완성된 방직물을 둘러멘 강화 여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직접 판매에 나섰다. 중간 상인 없이 직접 판매했기에 마진이 좋았고, 가까운 북한 개풍까지도 다녀왔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앞치마에 싸간 것은 바로 강화 새우젓이었다. 배고플 때 아무 부엌이나 들어가 얻은 밥 한 덩이에 곁들여 먹었던 이 새우젓은 당시 강화 여인들에게 유일하게 챙겨갈 수 있었던 귀한 반찬이었다.

    전국 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강화 새우젓은 서해안에서 잡히는 젓새우 중에서도 월등한 맛을 자랑한다. 넓은 갯벌의 좋은 서식 환경과 더불어 한강, 임진강 두 개의 거대한 강물이 흘러들어 강화 앞바다의 젓새우 맛은 더욱 깊고 풍부하다. 짠맛보다는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늦가을 김장철이면 섬을 들썩이게 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강화 새우젓은 ‘젓국갈비’라는 소박한 향토음식을 탄생시켰다. 젓국갈비는 이름에서 갈비가 언급되지만, 실상 주인공은 단연 새우젓이다. 돼지고기에서 우러나는 기름기와 더불어 새우젓 특유의 짭조름한 감칠맛, 배추에서 우러난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묘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인공 조미료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새우젓의 미미한 감칠맛이 맛의 한 끗을 좌우하며, 이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맛있는 음식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강화의 ‘소창’과 ‘새우젓’은 단순한 생산품을 넘어,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했던 강화 여인들의 애잔한 역사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된 노동과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짠맛 나는 새우젓처럼, 그리고 때로는 기저귀를 삶아 널던 어머니의 모습처럼 우리네 인생의 애잔함을 되새기게 한다. 함민복 시인의 시처럼, 눈물은 왜 짠지, 새우젓은 왜 이다지 짠지, 우리네 인생은 왜 이렇게 애잔한지, 강화의 새로운 문화 공간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 사라진 줄 알았던 ‘취미’ 우표, 여전히 빛나는 매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품다

    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한 장롱 속 옷가지들을 정리하던 중, 초등학생 시절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이 직접 우표를 모아 만든 책받침이 발견되었다. 이는 1990년대, ‘취미’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며 ‘우표 수집’이 아이들의 보편적인 취미였던 시절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당시 기념우표 발행일이면 우체국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을 만큼, 우표는 빵 스티커 모으기와 비견될 정도의 높은 위상을 자랑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손편지가 줄고 우표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지금,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 한번 누군가의 특별한 즐거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우표 수집이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임을 강조한다. 보관이 용이하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접근 가능하며, 매년 새롭게 발행되는 다양한 디자인의 기념우표는 수집의 재미를 더한다. 국내 우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수집 욕구를 해외 우표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우표 수집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 납부를 주된 목적으로 발행량이 정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반면, ‘기념우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을 기념하며 발행 기간과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희소성을 지닌다.

    대한민국에서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의 고시에 따라 매년 10~20회 정도 발행되며, 2025년에는 총 21종 발행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스러운 아기’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우정사업본부 외에도 각 지방의 우정청, 우체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기념우표를 기획·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업하여 발행한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 우표첩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태백우체국의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와 양구군의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하며 지자체 홍보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추억을 넘어 현재에도 다채로운 매력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우표가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린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지역 홍보, 그리고 독창적인 주제 선정으로 발행되는 기념우표들은 우표가 단순한 우편 요금 납부 수단을 넘어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는 매체로서, 나아가 새로운 취미로서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때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시대를 넘어 또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의 특별한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해외에서 먼저 빛난 문화, ‘역수입’으로 되찾는 정체성의 역설

    자국에서 외면받던 문화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재평가되는 ‘문화 역수입’ 현상이 한국 사회의 문화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본국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해외의 찬사를 통해 비로소 자국 내에서 의미화되는 과정을 겪는 것은, 오히려 우리 문화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미래 방향성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문화가 단순히 일방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과 회귀를 통해 생명력을 얻고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문화 역수입 현상은 과거부터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 지역 노동자 계층에서 탄생한 춤이었다. 초기에는 하층민의 저속한 오락으로 치부되었으며, 남성끼리 추거나 뒷골목의 음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상류층이 탱고의 강렬한 감정과 관능적인 리듬에 매료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유럽의 예술적 감수성과 만나 하나의 예술로 승화된 탱고는 이후 자국에서 재평가받으며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일본의 우키요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9세기 이전 일본 내에서 우키요에는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인쇄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19세기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일본산 도자기를 포장하는 부자재로 사용되었던 우키요에가 프랑스 예술가들의 눈에 띄었다. 이들은 포장지에서 발견한 파격적인 구도와 과감한 색채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는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자포니즘’이라는 용어로 세계 예술사에 각인된 이후, 일본 내에서도 우키요에는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 전시 활동의 대상이 되며 그 예술적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판소리나 막걸리 등이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으며 자국 내에서 재평가된 사례로 꼽힌다. 한류 역시 초기에는 한국인들이 그 잠재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족주의, 이른바 ‘K-신파’적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작품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인이 가진 ‘감정의 DNA’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서의 수출’은 한국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인정과 인기를 통해 비로소 자국 내에서 ‘국가 브랜드’로 인식되고 의미화되는 한류의 과정은,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를 보여준다. 이는 문화적 자기 확인의 한 방식이며, 자국 문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외부의 찬사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보편적인 문화 심리학적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때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이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의 밑바탕에 작용하기도 한다.

    문화의 지속성은 외연의 확장만으로는 담보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순환과 회귀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문화 역수입은 바로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이며, 미래의 문화는 그 회귀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있다. 문화는 순환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되돌아온 문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의 고유한 정체성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내 집에서 제대로 가꾸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