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사랑이 뭐길래’ 28년 전 중국 방영,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이었나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썼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EGOT(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를 완성해가는 K-콘텐츠의 눈부신 성장은 수많은 이들에게 감탄과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K-컬처의 글로벌 열풍 속에서 28년 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이자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불러일으킨 파장은 단순한 인기 드라마 방영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일으킨 센세이션은 기록적인 수치로 뒷받침된다.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아이칭스션머’라는 으로 처음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당시 기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다. 매주 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한국의 정서를 공유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중국 내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는 한국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기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류의 실질적인 첫걸음이었다.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했으며, CCTV는 2차 방영권을 구매해 1998년 저녁 시간대에 다시 편성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류’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 현상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한류의 기원을 둘러싼 학계의 논의는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1993년 드라마 <질투>의 중국 방영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아젠다 등장으로 인한 대중문화 산업 인식 변화설, 1995년 SM 기획사 출범 및 CJ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설 등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거나, 대만 언론의 보도를 기원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학설 중에서도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이 가지는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압도적인 설득력을 가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록 1997년을 원년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안 되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한류 30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회자되는 현상은 K-컬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긍정적 영향과 한국인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적인 중국 방영은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는 한국 드라마나 가요를 폄하하는 분위기도 존재했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을 통해 K-콘텐츠의 높은 완성도와 보편적인 소구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형성된 제작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의 드라마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글로벌 히트작들이 연이어 탄생했으며, K팝 또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불멸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이러한 K-콘텐츠의 눈부신 발전은 단순히 중국 시장의 성공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문화콘텐츠 현장의 치열함이 만들어낸 결과다.

    결론적으로, 28년 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는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점화시킨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비록 현재 한중 관계가 경색되어 ‘한한령’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K-콘텐츠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한류의 성장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아닌, 한국 대중문화 자체의 힘과 창작자들의 열정 덕분임을 방증한다. 1997년 6월 15일, 한국 드라마가 중국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그날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위상을 펼치기 위한 장대한 여정의 시작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사라진 산업의 향수를 품은 장생포, 고래 문화의 현재와 과거를 묻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요한 축이었던 포경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장생포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고래잡이 산업으로 번성했던 장생포는 이제 고래를 단순히 소비하는 장소를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 그리고 포경선에 대한 애도와 향수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장생포의 고래 문화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재해석이 공존하며 도시의 기억을 되살리고 공동체의 내일을 준비하는 의미를 지닌다.

    장생포는 선사시대부터 고래가 서식하던 깊은 바다로서, 반구대암각화의 고래잡이 그림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래 유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리적 이점과 태화강, 삼호강 등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먹이는 고래에게 최적의 서식지이자 번식 장소를 제공했다. 특히 ‘귀신고래’라 불리는 회색고래가 자주 출몰하며 장생포는 고래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을 바탕으로 장생포는 어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수출입 선박과 대규모 냉동 창고가 즐비했던 산업 도시로 성장했다. 1973년 남양냉동을 시작으로 여러 냉동 가공 공장이 들어섰으나,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곳들이 생겨나며 냉동 창고들은 점차 주인을 잃었다.

    폐허가 된 냉동 창고들은 2016년 울산 남구청이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021년 개관한 장생포문화창고는 총 6층 규모의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소극장, 녹음실, 연습실을 갖춰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활동 거점 역할을 하며, 특별 전시관, 갤러리, 미디어 아트 전시관 등을 통해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에어장생’ 체험 프로그램과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현한 ‘조선의 결, 빛의 화폭에 담기다’ 전시 등은 세대를 아우르는 매력으로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수십 년 된 냉동 창고의 문을 그대로 살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활용하는 등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문화창고 내 2층에 상설 전시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은 장생포의 또 다른 중요한 역사적 단면을 보여준다. 울산석유화학단지는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중심지로서 ‘한강의 기적’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 발전 과정에서 온산국가산업단지의 제련소, 석유화학공장 등에서 배출된 중금속으로 인해 주민들이 ‘온산병’이라 불리는 중금속 중독 질환을 겪는 아픔도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현재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배우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장생포의 고래 산업은 1946년 최초 조선포경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되었으나,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 포경 금지 결정으로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현재 장생포에서는 주로 혼획된 밍크고래 등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고래요릿집들이 명맥을 잇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고기 값에도 불구하고, ‘희소성과 금지의 역설’은 고래고기를 여전히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하게 한다. ‘일두백미’라 불리는 고래고기는 한 마리에서 최소 12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며, 부위마다 고유한 식감과 풍미를 자랑한다. 삶은 수육과 생회가 어우러진 모둠수육은 쇠고기를 닮은 붉은 살코기와 쫄깃한 껍질, 풍미 가득한 ‘우네’와 ‘오배기’ 등 여러 고급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장생포의 고래요릿집은 단순한 식사 장소를 넘어, 사라진 산업과 생업, 그리고 포경선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는 애도와 향수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고래를 꿈꾸던 어부들, 고래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던 이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을 기리는 문화적 지층이 이곳에 쌓여 있다. 장생포의 고래는 사라졌지만, 그 유산은 고래고기를 통해,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재해석하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장생포는 이처럼 과거의 아픔과 영광을 품고, 도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는 이러한 장생포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산업 유산이 어떻게 현재의 문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청년 문화 향유의 어려움 속, 맞춤형 정책과 소통의 장 절실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앞둔 시점에서, 청년들이 자신만의 문화적 취향을 탐색하고 이를 현실과 연결하는 데 겪는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8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은 이러한 청년들의 문화 향유 어려움을 해결하고, 정책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 행사는 2030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팝업 스토어 형태로 기획되어, 참가자들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유도했다. 1층 ‘탐색의 방’에서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오래된 취미와 최근 관심사를 되돌아보며 다양한 문화 성향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MBTI 성격 유형 검사와 유사하게 제시된 질문과 선택지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탐색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으며, 짧은 체험 후 제공되는 음료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이어지는 ‘고민 전당포’ 코너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솔직한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고민을 종이에 적어 제출하고, 익명의 다른 참가자가 작성한 답변을 받아보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뭘 해도 의욕 없는 날이 자꾸 길어져서 두려워요.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와 같은 질문에 대한 공유는, 참가자들이 타인의 고민을 통해 자신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고, 나아가 상대방의 진심과 무게가 담긴 답변에서 조언을 얻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청년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2층 ‘연결의 방’에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을 직접 활동으로 연결하고 공유하는 현장이 마련되었다. 독서 모임, 잡지 커뮤니티, 체육 기반 협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의 취미를 타인과 나누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청년소리의 정원’ 부스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투표를 거쳐 의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며, ‘청년 재테크 교육’과 같은 정책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제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통 채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3층 ‘영감의 방’에서는 취향이 직업이 된 현직자들과 함께하는 강연이 진행되어, 청년들의 진로 탐색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특히 출판계 현직자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는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공유되어, 책을 좋아하는 청년들에게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직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청년문화사용법: 네 개의 방’은 청년들이 겪는 문화적 욕구, 정체성 탐구, 그리고 진로 고민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이러한 행사가 청년의 날과 청년주간을 전후하여 지속적으로 개최된다면, 청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자신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향유하며, 나아가 정책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행사와 정책 소통의 장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 수몰 위협에 놓였던 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로 ‘역사의 벽화’ 보존 과제 산적

    1970년 12월 24일, 울산 언양의 절벽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는 이후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 인근 대곡리에서 발견된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을 담은 또 다른 암각화와 함께 ‘반구천 암각화’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천전리 암각화’와 ‘대곡리 암각화’로 구분되었던 이 유적들은 이제 ‘반구천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6000여 년의 역사는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과 싸워왔으며, 유네스코 등재 이후에도 본격적인 보존과 관리라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유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이를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에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 620여 점과 신라 시대의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의 모습, 호랑이와 사슴 같은 육지동물, 그리고 풍요를 기원했던 제의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사실성, 예술성,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반구천 암각화는 고미술학계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 또는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릴 만큼 발견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경이로운 유적은 1987년 MBC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해 질 녘 햇살에 비친 50여 마리의 고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동물의 묘사를 넘어 집단 의례의 도상이며, 인류 예술의 기원이자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보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 주민들이 집단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뭍으로 올라 반석 같은 바위에 이를 새긴 것은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였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반구천 암각화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견줄 만한 인류 선사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힙니다. 미지의 코드를 품고 있는 기하문과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형상은 아직도 많은 해석을 기다리고 있으며,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시간의 언어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왔습니다. 댐 건설로 인해 고래의 유영이 기록된 바위가 수위에 잠겨 박락이 떨어져 나가고, 어설픈 탁본으로 원본이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잦은 가뭄으로 암각화가 비교적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점증하는 기후변화와 댐 운영의 변수 앞에서는 언제든 ‘반구천’이 ‘반수천(半水川)’이 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 있으며, 등재 이후의 보호 및 관리 계획이 부실하다면 유네스코는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습니다. ‘기적의 현장’이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반구천 암각화의 진정한 과제는 등재 이후의 보존과 관리입니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를 개최하고, 암각화를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을 갖춘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과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관광 인프라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사이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라스코는 일반 공개 이후 발생한 환경 문제로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재현 동굴을 설치했으며, 알타미라 역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훼손 발생 후 2002년 전면 폐쇄하고 정밀한 복제 동굴을 설치했습니다. 이들 사례처럼, 문화유산은 원본이 주는 ‘아우라’가 최상이지만,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책임 또한 막중합니다. 현대 기술을 활용한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을 통해 원본의 보존과 대중의 접근성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할 시점입니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이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난 만큼,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인류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 치매 돌봄 가족의 쉼터, 산림 속 ‘휴레스토랑’으로 재탄생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가족들의 심신 회복을 위한 산림문화 프로그램이 열렸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국립상당산성자연휴양림에서 치매 환자와 돌봄 가족 30여 명을 대상으로 ‘휴레스토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돌봄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 가족들에게 자연 속에서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휴레스토랑’은 참가자들이 표고버섯, 취나물 등 국산 임산물을 활용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휴양림의 맑은 자연을 만끽하도록 설계된 국립자연휴양림의 대표적인 체험형 산림 문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은 청정한 숲속 휴양림에서 파스타와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을 직접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숲이 가진 치유력을 느끼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충청북도광역치매센터와 서원구 치매안심센터의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여 참가자들을 세심하게 돌보았다. 이러한 협력은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이고 참가자들에게 더욱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

    김판중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돌봄 가족들이 자연 속에서 위로와 휴식을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노약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계층이 산림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휴레스토랑’ 프로그램은 치매 환자와 돌봄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산림복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 현금의 온기, 전달의 감동: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 디지털 시대의 따뜻한 연결고리로 부상

    온라인 금융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현금의 물리적인 전달 방식은 점차 잊혀 가는 듯하다. 계좌이체 한 번이면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에,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는 디지털 금융의 편리함 속에서 오히려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현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정서적 교감과 실질적인 편의를 동시에 제공하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문제는 디지털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 부족과 더불어, 비대면 거래에서 희석될 수 있는 인간적인 정서 전달의 어려움이다. 8년 전, 주말부부였던 한 직장인이 겪었던 에피소드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요일 아침, 남편이 근무지로 이동하던 중 지갑을 두고 간 상황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직장까지 되돌아가기에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결제 앱 사용이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지갑 없는 상황은 곧 ‘무일푼 신세’를 의미했다. 현금 배달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남편은 굶주림과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현금이 필요한 경우, 혹은 계좌이체보다 더 깊은 정성을 전하고 싶은 순간, 현금 배달 서비스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서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는 신청인이 지정한 수신자에게 우체국 집배원이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서비스는 계좌이체로 보내는 것보다 더 큰 정성을 담고 싶을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경조사 참석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조금을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전달하고 싶을 때, ‘현금배달’ 옵션을 선택하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고령이나 지리적 제약으로 은행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서비스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부모님 용돈 배달 서비스’는 한 번의 약정으로 매월 지정된 날짜에 부모님께 현금을 배달해 주므로, 매번 번거로운 신청 절차 없이 편리하게 용돈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는 복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우정사업본부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배부하는 지원금을 현금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지원금을 수령하는 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용돈을 전달하는 것은 부모님께 숫자가 아닌 따뜻한 온기가 담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우체국 현금배달 서비스는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 속에서 잊히기 쉬운 인간적인 교감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사회 곳곳의 따뜻한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한류, 이름 불린 ‘꽃’에서 ‘진정한 여행’까지: 존재 증언과 공감의 서사

    세계를 뒤흔드는 한류의 거대한 흐름은 단순히 지나가는 현상이나 일회성 유행으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이름이 불리며 실체를 얻고,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기다림 속에서 피어났으며, 언어를 넘어선 진정성으로 마음을 두드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진정한 여행’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류가 해결해야 할 복합적인 과제와 더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한류의 시작은 ‘이름’의 부여에서부터 비롯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절은 한류의 태동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초기 한국 드라마의 수출이나 K팝의 해외 인기는 그저 ‘현상’에 머물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라는 명칭이 부여되면서, 이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세계가 인지하고 부르는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실체화되었다. 이러한 ‘호명(呼名)’은 한류가 세계와 관계를 맺고 정체성을 부여받는 출발점이 되었다. 학계에서 진단하듯, 한류는 일방적인 전파가 아닌,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 ‘수용’의 결과물이다. ‘불리는 이름’은 한류가 단순한 소비물을 넘어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존재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한류의 실체는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을 배경으로 맺어진 ‘꽃’이라 할 수 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노래하듯,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는 구절은 오늘날의 한류가 일제 강점기, 분단, 한국 전쟁, 절대 빈곤에서의 탈출, 민주화 과정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와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을 거쳐 피어난 문화적 승화물임을 시사한다. 소쩍새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은 한국 현대사의 수난을 상징하며, 마침내 피어난 국화, 즉 한류는 이러한 역사적 울음 끝에 응결된 문화적 결정체다.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 상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회복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며,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물이다. 이 ‘기억의 꽃’이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를 위한 것인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 혹은 그 둘 모두인지를 묻는 것은 한류의 의미를 더욱 깊이 탐색하게 한다.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은 언어를 초월한 ‘공감’의 울림에 있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LOVE MYSELF, LOVE YOURSELF! (…)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이라는 구절은 K-콘텐츠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본질을 꿰뚫는다. BTS가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시대의 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들이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로서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래는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이며, 고백, 질문, 위로, 저항을 통해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힘을 발휘한다. K-콘텐츠의 힘은 ‘완성도’나 ‘스타일’보다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자신의 언어로 감정을 고백함으로써 가능한 공감은, K-콘텐츠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방식이며, 한류의 핵심 비결이다. 팬덤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이러한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나아가 한류는 지금도 ‘진정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는 구절처럼, 한류 또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한류는 문화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통해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을 담아내는 ‘내면’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수 있다. 한류는 오늘도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전파되며 수용되고 있다. 이 쓰임이 ‘소모’가 아닌 ‘의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들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제공하는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국립극장의 새로운 도전: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로 문화적 지평 확장

    국립극장이 9월 3일(수)부터 28일(일)까지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이하 ‘세계 음악극 축제’)를 개최하며 국악의 한 갈래인 창극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는 가운데, 올해 제1회를 맞이하는 국립극장의 ‘세계 음악극 축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야심 찬 포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나라 창극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 총 9개 작품을 23회에 걸쳐 선보이는 이번 축제는 4주간의 긴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축제는 국립창극단을 주축으로 신규 축제로서 우리나라 창극의 현재를 세계 음악극의 흐름 속에서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막작으로는 국립극장 제작 공연인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공연되었다. <심청>은 효녀 심청의 고전적인 이야기에 현대적 시각을 더해, 억압받았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재해석되었다. 연출가 요나 김은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심청을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비록 필자는 직접 관람하지 못했지만, 주변 지인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어 <심청>이 이번 축제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선보인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는 중국 월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홍콩 단체 관광객들까지 발걸음을 이끌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죽림애전기>는 위나라 말기부터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도가 철학과 은둔의 미학을 추구했던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내며, 가면을 쓴 배우들의 노래, 춤, 연기, 그리고 무술이 결합된 역동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호평받았던 이 작품은 한국 관객들에게 중국 전통극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가 가정과 국가라는 두 측면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전통 문화 요소와 현대 기술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번 축제가 한국 문화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행사이며, 창극을 중심으로 한중일 음악극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문화 교류의 장이라고 언급했다. 호곤 씨는 한국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세계화된 시각과 문화 수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선진국의 장점을 흡수하여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점을 한국 문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 또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조선 말,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에 응하는 정수정의 이야기를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풀어낸 이 작품은,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과 홀로서기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모든 것의 중심에 너를 두거라’라는 대사처럼, 자신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 <정수정전>은 공동 창작의 방식을 통해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공연 관계자는 국립극장에서 민간 단체의 작품이 공연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쁨을 표하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와 협업의 기회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동아시아 포커싱’이라는 주제로 첫걸음을 내디딘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립극장의 프로그램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 여러 기관이 연계하여 한·중·일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관람객들을 위한 ‘부루마블’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제공하며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앞으로 해외 작품 초청과 국내외 작품 간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세계 음악극 축제>는 한국 창극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국립극장의 문화적 지평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길어진 연휴, 문화생활 할인권 2차 배포… 실사용률 높이기 위한 변화는?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많은 이들이 문화생활을 통해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려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 소식이 접수되며,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문화생활을 이번 기회에 알차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9월 25일부터 배포한 공연 할인권 36만 장, 전시 할인권 137만 장은 연말 성수기까지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이번 2차 할인권 배포는 지난 1차 발행 시 나타났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선책을 담고 있다. 1차 발행 당시 6주라는 비교적 긴 사용 유효기간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급만 받은 후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 실사용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2차 할인권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사용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남은 할인권은 매주 목요일마다 재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구체적으로, 9월 2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할인권이 발급되며, 발급받은 할인권은 해당 주의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한다.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자동 소멸되며, 매주 목요일에 새로운 할인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에서 발급 및 사용이 가능하다. 온라인 예매처별로 공연은 1만 원, 전시는 3천 원 할인권이 매주 인당 2매씩 발급되며, 결제 1건당 할인권 1매가 적용된다. 할인 혜택은 개별 상품 가격이 아닌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여러 장의 티켓을 구매하여 최소 결제 금액 이상을 충족하면 할인권 금액보다 낮은 가격의 상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공연은 1만 5천 원, 전시는 5천 원으로 더욱 높은 할인율의 쿠폰이 매주 인당 2매씩 발급된다.

    다만, 할인 적용 대상은 명확히 구분된다. 공연 분야에서는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이 해당되며, 대중음악과 대중무용 공연은 제외된다. 전시 분야에서는 전국 국·공립, 사립 미술관 등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비엔날레가 포함되지만, 산업 박람회 등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정책은 실제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가격 부담으로 망설였던 많은 이들에게 이번 2차 할인권 배포는 문화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실내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즐길 계획이라면 이러한 할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풍성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 자생력 강화를 위한 ‘지역유통 지원사업’ 공모 본격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기초 공연예술 단체와 공연장의 자생력 약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에 집중된 공연 시장과 달리, 지방에서는 우수한 작품이 관객에게 닿기 어려운 유통망의 부재가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공연예술 생태계의 불균형과 지역 예술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6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에 참여할 공연단체 및 공연시설(서울시 제외)을 대상으로 이달 13일부터 내달 25일까지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의 작품들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문예회관 등 공공 공연장과 민간 공연예술작품 간의 연결을 적극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이러한 지원 사업의 필요성은 이미 입증되었다. 올해 사업을 통해 전국 177개 공연시설에서 203개 공연단체가 제작한 223개 작품이 지원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까지 134개 지역에서 714회의 공연이 개최되어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기초 예술 작품의 지역 유통 활성화가 공연계 전반의 활력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도 사업 신청 대상은 올해와 동일하게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민간 공연단체, 제작 완료 후 유료로 상연된 공연작품, 그리고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한 공공 공연시설이다. 지원 분야 또한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로 제한된다. 특히 내년 사업은 공연단체와 공연시설 모두에게 균형 잡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청 과정에 공연단체와 공연시설의 수요를 동시에 반영하는 절차를 도입하여, 양측이 지원 한도와 예산 범위 내에서 서로를 선택할 경우 사업비를 최종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이번 공모는 참여자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연단체와 공연시설이 사업 신청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복잡한 심의 과정 없이 각 단체, 작품, 시설별 기준에 따라 총예산 범위 내에서 상호 선택한 공연을 지원받을 수 있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단체, 작품, 시설의 자격 요건 검토 및 예산 지원 역할을 담당하며, 실제 사업 운영은 공연시설과 공연단체가 공연계약을 체결하여 협의·운영하게 된다. 이 과정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관리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더불어 신청 방식도 혁신적으로 개선되었다. 기존 ‘이(e)나라도움’ 시스템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새롭게 개발한 공연예술 전용 기업 간 플랫폼인 ‘공연예술유통 파트너(P:art:ner)’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이 플랫폼은 공연단체와 공연장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소규모 공연장이나 인지도가 낮은 신생 예술 단체도 자신의 정보를 게시하여 교섭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공모에서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해는 구분하여 공모했던 ‘유형1 사전매칭’과 ‘유형2 사후매칭’을 내년에는 통합 공모로 전환하여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예산이 남을 경우 추가 공모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체부 신은향 예술정책관은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우수한 기초예술 작품을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공연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업 공모 구조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개편하여 더 많은 예술인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업설명회 일정 및 자주 묻는 질문 등 공모에 대한 자세한 은 예술경영지원센터 누리집(www.gokam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