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100만 년 화산섬 제주, 태곳적 땅 용머리해안과 소울푸드 고사리해장국으로 풀어낸 제주의 역사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 속에 다시금 제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관광객 감소라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한 제주의 현재, 이 문제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국내 관광지 수요 분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주는 여전히 이름값을 하는 매력적인 땅으로 남아 있지만, 높은 물가와 같은 몇 가지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제주의 숨겨진 가치를 조명하고 관광객 감소라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듯한 발표가 있다. 바로 제주에서 유일하게 로컬100에 이름을 올린 제주의 유산, 용머리해안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십 년 만에 다시 찾더라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물때와 날씨라는 제약 때문에 방문 기회를 놓치는 이들이 많다. 이에 용머리해안의 입장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운영하는 관광안내소에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미끄럽지 않은 편안한 신발 착용은 기본이다.

    용머리해안이 자리한 서귀포시 안덕면 초입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산방산은 제주 신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한라산보다 먼저 생성된 화산체다. 그리고 산방산과 더불어 제주의 지질학적 특징을 명확히 보여주는 용머리해안은 제주 본토가 생기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약 100만 년 전의 화산체다. 이곳은 수성화산 분출이 간헐적으로 여러 분화구에서 계속되면서 화산재가 쌓이고, 이동하며, 다시 파도와 바람에 깎여나가며 만들어진, 제주 최초의 땅이자 태곳적 땅이라 할 수 있다.

    용암과 바다,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장엄한 풍경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압도감을 선사한다. 검은 현무암과 옥색 바다가 뒤엉킨 이곳에서 우리는 100만 년 세월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작은 방처럼 움푹 들어간 굴방, 드넓은 암벽의 침식 지대, 오랜 세월 쌓인 사암층과 해안 절벽은 제주가 품어온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바위가 용의 머리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처럼, 이곳은 진시황이 혈맥을 끊으려 했다는 전설이 깃든 영험한 땅이기도 하다. 마치 산방산의 절규와 눈물을 밟고 선 듯한 오묘함 속에, 용암의 증기가 빠져나가며 생긴 구멍 뚫린 자국이나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지층은 제주 최초의 속살을 만나는 듯한 환희를 안겨준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짧은 인생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면 약 한 시간이 소요되는 용머리해안 탐방 후, 이 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제주의 소울푸드인 고사리해장국을 빼놓을 수 없다. 화산의 땅 제주에서는 물과 곡식이 부족하여 오랫동안 고사리와 메밀이 주된 식량이었다. 척박한 화산암에서도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고사리는 제주 생태계의 시작이자 식재료의 시작이었다. 독성이 있지만 삶아 말려 즐겼던 고사리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제주에서 귀한 식재료였으며, 특히 돼지를 친근한 가축으로 키웠던 제주에서는 돼지 뼈로 곤 육수에 고사리를 넣어 끓인 고사리해장국이 탄생했다.

    육개장의 소고기 대신 고사리를 사용하고 메밀가루를 더해 걸쭉하고 구수한 맛을 낸 고사리해장국은 혀를 부드럽게 자극한다. 메밀 전분으로 걸쭉해진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감칠맛을 자랑하며, 제주 방언으로 ‘베지근하다’는 표현처럼 기름진 맛이 깊으면서도 담백하여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밥 한 공기를 말아내면 죽처럼 되직해지는 고사리해장국은 입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 가난과 통한의 연속이었던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피어난 담백하고 유순한 맛인 것이다.

    유채꽃이 일렁이는 산방산과 그 발아래 엎드린 용머리해안을 마주하며, 100만 년을 관통하는 제주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흔적을 품은 고사리해장국의 맛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자연도, 인간도, 그리고 이 음식을 맛보게 해준 이들 모두에게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주 방언처럼, 수고로움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다.

  • 전국 기초 공연예술 생태계 자생력 강화, 지역 유통 지원사업 대폭 개편

    지방 곳곳에서 무대에 오를 우수한 기초 공연예술 작품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지역 문화 향유 기회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분야의 공연단체와 공연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과 생태계 전반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지원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6년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참여 공모를 시작하며, 서울 외 지역의 공연단체와 공연장을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이 사업은 다양한 기초예술 공연이 전국적으로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공공 공연장과 민간 공연예술 작품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사업을 통해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 134개 지역에서 714회의 공연이 개최되어 14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내년 사업의 신청 대상은 이전과 동일하게 서울 외 지역에 소재한 민간 공연단체, 이미 제작을 완료하고 유료로 상연된 공연 작품, 그리고 서울 외 지역의 공공 공연시설이다. 지원 분야는 무용, 뮤지컬, 연극, 음악, 전통 등 기초 공연예술 5개 분야로 한정된다. 특히, 2026년 사업은 공연단체와 공연시설 모두에게 균형 잡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공연단체와 공연시설의 수요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신청 과정에 도입되었으며, 지원 한도와 예산 범위 안에서 상호 선택이 이루어질 경우 사업비가 최종 지원된다.

    이번 공모는 참여자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크게 개편되었다. 공연단체와 공연시설이 기본적인 신청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복잡한 심의 과정 없이 단체, 작품, 시설별 기준에 따라 총예산 범위 내에서 서로 선택한 공연을 지원받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단체, 작품, 시설의 자격 요건을 검토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으며, 실제 사업 운영은 공연시설과 공연단체 간의 공연 계약 체결을 통해 협의·운영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관리와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신청 방식 또한 혁신적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의 ‘이(e)나라도움’ 시스템 대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새롭게 개발한 공연예술 전용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인 ‘공연예술유통 파트너(P:art:ner)’에서 모든 신청을 받는다. 이 플랫폼은 공연단체와 공연장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특히 소규모 공연장이나 인지도가 낮은 신생 예술단체도 자신의 단체, 작품, 시설 정보를 등록하여 더 많은 교섭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공모에서는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해는 구분하여 공모했던 ‘유형1 사전매칭’과 ‘유형2 사후매칭’을 내년에는 통합 공모함으로써 절차를 더욱 간소화했으며, 예산이 남을 경우 추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은향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은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우수한 기초예술 작품을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공연단체의 자생력을 높이고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사업 공모 구조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개편하여 더 많은 예술인과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설명회 일정 및 자주 묻는 질문 등 공모에 대한 자세한 은 예술경영지원센터 누리집(www.gokam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사랑이 뭐길래’ 28년, 한류의 기원과 미래를 묻다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의 성공 서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하는 EGOT의 영역에 한국 콘텐츠가 성큼 다가서고 있는 현실 속에서, 28년 전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본격적인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한 ‘한류’의 태동을 되짚어보는 것은 그 의미가 깊다. 현재는 K-콘텐츠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모든 위대한 여정은 작은 시작점에서 비롯된다.

    한류의 시작점을 둘러싼 학계의 논의는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설 중 하나는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날짜를 기원으로 삼는 것이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MBC에서 55부작으로 방송된 이 드라마는 당시 최고 시청률 64.9%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으며, 평균 시청률 또한 59.6%에 달했다. 하지만 <사랑이 뭐길래>가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단순히 높은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 드라마로 기록되며, 매주 일요일 아침 수억 명의 중국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내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기록은 역대 2위에 해당하며,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CCTV가 2차 방영권을 구매해 1998년 저녁 시간대에 다시 편성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을 점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는 ‘용어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실행으로서의 한류, 현상으로서의 한류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학계와 업계에서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을 한류의 기원으로 널리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한류의 원년을 1997년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1993년 드라마 <질투>(중국명 ‘녹색연정’) 방영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아젠다 등장으로 인한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 인식 변화설, 1995년 SM 기획사 출범, CJ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다. 특히 1995년 설은 올해가 2025년임을 감안할 때 더욱 자주 언급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국 언론이 1999년 11월 19일 ‘한류(韓流)’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한국 드라마와 K팝 그룹 클론, HOT의 인기를 지칭한 시점을 기원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도 <사랑이 뭐길래>가 가지는 화제성, 상징성, 그리고 실질적인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가 가진 가능성을 한국 사회 스스로 발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전까지 다소 폄하되던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K-콘텐츠의 완성도, 보편적인 소구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형성된 뛰어난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한국 영상 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K팝 역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기점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불멸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최근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은 이러한 한류의 성공 스토리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GOT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한국 콘텐츠가 이러한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다관왕을 차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EGOT를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은 28년 전, 중국 땅에서 조용히 점화되었던 한류의 씨앗이 얼마나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는지를 증명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은 단순히 한국인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 전통의 창조적 천재성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열망이 결실을 맺은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류는 이제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발전하며 한국 문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충장축제, ‘온마켓’으로 지역 가치 담은 착한 소비 플랫폼 열린다

    광주광역시 최대 축제인 충장축제가 지역 가치를 담은 소비 확산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지역 사회적기업들이 선보이는 ‘온마켓(On Market)’ 팝업 스토어가 축제 기간 동안 운영되며, 이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은 따뜻한 가치를 나누는 소비 경험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온마켓’ 팝업 스토어는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의 10여 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기획되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충장축제와 연계하여 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역의 빈 점포 상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는 지역 축제의 문화적 활기와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마켓’이라는 명칭은 ‘따뜻함’과 ‘시작’, ‘열림’을 의미하는 ‘온(溫/On)’을 담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를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충장축제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사회적기업이 선보이는 다양한 식품, 굿즈, 체험 행사 등을 통해 따뜻한 가치를 나누는 열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참여하는 10여 개 사회적기업들은 직접 개발한 제품, 굿즈, 전통 먹거리 등을 전시 및 판매할 예정이다. 더불어 방문객들이 사회적경제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소개존과 기업별 안내 인포그래픽 또한 배치된다.

    이번 팝업 스토어 운영을 기획한 사회적기업 ‘㈜디자인 숨’은 단순한 판매 형식을 넘어, 체험과 공유를 통한 판매 활동을 이웃 사회적기업과 함께 만들어가자는 진취적인 기획 의도를 제안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번 충장축제가 종료된 후에도 릴레이 스토어 형식으로 ‘온마켓’을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이는 사회적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은 ‘온마켓’ 운영을 통해 지역 축제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회적경제 제품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착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서남권총괄본부는 “충장축제라는 대표적인 지역 문화 행사와 연계하여 추진하는 이번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기업의 판로 확대는 물론,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솔로 데뷔 10년, 아티스트 태연과 케이스티파이의 협업으로 기념하는 10년의 이야기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아티스트 태연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 손을 잡고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번 협업은 태연과 케이스티파이가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10년간 태연이 음악을 통해 펼쳐온 다채로운 이야기와 그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음악적 성과를 넘어, 태연이 걸어온 10년간의 여정을 디자인으로 구현해내는 데 중점을 뒀다. 태연의 음악 세계관과 독보적인 감성이 케이스티파이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결합하여, 팬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예술적인 가치를 담은 액세서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아티스트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동시에, 팬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팬덤 문화를 만들어나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케이스티파이는 그동안 다양한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태연과의 협업 역시 이러한 브랜드의 철학을 계승하며, 더욱 풍성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태연은 자신의 10년 음악 여정을 팬들과 더욱 가깝게 공유하고, 케이스티파이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확장하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적인 협업은 향후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케이스티파이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테크 액세서리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한류, 이름 붙여진 ‘문화적 주체’에서 ‘지속 가능한 여정’으로 나아가다

    현재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콘텐츠 자체의 우수성을 넘어 ‘한류’라는 이름이 부여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실체와 관계성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한류는 낯선 ‘몸짓’에 가까웠으나, 세계가 ‘한류’라는 용어로 인식하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화자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 것처럼, 한류 역시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의 ‘한류’라는 명명을 통해 일과성의 유행을 넘어선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한류가 수동적인 소비물이 아니라,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시작이며, 한류는 이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세계 속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주체’로의 탄생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시련과 굴곡, 그리고 극복의 과정이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일제 강점기, 분단과 전쟁의 아픔,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 등 한국 사회가 겪었던 인고와 울음이 오늘날 한류라는 ‘국화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보여주듯, 한류는 단순히 콘텐츠 상품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경험이 맺은 문화적 결정체로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피어난 한류가 누구를 위해 피어난 것인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인지 혹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 나아가, 한류의 힘은 언어를 넘어선 공감대 형성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언급된 것처럼, K-콘텐츠는 단순히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 ‘진정성’을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LOVE MYSELF,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로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듯이, K-팝, K-드라마 등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냄으로써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고 있다. 팬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닌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서, 이러한 공감의 울림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적으로, 한류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시’,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와 같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여정’에 있다. 나짐 히크메트의 시구가 암시하듯, 가장 훌륭한 것은 미래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류 또한 절정에 이르지 않았기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한류는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내부의 진실도 담아낼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수 있다. 한류는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들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주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지역별 맛의 미묘한 차이, 콩나물국밥의 다양성이 만드는 풍미의 비밀

    대중적인 메뉴로 흔히 여겨지는 콩나물국밥이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백반에 곁들여 나오는 흔한 국으로 치부되던 콩나물국밥이 왜 전북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 음식으로까지 인정받게 된 것인지, 그 배경에는 어떤 문제가 놓여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콩나물과 물이 좋다는 단순한 찬사를 넘어, 지역민과 외지인의 인식 차이,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풍미를 더하는 과정 자체가 전북 콩나물국밥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과 콩나물국밥을 단순한 서민 음식을 넘어 지역 특색을 살린 최고 음식으로 격상시키려는 배경에는, 음식이 가진 본질적인 다양성과 지역별 고유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박찬일 셰프는 낯선 지역을 방문했을 때 흔히 보이는 관공서 양식이나 경찰 제복의 통일성과는 달리, 지역별로 다른 말씨, 차림새, 습속이 세상의 재미를 더한다고 말한다. 이는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비슷한 음식이라도 지역별로 미묘한 변주를 거치며 고유한 맛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화교가 시작한 짜장면과 짬뽕마저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며, 전국 화교 중국집 연합회에서 통일을 결의한다 해도 각자의 고향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만의 레시피로 돌아가는 것은, 결국 음식은 달라야 맛이기도 하다는 본질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라북도의 콩나물국밥은 단순한 레시피의 차이를 넘어,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콩나물국밥이 기본 백반에 딸려 나오는, 별다른 맛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전라북도에서는 ‘수란으로 할까요, 날계란으로 할까요?’, ‘오징어를 넣을까요, 말까요?’, ‘밥은 토렴할까요, 따로 낼까요?’와 같은 질문이 당연하게 오간다. 이는 가게마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다른 콩나물국밥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주문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만든다. 더욱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인이 아닌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대신 알려주는 문화는, 콩나물국밥을 둘러싼 공동체적인 소통의 장을 형성하며 음식에 대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전주 남부시장의 한 국밥집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면 마늘과 매운 고추, 파를 손님 앞에서 직접 다져 양념을 만들어 올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미리 썰어둔 것과 즉석에서 다진 것의 향과 맛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음식의 신선함과 정성을 강조하는 솔루션이다. 익산, 군산 등 비슷한 권역의 도시들에서도 콩나물국밥으로 한 가락 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는 점은, 이러한 지역적 특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전라북도의 콩나물국밥은 각 지역의 고유한 방식으로 발전하며 ‘어떻게 먹어야 현지인처럼 쓱, 잘 얻어먹을 수 있냐’는 질문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는 과정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에게 함부로 묻지 말라는 추신은, 그만큼 전통의 명가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신흥 강호들이 즐비하여 즉답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콩나물국밥집이 많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콩나물국밥이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음식임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전라북도의 콩나물국밥은 이러한 고유한 방식과 지역별 특색을 바탕으로, ‘세 집 건너 하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강화, 잊혀진 방직 산업의 영광과 옛 밥상의 향수를 딛고 새롭게 피어나는 문화의 숨결

    과거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번성했던 강화 지역의 방직 산업은 이제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수많은 방직 공장이 자리했던 강화에는 현재까지도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소창을 직조하는 공장들이 남아있으나,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그 중요성이 퇴색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폐업한 ‘동광직물’ 공장을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지어진 ‘평화직물’ 터를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개관하며 강화의 잊혀진 직물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체험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지역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강화는 과거 수원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직물 도시로 손꼽힐 만큼 활발한 방직 산업의 중심지였다. 1933년 최초의 인견 공장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60곳이 넘는 방직 공장이 성행했으며, 4,000여 명의 직공들이 일하며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에는 열댓 살의 어린 직공들도 방직 공장에 취업하는 것을 꿈꿀 정도로 일자리가 풍부했으며, 12시간 주야간 교대로 먼지 가득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생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과거의 영광은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의 운영을 통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소창 직물의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콘 형태로 말린 원사를 풀어 타래를 만들고, 풀을 먹여 삶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뽀얗고 부들부들해진 실로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켜 베틀에서 직물을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과거 장인들의 땀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소창은 옷, 행주, 기저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천으로, 과거 강화 여인들의 억척스러움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들은 직접 생산한 방직물을 둘러메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전국을 다니며 판매하는 ‘방판’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갔다. 당시 중간 상인 없이 직접 판매함으로써 얻은 이윤은 컸으며, 때로는 북한 개풍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어려웠던 시절, 강화 여인들은 앞치마에 강화 새우젓을 싸 가서 끼니를 해결했으며, 이 새우젓은 쉰밥이나 찬밥에 곁들이는 귀한 반찬이 되었다. 전국 물량의 70~80%를 차지하는 강화 새우젓은 드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 물의 영향으로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이는 강화의 향토 음식 ‘젓국갈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젓국갈비는 돼지고기, 배추, 두부, 애호박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그 맛의 핵심은 바로 새우젓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칠맛에 있다. 슴슴하면서도 짭조름한 새우젓의 맛은 재료 본연의 단맛과 어우러져 오묘하면서도 속이 편안한 맛을 선사하며, 이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진정한 맛은 담백하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강화의 옛 밥상에는 이처럼 소박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은 음식들이 존재했다. 방직 산업의 쇠퇴와 함께 잊혀져 갈 뻔했던 강화의 역사와 문화는 ‘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창 스탬프 체험, 직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이 강화의 직물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거 억척스러웠던 강화 여인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새우젓, 그리고 그 새우젓으로 탄생한 젓국갈비와 같은 향토 음식들은 잊혀졌던 강화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 재조명은 강화가 단순한 역사와 관광의 섬을 넘어,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문화 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6000년 인류 상상력의 벽화, 반구천 암각화, 보존과 활용의 딜레마에 서다

    반세기 전, 1970년 12월 24일과 1971년 12월 25일, 연이어 발견된 울산 반구천 암각화는 우리나라 선사 역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당시 ‘절벽에 이상한 그림이 보인다’는 말에 이끌린 연구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인 천전리 암각화를 발견했고, 이듬해에는 고래, 사슴,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된 대곡리 암각화를 발견했다. 초기에는 이 두 암각화를 묶어 ‘반구대 암각화’로 불렀으나,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하며, 최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식 명칭도 이와 같다.

    이 암각화들은 청동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로, 발견된 시기는 역순이었으나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 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인간의 상상력, 예술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이 바위 위에 새겨진 ‘역사의 벽화’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에 각종 도형,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으며, 이 중에는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추상적인 문양과 신라 시대에 새겨진 명문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 모습, 그리고 호랑이, 사슴 같은 육지동물과 풍요를 빌던 제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 불릴 만한 이 유적들은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 거주민이 고래를 사냥하고, 뭍으로 올라 반석 같은 바위에 그 삶을 새긴 기록이다. 이는 선사인이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의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이며,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비견될 만한 인류 예술의 기원으로 평가된다. 고래 옆에 새겨진 호랑이, 사슴, 그리고 아직 해석되지 않은 기하문들은 미지의 코드를 품고 있으며, 천전리 암각화의 다섯 개 다이아몬드 형상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추상시를 연상시킨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과 싸워왔다. 댐의 수위 변화로 인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거나 박락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빈번했으며, 어설픈 탁본으로 인해 원본이 상실되기도 했다. 최근 가뭄으로 암각화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점증하는 기후변화와 댐 운영의 변수 앞에서 ‘반구천’이 언제든 ‘반수천(半水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으며, 등재 이후의 보호·관리 계획이 부실할 경우 유네스코는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 ‘기적의 현장’이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과제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 개최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암각화를 단순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 등을 포함하는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번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관광 인프라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보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스코 동굴벽화는 일반 공개 이후 관람객 증가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를 겪고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재현 동굴을 설치했으며, 알타미라 동굴벽화 역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2002년 전면 폐쇄하고 정밀한 복제 동굴을 설치했다. 이 두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며, 결국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해야 했다. 물론 원본이 주는 ‘아우라’가 최상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후대에 문화유산을 잘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다행히 현대 기술은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이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난 만큼,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인류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 명절 음식 남김에 대한 ‘문제’,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로 해결

    명절이 지나면 어김없이 남는 음식물 처리가 하나의 ‘문제’로 떠오른다. 푸짐하게 차린 명절 상차림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남은 갈비찜, 잡채, 전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러한 명절 음식 남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박찬일 셰프는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라는 두 가지 창의적인 레시피를 제안한다.

    이번 추석은 사과와 배가 잘 익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추수에 감사하고 조상을 기리는 명절 본연의 의미에 ‘맞춤’하다고 박찬일 셰프는 평한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해 명절에도 소고기 국이나 산적이 고기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잘 사는 집에는 명절에 소갈비찜이 올라왔으며, 이는 매우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60, 70년대 신문 기사에는 갈비 품귀 현상에 대한 이 흔했다고 한다. 현재는 돼지갈비찜을 가정에서 즐기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소갈비찜은 명절 음식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갈비찜은 구이와 찜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되는데, 찜은 집에서 해 먹는 요리였다. 갈비찜 조리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을 넣고 하루 정도 냉장 숙성시킨 후 푹 끓이면 완성된다. 싱싱한 갈비라면 피를 빼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며, 무와 당근을 추가해도 좋다. 무르게 푹 삶아 뼈가 쉽게 분리될 정도면 익은 것이며, 압력솥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흐물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갈비찜과 궁합이 좋은 잡채 역시 명절에 흔히 하는 음식이다. 명절 음식이 남았을 때, 특히 갈비찜 냄비에 앙념과 물러진 당근만 남아 있다면 ‘갈비찜 잡채볶음밥’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은 갈비찜의 뼈 같은 건더기를 추려내고 소스를 한 국자 떠내어 밥 한 공기와 함께 볶으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고추장 반 큰술과 남은 잡채, 김가루를 추가하면 된다. 궁중팬을 달궈 갈비 소스를 넣고 뜨거워지면 잡채와 밥을 넣어 잘 섞어준다. 갈비 소스와 잡채에 기름이 충분하므로 식용유는 따로 넣지 않는다. 모든 재료가 잘 섞이면 고추장 반 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신김치를 다져 넣어도 좋으며, 이 볶음밥은 맛을 보장한다고 한다.

    명절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인 전 역시 남기 쉬운 음식 중 하나다. 전을 다시 부쳐 먹어도 맛있지만, ‘전 두루치기’로 변신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 요리 느낌이 강하다. 이 요리의 재료로는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이 사용된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후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를 넣고 물과 치킨스톡을 조금 붓는다. 여기에 김치와 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을 경우 더욱 맛있는 두루치기를 만들 수 있으며, 그냥 두부를 넣어도 좋다.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짜글이’처럼 걸쭉해지면 된다. 전에서 나온 기름이 국물을 진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박찬일 셰프는 이번 추석이 길지만, 이 두루치기를 먹을 때쯤이면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 박찬일 셰프

    오랜 시간 셰프로 활동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을 주로 해왔으며,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