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사회

  • 끊이지 않는 중소기업 산재 사고, ‘노동안전 종합대책’으로 현장 작동성 확보 나서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나, 여전히 산업안전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의 중소사업장에서 사고 사망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 및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 사망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대기업의 위험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원하청 관계 문제와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건설업 및 제조업 중소사업장의 산재 사고 사망 감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중소사업장의 산재 예방 역량 강화와 현장 작동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과거 정부 주도의 산재 예방 사업이 제도적 틀 마련에 집중된 나머지, 실제 현장의 당사자인 노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미흡했다는 반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산재 예방의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데 있다. 이전까지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제도의 ‘대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체’로서 산재 예방에 직접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기업별로 운영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원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중소사업장 대책의 방향을 개별 기업 단위에서 사업장 단위로 전환했다. 이는 산재 위험이 사업장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원하청 관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작업중지권’을 ‘피할 권리’로 정의하고 그 보장을 강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다. 더불어,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 장비 및 AI 기술 지원을 확대하여 기업의 자체적인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규제나 제재를 넘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중소사업장의 산재 예방 사업 주체에 지방자치단체도 포함시켜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 권리’, ‘피할 권리’ 등 ‘노동안전 3권’을 규정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산재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여 안전 관리 소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성공적으로 현장에 안착할 경우, 현재 중소사업장의 예산 및 인력 부족, 잦은 노동자 이직으로 인한 정부 지원 효과 반감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사가 산재 예방의 주체로 나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기술 지원 및 권리 보장을 통해 안전한 작업 환경이 조성된다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노사 공동의 산재 예방 노력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지역 및 업종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세밀한 관리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의미 없는 매일’ 벗어나 ‘집처럼’ 생활… 초고령사회, 유니트케어 도입 시급한 까닭

    기존 노인요양시설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와 획일적인 공간 배치로 인해 어르신들이 존엄성과 사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의미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르신들이 요양시설 입소를 ‘현대판 고려장’으로 여기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시급한 해결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층에 진입함에 따라 어르신 돌봄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어르신들은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장기요양급여 등급 판정을 받아 요양 및 돌봄 비용을 지원받고 있으며, 돌봄은 주로 자택에서 이루어지는 재가급여와 요양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시설급여로 나뉜다. 시설급여는 다시 9인 이하의 공동생활가정과 10인 이상이 거주하는 요양시설로 구분된다.

    하지만 기존의 노인요양시설은 의학적 치료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에 치중한 의료보호시설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시설 내 어르신들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채 사생활과 존엄성, 즐거움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TV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요양시설 거주 어르신들이 시설 생활을 ‘하루하루를 견디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집과 같은 생활 환경과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용자 중심의 ‘유니트케어’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유니트케어는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노인 거주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 돌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작되었으며,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 10명 정도를 하나의 생활 단위(유니트)로 묶어 유니트별 요양 돌봄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유니트케어 도입을 통해 기존의 다인실 및 복도형 구조는 개인실과 거실 중심의 소규모 생활 공간 배치로 변화한다. 또한, 어르신이 원할 때 식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며, 개인실에 화장실과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집과 같은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요양시설(좌)과 유니트케어 요양시설(우)의 평면 구성 변화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실제로 일본의 유니트케어 시행 결과, 어르신들의 침대 생활 중심에서 벗어나 거실과 개인실에서의 활발한 여가 및 교류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요양보호사의 돌봄 근무 강도가 감소하고 소규모 유니트 중심으로 보다 세심한 돌봄 제공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되었다. 나아가 유니트케어 시설은 지역의 소규모 다기능 서비스 거점과 연계되어 시설 생활 어르신들의 지역 공동체 유대감 향상에도 기여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인간 중심 돌봄 실현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에서 한국형 유니트케어 도입을 제시하고, 2024년 3월 ‘제1차 유니트케어 시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 7월 제2차 시범사업 운영을 위한 참여기관 공모도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약 6,000개의 시설급여 장기요양기관이 모두 유니트케어를 즉시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상가 임차 운영 시설이나 개별 건물 건축 시설의 경우, 내부 평면 구성 변경, 개인실 및 거실·프로그램실 조성, 그리고 인력 배치 기준 충족 및 수익성 유지라는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실제로 퇴소 후 집으로 돌아와 시설 대비 부족한 돌봄을 받더라도 ‘내가 원할 때 밥 먹고, 활동하는 게 좋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유니트케어가 추구하는 방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유니트케어 도입 확대 노력은 초고령사회 진입 국가로서 시급히 정착되어야 할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다만, 전국에 확산된 기존 장기요양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준유니트케어’ 도입을 지원하고,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가 유니트케어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장기요양시설이 재택 요양돌봄의 연계·확장된 개념으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궁극적으로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Aging in Place’ 실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인구 절벽’ 현실화…정부·기업·근로자, ‘ dad 육아’ 활성화로 위기 극복해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인구 수의 감소를 넘어 경제, 사회, 교육, 그리고 국가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 중구의 경우, 2025년 2월 기준 3만 7370여 명의 인구가 남아 있지만, 미래 시나리오는 기능 소멸까지 16년밖에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이는 사회 서비스 제공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2025년 현재까지 부산시에서 문을 닫은 학교가 50곳에 육박하는 현실은 학령 인구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2025년 3월 1일부로 폐교 예정인 경기 안산시 상록구 경수초등학교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위기이며, 새로운 해법 모색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정부, 기업, 그리고 근로자 모두의 공동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제도 적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대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기업 성장 컨설팅, 대체 인력 지원금, 육아휴직 재정적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대체 인력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기업들이 모성보호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벌칙적 요소보다는 기업에 이익이 되는 부분을 강조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책적 지원을 신설·강화해야 한다.

    기업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기업 내에서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근로자 복지 향상뿐만 아니라 기업 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 그룹이 남성 육아휴직 1개월 의무화와 같은 정책을 통해 조직 내 동료들의 육아 지원을 독려하고,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심리적 장벽을 낮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육아휴직 의무화를 시행하고 이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은 사회적 책임 이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 생산성 향상, 인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은 근로자, 특히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 증가로 이어져 가정 내 역할 분담 개선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5년 200여 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현재 4만 명을 넘어 전체 육아휴직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 지원,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기업 문화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증가는 사회 전반의 평등한 노동 분배를 촉진하며,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서 경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2025년 민주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 단절률이 61.9%에 달하는 반면, 남성은 40.6%로 나타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경력 단절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사례처럼 육아휴직 의무화 정책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늘리고, 이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사례에서 보듯 다자녀 가정에서 엄마의 사회 진출 활성화로 이어진다. 2024년 둘째아 출산자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약 7만 5900명에 달한 것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음을 방증한다. 여성가족부 통계 역시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가 여성의 경력 단절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저출생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위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 강화, 기업의 일·가정 양립 조직문화 개선, 그리고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육아휴직 제도 활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남성들의 육아휴직 적극 사용은 가정과 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정부, 기업, 근로자가 서로 협력하여 인식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서는 데 달려 있다.

  • 퇴직 후 ‘함께’라는 짐, 중년·황혼 이혼 증가의 그림자

    정년 보장과 연금 수령으로 퇴직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공무원들조차 퇴직 후 ‘절벽 위에 선 듯한’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갈 곳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중년·황혼 이혼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퇴직 후 부부 갈등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부부 갈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성격 차이, 경제 문제, 외도 등이 이혼의 주된 사유였다면, 이제는 남편의 퇴직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마찰이 중년·황혼 이혼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인 중년·황혼이혼 비율이 1990년 14%에서 2023년 23%로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급증한 수치를 보이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의 노후 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 후 부부 화목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가장 인기 있는 남편상은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낮 시간 동안 부부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활권을 유지해왔던 부부가 갑작스럽게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관계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퇴직 후 부부 갈등 문제에 대한 준비 부족이 이혼율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된다. 노후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부 모두 낮 동안에는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공헌활동이든, 취미 활동이든, 혹은 이 세 가지를 겸한 활동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퇴직 후에도 서로 존중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버려진 의자”에 앉는 어르신들, 국민 체감 정책 부재의 씁쓸한 단면

    날씨 좋은 날 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다. 멋들어진 평상과 벤치가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은 낡고 고장 난 등받이 의자에 기대앉아 있다. 떡과 음료를 나누는 즐거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이들의 선택은 시설 이용의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현실이다. 지자체가 조성한 공공 시설물은 등받이가 없고 딱딱하며, 여름과 겨울에는 뜨겁거나 차가워 이용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반면, 버려진 듯 보이는 낡은 의자는 등받이가 있어 편안함을 제공하며, 운이 좋으면 팔걸이까지 갖춘 의자를 구할 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지 않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불편함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어르신을 위하고 모든 세대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집, 마을, 도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책 대상자들의 삶을 면밀히 살피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시설물 대신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듯한 의자에 어르신들이 앉아 계시는 현실은, 국가와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어르신들의 일상적인 삶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사로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와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가 있다. ‘노인실태조사’는 3년마다 65세 이상 어르신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 기능 상태, 돌봄 실태, 주거 환경의 편리성 등을 조사하며, ‘주거실태조사’는 매년 전국의 일반 가구와 노인·장애인 등 특수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부담, 주택 및 주거 환경 만족도 등을 조사한다. 이 조사들은 “집에 방은 몇 개입니까?” 와 같은 사실 확인에 집중하며, 어르신들의 평균적인 삶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 확인식 조사만으로는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집 현관은 이용하시는데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공원과 공원 시설물 이용에는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와 같이, 어르신들의 일상 경험과 인식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함께 들어야 한다. 실태조사와 같은 객관적인 사실 확인과 함께, 생활 환경에 대한 경험을 체크하는 방식의 조사가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 동네와 지역의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 커뮤니티 정책연구센터가 2021년 발간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건축과 도시공간”은 이러한 경험 체크식 조사의 좋은 예시이다. 이 보고서는 기존 실태조사에서 다루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구체적인 불편 사항들을 조명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의 욕조 높이가 높아 들어가기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응답을 통해 어르신에게 적정한 높이와 충분한 너비의 욕조, 편안한 변기, 미끄럼 방지 바닥재와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또한,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으로 인한 낙상 경험, 짧은 보행 신호로 인한 위험 등 외부 활동 시 겪는 어려움도 지적하며, 보행로 정비와 건널목 보행 신호 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준비하고 시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향후 본격화될 초고령사회 대응 국가 기본계획인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이 수립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주요 정책 과제와 사업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실태와 경험이 충분히 반영될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부디 어르신들의 하루 삶이 비추어 내는 생생한 목소리가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담겨,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출산율 위기, ‘아이 낳기 좋은 도시’ 넘어 ‘아이 낳고 행복한 사회’로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심각한 인구 구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년 소폭 반등했으나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단순한 통계적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전국 지방의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경북 의성군과 같이 고령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한 지역들은 이미 현실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지역 소멸은 일자리 감소, 청년 유출, 그리고 결국 출산율 감소라는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며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를 넘어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의 사회적 전환이 시급하다. 수도권과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조차도 출생률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인천시와 서울시의 양육 정책 비교 분석을 통해 우리는 실효성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방면에 예산을 투입했으나, 높은 주거비용과 육아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첫째부터의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들을 통해 시민 만족도를 높였다. 이는 정책의 총액보다는 정책의 체감도와 접근성이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이다.

    인천시의 성공적인 정책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정책을 체계화하고, 공공어린이집 비율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4년 출산 의향이 12% 상승하며 68.5%를 기록했지만, 정책이 분산적으로 작동하고 육아 고립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는 서울뿐만 아니라 과밀 지역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있어 높은 실효성을 보인 육아 정책들의 공통점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 구축에 있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소규모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만 아니라 양육의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제도적 연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통합적인 출산-육아 정책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둘째, 기업과의 실질적인 파트너십 강화가 시급하다.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가 눈치 보지 않고 사용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확산, 조직 문화 변화, 정책 활용 인센티브 도입,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출산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하며,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는 공공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갖춘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를 낳고 살고 싶은 도시는 출산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양육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도시다.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으며 모든 시민이 동등한 위치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저출생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길이다.

    저출생은 분명 우리 사회의 위기이지만,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재설계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기반으로 각 지자체, 기업, 그리고 시민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미래일 것이다.

  • 대한민국 아빠 육아 참여, ‘100인의 아빠단’ 15년의 발자취와 미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어떻게 놀아주고 교육해야 아이에게 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비단 엄마만의 몫이 아니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아빠 육아 커뮤니티인 ‘100인의 아빠단’이 15년째 대한민국 아빠들의 육아 참여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으나, 매년 선정되지 못하는 아빠들의 아쉬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곧 육아 참여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더 많은 아빠들이 이러한 지원과 커뮤니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는 방증이다.

    ‘100인의 아빠단’은 2011년,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와 ‘함께 육아’ 분위기 확산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육아에 관심 있는 초보 아빠 100명이 모여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발대식을 가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1기 활동 당시에는 ‘마더 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 캠페인을 통해 마더 배우미, 마더 나누미, 마더 알리미로 나뉘어 스타 멘토로부터 육아 비법을 배우고, 아빠 리포터로서 활동하며, 가정의 일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했다. 당시에는 육아 참여가 어려운 아버지를 ‘바깥 아빠’, ‘바깥 남편’이라 칭하며 육아 참여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으나, 15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 육아 문화의 변화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100인의 아빠단’은 단순한 100명의 아빠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넘어, 전국 단위의 영향력 있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2019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자체 및 인구보건복지협회 지역별 지회와 연계하여 각 지역별로 100명씩, 총 1700명의 아빠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자체별 아빠단이 탄생했으며,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들로 구성된 우수 아버지들이 멘토로 합류하면서 양육을 고민하는 아버지들의 공감을 더욱 높이고 활동의 질을 향상시켰다. 2024년부터는 5명의 육아 전문가 멘토가 합류하여 사업의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2025년 15기 활동을 앞두고, ‘100인의 아빠단’은 초등학교 입학으로 인해 활동이 어려웠던 아빠들의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활동 연령을 초등 2학년(만 8세)까지 확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매년 많은 아빠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큼 큰 변화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7개 지자체에서 1700명 모집에 1574명이 선발되었던 것에 비해, 5년이 지난 2024년에는 총 2023명이 선발되는 등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아빠 육아 참여의 증가는 대도시 지역의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는 올해 대구 지역 신청자가 140명에 달하며 작년보다 활동이 더욱 왕성해졌다고 전했으며, 서울지회는 100명 모집에 257명이 신청하여 2.5: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90명의 아버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빠 육아 참여의 긍정적인 효과는 객관적인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2023년 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0~5세 아동의 발달 수준에서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아이들의 인지, 언어, 사회성 발달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버지들이 더 이상 ‘돕는 역할’이 아닌, 아이의 발달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양육에 참여해야 하는 주체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100인의 아빠단’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전문가와 육아 달인 선배 아빠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육아 방법을 공유하는 국가가 인정한 아빠 육아 커뮤니티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4월 30일부터 첫 놀이 과제가 시작되었으며, 선정되지 못한 아빠들도 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전국 아빠들과의 네트워킹 및 육아 문화 선도에 기여하고 있다. 현 시대 아버지의 육아 참여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당당한 아빠로서 가족을 위한 노력이며 기본적인 권리임을 ‘100인의 아빠단’은 15년의 활동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 디지털 소외, 어르신 행정 서비스 접근성 문제 해소 급선무

    현대 사회의 빠른 디지털 전환은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증대시켰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는 행정 서비스 접근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거나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과 같은 기본적인 절차를 수행하지 못해 행정복지센터를 숨 가쁘게 찾아오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이러한 디지털 소외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신분증 발급과 같이 새로운 디지털 행정 서비스는 어르신들에게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져 실제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기술 발전의 속도와 어르신들의 디지털 환경 적응 속도 간의 격차에서 비롯된 문제로 분석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 서비스 제공자는 어르신들이 행정 서비스를 더욱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민원 안내를 자동화하고,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무인민원발급기 및 정부24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직접 시연하고, 개별 민원인에게 맞춰 차근차근 설명하는 등의 대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돕는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공무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어르신들이 디지털 행정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행정 서비스 이용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어르신들이 ‘기약 없는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고 해서 늦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행정 서비스 이용이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는 점이 체감될 때, 디지털 소외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은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로서, 기술 발전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초고령사회, ‘에이지테크’ 아닌 ‘생활 인프라’로 고령자 삶의 질 혁신 시급

    대한민국이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고령자가 될 전망인 가운데, 고령자의 주거 환경 혁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87.2%의 노인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며, 건강 악화 시에도 재가 서비스를 통해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는 사실은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가치가 고령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산층 및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극히 일부인 0.22%만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택과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제공됨에 따라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소득·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해법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고령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포괄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적 지원 등 일상 전반을 돕는 것이 그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낙상 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기능, AI 돌봄 로봇 등은 고령자가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이미 국내의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저소득 고령자 비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하여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 친화 주거단지 조성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곳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접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된 중·고소득 입주자를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강화는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보고에 따르면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 관리와 의료비 절감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실제 주거 및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며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의 확대이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와 가족, 돌봄 인력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실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실증 과정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면밀히 검증하고 현장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한 성과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복지·의료·주거·교통·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여 일상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더라도,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에이지테크의 활용성이 담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자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의 한계를 넘어, 주택·복지·교통·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 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 및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 민원 창구의 ‘고요 속의 외침’, 공감의 태도가 말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

    잦은 소통의 오류와 왜곡은 민원 업무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은 민원 창구에서 겪는 일상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해하려는 태도’가 소통의 핵심임을 역설한다. 이는 마치 헤드폰을 낀 채 상대방의 입 모양만을 보고 말을 유추해야 했던 TV 게임 ‘고요 속의 외침’처럼, 최선을 다해도 오답만 속출하는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때로는 말보다 마음이 닿지 못해 발생하는 오해들이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김 주무관이 경험한 사례는 이러한 소통의 단절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망신고와 함께 상속 관련 서류 발급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은 복잡한 서류 목록을 제시했다. 여러 상속인들의 인감증명서 발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주무관은 위임장 서식을 제공하며 위임자가 직접 자필로 작성해야 하고, 추후 위임자의 신분증과 함께 가져와야 함을 안내했다. 그러나 민원인은 잠시 후 민원 서식대에서 위임장을 작성하고 있었고, 이는 김 주무관의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법적으로 대리인에 의한 위임장 작성이 불가함을 다시 설명했음에도, 민원인의 이해 부족과 김 주무관의 반복되는 설명은 결국 오해와 좌절감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 주무관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자신의 모습이 앵무새 같다고 느끼며, 민원인의 깊은 한숨과 함께 사무실을 나서는 뒷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김 주무관에게 민원 업무에서의 소통 오류가 단순히 설명의 불명확성이나 청취력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했다. 민원인은 생소한 서류들을 발급받기 위해 도움과 친절한 안내를 기대하며 관공서를 방문한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말하는 속도가 빠르거나 설명이 장황하다면, 민원인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소통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소통에는 말 자체뿐만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과 같은 반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소통의 틈새를 헤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말의 보다 그 말이 닿을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윤서 주무관은 민원 창구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어려움을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비유를 통해 설명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제시한다. 개인의 실수나 민원인의 피로감 또한 소통 오류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를 향한 공감과 이해의 자세를 갖출 때 비로소 말의 장벽을 넘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바쁜 민원 업무 속에서도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더 나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