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우리말 소외 현상, 대학생들의 ‘한글날’ 축제가 해법 될까?

    점점 더 많은 외래어와 줄임말이 일상 속에서 사용되면서 우리말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우리말의 정확한 의미와 가치를 간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언어의 풍요로움과 문화적 정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5년 10월 9일, 대학생 연합 동아리 <우리말 가꿈이>는 올림픽공원 피크닉장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올바른 사용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담긴 자리였다.

    이번 한글날 기념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올림픽공원 피크닉장에서 펼쳐졌으며, 잔디밭 위에 설치된 다양한 부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우리말 겨루기’, ‘공공언어 개선 캠페인’, ‘사투리 퀴즈’, ‘사진 체험관’ 등이 마련되었는데, 이는 참가자들이 우리말과 더욱 친숙해지고 그 소중함을 알아갈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운영 부스에서 카탈로그를 받아 5개의 도장을 모으면 파우치를 선물로 받는 방식으로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투리 어디까지 알아?> 부스였다.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지도 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투리나 고향 사투리를 직접 적어보는 활동을 통해 지역별 사투리의 다채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겉절이를 뜻하는 ‘재래기’와 같이 익숙한 단어부터 대전에도 사투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참가자들까지, 다양한 사투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한, <열쇠고리랑 엽서랑> 부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순우리말을 골라 캘리그라피처럼 엽서를 꾸미는 활동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말 겨루기> 부스에서는 올바른 문장을 고르는 게임을 진행하며, 참가자들이 몇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답을 맞힐 때까지 기회를 제공하여 아이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답을 맞힌 참가자에게는 우리말 가꿈이 전용 물티슈를 증정하며 성취감을 더했다. <우리말 가꿈이랑 친구 맺자> 부스에서는 “한글에서 ‘한’은 무엇을 의미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한글 자체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크고 으뜸 되는’이라는 정답을 맞히며, 어릴 때부터 사용해왔던 한글의 깊은 뜻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랑하자 공공언어> 부스에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나 해 줘’를 우리말로 바꾸는 등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퀴즈를 풀며, 우리가 얼마나 무심코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인지하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누리소통망’, ‘언급’과 같은 우리말 표현을 익히며 일상에서 외래어 사용을 줄이기로 약속하는 등 공공언어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모든 부스를 완료한 참가자들은 도장 5개를 모아 파우치를 선물로 받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젊은 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며 우리말의 소중함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림픽공원이라는 접근성 좋은 장소에 마련된 행사는 참가자들이 행사를 마친 후 가볍게 공원을 둘러보기에도 좋았다. <우리말 가꿈이>의 노력 덕분에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글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10월 한 달간 전국 22곳의 국어문화원에서 국어문화원 및 우리말 가꿈이 기념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며, 다양한 체험과 홍보 부스가 운영될 전망이다. 이러한 전국적인 행사를 통해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지키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내년에 다시 돌아올 한글날을 기다리게 된다.

  • 비수도권 문화 향유 기회 확대… 2차 공연·전시 할인쿠폰, 지역 문화 활성화 기대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을 방문한 이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2차 공연·전시 할인쿠폰 배포가 시작되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문화 기반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아쉬운 상황이다. 9월 25일부터 발행된 이번 할인쿠폰은 1차에 이어 유용성을 인정받았으나, 수도권 외 지역 거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그 의미가 더해졌다.

    이번 2차 할인쿠폰은 기존 전국 단위 할인권과 더불어 비수도권 지역민을 위한 전용 할인권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은 ▲네이버 예약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등 일부 예매처에서만 발급 가능하며, 각 예매처별로 공연과 전시 각각 2매씩, 총 4매를 제공한다. 이 할인권은 11월 27일까지 사용 가능하며, 미사용 쿠폰은 유효기간 만료 시 자동 소멸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이 전국 할인권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연은 1매당 15,000원, 전시는 5,000원이 할인되어, 문화 예술 향유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다만, 1차와 달리 매주 목요일마다 새로운 할인권이 재발행되며, 발급받은 쿠폰은 다음 주 수요일 자정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할인 정책은 실제 문화생활 현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구 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펙스코에서 열린 ‘처음 만나는 뱅크시 사진전’의 경우, 네이버 예약을 통해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을 적용하면 결제 시 자동으로 5,000원의 할인이 적용되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제외한 모든 비수도권 지역민에게 해당되는 혜택이다.

    뱅크시 사진전은 1전시관의 석판화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과 길거리 작품들을 사진으로 옮겨온 구성, 그리고 2전시관의 대표작 <풍선을 든 소녀>와 관련된 경매 현장 영상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뱅크시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디즈멀랜드의 발자취나 우크라이나 건물 잔해에 남긴 그의 작품을 통해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번 2차 공연·전시 할인쿠폰, 특히 비수도권 전용 할인권의 확대는 지방 문화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 문화 거점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더욱 쉽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73만 장의 공연·전시 할인권을 재배포하며 강조한 ‘국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 한류의 태동,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에서 시작된 문화적 파장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성공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하는 EGOT의 경지에 한국 작품이 도달하고 있는 지금, 28년 전 한류의 시작을 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였다.

    이 드라마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MBC에서 방영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로, 당시 한국에서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사랑이 뭐길래>가 단순한 인기 드라마를 넘어 한류의 시작점으로 기록되는 이유는 중국에서 일으킨 엄청난 반향 때문이다. ‘아이칭스션머’라는 중국어 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당시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로 기록되었으며,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성공은 종영 후 재방송 요청으로 이어졌고, CCTV는 2차 방영권까지 구매해 1998년 다시 한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영은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신호탄이었다.

    한류의 정확한 기원을 두고 학계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을 한류 원년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유력하지만, 1993년 드라마 <질투>의 중국 방영,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의 흥행에 자극받은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 1995년 SM 엔터테인먼트 출범,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을 근거로 1993년, 1994년, 1995년을 원년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또한, 중국 언론이 ‘한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99년 11월 19일을 기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화제성, 상징성,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랑이 뭐길래>가 촉발한 현상은 한류 현상의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 시각이 맞다면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년이라는 시간은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쓰는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1997년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 대중문화는 이후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의 드라마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계적인 영상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K팝 역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불멸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당시 중국이 한국 문화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과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가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은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제작 역량을 강화하며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비록 한한령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들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한류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창·제작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며, 한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 산업으로 발전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1997년 6월 15일, <사랑이 뭐길래>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며 시작된 한류의 물결은 28년이 지난 오늘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한류가 써 내려갈 새로운 성공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 ‘가을의 향기’ 속 문화 향유 기회 부족, 실버마이크가 해결사로 나선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특히 수도·강원권에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점이 존재해왔다. 도심 속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심화시키는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5 문화가 있는 날 실버마이크 수도·강원권’이 10월에도 도심 곳곳을 음악으로 물들이며 이 같은 문화 향유 기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실버마이크’ 행사의 주제는 ‘가을의 향기’로 설정되었다. 이는 계절의 깊어가는 감성과 정서를 담아내는 음악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실버마이크’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포함된 주간에 열리는 거리 공연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이번 10월 공연 역시 이러한 취지를 살려, 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실버마이크’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운영은 앞서 제기된 문화 향유 기회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는 음악 공연은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가을의 향기’라는 주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문화적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버마이크’는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일상 속 문화 향유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 ‘케데헌’, K-콘텐츠의 ‘고착화’를 넘어선 ‘글로컬’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최근 전 세계 언론의 문화 비평란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흥행 돌풍은 기존 한류 현상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록적인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케데헌’은 단순한 K-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글로벌 문화가 로컬 문화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사례로 분석된다. 이는 한국 문화산업이 직면한 ‘고착화’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글로컬(Glocal)’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케데헌’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한국 문화산업 제작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 문화 산업의 유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있다. 원본에 대한 집착 없이 최상의 소통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원된 캐릭터들의 매력은 한국 문화산업이 단독으로 제작했다면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넘어뜨린 화분을 일으키느라 임무를 잊어버린 호랑이 캐릭터 더피의 장면은 로컬 문화를 어떻게 글로벌 소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본과도 같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존재를 일깨워주며, 이를 통해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한국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는 창으로 작용한다.

    또한, ‘케데헌’은 북미의 한인 2세 원작자 및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애플 TV의 ‘파친코’와 유사한 맥락을 형성한다. ‘파친코’가 3대에 걸친 가족사를 실사 드라마로 풀어냈다면, ‘케데헌’은 한국의 오랜 무당 서사와 K-팝이라는 대중문화를 결합한 애니메이션으로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파친코’의 세트가 한국으로의 관광객 유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케데헌’이 그려내는 서울의 풍경은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잠재적인 여행객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강력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케데헌’은 디즈니의 가족용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될 정도로 애니메이션 장르의 매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극 차용하여 역동적인 캐릭터 움직임을 구현했고,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수용을 유도하는 텍스트 전략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K-팝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양식은 비서구인의 몸이라는 탈식민적 세계화의 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그간 K-팝이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에 갇혀 팬덤의 영역에 머물러왔던 측면을 고려할 때,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장벽을 허물어 인종주의적 복잡함 없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플레이브나 이세계 아이돌과 같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해외 투어 성공은 K-팝 문화 속 캐릭터 문화의 진전을 보여주며, ‘케데헌’의 캐릭터들은 세계관을 지닌 채 글로벌 K-팝 무대에 데뷔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K-팝 문화에서 세계관, 즉 그룹의 서사는 변별적인 정체성을 부여하고 팬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케데헌’은 이러한 서사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인간세계를 보호하려는 이중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이는 자아 발견을 반복하는 디즈니, 개인 성장형 모험 스토리를 제공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 대전쟁을 전개하는 DC 및 마블 유니버스와 비교했을 때, ‘케데헌’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정체성을 부각시킨다.

    ‘케데헌’의 서사는 수많은 프리퀄과 시퀄로 확장될 수 있는 개방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헌터스들의 세계 투어 중 로컬 귀마들과 싸우는 스토리 라인은 동시대적으로 다양한 로컬 버전을 창조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과 더불어,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귀중한 서사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글로벌 문화와의 효과적인 ‘문화적 중재’를 가능하게 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한국인의 경험을 통해 세계사를 품을 수 있는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으며, ‘케데헌’은 이러한 역사가 어떻게 한류를 넘어 한국의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 길어진 연휴,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위한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 돌입

    길었던 연휴가 방학처럼 느껴지면서, 이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연·전시 할인권 2차 배포’ 소식이 문화생활을 계획하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할인권의 낮은 실사용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 2차 배포의 변화된 운영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2차 공연·전시 할인 쿠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9월 25일부터 배포를 시작했다. 총 36만 장의 공연 할인권과 137만 장의 전시 할인권이 발행되었으며, 이 할인권은 연말 성수기를 고려하여 12월 31일까지 관람 예정인 공연 및 전시에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1차 발행 당시 제기되었던 낮은 실사용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차 배포에서는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1차 발행 시 6주로 설정되었던 사용 유효기간 동안 발급만 받고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2차 할인권은 일주일의 사용 유효기간이 설정된다. 또한, 남은 할인권은 매주 목요일마다 재발행하여 사용률을 높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9월 2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할인권이 발급되며, 이때 발급받은 할인권은 매주 수요일 자정까지 사용해야 한다.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은 할인권은 자동 소멸되지만, 다음 주 목요일에 새로운 할인권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할인권은 네이버예약, 놀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타임티켓, 티켓링크, 예스24 등 7개 온라인 예매처를 통해 받을 수 있다. 각 예매처별로 공연 할인권은 1만 원, 전시 할인권은 3천 원이 매주 인당 2매씩 발급되며, 결제 1건당 할인권 1매가 적용된다. 할인권은 개별 상품 가격이 아닌 총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티켓 여러 장을 구매하여 최소 결제 금액 이상을 충족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역별 할인 혜택의 차이다.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공연 할인권 1만 5천 원, 전시 할인권 5천 원이 매주 인당 2매씩 발급되어 더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공연과 전시가 할인 대상은 아니다. 할인 적용 대상 공연 분야는 연극, 뮤지컬, 서양음악(클래식), 한국음악(국악), 무용 등이며 대중음악과 대중무용은 제외된다. 전시의 경우, 전국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 등 시각예술 분야 전시와 아트페어, 비엔날레가 대상이며 산업 박람회 등은 제외된다.

    이번 2차 할인권 배포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 특히 경제적 부담으로 문화생활을 망설였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주 새롭게 발급되는 할인권을 통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접하며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 자생력 약화, 지역 유통 지원 사업 개편으로 활로 모색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자생력이 좀처럼 강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다양한 장르에서 우수한 작품들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이 서울 외 지역에서 관객과 만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지역 문화 향유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예술가들의 창작 동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외 지역의 공연 단체와 공연장을 지원하는 ‘2026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을 새롭게 공모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공모는 다음 달 25일까지 참여할 단체와 시설을 모집하며,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다양한 기초예술 공연이 전국 곳곳으로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문예회관과 같은 공공 공연장과 민간 공연예술 작품 간의 연결을 적극 지원한다. 이미 올해 사업을 통해 전국 177개 공연시설에서 223개 작품(203개 공연단체)을 지원했으며, 지난 8월 기준으로 134개 지역에서 714회의 공연을 개최하여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년 사업은 더욱 효율적이고 참여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 지원 대상은 올해와 동일하게 민간 공연 단체, 제작 완료 후 유료 상연된 공연 작품, 그리고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공공 공연 시설이다. 지원 분야 역시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를 유지한다. 특히, 내년 사업은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 모두 균형 있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의 수요를 동시에 반영하는 절차를 신청 과정에 도입하여, 지원 한도와 예산 범위 내에서 상호 선택이 이루어졌을 경우 사업비를 지원한다.

    또한, 신청 절차 간소화를 위해 ‘유형1 사전매칭’과 ‘유형2 사후매칭’으로 구분하여 공모하던 방식을 통합했다. 참여 요건을 충족하는 공연 단체와 공연 시설은 별도의 복잡한 심의 과정 없이, 단체, 작품, 시설별 기준에 따라 총예산 범위 내에서 서로 선택한 공연을 지원받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단체·작품·시설의 자격 요건을 검토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관리 및 지원 역할을 맡으며, 실제 사업 운영은 공연 시설과 공연 단체가 공연 계약을 체결하여 협의·운영하게 된다.

    신청 방식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기존의 ‘이(e)나라도움’ 시스템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새롭게 개발한 공연예술 전용 기업 간 플랫폼인 ‘공연예술유통 파트너(P:art:ner)’에서 신청을 받는다. 이 플랫폼은 공연 단체와 공연장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소규모 공연장이나 인지도가 낮은 신생 예술 단체도 자신들의 정보를 올려 교섭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신은향 예술정책관은 이번 사업 개편에 대해 “우수한 기초예술 작품을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공연 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고, 나아가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모 구조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개편함으로써 더 많은 예술인과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더 많은 국민이 수준 높은 기초 공연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반구천 암각화, 6000년 상상력의 보고에서 ‘수몰 위협’ 극복할 미래 해법은

    반세기 전, 1970년 12월 24일과 1971년 12월 25일, 연이은 날짜에 울산의 깊은 계곡에서 발견된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 시대 인류의 삶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이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이 경이로운 문화유산은 잦은 수몰 위협과 보존 문제에 시달려왔다. 이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물속 유산’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기후 변화라는 변수 앞에서 진정한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 인류의 삶을 현재와 연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함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이러한 문화유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1970년,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신라 시대 승려 원효대사의 흔적을 찾던 중 우연히 ‘절벽에 이상한 그림이 보인다’는 말에 이끌려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를 발견했다. 불과 1년 뒤인 1971년에는 인근 대곡리에서 고래, 사슴,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또 다른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초기에는 ‘천전리 암각화’와 ‘대곡리 암각화’로 불렸으나,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반구천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를 아우르며 약 6000년에 걸쳐 인간의 상상력, 예술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이 바위에 새겨진 ‘역사의 벽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탁월한 관찰력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에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과 신라 시대 명문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으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끌려가는 고래, 호랑이, 사슴 등의 모습과 제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처럼 놀라운 발견은 고미술학계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는 1987년 MBC 다큐멘터리 제작 당시 동국대 문명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현장을 찾아 반구천 암각화를 직접 경험했다. 해 질 녘 햇살에 비친 50여 마리의 고래는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이는 단순한 동물의 묘사를 넘어 집단의례의 도상이자 인류 예술의 기원, 그리고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보드와 같았다고 회고한다.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 거주민들이 집단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뭍으로 올라 반석 같은 바위에 이를 새긴 것은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였다. 이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비견될 만한 인류 선사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에 시달렸다. 댐 건설로 인해 바위가 물에 잠겨 박락이 떨어져 나가고, 어설픈 탁본으로 원본이 훼손되기도 했다. 최근 잦은 가뭄으로 암각화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댐 운영 변수 앞에서 언제든 ‘반구천’은 ‘반수천(半水川)’이 될 수 있으며, ‘물속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유네스코는 등재 이후의 보호·관리 계획이 부실하면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기에, ‘기적의 현장’이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

    진정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를 개최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암각화를 단순 보존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을 갖춘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관광 인프라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사례는 보존과 공개 사이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준다. 라스코는 1948년 일반 공개 이후 급증한 관람객으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에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인근에 재현 동굴을 설치했으며, 알타미라 역시 2002년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훼손 때문에 전면 폐쇄하고 복제 동굴을 만들었다. 두 동굴 모두 결국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원본이 주는 ‘아우라’가 최상임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감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 기술은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러한 보존과 활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은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인류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승화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유적 보존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4357주년 개천절, ‘우리의 빛 더 멀리 더 널리’ 주제로 홍익인간 정신 계승

    매년 10월 3일, 우리 민족의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 다가오면서, 올해 제4357주년 개천절 경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일 밝힌 에 따르면, 이번 경축식은 ‘우리의 빛 더 멀리 더 널리’라는 주제 아래,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홍익인간 정신을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빛을 통해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이번 개천절 경축식은 3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가 주요 인사, 정당 및 종단 대표, 주한 외교단, 개천절 관련 단체, 각계 대표, 그리고 시민 등 약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린다. 경축식의 시작은 핸즈 코레오그라피 퍼포먼스와 전통악대 연주로 구성된 개식공연으로, 대한민국의 시작부터 비상, 성장, 그리고 미래를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어서 진행되는 국민의례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 아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어린이를 구한 최재영 씨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며 국민적 통합과 숭고한 가치를 되새긴다.

    경축식의 핵심인 주제영상은 홍익인간 정신이 우리 삶 속에서 전통, 상상, 책임, 문화, 연대의 형태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이 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이롭게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의 가치가 세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다채로운 경축공연 또한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고려와 조선 시대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었던 아악과 민속악을 바탕으로 한 연주곡 ‘단군신화’를 선보이며 우리 민족의 뿌리를 기린다. 우리다문화어린이합창단은 ‘무지갯빛 하모니’라는 곡을 통해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기대를 담는다. 또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OST로 사랑받은 곡 ‘청춘가’를 퓨전국악 아티스트 추다혜 차지스가 열창하며 경축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만세삼창 순서에는 일본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뇌전증 환자를 응급 조치하여 생명을 구한 김지혜 간호사,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김은성 학생, 그리고 이건봉 현정회 이사장이 선창자로 나서, 각자의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이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린다.

    한편, 이번 개천절을 맞아 지방자치단체와 재외공관에서도 자체 경축식, 전통 제례 행사, 문화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전국적으로 약 3만 8000여 명이 개천절의 의미를 되새길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을 전후하여 ’10월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도 함께 추진하며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제4357주년 개천절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축하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흔한 콩나물국밥, 전북에서 ‘지역 최고 음식’이 된 까닭은?

    서울에서 콩나물국밥은 ‘요리’라는 개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주로 식당 백반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국으로 인식되며, 콩나물이 푹 퍼지고 건더기가 부족해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이 흔한 콩나물국밥을 지역의 최고 음식으로 끌어올렸다. 전북 지역, 특히 전주를 중심으로 콩나물국밥은 단순한 해장국을 넘어 미묘한 지역적 변주와 깊은 내력을 가진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북 지역의 콩나물국밥이 특별한 이유는 그 다양성에 있다. 박찬일 셰프는 “세상 어디든 저마다 사는 방식이 있고 먹는 일도 비슷하다”며, 비슷한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변주를 음식의 재미로 꼽았다. 콩나물국밥 역시 마찬가지다. 전북 지역에서는 주문 방식부터 시작해 국밥에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법이 가게마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수란이나 날계란 선택, 오징어 첨가 여부, 밥을 토렴할지 따로 낼지 등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이러한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은 현지인에게 “여기는 어떻게 시켜요?”라고 묻고, 옆 테이블의 아저씨로부터 팁을 얻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이는 단순한 주문을 넘어 지역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주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집은 그 특별함을 더한다. 일반적인 국밥집과 달리, 이곳에서는 주문 후 즉석에서 마늘과 매운 고추를 다져 넣어 신선한 향을 더한다. 미리 썰어둔 양념과 막 다진 양념의 차이는 음식의 향과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정성스러운 조리 과정은 콩나물국밥을 단순한 대중음식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으로 격상시킨다. 전주뿐만 아니라 익산, 군산 등 전북 전역에 걸쳐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가게들이 즐비하며, 이는 “세 집 건너 하나는 콩나물국밥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인기를 방증한다.

    이처럼 전북 지역의 콩나물국밥은 물이 좋고 콩과 콩나물이 맛있다는 기본적인 장점 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음식에 대한 애정이 더해져 특별한 음식으로 발전했다. 비록 예전 같지는 않더라도, 전북 지역을 방문했을 때 콩나물국밥은 꼭 경험해야 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을 묻는 질문에 택시기사들이 난처해하는 상황은, 그만큼 지역 내에 훌륭한 콩나물국밥집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콩나물국밥은 전북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