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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 음식 남으면 ‘고민’ 대신 ‘창작’… 남은 갈비찜·잡채·전, 두 가지 색다른 요리로 변신

    명절 기간에 준비한 푸짐한 음식들이 남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갈비찜, 잡채, 전과 같이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들은 명절의 풍요로움을 더하지만, 남았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흔히 데워 먹으며 명절의 여운을 즐기기도 하지만, 이 남은 명절 음식을 활용해 새로운 별미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갈비찜 잡채볶음밥’과 ‘전 두루치기’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창의적인 요리법으로 제시된다.

    추석은 전통적으로 풍요로운 수확을 감사하고 조상님께 올리는 의미를 지닌 명절이다. 차례상에는 정성껏 마련한 음식들이 올라가며, 그중에서도 갈비찜은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고기가 귀하여 명절에 소갈비찜을 맛보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신문 기사에서도 60, 70년대에는 갈비가 귀해 ‘갈비를 쟁여놓고 사는 집’이라는 표현이 부유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갈비는 주로 구이와 찜으로 즐겼는데, 찜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았다. 소갈비찜 대신 돼지갈비찜을 먹게 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갈비찜은 간장, 설탕, 마늘, 양파, 파, 후추, 술 등을 기본으로 하여 푹 끓여내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압력솥을 사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무르지 않게 적당한 익힘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갈비찜과 함께 명절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 바로 잡채다. 명절 음식이 남았을 때, 갈비찜과 잡채를 함께 활용하여 ‘갈비찜 잡채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명절이 지나 냉장고에 남은 갈비찜은 뼈나 물러진 당근 등만 남은 경우가 많다. 이때 남은 갈비찜의 살점을 추려내고 소스를 한 국자 정도 활용하면 일인분의 밥을 볶기에 적당하다. 여기에 고추장 반 큰술과 남은 잡채, 김가루 약간을 더하면 맛있는 볶음밥이 완성된다. 궁중팬을 달궈 갈비 소스를 넣고 뜨거워지면 잡채와 밥을 넣어 잘 섞어준다. 갈비 소스와 잡채에 이미 기름이 충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식용유는 넣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넣어 섞어주면 단맛과 매운맛이 더해져 풍미가 살아난다. 취향에 따라 신김치를 다져 넣어도 좋으며, 김가루를 뿌려 마무리하면 특별한 볶음밥을 즐길 수 있다.

    명절의 또 다른 단골 메뉴인 전 역시 남기 쉬운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전을 다시 부쳐 먹기도 하지만, ‘전 두루치기’라는 색다른 요리로 변주를 줄 수 있다. 두루치기는 조림이나 볶음과 유사하지만 즉석에서 만드는 듯한 느낌이 강한 요리다. 두루치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 익은 김치, 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캔 참치, 치킨스톡이 필요하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후 다진 마늘과 파를 볶다가 캔 참치를 넣고 물과 치킨스톡을 조금 붓는다. 여기에 먹기 좋게 자른 김치와 전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바글바글 끓이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특히 두부전이 남았다면 이 두루치기와 더욱 잘 어울린다. 맛을 보고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전에서 우러나오는 기름 덕분에 국물이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이처럼 명절에 남은 음식들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명절의 풍요로움을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는 명절에도 푸짐한 음식과 함께, 남은 음식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별미 요리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탐구해왔다. 전국의 노포 식당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해왔으며,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 한국 관광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 K-컬처 경험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

    서울 도심, 청계천 바로 옆에 자리한 한국 관광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가 한국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이곳은 K-POP 체험과 미디어 아트 관람을 동시에 제공하며, 특히 최근에는 K-POP 팬들 사이에서 성지순례 장소로 떠오를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Hi Korea’와 ‘놀이터’를 뜻하는 ‘GROUND’의 합성어인 ‘하이커 그라운드’는 그 이름처럼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한국 문화 체험 공간의 필요성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 향상 및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이라는 과제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단편적인 관광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의 문화 전반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통합적인 경험의 장 마련이 시급했다. 하이커 그라운드는 이러한 배경 하에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특색 있는 테마를 구성하여 미디어 아트, K-팝, 전통 문화, 지역 특산물 등 폭넓은 콘텐츠를 선보이며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이커 그라운드의 1층에는 방문객들을 압도하는 초대형 미디어 아트 월이 설치되어 있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역동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며 방문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어 외국인 방문객의 편의를 높였으며, 정기 및 비정기 도슨트 서비스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돕고 있다.

    2층 ‘케이팝 그라운드’는 K-POP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연상시키는 지하철, 무대, 코인세탁소, 우주선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영상을 촬영하며 K-POP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3층 ‘하이커 스트리트’는 노래연습장, 스트리밍 스튜디오, 편의점 등 한국인의 일상 문화를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이라는 트렌드로 구현하여 마치 실제 골목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국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사진 소품을 활용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한다.

    4층 ‘로컬 그라운드’는 지역 관광 콘텐츠를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래된 음악과 공간을 탐구하는 ‘뉴트로 파인더’, 차를 음미하는 ‘차향 유랑자’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스테이션 전시를 통해 보성, 제주, 하동 등의 찻잎과 지역 축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국내 여름 여행지 추천 포스트잇 존 등은 방문객들에게 실질적인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5층 ‘하이커 라운지’는 카페와 테라스 공간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청계천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이커 그라운드는 1층부터 4층까지 다양한 체험 요소와 5층의 휴식 공간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국 문화 체험을 집약적으로 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훌륭한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혼자 방문해도 즐겁게 문화를 체험하고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외국인 친구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다. 하이커 타워와 같은 추가적인 볼거리 또한 마련되어 있어, 이번 주말 서울 나들이 장소로 하이커 그라운드를 방문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소: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40 한국관광공사 1-5층

    운영시간:

    1, 5층 월~일 10:00~19:00

    2, 3, 4층 화~일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운영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입장 가능

    관람료: 무료

    문의: 전화번호 02-729-9497~9, 메일주소 hikr@knto.or.kr

  • 독립 서점, ‘길 위의 인문학’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이상기후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상황이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과 비용의 제약으로 즉각적인 여행은 쉽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독립 서점 ‘가가77페이지’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매년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서 진행되던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도 열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가77페이지’는 SNS를 통해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신청자를 모집했으며, 특히 <영화로 보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7월 21일부터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등장은 ‘횡재’와 같은 기회로 인식되었고, 참여자는 서둘러 10회 전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은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일상의 반복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필자는 동네 서점을 방문하며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서점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책을 둘러보고, 서점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는 경험은 그 어느 여름 계획보다 알차게 느껴졌다. 10회기 프로그램을 완주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필자는 가가77페이지로 향했다. 망원시장 근처에 자리한 이 서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 진행하는 ‘2025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영화로 보는 인문학>을 주제로, 이상명 대표는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생각의 밭과 마음의 밭을 넓히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학적 주제들을 친숙한 영화를 통해 접근하고, 영화와 관련된 철학, 문학 서적을 통해 깊이를 더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12세 이상(일부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선정 영화를 제한하여 수강 대상을 폭넓게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프로그램 커리큘럼은 인문360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영화로 보는 인문학>은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첫 번째 시간으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관람한 후, 진행자의 간략한 강연과 함께 인문학적 사유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영화의 주제인 자아 탐구와 교육의 본질은 참여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공부보다 중요한 인생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영화의 처럼, 참여자들은 강연 활동지에 각자의 생각을 적고 공유하며 ‘나를 깨운 문장’, ‘내 목소리를 찾아본 순간’, ‘Carpe Diem 선언문’ 등 다양한 주제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의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말은 참여자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명 대표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주는 의미에 대해, 매주 월요일 저녁 ‘길 위의 인문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영화의 주제가 던져주는 문제를 성찰하며 각자의 생각을 적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깊은 이해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커리큘럼 구성에 있어서 이상명 대표는 접근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인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의미와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주제와 영화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작가와 책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지혜 영화평론가와 이인 작가의 조합에 대한 궁금증도 프로그램 구성의 한 이유가 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이상명 대표는 오히려 AI가 발전할수록 인문학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AI를 얼마나 잘 구조화된 명령체계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사고 체계를 구조화하는 근원이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인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사고가 AI에 접목될 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넘어 도덕적인 사고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출판사와 서점 업계의 어려움 속에서 동네 책방의 상황에 대해 묻자, 이상명 대표는 책의 위기가 시작된 지 오래되었으며, 책만 판매하는 것으로는 스스로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책방이야말로 다른 어떤 곳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며, ‘가가77페이지’는 이러한 문화의 많은 것들을 담고 즐기고 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박근주 씨는 SNS를 통해 ‘가가77페이지’를 알게 되었고, 책방에서 홍보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영화와 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사유를 자신의 삶에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강의 진행자 및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삶의 리듬감을 느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근주 씨는 또한, 동네 책방이나 도서관과 연결하여 다양한 인문학 수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희망했으며, 인문학은 짧은 기간에 끝나는 지식이 아닌 꾸준한 성찰과 대화 속에서 깊어지는 분야이기에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참여가 배움의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 주관하며, ‘우리 동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 사업은 인문학과 지역문화, 책과 길, 저자와 독자, 공공도서관과 지역 주민이 만나 새로운 독서 문화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가77페이지’에서의 만남의 자리는 이러한 사업의 취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국 곳곳에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이를 통해 인문학은 우리 삶과 공동체를 위한 지혜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계속될 인문학 프로그램 열기는 조용했던 동네 책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참여자들에게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수강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책방에 꽂힌 책을 읽거나 구매하는 경험은 지역 서점 활성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동네에서 어떤 인문학을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길 위의 인문학’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인문학 부흥 위한 80억 기부, 건국대 ‘K-CUBE’ 개소와 함께 미래 열다

    최근 학문적 위기론이 대두되며 인문학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현실 속에서, 건국대학교는 인문학의 부흥과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건국대학교 인문학관 강의동 1층 로비에서는 문과대학 K-CUBE 개소와 더불어 ‘영산 김정옥 이사장 인문학-공연시설 조성기금 약정식’이 개최되었다. 이는 단순한 시설 개소를 넘어,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건국대학교의 발표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술 중심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인문학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 부족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현대적인 공연 및 전시 공간의 부족 역시 인문학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의 김정옥 이사장이 80억원이라는 거액의 발전기금을 약정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기금은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내에 ‘K-CUBE’라는 명칭의 복합 인문학 및 공연 시설을 조성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K-CUBE는 단순한 강의실이나 연구 공간을 넘어, 다양한 학술 행사, 강연, 전시, 공연 등 인문학의 성과를 다채롭게 구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설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인문학의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옥 이사장의 통 큰 기부는 건국대학교의 인문학 연구 및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전반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CUBE 개소를 통해 건국대학교는 인문학 분야의 선도적인 대학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화적 구심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약정식은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인문학 부흥을 위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 반구천 암각화, 6000년 역사의 벽화 수몰 위협 속 유네스코 등재…미래를 위한 과제는?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유산이 직면해온 수몰 위협과 앞으로의 관리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1970년 12월 24일, 울산 언양에서 우연히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와 그 이듬해인 1971년 12월 25일 인근 대곡리에서 발견된 고래, 사슴,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이 실감 나게 표현된 암각화는 국내 선사 역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두 유적은 초기에는 ‘반구대 암각화’로 불리다가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되며, 이번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공식 명칭도 이에 따른 것이다.

    이 암각화들은 각각 청동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즉 순서를 바꾸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반구천 암각화가 선사 시대부터 무려 6000년 동안 이어져 온 인간의 상상력, 예술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이 바위 위에 고스란히 새겨진 ‘역사의 벽화’임을 방증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사실성, 예술성, 창의성은 반구천 암각화가 가진 핵심적인 가치로 제대로 평가받았다는 분석이다. 2010년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5년이 지나서야 세계유산으로서의 진가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천전리 유적에는 약 2.7m 높이, 10m 너비의 바위 면을 따라 620여 점의 각종 도형, 글,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마름모, 원형 등 추상적인 문양과 후대인 신라 시대에 새겨진 명문(銘文)도 발견되었다. 한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호랑이, 사슴 같은 육지동물과 풍요를 기원하던 제의(祭儀)의 흔적 역시 마찬가지다. 이 놀라운 유적들은 고미술학계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암각화는 단순히 동물의 묘사를 넘어 집단의례의 도상이며, 인류 예술의 기원이자 오늘날의 스토리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 거주민들이 바다에서 집단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뭍으로 올라 반석 같은 바위를 찾아 이를 새긴 행위는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공동체 삶을 기록한 생활 연대기였다. 이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인류 선사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고래 옆에 새겨진 호랑이, 사슴, 그리고 여전히 해석되지 않은 기하문들은 미지의 코드를 품고 있으며, 천전리 암각화의 다섯 개 다이아몬드 형상은 그 자체로 추상시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인 것이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과 끊임없이 싸워왔다. 댐 수위에 잠겨 박락이 떨어져 나가고, 어설픈 탁본으로 원본이 상실되는 일도 발생했다. 최근 가뭄으로 암각화가 비교적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댐 운영의 변수 앞에서 언제든 ‘반구천’은 ‘반수천(半水川)’이 될 수 있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으며, 등재 이후의 보호·관리 계획이 부실하다면 유네스코는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 ‘기적의 현장’을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과제는 지금부터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 개최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암각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을 아우르는 생동하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이번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관광 인프라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프랑스 라스코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보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스코 동굴은 관람객 증가로 인한 훼손 문제로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인근에 재현 동굴을 설치했으며, 2016년에는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복제본을 개관했다. 알타미라 동굴 역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훼손 발생 후 2002년에 전면 폐쇄하고 정밀한 복제 동굴인 ‘새 동굴(Neocueva)’을 설치하여 교육과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며, 결국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물론 원본이 주는 ‘아우라’는 최상이지만,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현대 기술은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원본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은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났지만,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가 인류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존과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 시민들의 일상에 예술을 심다, 국립극단의 ‘한낮의 명동극’

    바쁜 일상 속에서 문화 향유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도심 한복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예술을 만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문화 접근성의 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립극단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365일 열려있는 극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민들에게 일상 속 문화적 휴식을 선사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명동예술극장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한낮의 명동극’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낮의 명동극’은 매주 수요일 정오, 8월 2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시민들을 맞이한다. 이 공연은 서커스, 인형극, 마임, 연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국립극단은 1950년 창단 이래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질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이번 ‘한낮의 명동극’ 또한 이러한 명성을 이어받아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치는 예술이 일상에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린 인형극 <곁에서> 공연 현장은 ‘한낮의 명동극’이 추구하는 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명동 거리를 걷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었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하던 이들은 점차 이야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 한 명의 연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과 다채로운 소품들은 야외마당을 마치 작은 극장으로 변모시키는 듯했다. 과감한 연출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연주자가 공연 도중 관객에게 말을 걸고 배역을 주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수동적 관람이 아닌, 공연의 일부가 되는 능동적인 경험을 선사하며 일상 속에서 짧지만 강렬한 예술적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공연을 우연히 관람하게 된 한 시민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낮의 명동극’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와도 깊이 맥을 같이 한다. 거리예술 공연은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평소 극장 방문이 어려웠던 직장인, 관광객, 그리고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자연스럽게 관객으로 끌어들이며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연 시간은 작품별로 약 20~40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을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별도의 예매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다. 다만, 공연 중 폭우가 예보될 경우에는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공연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향후 ‘문화가 있는 날’에 ‘한낮의 명동극’을 만나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9월 24일과 10월 29일이다. 혹시 명동을 방문하기 어렵다면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할인 혜택 정보는 물론, 국·공립 시설의 무료 및 연장 개방 정보, 그리고 도서관의 ‘두배로 대출’과 같은 다양한 문화 혜택 정보를 항목별로 제공하여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돕는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풍요롭게 즐길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명동으로의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펼쳐지는 문화 공연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잠시 마주치는 작은 무대는 일상에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 ‘K-컬처’ 범국가적 지원 강화 나선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 민관 원팀 플랫폼 구축

    국가적인 대중문화 육성 및 국제 교류 활성화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정책 수립 및 실행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다. 이는 다양한 부처의 정책 역량을 결합하고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일산 킨텍스에서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들을 위촉하고 간담회를 주재하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K-컬처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서 발생하는 정책적 사각지대와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비효율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기존의 분산적인 지원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대중문화 산업의 요구와 글로벌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에 정부는 대중문화 업계를 이끄는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통령 소속의 자문위원회인 대중문화교류위원회를 발족하여, 대중문화 정책의 제반 사항을 심의 의결하고 총괄 조정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진영 민간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여, 민간 전문가 26명, 주요 부처 차관 10명,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 총 39명의 다채로운 구성원들로 이루어졌다. 이는 정책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간담회에 앞서 이 대통령은 박진영 민간위원장과 함께 한복을 입고 K-컬처 체험존을 둘러보는 등, 행사의 상징성을 더했다. 특히 박 위원장이 착용한 한복의 멋스러움을 칭찬하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고, K-팝 팬들의 응원봉을 보며 ‘팬 주권주의’라는 용어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등, 팬덤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드러냈다. 또한 아이돌 포토카드 거래를 어린 시절 딱지뽑기에 비유하며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유쾌한 통찰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주목하는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여러 부처의 정책 역량을 결합하고,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민관 원팀 플랫폼”이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서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장과 창작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다. 박진영 민간 공동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을 언급하며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고, 2027년 12월 ‘페노미넘 페스티벌’ 개최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은 K-컬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대한민국의 핵심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적 영향력이 경제 발전과 국민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출범은 K-컬처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간담회 이후 이어진 국민들과 함께한 문화공연은 이러한 의지를 공유하고 축하하는 자리로서, ‘길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르세라핌과 전통문화 요소가 융합된 스트레이 키즈의 무대가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참석자들과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하며, K-컬처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 한국 문학계, ‘노벨상 효과’ 훈풍 타고 사회적 연대·정서 치유의 장으로 확장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낭보 이후, 한국 문학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높아진 관심을 문학이 지닌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치유라는 본질적인 가치 확산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야심찬 포부를 담고 출범했다. 이 축제는 단순히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문학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고 위로받는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번 문학축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문학주간’, 국립한국문학관 특별전, ‘문학나눔’ 사업 등 그동안 각기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어 온 국내 대표 문학 행사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통합은 한국 문학 행사의 위상을 제고하고, 대중에게 보다 폭넓고 체계적인 문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행사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지의 문학관, 도서관, 서점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은 문학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학주간 2025의 주제 스테이지 <읽고 만나고 쓰는 마음>에 참여하며, 개인적으로는 문학의 근본적인 힘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도움―닿기’라는 올해 문학주간의 주제는 문학이 현실의 어려움과 균열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나아가 서로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라는 깊은 열망을 담고 있다. 이는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타인의 삶에 기대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문학이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들이 털어놓은 ‘글쓰기에 필요한 태도’에 관한 진솔한 경험담이었다. “때로는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써야 글이 살아난다”, “문장이 삶으로 증명 가능한지 자문해 보라”와 같은 말들은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기 고백이자 용기 있는 도전임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예술가가 아니라 전달자라는 위치에서 글을 써 보라”는 조언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독자와의 소통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현실적인 충고로 다가왔다. 이처럼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계와 만나고 소통하는 귀한 통로가 된다는 점은, 글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비록 야외 프로그램은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일부 취소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포켓 실크스크린 책갈피 만들기 같은 작은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직접 찍어낸 주황색 고양이 그림 책갈피는 작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첫 회라는 상징성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문학축제’로서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전국의 도서관, 서점, 문학관에서는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국내외 작가 초청 행사, 토크 및 낭독 무대, 독서대전 등 풍성한 문화 향연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본인이 거주하는 고양시에서도 오는 10월 ‘2025 고양독서대전’이 개최될 예정이며,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역 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연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9월 말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북토크, 공연, 전시 등 대규모 행사를 통해 이번 문학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다.

    문학은 단순히 책장에 꽂혀 있는 텍스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읽고, 만나고, 쓰며 함께 즐길 때 비로소 우리 삶에 더욱 큰 힘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번 ‘2025 대한민국 문학축제’가 전국 각지의 시민들에게 가까운 도서관과 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책 읽는 즐거움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국가적 추모 분위기 속 대통령 부부 방송 출연, ‘냉장고를 부탁해’ 방영 연기 요청 배경 분석

    국가적 애도 분위기가 깊게 드리워진 가운데, 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 예정이었던 JTBC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편의 방영 연기를 방송사에 정중히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최근 발생한 국가공무원의 사망으로 인해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당초 대통령 부부는 오는 5일 방영될 추석 특집편에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K-푸드를 홍보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의 방송 출연이 부적절하다는 판단하에 방영 연기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국가 재난 상황에 대한 대통령실의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대응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직후인 26일 밤부터 발생한 화재 상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피해 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27일에는 국무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당일 오후 6시에는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었다. 이어진 28일 오전 10시 50분에는 비상대책회의가 열려 대통령실 3실장, 위기관리센터장, 국정상황실장, 대변인 등에게 상황을 보고받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 개최와 부처별 점검 사항을 지시하며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국가적 재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통령 부부의 방송 출연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방송 녹화를 마친 같은 날 오후,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적 위기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냉장고를 부탁해’ 방영 연기 요청은 국가적 슬픔과 추모의 분위기를 존중하고, 재난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려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대통령실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힘쓰는 한편, 향후 유사한 상황 발생 시에도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 6000년 상상력의 벽, 반구천 암각화는 어떻게 ‘수몰의 위협’을 딛고 세계유산의 영광을 얻었나

    우리나라 선사 시대를 담은 ‘역사의 벽화’,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찬란한 문화유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의 위협 속에서 그 존재를 지켜왔다. 댐 건설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인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거나 박락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어설픈 탁본 작업으로 원본이 훼손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점증하는 기후변화와 댐 운영상의 변수는 언제든 반구천을 ‘반수천(半水川)’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 있으며, 유네스코는 등재 이후 관리 계획이 부실할 경우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기적의 현장’을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극이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도 반구천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체로 지닌 독보적인 가치와 이를 알리고 보존하려는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1970년 12월 24일, 울산 언양에서 우연히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로 밝혀졌으며,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에는 대곡리에서 고래, 사슴,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된 또 다른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이 두 유적은 ‘반구대 암각화’로 불리다가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되며, 이번 유네스코 등재 공식 명칭으로도 사용되었다. 천전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로, 대곡리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지만,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그 역사적, 예술적 중요성을 방증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로 평가했다. 또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며,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이러한 평가는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6000여 년 전 동해 연안 거주민들의 삶과 상상력, 예술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 모습, 호랑이와 사슴 같은 육지동물, 그리고 풍요를 빌던 제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한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에 620여 점의 추상적 문양과 신라 시대 명문이 새겨져 있어, 선사 시대부터 후대까지 이어지는 기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성은 물론, 독특한 구도와 상징성은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비견될 만한 인류 선사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반구천 암각화가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로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과제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개최해 온 고래 축제 등 다양한 노력을 바탕으로, 암각화를 단순 보존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 등을 갖춘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명분 아래 생태 환경이 훼손되거나 과잉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문화유산의 본질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보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관람객 증가로 인한 훼손 발생으로 진본 동굴이 폐쇄되고 복제품이나 재현 동굴을 통해 ‘간접 관람’ 방식으로 전환된 이들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원본이 주는 ‘아우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책임 또한 막중하다. 현대의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기술 등은 이러한 보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꿈은 유네스코 등재로 되살아났으며, 이제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인류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승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