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화/생활

  • 한류, 존재론적 ‘몸짓’에서 ‘관계’로: 네 편의 시로 풀어본 그 탄생과 진화

    세계 속에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류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한류는 단순히 유행하는 콘텐츠의 집합이 아니라, 그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품고 있는 복합적인 실체로 이해해야 한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이러한 한류의 복잡한 여정을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용락의 ‘BTS에게’, 그리고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라는 네 편의 시에 빗대어 설명하며,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한다.

    한류의 여정은 김춘수의 시 ‘꽃’에서 시작된다.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절처럼, 한류 역시 처음에는 이름 없는 ‘몸짓’에 불과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을 때도, 이는 하나의 ‘현상’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세계가 이를 ‘한류(Hallyu)’라고 명명하고 불러주기 시작하면서, 그저 지나가는 바람 같았던 현상은 실체적인 ‘문화적 주체’로 거듭났다. ‘몸짓’이 ‘꽃’으로 피어나듯, 한류는 세계의 인식과 호명을 통해 비로소 존재감을 확립했으며, 이는 단순한 존재론을 넘어 인식론적 선언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불렀기 때문이다”라는 명제처럼, 한류는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그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이는 한류가 수동적인 소비물이 아닌,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탄생한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한류의 ‘생성’ 과정을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으로 묘사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구처럼, 오늘의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와 분단의 아픔,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의 함성 등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역사적 울음과 인고의 시간들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시에서 소쩍새의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은 한국 현대사의 수난과 인고를 상징하며, 이는 마치 불가의 연기(緣起) 사상처럼, 어떤 생명도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우주의 인연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피어난 국화 한 송이는 이러한 역사적 시련과 굴곡, 성공과 회복의 총체적이며 문화적인 결정체인 한류다. 이는 한류가 단순한 콘텐츠 상품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경험이 맺은 ‘기억의 꽃’임을 증언한다.

    한류의 ‘공감’ 능력은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를 통해 드러난다. 시에서 “LOVE MYSELF, LOVE YOURSELF!/(…)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이라고 토로하듯, BTS는 언어를 초월하여 세계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진심 어린 이야기꾼이다. 그들의 노래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와 같다. 이러한 진정성은 팬덤을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 만들며,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K-콘텐츠의 힘을 보여준다. 시가 개인의 고백이지만 동시에 집단의 거울이 되듯, K-콘텐츠는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선 ‘진정성’으로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며 한류의 핵심 비결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은 한류의 ‘지속’적인 여정을 강조한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류 역시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더 좋은 미래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류는 이제 단지 확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인간성의 회복을 통해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말해야 하는 것처럼, 외연을 넓히되 내면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수 있다. 창·제작자, 플랫폼, 연구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수용자 모두에게 영감과 상상, 전략과 방법론, 전망과 통찰, 기획과 비전, 그리고 향수와 감동을 선사해야 할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한글의 미학, 과학 축전 속으로…APCTP, 과학 도서 저자 강연으로 지식 확산 나서

    안동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과학 축전 현장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특별한 행사가 개최된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소장 사사키 미사오)는 올해로 9·10번째를 맞이하는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을 경북과학축전과 공동으로 주최하며, 오는 10월 18일(토) 오후 1시 안동체육관 사이언스 강연장에서 제9회 강연을 개최한다. 이번 강연은 ‘한글과 타자기’라는 주제를 다루며, 과학적 사고방식과 일상 언어의 연관성을 조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강연 개최의 배경에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 지식의 대중화와 더불어 우리말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전의 근간이 되는 사고 체계와 언어적 도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APCTP가 기획한 이번 강연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고, 과학과 언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은 ‘한글과 타자기’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과학적 사고와 한글의 원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한다. 이는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숨겨진 과학적 질서와 미학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경북과학축전이라는 대중적인 행사의 장에서 진행됨으로써, 더 많은 시민들이 과학과 언어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강연을 통해 참가자들은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자가 지닌 과학적 설계와, 이러한 문자가 타자기를 통해 구현되면서 겪었던 역사적, 기술적 발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APCTP는 이러한 과학 도서 저자 강연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과학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K팝 루키 발굴을 위한 삿포로 눈축제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다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제76회 삿포로 눈축제 17th KPF(K-POP FESTIVAL) 루키 챌린지컵’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마이원픽(MY1PICK)과 공식 투표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본 파트너사 ‘팬커뮤니케이션즈 글로벌’의 ‘JK fandom’이 협력하여 진행되었다.

    이번 ‘루키 챌린지컵’ 프로젝트는 K팝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재능 있는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삿포로 눈축제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서 K팝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참가 아티스트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팬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마이원픽은 자체 팬덤 플랫폼 운영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JK fandom은 투표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여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이끌었다. 두 회사의 긴밀한 협력은 참가 아티스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K팝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삿포로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진행된 K팝 페스티벌은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K팝을 통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앞으로 K팝 아티스트들이 더욱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조선왕릉, 과거와 현재를 잇는 ‘왕릉팔경’ 프로그램으로 그 의미를 더하다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단순한 유적을 넘어 살아 숨 쉬는 역사 현장으로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025년 하반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과 궁궐을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 「2025년 하반기 왕릉팔(八)경」을 운영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역사적 깊이와 현장감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조선왕릉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2025년 하반기 왕릉팔(八)경」 프로그램은 11월 10일까지 총 22회에 걸쳐 진행된다. 프로그램 예약은 8월 21일(9월 예약), 9월 25일(10월 예약), 10월 16일(11월 예약) 오전 11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이루어진다. 회당 참가 인원은 25명으로 제한되며, 한 사람당 최대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 예약(02-738-4001)도 가능하다.

    기자는 2025년 9월 초, ‘왕릉팔경(王陵八景)’ 프로그램의 새로운 여정인 ‘순종황제 능행길’에 참여하여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과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경험했다. 늦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시작된 이번 여정은 구리 동구릉에서 시작해 남양주 홍릉과 유릉까지 이어지며, 왕릉과 왕릉을 잇는 길 위에서 역사의 숨결을 따라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 여정은 조선 왕실 중심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더욱 깊이를 더했다.

    구리 동구릉은 조선 최대 규모의 능역으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총 9기의 왕릉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각 능에 담긴 정치적 배경과 제향의 의미, 그리고 표석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해설사를 통해 소개되었다. 특히 송시열이 왕릉마다 표석을 세워 후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과, 표석에 전서체가 사용된 이유 등은 역사적 지식을 풍부하게 했다.

    ‘순종황제 능행길’의 핵심 코스였던 유릉은 순종황제와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의 합장릉이다. 이곳에서는 1908년 순종이 반포한 「향사리정에 관한 건」 칙령을 통해 제사 횟수가 축소되고, 종묘 정전에 모셔지지 않은 임금과 왕비의 능에서는 명절제만 지내게 된 변화가 설명되었다. 또한, 명절제의 날짜가 한식에서 청명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한 역사적 추론도 흥미로웠다.

    동구릉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건원릉은 태조 이성계의 유언에 따라 봉분을 억새로 덮은 독특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태조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후손들의 계승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분이다. 건원릉의 표석에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이라 적혀 있는 것은 대한제국기에 태조의 위상이 격상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왕릉의 핵심 의례 공간인 정자각은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로, 신로와 어로의 분리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추존왕의 능은 생전에 왕이 아니었으나 후손의 즉위로 왕으로 추존된 경우로, 석물 배치 등에서 정통 왕릉과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동구릉 내 경릉은 헌종과 두 왕비가 합장된 삼연릉으로,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세 기의 봉분이 나란히 배치된 사례다. 이곳의 비석은 대한제국 시기에 여러 차례 다시 새겨진 흔적을 보여주며, 당시의 사정과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남양주 홍릉과 유릉은 기존 조선 왕릉의 형식을 벗어나 대한제국 황릉의 양식을 따른다. 이는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체제가 전환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홍릉 석물의 화강암 파손을 막기 위한 전통 기법이나, 비석 문구를 둘러싼 대한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은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 ‘왕릉팔경’ 프로그램은 단순히 과거의 유적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쓸쓸한 이야기, 그리고 미래 세대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는 길임을 강조한다. 역사의 숨결과 함께 호흡한 이 여정은 참가자들에게 조선왕릉의 깊이 있는 가치를 전달하며, 미래 세대의 역사 보존 의지를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강화, 잊혀진 직물 산업의 영광과 짠맛의 역사

    강화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현대 섬유 산업의 중심지로서 겪었던 흥망성쇠의 역사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60여 개가 넘는 방직 공장이 성황을 이루며 수천 명의 직공들이 일했던 강화의 직물 산업은 이제 사라져가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이러한 잊혀진 산업의 흔적을 복원하고 그 역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배경에는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소외되었던 지역 산업의 위기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강화 지역의 직물 산업 역사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1933년 강화 최초의 인견 공장인 ‘조양방직’ 설립 이후, 강화는 수원과 함께 3대 직물 도시로 명성을 떨쳤다. 현재도 6개의 소창 공장이 옛 방식 그대로 소창을 직조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폐 소창 공장이었던 ‘동광직물’은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건축된 한옥과 염색 공장이었던 ‘평화직물’ 터는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인 소창의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며, 과거 강화 여성들이 방직물을 직접 전국으로 판매했던 ‘방판’의 역사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당시 여성들의 억척스러운 삶의 애환과 그 속에 담긴 짠맛의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강화의 직물 산업은 쇠퇴했지만, 그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유산이 있다. 바로 새우젓이다. 강화의 드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의 풍부한 민물이 만나 형성된 최적의 서식 환경 덕분에 강화 새우젓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맛을 자랑한다. 짠맛이 강하기보다 들큼하면서도 담백한 강화 새우젓은 잊혀진 직물 산업의 애환을 간직한 채, 강화 사람들의 밥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새우젓을 주재료로 하는 향토 음식 ‘젓국갈비’는 인공 조미료 없이도 채소와 고기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과 새우젓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오묘하면서도 깊은 맛을 선사한다. 이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진정한 맛은 담백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소박하지만 뛰어난 맛의 조화를 보여준다. 강화의 직물 산업 역사와 새우젓의 깊은 맛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강화라는 섬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과 역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강화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고 미래를 조망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가독성 낮은 화장품 정보, ‘e-라벨’로 해결한다

    화장품 구매 시 제품 뒷면에 빼곡하게 적힌 작은 글씨 때문에 정보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행정안전부가 ‘화장품 e-라벨’ 사업을 통해 소비자 편의 증진 및 친환경 포장재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 패키지는 제품명, 제조 번호, 사용기한 등 소비자가 자주 찾는 필수 정보뿐만 아니라 안전 정보, 사용법, 성분 정보 등 방대한 양의 세부 정보를 작은 글씨로 담아내야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정보를 읽기 어렵다는 불편함을 겪어왔으며, 제조사 역시 좁은 포장 면적에 정보를 담기 위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화장품 e-라벨’은 제품 패키지에 최소한의 필수 정보만을 명확하게 표기하고, 나머지 상세 정보는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이다. 소비자는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제품명, 영업자 상호 및 주소, 물의 용량 및 중량 등 상세 정보를 큰 글씨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업은 2024년 3월 1차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1차 시범 사업에서는 6개사 19개 제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2차 시범 사업에는 염모제, 탈염 및 탈색용 샴푸 등 제품군이 추가되어 13개사 76개 품목으로 확대되었다. 시범 운행 결과,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화장품 e-라벨’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소비자들은 기존의 작은 글씨로 인한 정보 확인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더욱 편리하게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포장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포장재 자원 절약을 통해 친환경적인 소비 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향후 음성변환 기능(TTS) 도입 예정 등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고려한 정책은 정보 접근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 영화 관람객 급감과 산업 침체, 6천원 할인권 재배포로 돌파구 마련하나

    최근 몇 년간 OTT 서비스의 급증과 홈족 문화 확산으로 극장 산업은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점차 낯선 일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같은 젊은 관객층은 집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 방문 자체를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8일부터 영화 관람료 6천 원 할인권 188만 장을 추가 배포하며 침체된 극장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나섰다.

    이번 할인권 추가 배포는 민생 회복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7월 25일부터 시작된 450만 장 규모의 할인권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1차 배포 당시 사용되지 않은 잔여 할인권을 활용하는 것으로, 6천 원의 할인 혜택을 통해 관객들의 극장 방문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에는 선착순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며, 이는 서둘러 참여하는 관객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1차 할인권 이용자도 2차 할인권을 중복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없이 기존 극장 애플리케이션의 쿠폰함에 1인 2매의 할인권이 미리 담겨 있어, 기존 회원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편리하게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신규 회원의 경우에는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며, 회원 가입 후 다음 날 쿠폰이 지급된다.

    이 할인권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작은영화관, 실버영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관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더욱 폭넓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및 애플리케이션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예매 방법을 안내하는 종합 안내 창구(☎070-4027-0279)도 운영되어 더욱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번 할인권 배포의 효과는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차 할인권 배포 기간 동안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올해 7월 24일까지의 일평균 관객 수 대비 1.8배 증가했으며, 배포 후 3주간 분석 결과 10명 중 3명이 최근 1년간 극장을 찾지 않았던 신규 또는 기존 고객으로 나타났다. 이는 할인권이 침체되었던 극장 관객 수를 상당 부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극장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영화 제작 및 배급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할인권 소진 전에 서둘러 이용하는 것이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국민건강보험, ‘The건강보험’ 앱으로 ‘내 손안의 건강 관리’ 실현

    국민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혜택을 누리는 건강보험 제도가 일상에서 체감되는 순간은 의외로 적다. 대부분 서류 발급이나 병원 진료비 납부 시에야 비로소 제도의 존재를 인식할 뿐, 평소에는 깊이 생각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보인 모바일 앱 ‘The건강보험’은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며, 건강보험 제도의 디지털 서비스 확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The건강보험’ 앱은 단순한 행정 민원 해결을 넘어 개인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The건강보험’ 앱은 복잡한 회원 인증 과정 없이 공인인증 절차만으로 손쉽게 로그인할 수 있으며, 사용자 맞춤형 건강 대시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대시보드에서는 이름, 소속 상태, 보험 자격 이력뿐만 아니라 최근 건강검진 결과, 외래 진료 내역까지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특히, 과거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무인 발급기를 찾아야만 했던 자격득실확인서와 같은 각종 서류를 앱 내에서 몇 분 안에 전자문서 형태로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은 행정 편의성 측면에서 상당한 진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단순한 행정 편의성을 넘어, ‘The건강보험’ 앱의 진정한 가치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기능에서 드러난다. 사용자의 외래 진료 횟수를 대한민국 평균 및 같은 연령대 평균과 비교하여 제공하는 기능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을 돕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본인의 진료 횟수가 5회로 또래 평균(10.1회) 및 전국 평균(19.5회)보다 현저히 적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내가 생각보다 병원을 덜 찾는 편’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게 해준다. 또한,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건강 나이 분석 기능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 나이 23세임에도 건강 나이가 18세로 산출된 것은 생활 습관과 주요 검진 항목을 반영한 결과이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앱은 개인이 직접 혈압, 혈당, 체중, 걸음 수, 운동 시간, 식사 칼로리 등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웨어러블 기기 연동을 통해 자동 집계도 가능하다. 비록 혈압 및 혈당 기록 칸이 비어있을지라도, 만성질환자라면 꾸준한 기록을 통해 건강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록 없음’ 상태는 사용자에게 생활 습관 기록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자기 관리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이러한 서비스의 활용 가능성은 개인을 넘어 가족 단위, 특히 고령층에게로 확장된다. 부모님의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거나 장기 요양 보험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는 데에도 앱을 활용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둔 경우, 병원과 공단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해진다. ‘The건강보험’ 앱은 국가가 축적해 온 방대한 건강보험 데이터를 개인에게 되돌려주고 주체적인 활용을 돕는 핵심적인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서류 발급 앱’을 넘어, 생활 속에서 예방적 건강 관리를 돕는 진화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청년층에게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손쉽게 점검하는 도구로, 고령층이나 환자 가족에게는 돌봄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모든 국민이 가입한 건강보험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상 속 든든한 파트너로 다가온다면 개인의 건강 투자 증진과 국가적 의료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The건강보험’ 앱 체험은 ‘내 건강을 국가 제도가 함께 지켜준다’는 사실을 손안에서 직접 확인하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아직 이 앱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이 유용한 앱을 통해 건강 정보를 확인하고 편리하게 건강을 관리해 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 지방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문화도시’ 정책으로 돌파구 모색

    지역 고유의 정체성 확립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문화도시’ 사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문화예술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개발이나 유휴 공간을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도시의 잠재력을 문화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문화도시’의 본질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제4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칠곡군의 경우, 사업 선정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조차 그 존재감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문화도시’ 사업이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5 문화도시 박람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박람회에 참석한 37개의 문화도시는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구 달성군은 문화활동가 양성, 달성문화교실, 문화달성미래포럼, 청년축제 위터스플래쉬 등 세대별 맞춤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타 지역보다 다양한 소재의 사업을 추진하며 청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들락날락 매거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객 참여를 독려하는 적극적인 이벤트 운영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한편, 경북 칠곡군은 인문학에 초점을 맞춰 칠곡로컬팜투어, 우리동네 문화카페, 주민기획 프로그램, 칠곡인문학마을축제 등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히,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될 ‘칠곡 문화거리 페스타’는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예고하며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 구성은 참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포럼에 참여한 밀양, 속초 등 다른 문화도시의 사례 역시 공통적으로 인구 유출과 감소, 지역 소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대구 역시 청년 유출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오래 살기 좋은 도시’, ‘발전하고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문화도시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꾸준한 참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2025 문화도시 박람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문화도시의 실질적인 노력과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련 소식을 주기적으로 접하는 것은 문화도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제4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칠곡군이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모아진다. 2027년까지 발돋움할 예정인 제4차 문화도시 사업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보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지역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할 것이다.

  • 해외에서 먼저 빛난 우리 문화, ‘문화 역수입’ 현상과 정체성 회복의 과제

    국내에서 잊혔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문화가 해외에서 재조명받아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문화 역수입’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기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미래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문화가 살아 숨 쉬기 위해서는 순환과 회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때 되돌아온 문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 역수입의 배경에는 종종 자국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나 가치 부여가 부족했던 점이 자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일본의 우키요에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탱고는 19세기 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층민 문화로 시작되었으나, 저속한 오락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파리 상류층이 탱고의 관능적 매력과 감정의 깊이를 발견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프랑스에서 예술로 인정받은 후, 탱고는 비로소 아르헨티나에서 문화유산으로 재평가받았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9세기까지 일본 내에서는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인쇄물로 여겨졌으나, 19세기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포장재로 사용된 우키요에를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발견하면서 예술적 가치가 재인식되었다. 고흐, 모네, 드가와 같은 거장들이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으며 ‘자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미술사에 일본 문화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이러한 외부의 재평가 이후에야 일본 내부에서도 우키요에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전시, 학술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전문 박물관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판소리, 막걸리, 그리고 최근의 한류 콘텐츠에서 유사한 문화 역수입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드라마나 K팝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에야 국내에서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류’라는 용어 자체도 중화권 언론의 명명에서 시작되었듯, 해외의 수용 과정을 거쳐 비로소 국내에서 의미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주목받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작품은 한국 고유의 정서, 가족주의, ‘K-신파’적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외에서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감정의 DNA’로 재확인된 한국적 정서는 K-가족주의, 강인한 여성 서사 등으로 재조명되며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인정과 인기를 통해 자국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외부로부터의 평가를 통해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와도 연결된다. 이는 문화적 자기 확인 방식이자, 때로는 자국 문화에 대한 집단적 콤플렉스나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외부의 거울을 통해 ‘우리 것’을 재해석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정길화 원장은 문화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외연의 확장뿐만 아니라 순환과 회귀,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화 역수입은 이러한 순환의 한 국면이며, 미래는 되돌아온 문화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문화는 순환할 때 살아 있으며, 그 회귀를 준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자녀를 ‘해외 입양’ 보내지 않고, 그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가정에서 제대로 키우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